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빛 하나 없이, 가냘픈 초승달에 의지해 밤의 로도스 초소에 서본 적 있는가?


어디선가 불어오는 겨울바람의 소리, 박자를 조금씩 바꾸며 귓전에 울리는 기계 소음, 이따금 들리는 이름모를 새소리….




겨울 바다. 눈 앞에 펼쳐진 이름 모를 평야,

새벽 두 시의 로도스 상부 갑판 초소...




서로 다른 소리들이 어두운 수평선과 뒤섞이자, 어느덧 의식은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졸리신가요?"




꼬리가 웬만한 사람의 종아리보다 굵은 오퍼레이터 프라마닉스님의 정중한 목소리가 어둠을 가로질렀다.





"아닙니다!"





가슴팍에 달고 다니는 로도스 사원증.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 얄팍하기 그지없는 그것만큼이나 절박한 내 목소리.


망원경을 움켜쥔 방한장갑이 파르르 떨렸다.





"몸은 좀 괜찮아요?"




정비 시간 중 나를 끌고가 같이 운동을 했던 선임 오퍼레이터 분들.


가혹하기 그지없는 강제적 체력단련으로 온 몸은 근육통으로 가득했지만 내색할 수는 없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요."


"...."





정적을 깬 건 액체를 따르는 소리였다.


두 개의 컵에 향긋한 차를 따른 프라마닉스 님이 한 잔을 넘겼다.




"마셔요."


"괜찮습니다."


"사양하지 말고."




하얀 김이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것이 반쯤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을까. 프라마닉스 님은 입을 열었다.




"아까, 다른 오퍼레이터 분들이 어째서 그랬던 것 같아요?"


"제가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아서 그렇습니다."


"아니에요."


"제가 기합이 빠져보여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니구요."




다시 침묵이 이어졌다.


급한 고민 끝에 다시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 그녀가 입을 열었다.




"사랑...."


"죄송하지만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진부한 표현이지만, 다 사랑해서 하는 것이에요."




프라마닉스 님의 목소리에는 묘한 떨림이 있었다.




"가혹해보이기까지 한 체력단련을 하거나, 같이 끌고 다니거나 하는 선임 오퍼레이터 분들도, 다 당신을 사랑해서 하는 거예요. 로도스에서 가장 중요한 정신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전우애입니다!"


"맞아요.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든,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사람이든...모든 행동은 전부 작전에서 서로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전우에 대한 사랑에서 나오는 거예요. 누군가가 기합을 주거나 하는 것들도 모두 전우애라는 뜻이에요."




영하 20도의 칼바람이 부는 겨울밤이었지만 초소는 점점 더워지고 있었다.


아니, 그 순간 내 눈시울만큼은 박사님의 집무실 난로보다도 뜨거웠다.


선임 오퍼레이터 프라마닉스 님이 손가락으로 내 볼을 쓸어내리며 눈물을 닦았다. 그러고는 자신의 입으로 가져가 눈물을 쭉 빨았다.




"진한 전우애...앞으로 이 눈물을 기억하세요."




나는 눈물을 쏟아내고 있는 눈을 들어 그녀와 눈을 맞췄다.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던 프라마닉스 님은 갑작스럽게 고개를 숙여 내 입에 혀를 집어넣었다.


우리는 서로의 전우애를 끊임없이 탐닉하며 흡수했다.




"상처를 보여주세요. 온 몸의 근육에 새겨진 영광의 훈장을...."




그녀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나는 황급히 벨트를 풀고 바지를 벗었다.


그리고 허리를 숙여 프라마닉스 님이 잘 볼 수 있도록 내 엉덩이를 위로 치켜세웠다.


둔덕을 쓰다듬는 손길이 뜨거웠다.




"훌륭한 전우애에요. 역시 로도스의 일원이군요."



근육통이 가득한 몸 위로 겨울 바람이 할퀴어 지나갔다.




"추우실테니...전우애로 다시 데워드릴게요...."




프라마닉스 님은 바지를 벗어 자신의 몽둥이를 꺼냈다. 팔뚝만한 몽둥이였다.


순간적으로 치솟은 전우애에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몽둥이의 굵기가 두려웠지만 마음을 다잡고 두 손으로 양 둔덕을 벌려 전우애를 주입할 준비를 했다.




바람 소리와 파도 소리, 그리고 이름 모를 새소리 사이로 전우애가 만들어가는 거친 박자의 소리가 끼어들기 시작했다.




싸워서 이기고 지면은 죽어라 헤이빠빠리빠 헤이빠빠리빠!



내 허리는 기합과 감탄, 전우애, 그 모든 것들이 뒤엉켜 요동치고 있었다.


그녀의 리드는 점점 빨라지고, 우리의 전우애는 이윽고 거대한 바람소리마저 삼킬 듯했다.




따흐윽 따흐윽


부라보! 부라보! 로도스!





겨울 바람이 부는 로도스의 상부 갑판 초소 위에서 밤하늘을 본 적 있는가?


만약 당신 곁에 진정한 전우애를 지닌 사람이 없었다면, 당신은 아직 그 하늘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한 것이다.





아직도 근무를 서며 차를 마실 때면 생각이 난다.


그날 초소에 묻어둔 나와 진짜 오퍼레이터의 뜨거운 이야기가.













이 글을 해병문학에 바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