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pixiv.net/artworks/94176313
다시 태어나던 순간이 기억이 나요.
그런 기분이더군요
죽음이 날개를 펴고 나를 품는
허공에서 부드러운 망각이 나풀거리며 떨어졌어요.
그것이 내 이마를 만지고 간 뒤에는 도대체 '나'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없게 됐죠.
기억을 더듬어보지만 그곳에서는 생전의 묘한 기대감만이 선명하게 느껴졌어요.
*나는 죽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다시 태어나는 것뿐이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과거의 나에 대해 잊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저는 거대한 단절 속에서 망각의 피안으로 흘러가는 '나'의 그림자를 건너다볼 뿐이었죠.
그 후로 사람들은 그림자의 이름으로 저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위스퍼레인.
마치 그친 비의 속삭임처럼
'나'의 실체는 희미하고 형태가 없었어요.
저는 이름모를 과거의 친구들이 말하는 내 모습에 따라
현재의 나를 다시 쌓아갔어요.
그리고 '나'의 그림자를 다시 쫓아가는 나 자신을 생각하면서
과거의 '나'와 나 사이의 유대를 느꼈죠.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나는 다시 태어난 것일까
그리고 몇 번이나 '나'의 그림자를 쫓아온 것일까
앞으로도 몇 명이나 되는 내가 다시 태어나 나의 그림자를 쫓아 살아가게 될 것인가
앞으로 살아갈 나와, 지금껏 살아온 나들에게
애정과 슬픔을 느꼈어요.
누구보다 고독한 출생을 경험했을 테니까요.
분명히 모르는 세상에 버려진 기분이겠죠.
그러니 머지않아 제가 다시 태어나면
저를 잘 부탁드려요.
번거로우시겠지만, 다시 태어난 저와 또 한번 친구가 되어주세요.
…
그리고 혹시나,
모든 일이 끝나서 삶의 갈피를 하나 하나 짚어볼 수 있는 날이 오면
부디 나를 기억해줄래요?
이 불멸은 축복인가 저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