*몇년만에 다시 쓰는거라 실력도 딸리고, 쓰는 주기도 길고, 내용이 짧기도 함. 이 점 양해 부탁함.
*야설 잘쓰는법 속성강의 받는곳 없음?
*그래서 얘네들 야스랑 재혼 언제함?
+) 아 할배갤에 올리는거 깜빡함 ㅈㅅㅋㅋ;
그날은 처음부터 엉킨 실타래 마냥 일어나기 전부터 꼬여있었다.
평소에는 눈을 감고 다시 뜨기 전까지 깨어있는 동안 몸이 누적시켰던 피로를 푸는 행위에 불과했을 것인데, 단순하게 영상을 재생시키는 수준이 아닌 주인공이 되어버린 것처럼 모든 것이 선명하게도 뇌리속을 파고들어갔다. 시각부터 시작해서 촉각, 후각, 청각까지 미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세포 하나하나에 각인시키듯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물밀듯이 넣어진 정보들은 상상속에서나 일어났어야 할 해프닝이자 지독하게 사납다고 곰씹으며 재수없다고 웃어넘겨야 했던 것이였다. 틀림없이 그랬어야 했다. 하지만 그 불길함은 너무나도 거대했던건지 영상을 리플레이 시키는것마냥 재연되어가기 시작했다.
눈 앞에서 일어난 ‘지옥’이나 마찬가지였던 그 광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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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르, 잠깐 이야기를 좀...”
“너하고 같이 이야기 할 공통적인 주제나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오해야. 그때 있었던 일은 그저..”
“그 이야기 두 번 다시 입에 담지마. 넌 그럴 자격조차도 없으니까.”
오늘도 이성을 바닥이 날 때까지 사용한 박사는 자신의 방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남은 자료들을 들고 방으로 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다가 높은 언성이 오가는 시끄러운 소음에 고개를 들었더니 숙소 문 앞에서 사리아와 사일런스가 말다툼을 벌이고 있었다. 오늘까지 해서 저들이 몇 번이나 저러는 것인지 이제는 세는 것을 포기했다.
로도스 아일랜드에 입사할 때부터 라인랩 출신의 오퍼레이터들에게 저 둘이 만나면 항상 무언가 다툼이 일어날 것을 넌지시 들어 알고 있었기에 미리 방을 멀찍이 떼 놓은 데다 일하는 시간까지 조정해놨지만 그 모든 것이 헛수고였던 모양이다. 안 그래도 피곤함에 어두웠던 박사의 얼굴은 잿빛이 더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이 둘을 말리고 쉬고 싶었던 그는 성큼성큼 걸어가 마주보는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
“뭐... 뭐야 박사, 갑자기 무슨...”
사리아가 당황하는 틈 사이로 사일런스가 평소의 조용한 모습과 다른 민첩한 움직임으로 문을 재빠르게 열어젖혔다. 사리아는 그녀의 행동을 늦게 알아채고 뒤늦게 손을 뻗어보았지만, 한 발 더 빨랐던 사일런스는 복도 전체가 울릴 정도의 큰 소리를 내며 문을 힘껏 닫았다.
그녀는 닫힌 문을 몇 초 간 바라보며 짧은 탄식을 내뱉었지만 이윽고 날카롭게 갈린 칼로 변한 시선을 후드를 뒤집어 쓴 채로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박사에게 매서울 정도로 눈초리를 쏘아냈다. 그 눈빛과 흰 머리카락에 나 있는 와이번의 뿔에 잠깐 움찔했지만, 이윽고 한숨을 깊게 쉬더니 담담하게 사리아를 추궁했다.
“사리아... 입사 할 때부터 내가 누누이 말 했지만 사일런스와 만나려면 먼저 이쪽에게 물어보고 만나기로 했었잖아. 벌써 그 약속을 까먹어 버린 거야?”
“이건 그 약속의 문제가 아니다. 그때의 과오로 틀어버려진 사이를 바로잡고 오해를 풀기 위함이라는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 정당한 이유인지 뭔지 때문에 갑자기 사일런스를 곤란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야지. 봐, 내가 앞을 잠깐 가로막으니까 바로 문을 닫고 틀어박혔잖아. 안 그래도 오늘 의료진 쪽과 회의할 일이 있었는데 이러면 서로가 더 안 좋아질 뿐이라고.”
“......”
얼마 안남은 이성을 쥐어짜내어 내뱉은 박사의 말이 잘 먹혀들어갔는지 사리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조금 문 채로 고개를 떨궜다. 회의는 있긴 하지만 몇몇의 종족 특성 때문에 밤에 해야 된다는 걸 입에 더 담았다가는 골치아파질것이 뻔했기에 그냥 가만히 입 다물고 있기로 했다.
박사는 자신의 분을 이기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몸을 떨고 있는 그녀를 되돌려 보내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주면 사일런스를 나중에 만나게 해 주겠다는 말을 건네고 방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향했다. 그 말을 듣고도 잠시 동안 가만히 서 있으며 분을 삭히던 그녀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어 멀어져가는 박사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
“잠깐 박사! 한 가지...부탁을 해도 되겠나?”
“사일런스와 만나게 해달라는 부탁이라면 아까 말했듯이 나중에 만나게 해줄게.”
“그 이야기가 아니다. 내일 밤, 잠시 면담을 신청해도 되겠나?”
“그정도야 상관없지만... 면담이라니, 갑자기 무슨 바람으로?”
“들으면 알게 될거다. 승낙한 것으로 알고 내일 밤 9시경에 방으로 찾아가겠다. 기억해두도록”
박사에게 있어서는 눈곱만큼도 예상하지 못했다.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몇 개월간 몇 번이고 본인 스스로가 개인적인 일을 털어놓을 마음이 없다며 모든 것이 끝나면 말하겠다는 말만 번복한 채로 계속 거부해왔던 그녀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는 의중 덕분에 그녀가 자리를 떠나간 뒤에도 박사는 한동안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할 뿐 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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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앞당겨져 조금 이른 초저녁부터 시작된 의료 오퍼레이터들과의 회의는 예상보다 많이 길어진 탓에 어둠이 밖을 까맣게 물들고 나서야 종료되었다. 드디어 길고 긴 회의가 끝났다는 안도감에 돌아가서 쉰다는 생각은 뒤로 미루고 탁자에 몸을 기댄 채 피로를 달래고 있다가 뜬금없이 문 쪽 근처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만 휙 돌려 확인을 해보니 사일런스가 혼자 문 앞에 선 채 무언가 급한듯한 모습을 하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사, 아까 낮에 사리아와 있었던 일 말인데...”
“아아, 그거라면 사리아에게 일러두었으니 괜찮아. 웬만하면 다시 숙소 앞에 찾아가거나 나타날 일은 없을거야.”
“아니, 그거 말고. 사리아가 신청한 면담 말인데...그 내용, 나한테도 들려줬으면 해.”
“...그건 무리야. 아무리 너희가 예전에 같은 소속이던 라인랩 출신이라지만 면담 내용은 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는게 로도스 아일랜드의 규칙이니까.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잖아?”
“...그래, 그랬었지. 내가 피곤해서 깜빡한 모양이네.”
생각보다 싱거운 대답을 하고 돌아간 사일런스의 태도에, 박사는 조금 의아해 했지만 여기저기 흩뿌려진 자료들의 정리와 바닥날 대로 바닥나버린 이성 때문에 머리 저 깊숙한 곳에 박아 넘겨버리고 쉬려던 찰나 내일이 자신의 소중한 휴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당장 잔다고 해도 아마 내일 낮까진 꼼짝없이 기절해있을 터인데, 하필 내일이 한 달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그날이라는 것과 저녁에는 면담까지 겹쳤다는 사실에 현실을 부정했지만 그러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걸 깨닫고는 혼자서 쓸쓸하게 정리를 시작했다.
겨우 뒤처리를 끝내고 돌아가 시계를 확인한 그는 시계가 옛날 판타지 소설에서 본 어느 정거장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을 보며 실소를 머금었다. 그것이 단지 오전이 아닌 오후라는 것만 뺀다면 말이다. 오늘도 편히 자긴 글렀다고 생각한 박사는 남은 시간을 잠으로만 때우기 위해 면담을 위한 알람만을 맞춰놓은 채 그대로 쓰러지듯 누워 잠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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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 방 안에 있는가?”
불빛이 새어나올 만한 것들을 전부 커튼으로 가리고, 조명들을 모두 off해둔 상태로 숙면을 취하고 있던 박사는 목소리와 더불어 문을 시끄럽게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나 비몽사몽한 상태로 몸을 움직여 목소리의 주인공을 맞이했다. 문을 연 그곳에는 어제 낮에 약속한 면담을 하기 위해 온 사리아가 있었지만 제정신이 아니었던 그는 멀뚱멀뚱하게 쳐다보고 있기만 할 뿐이었다.
“...어제 약속했잖은가, 9시경에 방에서 면담하기로 한 것은 완전히 잊어먹은 모양이군.”
“자느라 완전히 잊어먹고 있었구나. ...미안해. 일단 안으로 들어와서 잠깐 기다려줘.”
박사는 그녀를 개인 간이 응접실로 데리고 간 뒤 멍한 정신을 깨기 위해 간단하게 차를 내어주고 본인의 침실로 돌아왔다. 세면을 하다 본인의 서랍 위에 놓여진 시계를 흘긋 보니 사리아가 상당히 일찍 온 것임을 뒤늦게 알고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정도면 조금 더 잤어도 문제는 없을 터지만 그녀의 각 잡힌 성격을 고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운 것이기에 자신이 한 수 접고 들어가 사소한 문제라고 치부해버리기로 했다.
급하게 추스르고 간 응접실에는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사리아가 앉아있었다. 군인처럼 각 져 있는 그녀의 모습 자체에는 다를바가 없었으나 분위기는 마치 고해성사를 하기 위해 신부를 찾아온 사람처럼 느껴졌다. 무슨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정도로 무거운 분위기를 내뿜고 있는것인가, 이유가 궁금해 당장이라도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녀와 맞지 않는 이질적인 모습에 적응이 되지 않아 분위기를 조금 개선시키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자리에 앉아 말을 걸었다.
“의외네요, 솔직히 어떤 이야기도 못 들을 줄 알았거든요”
“원래는 그럴 생각 이였지만...더는 오해를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과거의 이야기로 풀 수만 있다면 싼 값이겠지.”
처음부터 들려줄 생각이 1도 없었다는 것에 조금 씁쓸해 했으나 생각을 고쳐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예전보다 신뢰가 많이 쌓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라 느낀 그는 조금 흐뭇해졌다. 하지만 과거의 이야기라는 그녀의 단어 선택에 박사는 설마 하는 생각과 함께 침을 삼키며 물어보았다.
“과거의 이야기라면...그때 당시의 라인랩에 대한 이야기죠? 맞나요?”
“그래, 나와 사일런스가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자 내가 이곳에 입사하게 된 이유.”
사리아의 주먹이 쥐어지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한 채 박사는 다시금 침을 삼켰다. 라인랩의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했던 그 이야기.
“일명 ”인공재앙의 폭주“라고 불리던 그날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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