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때문에 로도스에 머무르게 된 백금챠
처음에는 일이 끝나면 카시미어로 돌아가겠다고 생각했지 어차피 계약 때문에 억지로 온거니와, 누구도 자신한테 큰 기대를 걸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거든
그런데 막상 살다 보니까 여기만한 데가 없는거야


말이 플래티넘 랭크의 기사살해자지, 카시미어 내는 물론이고 이때까지 자신을 고용한 사람들 중 자기를 인정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거든
기껏해야 저격을 지원하는 서포트, 버림패, 혹은 작전에도 투입되지 못하고 멍하니 있다가 계약이 끝나기 일쑤였는데
그런데 로도스 수장이라는 놈은 어딘가 이상해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닐까, 작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걸까
자신을 전장에 투입시키면 항상 트러블이 있었는데
매번 고용주들이 자신의 실력에 실망하고는, 다시는 투입시키지 않았는데
이 미친 놈은 항상 작전에 자신을 데려갔어
오히려 그 동안 작전에 나가지 않아서 활이 느슨해진 백금챠가 긴장하고 다시 훈련을 시작할 정도로 작전에 투입돼
그리고 전장에서 복귀하면 항상 잘했다고 쓰다듬어주고 칭찬해줘 요구사항도 다 들어주고 두둑한 성과급도 들어와
야발 이게 파라다이스지
덕분에 백금이는 자기도 모르게 경계심이 풀어지고 독남충에 대해 애매한 감정이 들기 시작해

자신의 진가를 알아준 사람에 대한 존경심인가 아니면 순전히 이 사람에 대한 호감인가 그것은 알 수 없었지만 뭔가 특별한 감정이라는 건 부인할 수가 없어

어느덧 계약 기간이 끝났지만 백금챠는 독남충한테 찾아가서 한 가지 요청을 해

자신을 더 써달라고

이렇게 허무하게 카시미어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그 말을 들은 독남충은 피식 웃고 백금챠는 살짝 긴장하겠지

결국 이 사람도 다른 고용주들과 같은 부류였구나 그저 인적 자원이 부족해서 자신을 그렇게 굴린 거구나

그렇게 생각하니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독남충이 백금이한테 서류 하나를 줘

2차 진급 대상: 플래티넘

그 동안 일해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더 힘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결국 여태껏 속에 쌓인 눈물이 터지고 말아

그때야 깨달았지

이 사람이라고, 자신을 알아주고 아껴주는 유일한 사람이 내 눈 앞에 있다는 사실을.

그러다가 우연찮게 놀이공원 표 2개를 얻었는데 이걸 누구와 가야할까 고민하기 시작해
사실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은 있었지만, 그 사람에게 솔직하게 말할 수가 없었어
이때까지 그녀가 배운 거라곤, 자신의 여린 속내를 숨기고 날카로운 척 가면을 쓰는 거 뿐이었거든
그걸 떨쳐내기가 참 힘든 거지
점점 표를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한은 다가오고 백금은 어떻게 해야할지 조바심이 들기 시작하는데

백금이 평소에 독남충한테 마음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주변 대원들이 등을 밀어주고 간신히 용기를 내서 독남충한테 같이 놀러가자고 입을 여는 백금챠
의외로 쉽게 승낙이 떨어지고 주말의 오후, 햇살이 잔잔하게 내리쬐는 어느 도시의 작은 놀이 공원에서 참 좋은 시간을 보내게 돼
거의 입어보지 못한 크림색 박스티와 갈색 뷔스티에, 그리고 하늘하늘한 플리츠 스커트
백금과 친분이 있던 모든 대원들이 밤새 고민한 역작의 코디였고 독남충도 예쁘게 입었다는 말을 해주니 이제는 백금챠도 스스로 결정하게 돼
누군가 응원해서 입을 여는 게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의 용기를 가지고 선택한 첫 번째 고백을 이 사람에게 하고 싶다고
이제 놀이 공원이 폐관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고 백금챠는 독남충에게 대관람차를 함께 타자고 말해
그리고 대관람차는 출발을 하고 꼭대기에 도달할 즈음, 백금은 독남충에게 입을 열어
당신이 좋다고
나를 처음으로 인정해주고 아꼈으며, 쳇바퀴처럼 굴러가던 삶에서 나를 꺼내준 첫 사람이라고
만약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제발 눈을 감아달라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어 잔뜩 긴장해서 그런지 시간이 길게 늘어난다고 느낀 걸 수도 있지
독남충의 눈이 슬며시 감기고


백금차와 독남충은 로도스에 함께 돌아오게 돼

나갈 때는 애매한 거리감을 가졌지만

들어올 때는 깍지를 낀 채 상대의 온기를 느끼면서

그러던 중 독남충이 백금한테 넌지시 말하는데

이제 너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야

백금은 슬쩍 웃으면서 독남충의 옆구리를 쿡 찔러

플래티넘 랭크로도 모자라서 다른 모습을 보고 싶다니 귀여운 박사님이시네

그리고 잔뜩 얼굴을 붉힌 채로 독남충의 귓볼을 잡아당기며 귓속말을 해

자정에 내 방으로 와줘 기다릴게

귀여운 박사님


라는 내용의 백금 순애 글 누가 써주면 안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