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검진이 끝나고, 닥터 가비알은 또 나를 술자리에 데려가려고 하지만, 나는 다시 거절했다. 그녀를 싫어해서 그런 것이 아니다, 나는 그녀를 아주 좋게 생각한다. 나는 그저 성가신 일이 걱정된다.

시끄러운 환경, 알코올, 팔씨름, 그리고 반드시 나타나는 토미미라는 소녀...... 각각을 따로 보면 다들 괜찮고, 심지어 귀여운 것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한 데 섞이면 성가심 만이 남는다. 술집에서 밤을 새기보다는, 차라리 지금 내가 하듯이 혼자 갑판에서 과일 주스를 마시며 바람을 쐬는 편이 낫다.


과일 주스는 금방 바닥났다.

혼자 있는 것의 장점은 편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쉽게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나는 조율 세트가 들어있는 공구함을 열고 나의 “총기”를 정비하기 시작한다, 일종의 오락인 셈이다.

20초면 분해가 끝난다.

81초면 모든 부품의 더러운 곳이 청소된다.

15초면 조립이 끝난다.

만약 내 손에 있는게 진짜였다면 조율 세트의 물품들이 더 유용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것은 그저 특이한 모습의 석궁일 뿐이고, 특수 제작된 잉크탄만을 발사할 뿐, 오리지늄처럼 듣는 사람을 놀래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

어떤 물건은 적절한 대상에게만 쓸 수 있고, 그 외에 강제로 해서 좋을 것은 없다.


두 번째 주스를 가지러 갈지 생각하고 있을 때 몇 사람이 갑판에 올라왔는데, 발자국 소리 외에는 별다른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 사람들은 나와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갑판 한쪽에 멈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 역시 어비설 헌터즈들이었다.

그 셋을 보자마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린다. 박사한테는 이것을 한눈에 반했다고 표현했지만, 그건 당연히 농담이다. 내 짐작으로는, 사실 이런 비정상적인 생리적 반응은 대부분 내가 어렸을 때의 사건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묻지도 않고 깊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물으려 해도 질문이 나오지 않고, 생각을 해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떠올릴 수 없으니, 그저 자신의 걱정을 키울 뿐이다.

내 예감으로는, 그건 닥터 가비알 100명이 100곳의 술집에 데려가서 100일의 밤을 새게 만드는 것보다도 100배는 성가실 것이다.

그러니까 그 문제만은 내 일상에서 거리를 둔다. 나는 성가심의 소용돌이에 머리를 들이미는데는 흥미가 없다.

그런데 가끔—— 아주 가끔은.

눈을 감으면 한 사람이 보인다. 나에겐 전혀 기억이 없지만, 이 사람이 바로 그 성가심의 소용돌이의 중심이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닷물의 냄새가 나는 사람, 로브를 입은 이베리아인......

나는 일어나서 총기와 공구함을 챙기고, 오늘의 두 번째 주스를 가지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