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벨의 꿈
어느 늦은 밤, 해가 져 차가운 공기가 내려앉은 로도스, 창가 밖에는 구름 사이 달빛이 이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었다. 그라벨은 그 광경을 바라보다, 문득 과거를 떠올렸다. 그때도 이런 밤이었지, 하면서. 그다지 유쾌한 기억은 아니었으나, 어쩌면 지금의 자신이 있게 한 과거임이 틀림없었다.
과거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이 이러고 있으리라 생각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아직도 그녀는 자신이 꿈을 꾸는 것 같았다. 그라벨은 꿈이 아니란 걸 확인하기 위해, 문득 옆에 있는 박사에게 말을 걸었다.
“박사, 자?”
“……아니. …왜?”
“그냥. 해줄 이야기가 있어서.”
박사는 몸을 일으켰다. 이불이 내려가면서 박사의 나체가 보였다. 그라벨은 누워서 들어도 괜찮다고 했으나, 박사는 앉아서 듣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그라벨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며, 몸을 일으켰다. 그라벨은 박사의 어깨에 기댄 채, 말을 이었다.
“박사는 내 과거를 알아?”
“…얼추. 기사였다고 하지 않았어?”
“대강은 아는구나. 내가 노예였다는 것도?”
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하지만 그 이상은 몰라.”
“음… 그렇구나. 나는 유괴를 당했었어.”
“카시미어의 노예 사냥꾼한테?”
“응. 불운하고 흔한 일이었지.”
“말하기 힘든 이야길텐데, 괜찮아?”
“힘든 이야기인 건 맞지. 하지만 들어줬으면 좋겠어. 처음은 이렇게 시작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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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덜컹였다.
마을이 습격당하고, 사냥꾼에게 머리를 얻어맞은 이후로,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는 어두컴컴한 차량 안이었다.
덜컹거려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라벨은 시야가 어지럽고, 구역질이 났다. 그러다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봐, 너, 이제야 일어났구만.”
“너도 마을에서 사냥꾼에게 잡혀온 거 맞지?”
“…….”
그라벨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끄덕였다.
아버지는? 어머니는? 가족은 어떻게 되었을까? 마을은 어떻게 된 거지?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수많은 의문이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지워져나갔다.
쿠란타 남자는 다른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우리랑 저 친구도 같은 모양이야.”
남자가 말했다.
“우릴 어디로 데려가는 거죠?”
“…검투장이라더구만.”
“그게 무슨…… 전 농기구만 잡아봤지 무기 같은 건 잡아본 적도 없는데….”
“후… 낸들 알겠어. 거기, 자라크족. 너는 어디 마을 출신이야?”
상념에 빠져있던 그라벨은 자신을 부르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대답했다.
“…루벨스.”
그러나 아마, 이제는 없어졌을 마을.
“그 마을은 잘 모르겠네…. 나는 포드카파….”
“거기 둘! 조용히 해!”
앞쪽에 갑작스럽게 눈구멍이 열리더니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울리자 그라벨은 다시 머리를 움켜쥐었다. 사실, 육체는 어지럽지 않았다. 그러나 이 상황이, 지금 자신이 처해있는 이 상황 때문에, 너무나 혼란스러웠을 뿐이었다.
눈구멍이 닫히자 쿠란타 남자는 불평을 내놓았다.
“…빌어먹을 놈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안대가 씌워진 채로 셋은 알 수 없는 건물로 들어갔다.
안대 너머로는 불빛이 이리저리 흔들리고, 알 수 없는 고함소리와 쇠 부딪치는 소리가 가득했다. 안대가 풀리고 나서 본 광경은 살풍경 그 자체였다.
흥건한 핏물, 내장, 형체를 알 수 없는 시체. 피 냄새가 가득한 전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서 죽이라며 소리치는 사람, 환호하는 사람. 핏대를 가득 올리면서 고함을 지르는 사람…….
온통 어두컴컴한 바닥과 번쩍번쩍 빛나는 조명. 전체적인 분위기는 클럽과 비슷했지만, 즐기는 것이 음악이 아닌 살육인 것이 가장 큰 문제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그라벨은 멈춰섰다.
자신이 어떤 곳에 왔는지 실감하고 만 것이다.
“움직여!”
“악!”
순간 팔에 느껴진 날카로운 격통에 그라벨은 소스라치는 비명을 질렀다.
채찍질이었다.
그라벨은 울면서 계속해서 안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고함 소리로 주변이 웅웅거리는 가운데, 그라벨은 철창 앞에 도착했다.
그 너머는 전장이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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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입이 타네. 뭐라도 좀 마셔야겠어.”
“여기서 끊는다고? 뭐.. 그래. 알았어.”
그라벨은 모포를 두르고 일어나 커피 두 잔을 가져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를 들이키자 그라벨은 잠시 추위에 노출되었던 몸이 다시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음, 조금 낫네. 어디까지 말했더라?”
“검투장 들어갔다는 얘기까지 했지.”
그라벨은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음… 들어가서 배운 건 죽이는 기술이었어. 막고, 베고, 찌르고. 체력 훈련도 겸했고. 첫 출전에선 사람을 죽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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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라벨은 직감적으로 그나 자신이나 같은 처지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봐줄 수도 없는 법이다. 이전에 전투를 거부하던 사람은 다 늑대밥이 되었으니까. 이렇게 마음을 가다듬어도, 누군가를 쉽게 해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야수를 상대하는 것은 쉬워도, 사람은 어려웠다.
그라벨은 한 손에 메서, 다른 손에 방패를 쥔 채로 스테이지로 나아갔다. 1:1 구도였다.
문이 드르륵 닫히더니, 삐익- 하는 버저음이 울렸다. 경기 시작을 뜻하는 것이었다.
적은 롱소드. 검과 검이 맞부딪치면, 상대적으로 근력이 모자란 자신이 불리할 것이 뻔했다. 그라벨과 상대는 점점 가까워지면서 대치했다. 훈련한 대로라면, 간단한 일이었다. 막고 흘리고 벤다. 그러나 훈련과 실제는 많이 다른 법이었다. 다치는 순간, 결판이 나는 것이다.
“…!”
서로의 숨결이 들릴 만큼 가까워진 그 순간, 상대가 갑자기 롱소드를 내리 찍었다. 재빨리 방패로 막았으나, 충격이 너무 커 상반신의 균형을 잃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상대는 롱소드를 회수해 얕게 횡으로 그었다. 그라벨은 메서로 막으면서 방향을 꺾어내려 했으나 상대가 얕게 휘둘렀기에 검날을 쉽게 회수했다. 약간의 대치 후, 상대가 대각선으로 검을 휘둘러왔다. 행동을 유심히 보던 그라벨은 재빨리 몸을 숙이면서 방패로 검을 흘려냈다. 검이 대각선 진행 방향으로 과도하게 치우치자, 오른쪽이 비게 되었고, 그라벨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라벨은 메서로 오른쪽 다리를 베어냈다.
결착은 한 순간에 났다. 상대가 균형을 잃고 쓰러졌고, 그라벨은 상대가 막을 새도 없이 뒷목을 꿰뚫었다. 검을 빼내자 피가 튀었고, 검은 돌바닥은 부지불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와아아아아아!!!!!”
이후 관객들의 탄성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경기는 자라크 여검사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사회자의 경기 마감 소리가 들리고, 그라벨은 구역질을 참고 걸어 나갔다. 화장실에서 팔뚝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나서야,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것을 직감했다. 카시미어에선 죽고 죽이는 것이 어떻게 보면 흔한 일이었으나, 그라벨로서는 견디기 어려운 죄업이었다. 눈물과 오물을 개수대에 한참을 토해내고 나서, 시큼한 맛이 입안에 감돌 때 쯤, 그라벨은 자신이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섹스해 섹스!!!!악!!!!!!
2편에서 질펀하게 하니까 보고 와
잘쓴다 재밌게 봤오 - dc App
고마오 - dc App
않이 이런게 묻혔었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