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에는 희망이 없다.




사람을 거치지 않은 밤공기가 귓가를 스쳐갔다.


로도스의 옥상, 청소부조차 배정되지 않아 먼지가 굴러다니는 한쪽 구석.


홀로 천체망원경을 만지작거리던 아스테시아가, 문득 느껴진 인기척에 뒤를 돌아봤다.


"박사, 이런 밤중에 무슨 일이야."


정중히 인사를 마친 그녀에게 박사가 손을 흔들었다.


"별 좀 볼까 해서 왔어."


"점성술 요청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네."


"그거 용하다는 말은 자주 들리더라. 근데 지금처럼 뭐, 가끔 틀릴 때도 있긴 한가 보네."


간단한 농담에 그녀가 살며시 웃었다.


옥상에서 맡는 사람 향기는 익숙지 않았지만, 어째선지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박사 너에게 별을 보는 취미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없었으니까. 맨날 업무에 업무에 업무... 가끔은 이런 것도 필요할 것 같아서."


"좋은 현상이야. 여기 앉아 있어."


그리 말하며 아스테시아가 옆에 자리를 마련했다.


늘 혼자서, 아무 말 없이 옥상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스테시아.


펼쳐진 간이 의자에서, 누군가 와주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쪼그려 앉다시피 한 박사가 숨을 깊게 들이내쉬었다.


"밤공기 좋네. 시원하고."


"여기서 별을 보는 이유 중 하나야. 이 바람은 여기서밖에, 지금밖에 못 느껴."


"굳이 너가 왜 여기 오는지 알겠다."


박사가 바이저를 벗고 후드를 넘겼다.


피곤에 절여진 그의 얼굴을 본 아스테시아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망원경 같은 건 쓰지 않는 거야?"


"그것도 좋긴 한데, 그냥 이렇게 보는 게 더 좋아서."


"그러면 나도 오늘은 그렇게 볼까."


그녀가 조심스레 망원경을 옆으로 치우고 박사의 곁에 앉았다.


집중해야 겨우 보일 속도로 천천히 지나가는 별.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저 최선을 다해 죽음으로 나아가는 별이 찬란히 빛났다.





별에겐 희망이 있다.


스스로 빛을 낼 줄 알기에, 주위를 밝히고 분위기를 바꾼다.


어둠이 내리앉은 밤거리가,


모두가 안심하고 의지하는, 그런 희망을 가졌다.



별에는 희망이 없다.


가르칠 수 없는 빛으로, 주위를 가리고 분위기를 주도한다.


찬란히 빛나는 것만이 자신의 존재 이유인 것처럼,


자신이 언제 죽는 지도 모르면서, 왜 죽어야 하는 지도 모르면서,


죽는 그 순간까지도, 찬란히 빛난다.





"..."


"요즘 광석병은 어때."


"광석병?"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아스테시아가 그의 말을 따라했다.


"켈시한테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해줘."


"내 걱정 해주는 거야?"


"그래."


박사가 아스테시아를 그윽하니 쳐다봤다.


"광석병 때문에 점성술이 힘들어지고 있다면서."


"...다행히 더 심해지진 않은 것 같아. 점성술도 아직 현역이고. 그렇게 걱정 안 해줘도 돼. 고마워, 박사."


"..."


박사가 말 없이 아스테시아를 쳐다봤다.


집중된 시선을 잘 받아내던 그녀가, 불현듯 시선을 내리고 손을 모았다.


"사실 모르겠어. 내 몸상태도, 별도,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도.


늘 별만 보며 살아왔는데, 별이 대답해주지 않으니까 머리가 하얘졌어.


...글쎄. 낮이 되어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도, 별은 아무 말 없이 빛나기만 하더라.


나도... 그 별들처럼 언젠가 사라질까? 밤에만 빛날 수 있는 그 별들처럼, 나도 그저 빛나기만 하다가, 결국엔 빛을 잃지 않을까.


...그게 점술사로서 나의 사명이 끝나는 신호라면, 그 이후의 나는 더욱 더 유의미한 일을 해야겠지."


"예를 들면?"


"음... 그러게, 예를 들면..."


아스테시아가 박사와 눈을 마주했다.


다크서클진 그의 눈가가 피로했다.


웃음을 잃은 입가가 올라오는 것을 본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밤공기가 차갑게 그들을 훑고 지나갔으나, 박사를 거친 바람은 따스하기 그지 없었다.


그녀가 박사의 손을 살포시 잡았다.


"박사, 내가 매일 아침 깨우러 와도 괜찮을까?"


아스테시아의 손을 만지작거리던 박사가 슬며시, 겉옷 안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아스테시아에게 쥐어줬다.


"안 그래도 요즘 아침에 잘 못 일어나는데, 오히려 내가 부탁할 일이지."


"...알겠어. 기꺼이 하도록 할게."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함께 밤하늘을 올려봤다.





별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하지만 없어도 괜찮다.


그녀의 희망은,




다시 다른 곳에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