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창문 사이로 해가 저물며 붉은 빛과 그림자를 남겼다. 형광등 몇 개가 깜빡거리며 켜졌지만 대부분은 깜빡거리기만 하며 음울한 분위기를 더했다.
거리 곳곳에 감염자를 위협하는 구호가 써진 포스터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그에 맞서 음란하거나 난폭한 낙서 혹은 리유니온 마크를 새긴 낡은 건물들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겁을 주듯 위태롭게 서있었다.
크루아상이 막무가내로 박사를 이끌고 온 곳은 감염자들이 모여드는 슬럼가였다.
골목 안에 바람이 불자 여기저기 널려있는 빨래들이 부드럽게 물결치고 그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저무는 햇빛 사이로 비틀거리며 위태롭게 나는 종이비행기의 뒤를 쫓아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거리의 음울함과 대조를 이루었다. 힘없는 사람들이 모인 슬럼가의 넘치는 생명력은 언제 보아도 낯선 풍경이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박사를 크루아상이 신기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질문했다.
“사장님은 여기 처음 와보는 기가? 내는 사장님 봉사활동 하니까 이런 데로 자주 오는 줄 알았는데?”
“이 근처까지 오는 건 처음이야. 이 곳 사람들은 우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위험하다고 켈시가 못 오게 막았거든.”
박사는 지금껏 단순히 그를 걱정해서 하는 소리라고 생각했지만 켈시의 말은 단순한 기우가 이닌모양이었다. 그들이 슬럼가에 들어오고 의심 서린 눈빛과 분노가 담긴 속삭임이 잠시도 떠나지 않고 근처를 맴돌며 이 곳 사람들이 감염되지 않은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크루아상은 그런 시선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주변을 둘러보며 탐나는 물건이 있는지 찾고 있었다. 뭔가 신경쓰이는 것이 있으면 눈에 보이면 쪼르르 달려가는가 싶다가도 박사에게 일정 거리 이상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 박사가 느끼는 시선을 소녀도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경계하지는 않는 눈치였다.
소녀를 보며 잘 훈련시킨 강아지 같다고 생각하던 박사의 얼굴에 종이비행기가 날아와 꽂혔다. 날카로운 부분에 맞아서 조금 따끔하긴 했지만 고의는 아닌 것 같았다.
박사는 비행기를 돌려주려 했지만 아이들은 멀찍이 서서 겁먹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꼬마가 손에 묵직한 벽돌을 들고 금방이라도 던질 것처럼 호전적인 태도를 취했다.
박사는 적의가 없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천천히 비행기를 날려 보냈지만 아이들은 발치에 떨어진 비행기를 줍지 않고 그대로 발로 밟아 찢어버렸다. 조악하게 만들어진 종이비행기가 갈기갈기 찢어지며 ‘감염자를 죽여라!’라고 써진 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다. 박사는 슬픔으로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때 크루아상이 앞으로 나서 벽돌을 든 아이에게 다가갔다. 꼬마는 뒤로 주춤거리다가 눈을 질끈 감고 벽돌을 던졌다. 날아오는 벽돌을 가볍게 피한 소녀는 벽돌을 던진 꼬마를 양 손으로 잡고 번쩍 들더니……간지럼을 태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당황하며 벗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던 꼬마의 입에서 킥킥 소리가 새어나오다 결국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의 표정도 풀리며 ‘나도! 나도!’ 하고 크루아상에게 달라붙었다. 소녀는 무겁지도 않은지 과일나무라도 되는 것처럼 아이들을 자기 몸 위에 주렁주렁 매달았다.
어떤 아이는 머리에 달린 뿔을 잡아당기고 또 어떤 아이는 볼을 잡아당기며 참새처럼 조잘거렸지만 크루아상은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아이들과 하나가 되어 종이비행기를 더 멀리 날리는 법에 대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박사가 소녀를 신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바로 이런 모습이었다.
보통 사람은 호의가 경계심에 막혀 적의로 돌아온다면 큰 배신감을 느끼며 상대보다 더 큰 적의로 돌려주려고 했다. 박사는 인내심을 가지고 상대의 경계심이 허물어질 때까지 노력한다면 상대도 진심을 보이며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를 호위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했고 이로 인해 주변에 크고 작은 충돌이 멈추지 않았다.
박사를 호위하는 사람은 그를 향한 적의를 막아야할 의무가 있었고 또한 상대의 적의에 반응하지 않는 다는 것이 얼마 힘든 일인지 박사 자신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그들을 나무랄 수도 없었다.
하지만 크루아상은 달랐다. 소녀는 서글서글 웃으며 어떤 적의와 경계심이라도 영화 속 무술고수처럼 손쉽게 무장해제 시켰다. 소녀를 호위로 쓴 이후 그를 경계하는 사람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으며 그 덕에 위기를 넘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박사는 품 안에 넣고 다니던 로도스 팸플릿을 하나 꺼내 포스터로 만들어진 것보다 더 멋있고 정교하게 종이비행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아이들을 불러 어떻게 하면 종이비행기가 더 멀리 날아가는지 시범을 보여주자 아이들은 신이 나서 종이비행기를 따라 달려갔다.
팸플릿으로 만든 비행기는 포스터로 만든 비행기보다 훨씬 근사하게 날아갔다.
크루아상은 박사의 옆에 서서 비행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고마워."
문득 기특한 마음이 들어 크루아상의 머리를 쓰다듬자 소녀가 그를 올려다보며 헤헤 웃었다.
한 편 한 편 분량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지 모르겠네. 이거보다 더 길게 써야하나?
퍄
빈민가 애들한테 ntr각이노 - dc App
지금보다는 좀 길면 좋겠는데
지금은 0.7화 정도되는거 가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