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첸에 대한 짤막한 생각 정리 - Hypergryph 갤러리 (dcinside.com)


전에 생각없이 썼던 글이 의외로 호응을 받아서 쓰는 뇌절글임

명일방주 스토리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서사나 역할을 각 잡고 본격적으로 쓰려고 했던 건데 본인이 수험생이라 그렇게까지 시간이 나질 않아서 요약한 내용만 쓰게 됐음

개인적으로 스토리 해석이나 고찰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니 이 글이 모두 맞다고 생각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로 함

그냥 스토리를 재미있게 보는 갤럼 1의 입장이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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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명일방주 스토리에서 켈시의 역할


- 1주년 전까지 켈시의 역할은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것이 매우 명확 :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존재, 플레이어에게 세계관이나 현재 상황을 알려주는 역할,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이 전면에 나서 해결.

- 용문에서 위언아와 대화할 때 켈시가 전면에 나서고서야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된 점, 아미야의 켈시에 대한 신뢰, 아미야 반지 떡밥에 대한 켈시의 반응 등이 이를 보여줌

- 다만 판타지 세계관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떡밥을 가지고 있을 때 늘상 그렇듯 현재 상황이나 떡밥을 제대로 알려주는 일은 드뭄. 이 점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켈시는 그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는 것이 초기 스토리 전개 방식의 문제

- 특히 켈시가 박사에게 가지는 감정이 나쁘다는 점이 이러한 문제를 심화시킴 : 플레이어는 영문도 모르고 세계관을 다 알고 있는 캐릭터가 자신을 싫어하거나 아니꼬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움


-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초반부 스토리에서 플레이어가 켈시에 대한 좋지 않는 감정을 가지는 것은 의도된 면이 있음. 떡밥을 가진 데우스 엑스 마키나인 켈시와 플레이어 간 사이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놔야 초반부 스토리가 아미야와 통합운동 간 갈등에 스토리 내용이 오롯이 집중될 수 있음. 아미야가 미숙할 수밖에 없고, 통합운동과 직접적 관련성이 떨어지는 위언아와의 협상에서만 켈시가 전면으로 나서는 건 자연스러움.

- 그러나 베타 테스트 당시 켈시와 플레이어 간 관계가 이정도로 나쁘지는 않았던 점과 초기 켈시 설정에는 박사를 못미더워하는 사람들을 아미야와 함께 설득한 적이 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로 플레이어와 켈시 간 관계를 떨어뜨리는 건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움. 이 부분은 전에도 지적했듯이 베타 테스트를 거치면서 스토리가 많이 바뀌었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고 봄





중반부 스토리에서 켈시의 역할


- 7, 8지는 이전의 스토리와 완전히 다르다고 보는 것이 합당함 : 1 ~4지의 스토리가 통합운동에 대한 서사였다면 7 ~ 8지는 흑야의 회고록과 연계된 바벨, 살카즈, 마왕으로 서사를 확립했다는 데 의의가 있음. 본인이 흑야 스토리를 고평가하는 이유. 어찌보면 통합운동과의 갈등(그마저도 강한 충돌이라고 볼 수 없던)이라는 기존의 난잡한 스토리 전개를 하나로 모으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기 때문.


- 켈시가 이때부터 전면에 나서는 것은 합리적 : 7 ~ 8지가 바벨과 살카즈의 왕위, 그리고 마왕에 대한 것이라면 더 이상 문제는 통합운동과의 갈등이 아닌 자신이 몸담고 관여했던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

- 특히 바벨에 대한 떡밥은 현재 로도스에서 켈시 이외에는 누구도 풀 수 없는 떡밥이기 때문에 켈시가 전면에 나서서 플레이어에게 정보를 전달하거나 직접 행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전개

-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초반부 서사에서 켈시와 플레이어를 의도적으로 배제했다면, 중반부 스토리에서는 이 관계를 복구하려는 의도가 들어가 있음



- 플레이어와 켈시 간의 관계를 복구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1. 켈시가 플레이어와 의도적으로 거리를 둔 이유가 설명되어야 함 : 8지 메피스토와 석관을 통해 켈시가 박사를 싫어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 기억을 잃은 메피스토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기억을 잃은 박사"에게 물어보면서 켈시가 박사에게 느끼는 감정이 박사가 메피스토한테 느끼는 감정과 같다는 점을 부각하여 거리를 둔 이유에 정당성을 부여함.


2. 켈시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이미지를 희석해야 함 :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절대 플레이어와 동류가 될 수 없음. 위기의 순간 모든 것을 해결하는 신과 같은 존재기 때문. 즉, 켈시와 플레이어 간 관계를 동급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켈시조차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벌어져야 함.

- 이를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 패트리어트의 예언임. 작중 켈시가 처음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당황했던 사건, 특히 자기가 섬겼던 마왕인 테레시아와 자기가 교육하던 아미야를 겹쳐 보여주면서도 아미야가 새로운 마왕으로 즉위한다면 대지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면서 켈시의 인식에 괴리를 심어줄 수 있음.


3. 켈시와 플레이어 간 휴전이 이루어져야 함 : 적어도 관계의 회복은 아니어도 전우고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동업자 의식은 가져야 함. 7지에서 켈시가 일단 과거의 일을 묻고 협력하기로 한 점, 박사가 이동도시로 올라갈 수 있게끔 직접 도와준 점, 8지에서 아미야를 보내고 박사와 직접 작전을 수행한 점이 이를 보여줌. 실제로 W가 켈시와 박사가 협력하여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보고 놀란 것을 볼 때 이는 과거의 자신과 상당히 타협한 것을 보여줌


- 정리하자면 중반부 스토리는 켈시를 기존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 역할을 조금 낮추기 위한 작업이었음. 바뀐 스토리의 방향을 고려했을 때 켈시가 초반부 스토리처럼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만 하면서 거리를 두면 문제가 있고, 바벨이라는 조직과 켈시의 관련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켈시가 스토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 또한, 박사의 존재에 대한 떡밥을 풀기 위해서도 켈시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 합당함.




먼지 속을 걷는 자에서의 켈시


- 우선, 먼지 속을 걷는 자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이벤트가 2주년 직전 나온 이벤트라는 점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됨. 직전 이벤트는 그 다음에 나올 대원의 서사적 빌드업을 하기도 하지만, 스토리의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겸함. 흑야의 회고록이 그랬고, 먼지 속을 걷는 자도 마찬가지라는 점이 전제되어야 함.


- 켈시가 대원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에서 "등장인물"로 격하되어야 함. 모든 것을 알고 신처럼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토리 내에서 울고 웃고 고민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임. 실제로 로도스의 대원들은 모두 자기만의 고민과 서사를 가지고 있음.

- 1주년 당시 W도 마찬가지 : 기존에 박사를 알고 있다는 단순한 떡밥을 흑야의 회고록을 통해 테레시아와 살카즈의 자유, 그리고 어린 마왕인 아미야에 대한 존재에 대한 생각으로 구체화시킴.

- 주제에서 잠시 벗어났지만, 흑야의 회고록과 7,8지를 통해 보여준 W의 모순은 상당히 인상적. 테레시아의 영향을 받아 모든 살카즈가 구속되어있는 일 없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상을 가지게 되었지만 정작 살카즈인 자신은 테레시아에 끊임없이 구속되어 있는 모습을 보여줌. 2부에서 W가 나온다면 이 모순에 집중하는 것이 좋음. 7지 후반부에 테레시아의 시체를 가지고 섭정왕이 무언가를 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럼.


- 먼지 속을 걷는 자에서 보여준 켈시의 서사는 고독

- 이벤트에서 늙은 파샤의 꿈은 켈시가 수백, 수천 년 전에도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 꿈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늙은 파샤의 꿈은 과거 자신이 섬기던 대왕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며, 죽기 전 켈시가 그 옆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켈시가 고대의 존재임을 확정해줌


- 이벤트에서도 켈시는 여전히 자신이 모든 것을 알고 일을 진행하는 모습을 보여줌 : 엘리엇의 구출과 오리지늄 장치 파괴가 대표적

- 그러나 릴리야와 함께 진행한 대공 암살 작전은 테라를 위해서기보단 개인적인 복수에 동참한 것 : 켈시가 테라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인물이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움직이는 인간미를 부여함. 이를 엘리엇의 구출과 함께 보여준 것이 상당히 인상적인데, 우리가 아는 기존의 켈시의 모습과 그렇지 않은 켈시의 모습을 한 이벤트에서 동시에 보여줌


- 작중 켈시는 집 없이 온 테라를 누비는 존재 : 엘리엇과 릴리야에게 말한 것처럼, 사르곤에서 우르수스로, 우르수스에서 빅토리아로, 빅토리아에서 다시 카즈델로 임무를 끝내자마자 다시 다른 임무를 위해 돌아다님

- 켈시에게는 돌아갈 집이 존재하지 않음 : 작중에서 어른이 된 엘리엇은 켈시에게 이 점을 날카롭게 지적함. 지금 너가 있는 로도스는 너의 목적을 이루기 위한 또 하나의 수단이고, 이 목적을 어떻게든 완수하면 다시 훌쩍 떠나버릴 그런 존재인가? 켈시는 이 질문에 쉽게 답을 하지 못하고 대답을 회피함.

- 켈시 역시 빅토리아에서 하이디가 다시 떠날 것이냐고 물어보자 과거 엘리엇과 릴리야와의 대화를 회상함


- 이를 확정해준 것이 2주년 테레시아의 편지 : 켈시가 그나마 인간적으로 의존했던 자신 역시 켈시의 동류가 되어줄 수는 없다는 점을 알려주고, 그럼에도 자신은 켈시를 고독을 느끼는 하나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하며 작중 처음으로 켈시을 하나의 "울고 웃고 고민하는" 인간으로 바라봐줌

- 그리고 로도스 아일랜드를 켈시가 돌아갈 곳, 즉 집으로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집착했다는 점도 알려줌.

- 실제로 켈시는 로도스 아일랜드를 집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됨. 이는 먼지 속을 걷다의 마지막 켈시와 박사와의 대화, 그리고 비질로(흔히 말하는 독타이벤)에서 켈시와 박사과 대화하는 장면을 통해 구체화됨

- 먼지 속을 걷다 이후 켈시의 성격도 많이 다르게 묘사됨 : 앞서 언급한 비질로도 그렇고, 언더 타이즈에서 스카디나 스펙터를 대하는 모습이나 스카디 더 커럽팅 하트의 신뢰도 정보에서 스카디에게 조언하는 모습은 우리가 알던 기계적인 켈시와는 많이 다른 이미지


- 정리하자면 2주년 전후로 켈시는 기존의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이미지와 서사의 중심이 되는 등장인물의 이미지를 모두 가지게 됨. 이는 2주년 대원으로 켈시를 출시하기 위한 해묘의 빌드업이기도 하지만 켈시를 메인스토리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맡기고 서사의 중심으로 끌고 오기 위한 장치라고도 보아야 함





앞으로 켈시의 역할?


- 켈시의 이후 역할을 예상하기는 어려운 부분이지만,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을 것임. 먼지 속을 걷다에서도 이 역할을 포기하진 않았음

- 그러나 "인간으로서의 켈시"는 앞으로 더 부각될 가능성이 높음


- 특히 켈시에게 로도스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갈등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에 주목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음. 2부가 진행되면서 켈시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임. 이전처럼 로도스를 버리고 자신의 목적을 위해 테라를 다시 누빌 수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작중 두 번째로 켈시가 미련을 보이는 대상이 될 것인지는 매우 흥미로운 점이라고 생각됨

- 이와 더불어 마왕이 된 아미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박사와의 관계를 어떻게 제대로 정리할 것인지도 주목할 점.


- 비질로에서 켈시가 빅토리아에 따라가지 않는 점도 주목할 점인데 이는 박사와 켈시와의 관계를 다시 의도적으로 떨어뜨리는 장치. 다시 말해 데우스 엑스 마키나가 없을 때 주요 등장인물들이 위기에 처하거나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이를 해결하러 오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등장인물로서의 켈시가 부각된 이상 켈시 역시 이 상황에 휘말리거나 갈등할 가능성이 높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