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설정을 상당히 비틀은 병맛 팬픽임

십덕망상 싫어하면 뒤로가기하셈













다 갔슴? ㅇ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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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유니온, 로도스 아일랜드와 함께 유이한 감염자 단체. 얼핏 보면 온갖 악랄한 범죄를 자행하며 점차 테라 전역에 경계와 공포를 일으키는 존재들이지만, 그 실상을 아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가령, 사람들은 대부분의 리유니온 멤버들이 그저 광석병에 걸려 힘을 얻고 신난 망상벽이 강한 아싸히키찐따들에 불과하다는 걸 알고 있을까?

미샤와 알렉스 남매가 사실은 중2병에 걸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던 불쌍한 아이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메피스토와 파우스트가 진성 돈고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용병 W가 무기라면 뭐든 환장하는 중증 밀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크라운슬레이어가 학창시절 허구한 날 쳐맞던 찐따 중의 상찐따라는 걸 알고 있을까?


이 모든 사실을 철저하게 숨기고 리유니온을 복수와 공포의 화신으로 재포장하는데 크게 기여한 인물은 역시 리더인 탈룰라였다. 그녀는 오늘도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상적인 문제들의 해결에 고심하고 있었다.


탈룰라는 집무실 책상 위에 놓인 서류들을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도저히 현실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안건들의 제목을 몇 개 뽑아보자면 다음과 같았다.


'영내 사제 다키마쿠라의 산발적 배포에 대하여'

'간부 인원에 대한 대원들의 자발적 인기투표 결과'

'우르수스 제국 출신 일부 대원들이 왼팔의 환상통과 '흑염룡'의 존재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건에 관하여'

'리유니온을 이끈다는 정체불명의 '썰매'에 대한 속설에 대하여'


그녀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순간 저 종이들을 다 태워버리면 문제들도 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도 그 생각은 누군가가 문을 노크함에 따라 실현되지 못했다. 그녀는 서류 더미를 한 번 더 노려보고는 입을 열었다.


"들어와."


문이 아주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고풍스러운 목재가 내는 특유의 끼익거리는 소리가 길게 늘어질 만큼. 탈룰라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하기는, 진짜.


"루드밀라, 난 바쁜 몸이야. 눈치 보지 말고 들어와서 용건이나 말해."

"으, 응. 들어갈게."


검은 후드와 붉은 머리칼, 겁이 단단히 자리잡은 눈이 차례로 문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탈룰라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어서 오기나 하라는 손짓을 했고, 크라운슬레이어는 그에 따라 생쥐마냥 움츠러든 채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 이거 네가 한 번 봐야 할 것 가, 같아서..."


크라운슬레이어가 쭈뼛거리며 내민 것은 한 권의 빨간 책이었다. 탈룰라는 그것을 흘깃 쳐다보고 코웃음쳤다. <대장님의 은밀한 사생활>이라. 너무 뻔하군.


어느새 적응해버린 자신에 대한 자괴감도 잠시, 그녀는 책을 받아들고 뒷표지를 확인했다. 그리고 귀퉁이에 대놓고 적힌 창작자명을 보자 얼굴이 굳어졌다.

'딥컬러, 로도스 아일랜드.'

그녀는 씹어뱉듯 말했다.


"애*용문, 욕설*발. 당장 이거 전량 회수해."


흉신악살처럼 일그러진 그녀의 얼굴을 본 크라운슬레이어는 창백하게 질린 채 고개를 끄덕이고는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

탈룰라는 씨근덕거리며 문제의 책부터 시작해 높이 쌓인 서류를 벽난로에 던져넣기 시작했다. 적어도 그녀가 생각하기로는, 그간 로도스 아일랜드와의 대립에는 상충하는 신념이 있었고 목표가 있었으며 긍지가 있었다. 이번 일은 명백히 선을 넘은 것이었다.


손을 털고 손가락을 튕기는 것을 신호로 종이더미에 불이 붙었다. 그녀는 부지깽이를 집어들고 벽난로 내부를 콕콕 쑤셨다. 해이한 규율, 난무하는 미친놈들, 희미해지는 원래의 목표... 모든 날이 그랬지만, 오늘은 특히 힘든 날이었다.

당면한 과제들을 잡아먹으며 이글거리는 불길을 바라보던 탈룰라는 일종의 쾌감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장작과 종이더미 사이에 껴 불타고 있을 책을 생각하자 그녀의 표정은 다시 구겨졌다.


이 깜찍한 도발에 어떻게 대응해줘야 할까.

고민하던 그녀에게 영감을 준 것은 고래로 내려오는 아주 단순한 해답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 하지 않던가. 그녀의 입가에 불길처럼 사납고 사악한 미소가 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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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어느 이름없는 폐허.

주기적으로 로도스와 리유니온의 마찰이 발생하는 곳이 되어버린 이곳에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갈등이 빚어지고 있었다.


대치 중이던 인원 선두에 서 있던 시즈는 흉흉한 적들의 기세를 정면에서 느꼈다. 그녀는 애병인 망치를 어깨에 걸치고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저 녀석들 오늘따라 이상한데?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걸까?"

"대장, 길게 생각할 필요 없어. 자신감이야 패다 보면 다 바닥나겠지 뭐."


인드라다운 대답이 돌아왔다. 시즈와 옆에 있던 지마, 그리고 몇몇 다른 대원들이 그 대답에 실소를 흘렸다.


"박사, 듣고 있지? 명령만 하면 바로 시작할게."


박사가 뭐라고 대답하는 사이, 리유니온의 대열에 변화가 일었다. 양쪽 끝에 장대가 달려 높게 솟은 깃발에는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외국어 시간에 졸았던 지마는 무덤덤했지만, 시즈를 포함해 용문어를 읽을 수 있는 대원들은 대부분 의문, 혼란, 그리고 부정의 3단계 변화를 겪었다.

시즈의 얼빠진 목소리는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기에 충분했다.


"저게 도대체 무슨 개수작이지?"


현장 대원들로서는 의도를 도무지 알 수가 없는 그 문장은 다음과 같았다:

'리유니온 일동은 시즈×지마 커플을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