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이 책갈피로 소설책에 껴있다.


《기사의 숲》 21쪽.

“저를 기사대에 합류시켜주세요!”

“좀 더 자라면 오거라.”

“저번에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벌써 1년을 기다렸고, 석궁도 이제 익숙해져서 200미터 거리의 나무도 맞출 수 있어요!”

“알겠다, 만약 네가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 밖에서 글룸핀서 한 마리를 잡아오면 받아들여주마.”

대장은 소녀의 뜻을 꺾지 못하기에, 그녀를 난처하게 해서 물러나게 할 생각이었다. 뜻밖에 소녀는 잠시 생각하고, 의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몸을 돌려 석궁을 들고 마을 밖으로 달려갔다.

대장은 그저 적당히 말 했을 뿐인데, 어떻게 아이 한명이 글룸핀서 한마리를 상대하겠는가.  걱정하며 소녀의 뒤를 쫓으며, 그녀의 계획을 알고싶기도 하다. 소녀가 저격 지점을 찾고, 위장을 한 뒤, 세 발의 화살을 모두 글룸핀서의 급소에 명중시키는 것을 보고, 그는 생각을 바꿨다.

소녀가 거의 자신의 몸보다 큰 글룸핀서의 시체를 끌고 마을로 향하자, 대장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앞으로는 나와 함께하거라.”

소녀는 고개를 들고, 진흙 묻은 작은 얼굴로 미소지었다.


《기사의 숲》 53쪽.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소녀는 많이 성장했다. 우르수스군과의 많은 전투에도 참여해 여러 차례 뛰어난 공적을 세웠다. 기사대는 항상 바람과 같이 우르수스군을 쓰러트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며, 우르수스군을 공포에 떨게 했다. 기사대의 명성이 퍼지고, 변방 지역 사람들의 눈에 소녀는 전쟁 영웅으로 보였다.

“또 우리의 승리인데, 어째서 걱정하는 표정이십니까?” 소녀가 대장에게 물었다.

“겨울이 다가오고 물자는 부족하다. 우리가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겠나?”


《기사의 숲》 137쪽.

마침내 그 날이 왔다.

적군이 대거 침입하여 기사대는 평소처럼 우회 작전을 준비할 때, 우르수스의 포화가 정확히 그들을 향했고, 현격한 군사력의 격차에 기사대는 전혀 대항할 수 없었다......

“이건 있을 수 없어! 우르수스에게 기사대의 위치를 확보할 수단이 있는건 절대로 불가능해! 그게 아니면——”

소녀에게 생각할 여유는 없고, 적의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곳에서 죽는다면 모든 것의 의미가 없어진다.

“언젠가는 찾아내겠어, 그게 누구더라도——”

총알의 비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탈출한 소녀의 뒤에는 불길 속에 타오르는 고향이 있었다.


《기사의 숲》 201쪽.

이후의 페이지는 불탔고, 이 페이지에 껴있는 나뭇잎의 한 구석은 그을려 있다.


나뭇잎은 코팅되어 소녀의 전술 장비 상자에 담긴다. 장비를 챙길 때 마다 그녀는 상자 안의 나뭇잎을 다시 한번 본다.

이것은 어쩌면 그녀가 볼 수 있는 고향의 마지막 나뭇잎일지도 모른다.

이것은 진부한 전쟁의 이야기이다. 또 하나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파이어워치에게, 이 책은 ——지금은 이 나뭇잎만이 남았을지라도—— 다른 깊은 의미가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