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색의 외로운 늑대는 낙엽더미 안에 가장 편안한 자세로 엎드려있다.

어둠이 내려앉고 단풍이 흩날리며, 그녀의 눈에 띄는 붉은 외투도 손에 들고있는 검은 가방처럼 주위에 녹아든다.

그녀는 기다린다.

켈시는 오늘 밤 사냥감이 이곳을 지나갈 것이니 마음놓고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켈시의 말을 따른다, 그녀는 여기서 기다린다.


발걸음 소리.

장화가 낙엽을 밟는 소리.

고독한 늑대는 사냥감이 시야 반대편으로 움직일 때 까지 끈기있게 기다린다. 그리고 그녀는 유령처럼 그 사람의 등 뒤를 스쳐 지나가며, 손에서는 차가운 빛이 반짝인다.

다음 순간, 고독한 늑대의 모습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 사람은 경계하며 주변을 살피고 주머니를 확인한다, 손에 감촉이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계속 걸어가지만, 주머니에 들어있던 칩이 이미 바뀌었음을 알지 못한다.

그가 지금 만지고 있는 가짜조차도 몇 분 뒤에는 찢어진 틈으로 미끄러져 숲의 낙엽들 사이로 사라질 것이다.


다른 사람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고독한 늑대가 낙엽더미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진짜 사냥감인 그 칩은 고독한 늑대의 가방 속에 편안히 누워있다.

임무를 완료하고 고독한 늑대는 귀로에 오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다.

임무와는 이제 관계 없이, 그녀는 그저 황량한 분위기에 둘러싸여 시라쿠사의 황야를 떠올릴 뿐이다.


고독한 늑대는 홀로 길을 가며 지난 일을 생각한다.

황야에는 피가 가득했다. 외할머니는 그녀에게 황야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고, 곧바로 그녀를 황야의 한가운데 던져놓았다.

그녀는 걸어 나왔다.

그녀는 평생의 가능성을 끌어모아, 온몸이 피에 젖은 채로 마침내 황야를 빠져나왔다.

외할머니는 마음에 들어했다, 그러나 외할머니가 그녀에게 기대한 것은 그것 뿐이었다.


그녀가 황야를 떠나자, 그녀는 황야보다 훨씬 넓은 삶이라는 이름의 미궁에 부딪쳤다.

이 미궁을 가는 방법의 수는 대단히 많지만, 외할머니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삶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했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에겐 학습하고 시행착오를 겪을 기력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이 미궁을 가장 쉬운 방법으로 빠져나가고 싶었다——

만약 켈시가 없었다면, 그녀는 이미 떠났을 것이다.


켈시는 말했다, 가야 할 곳을 모르겠다면 그저 멈춰서서 앞길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괜찮은 일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고; 그 동안 그녀는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그녀는 켈시의 말을 따른다.

그녀는 잠시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이름의 교차점에 멈췄다, 먹을 것과 살 곳, 그리고 쓸 곳을 알지 못하는 급료를 받았다. 그녀는 작고 푹신푹신한 털 공도 하나 받았다, 가방 안에 넣어두면, 루포의 꼬리를 만질 수 없을 때, 공을 손에 쥐고 부드러운 털이 손가락을 스치는 촉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얼마나 이곳에서 머무를 것인가?

켈시는 말해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거대하고 혼자인 미궁에 적응할 수 없고, 황야는 더 이상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떠나야 할까?

그녀는 알 수 없다.


그녀의 손에 익은 단검은 그녀의 가방 깊은 곳에 누워있다, 작게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마치 울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