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출근해야지
조심스럽게 이불 밀고 나와서 샤워 하고 나오면
말없이 그녀가 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졸린 목소리로 말을 하지
돌아선 그대로 뭔가 반찬통에 넣을 걸 썰면서
"물기 다 털고 나와."
그러면 너는 그 뒷모습을 그냥 바라보고 있는 거야
머리는 산발이 됐고 귀는 힘없이 누워있어서
너는 거기서 시간을 느낀다
젊어서 만나던 시절과 지금의 간격을
그땐 같은 곳에 살면서 그녀가 차린 밥을 먹는다는 게 신기하게만 느껴졌지
앞으로도 이런 아침이 수백, 수천 번 계속될 거라는 게 믿기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는 아무런 특별할 것이 없는 일이 된 거야
부스스한 채로 일어나서 아침밥을 만드는
너의 맞은편에 앉아서 말없이 밥술을 뜨는
지극히 평범한 그 모습에서 너는 사랑을 느낀다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영구불변할 보편성을 획득한 사랑을
너의 부모와 조상, 이웃과 형제들의 가정이 누려왔던 그 사랑이 여기 있음을 깨닫는다
"다녀와."
그리고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출근길에서
언제 여기까지 왔더라
너는 의문과 잔잔한 행복을 느끼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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