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 씨 근처에 있을 땐 항상 따뜻하고도 시원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습니다. 온화하면서도 어딘가 장난기 넘치는 면이 있고 늘상 그분 근처에 수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지는 않지만 저를 포함한 몇몇 그녀를 따르는 사람들은 그분과 대화하기를 대단히 즐기곤 합니다. 반면 조금 고집스러우신 면도 있습니다. 예컨대 그분께서 말하는 방식에 있어서나, 특히 그분의 활에 대해선 엄격하리만큼 자기 공간을 지키려 드십니다.
그분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모험에서부터 어느 지방 민담이나 역사 이야기까지, 예스러운 고전을 읽는 듯한 맛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카시미어의 영웅담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찌 그리 말을 잘 하실까요? 만약 입사하시지 않으셨다면 테라 전역을 돌아다니시면서 만담꾼이 되셨을 겁니다.
그런가 하면 가끔씩 울적하실 때도 있으십니다. 메테오씨께선 절대 티를 내지 않으려 하시고, 또 제법 연기도 잘 하시지만 저의 눈을 피하실 순 없습니다. 평소 워낙 근심이 없으신 편이라 아주 조금의 티도 크게 보이니까요. 어느 날 깜깜한 밤이었습니다. 새까만 하늘 위로 흰 점들이 듬성듬성 찍히고 또 노랗게 살짝 번져서 애상적이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메테오씨를 만난 곳은 갑판 위였습니다. 만났다기보단 제가 일방적으로 염탐하였다고 봐야겠지만요. 난간에 걸터앉아서 짜디짠 바닷바람을 맞고 계셨습니다. 그분의 얼굴을 보지는 못하였지만 분명 슬픈 얼굴을 하고 계셨을 겁니다. 슬픈 노래를 부르고 계셨거든요. 카시미어 어로 쓰여진 노래인지 저는 물론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메테오 씨 께선 노래를 꽤 잘 부르셨고 또 추억과 그리움과 연민스런 감정들이, 의도하신건지 풍부하게 담겨 있었습니다. 저는 하마터면 불쑥 찾아가 그분을 꼭 안아버릴 뻔 했다니까요.
그리고 그 다음날이면 흐르는 물에 말끔히 씻은 듯 제가 익히 알고 있던 메테오씨로 돌아왔습니다.
메테오씨는 술을 자주 하시진 않습니다. 적어도 제가 있는 앞에선 한 번도 하신 적이 없으십니다. 다만 이상야릇하고 뜨거운 눈빛을 쏘아 보내실 때가 많습니다. 어느 정도 적당한 거리에서 저를 그렇게 바라보시면 저는 무어라 소리쳐 따질 수도 없고 하물며 다가가서 왜 그러시냐고 강력히 따질 수도 없는데 그저 당하고 있자니 저도 속이 싱숭생숭해져 은근히 분한 것입니다. 다 알면서 웃으시다니, 참 얄궃으신 분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워낙 온화하시고 또 사람을 좋아하는 분이라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가끔씩은 싸움을 말리는 데에 있어 우유부단한 면도 있지만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허나 그런 싸움은 메테오씨의 존재감 만으로도 곧장 사그러들곤 하여 별 탈없이 넘어가는 편입니다.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못했다는 부분에서 은근히 마음앓이를 하시는 것을 보면 귀엽다는 생각도 들고 그러한 완벽하지 않은 모습이 정말로 마음에 듭니다. 이런, 제가 조금 심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처럼 그분께선 흘러가는 물처럼 부드러우면서 기복도 있고 유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습니다. 도저히 사랑받지 않을래야 그러기 힘든 분이십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아오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셨으면 좋겠을 바램입니다.
그러나 어느 날, 메테오씨의 평안한 마음에 깊게 패여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나 버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 불유쾌한 사건은 저 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단 한순간에 다가왔고 또 막을 수도 없었습니다. 마치 운명처럼 딱 달라붙어와서, 누굴 탓하거나 또 비난할 수가 없었습니다.
평소에 메테오씨를 잘 따르던 살카즈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마 어릴 때 부모님을 여위어 고아였댔나 하였을 겁니다.
그 아이는 참 귀여워서, 메테오씨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메테오씨보다 그 아이를 귀여워해준 사람은 또 없었습니다. 거의 항상 곁에 끼고 다니듯이 하여, 식사를 할 때나, 잠시 쉴 때나, 잠잘 때나 좌우간 그 둘은 늘상 함께였다는 겁니다.
그 이유야 굳이 말씀을 안 드려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메테오씨는 아이를 참 좋아하시고 그 또래의 아이들 역시 메테오씨를 잘 따르기 마련이었으니까요.
참 개구지고 촐랑거리는 아이였는데, 너무 촐싹거려서 혼내기라도 하면 메테오씨가 달려와서 감싸주곤 했었더랍니다.
말이 너무 새었습니다. 몇 달 전이었습니다. 우리 팀은 체르노보그 외곽 지역 탐사 임무를 받았습니다.
원래 그러면 안 되는 것이였지만, 그 아이가 떼를 그렇게도 부리는 바람에 데리고 갔더랍니다. 일하는 모습이 보고싶다고, 얌전히 있겠노라고 그렇게 사정을 했더랍니다. 저희 팀은 그렇게 뜯어말렸지만…
그리고 불행은 그렇게 시작되었답니다. 자고로 불행이란 닥쳐오기 전까진 그것이 불길한 것인지 이해하기가 힘들어서 불행이라 부른답니다.
저희 팀은 탐사를 하기 위해 작은 숲에 들어갔었고, 난데없는 기습 공격을 받았답니다. 하지만 저희는 전투 훈련을 잘 받아 놓은 참이었고, 특히 메테오 씨의 활약이 눈부셨답니다. 그분의 손끝을 떠난 화살은 곧이곧대로 괴한의 심장에 박혀들었고, 그렇게 별 사상자 없이 무리를 붙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란 겁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아이는 우리 팀의 대열에서 크게 벗어나 있었고 정말 최악이었던 점은 그 괴한들 중 하나가 아이의 목에다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서걱, 한 번에, 그렇게 어린 것의 목숨이 짓이겨져 버렸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충격적이고 괴로운 일입니다. 저희 중 하나의, 아니, 저희 모두의 태만, 오만, 방심이 무고한 아이의 목숨을 희생시켜버린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냉혹한 현실보다 더 무서웠던 것이 있었습니다. 메테오씨는 그 자리에 고정된 듯 딱 박혀서 한 찰나를 서 계셨습니다. 전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 짧은 순간에도 모든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메테오 씨의 얼굴 위를 회한, 노여움, 상상할 수 없을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비이상적 공포들이 훑고 지나갔더란 겁니다. 저는 그분과 함께 일하고 생활하면서 그분이 그렇게 썩은 표정을 하신 것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저는 당시 몹시 당황하였고 정신없기도 하여 그 괴한이 어떻게 살해당하였고, 또 그분께서 식은 아이를 붙들고 얼마나 울음을 터트렸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한 장면이라곤 제 머리 위를 올려다보니 굵은 눈이 소복하게 내렸고, 뾰족뾰족한 솔잎 위에서 쌓인 눈뭉치들이 제 얼굴 위로 떨어져서 차가웠었고, 그 하얘여야했던 숲들이 온통 피칠갑이 되었다라는 겁니다. 제 뇌가 그 이상은 기억하기 싫었다는 것이였겠지요. 제 인생에서도 정말 최악의 몇 시간이었습니다.
비탄에 빠진 하루가 지나고, 한 새벽녘쯤 될 때였을 것이였습니다. 그날따라 바닷바람이 차고 짜고 축축하게 느껴졌었더랍니다. 하늘은 뻑뻑한 먹구름 가득하여 온통 우중충하여서 청명한 달빛도 그 사이를 뚫고 오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선박 쪽에서 참으로 건조한 목소리로,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축축하고 구슬프고 듣는 저조차도 우울해지는 노랫소리가 들려오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즉시 뒤를 돌아 자리를 떠버렸습니다. 아예 도망치듯이 달린 것 같았습니다. 노랫소리가 참으로 매력적이었다만 더 이상 듣고 있자니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어서 그랬습니다. 이런 제가 이기적이라고 말씀하시렵니까?
그 순간을 다시 회상하노라면, 자극적인 빛깔이 제 눈앞에서 반복적으로 점멸하여 저의 시신경을 아프게 하고, 제 마음을 아프게 하고, 하여금 무한한 슬픔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는 겁니다. 그 뿐만 아니라 고통을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하시는 그분의 꼴을 보고있자니 온몸이 뾰족한 바늘에 찔리는 것마냥 따끔따끔거리다 참을 수 없게 저 또한 고통스러워지고 그러나 언젠간 잊을 것이라 생각하면 제 자신이 너무나도 미워지고 원망스러워져 버린다는 거에요.
아, 한참 시간이 지난 후이지만, 그 노래를 저도 조금 익혔답니다. 그러나 제가 가사를 여쭈어 볼 땐 안색이 그리 좋진 않으셨더란 겁니다. …이렇게 부르는 것이 맞는지 잘 모르겠네요. “작은 소녀가 부드럽고 밝은 달빛을 받으며 숲속에서 짐승을 쫓는다. 잊지 말고 앞으로 내달렸다. 용감하게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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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에서 보니까 너무 따닥따닥 붙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