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일몰을 보고 있다.

태고와는 다른 시간을 거치고 있다.

사실, 시간이란 장소다.

자유로운 사람만이 걸음을 멈출 수 있는 곳.



링: 흐욱......아...... 이 경치 좀 봐.

링: 해가 저물고 물이 길게 흐르며...... 눈이 내리고 달은 하늘에 머무네.

링: 지는 해가 구름을 태우니, 얼마나 아리따운가.

링: 이렇게 좋은 경치를 두고, 너희는 꼭 그렇게 흥 깨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니?


주오레: ......언제부터......


링: ......음, 너는 너희 아버지 젊은 시절이랑 많이 닮았다 얘, 근데......

링: 이 타오르는 구름 가득한 하늘을 봐, 넌 본 척도 안 하니?

링: 너는 이 세상을 살고 있지 않은 거야?


니엔: 그 석양찬미는 좀 나중에 하자.

니엔: 내가 어렵게 시를 끌고 언니를 찾아왔는데, 언니 시나 들으러 온 게 아니란 말이야.


시: ......


링: ......오랜만이야, 니엔, 시.

링: 그리고 이 분.


리: .....나?


니엔: 음? 너 리랑 아는 사이야?


링: 아니.

링: 그 전에......



리? ——


링: 이런 불량배같은 수단을 쓰다니, 품격을 좀 잃어버린 거 아니야?


리? ......널 속일 순 없군.

리? 하지만 네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으리라곤 생각도 못 했어.


링: 너는 네가 누구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알고 있어?


리? ......나도 널 속일 생각은 전혀 없었어.

리? 다시 말하지만, 그는 백일몽을 꾸었으니, 그가 나라는 꿈을 꾸었을 뿐이야.

리? 이 기술은 다른 게 아닌, 내가 네게 배운 기술이잖아?


링: 내가 눈을 떠도 여전히 나, 나비의 꿈은 여전히 나비지.

링: 그러나 잠에서 깨어났으니, 그가 될 수 있겠어?


리? 누가 알겠어.


링: 이건 네가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냐.


리: 그럴 리 없다. 링.


링: 네가 정말 재능이 있었다면, 큰 오빠한테 행패를 부리고, 평범한 사람들을 괴롭히고, 뭘 하는 거야.


리? 길이 다르다면 서로 꾀하지 않는 법.


링: 음? 그럼 너와 나는 같은 길을 가고 있어? 왜 나는 그걸 몰랐을까?


리? 잔을 들면서 즐거워 하는 게 눈에 선한데, 너는 오히려 무자비하구나.

리? 하긴 결국 너는 버렸으니 말이다...... 내가 선물한 그 술잔.


링: ......그럴 리가. 다만 달의 노래에 홀려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 뿐.

링: 실망한 건 나야. 알고 보니 그때부터 너는 일찌감치...... 한 아들을 뒀더라.


리? 후......하하......


링: 뭐가 웃겨?


리? 나는 니엔의 주제넘음에 웃는다, 나는 시의 겁 많음과 무능함에 웃는다, 

        나는 네가 일을 내버려 둔 것에 웃는다, 나 자신에 웃는다. 아니면 이런 나를 알기에.


링: .....너......

링: 너 정말 뺏어서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늘이 다시 맑아진다)


링: ......


리: 엉? 나 왜? 왜 다들 날 보고 있어?


링: 아니, 그저 지루한 농간을 간파했을 뿐.

링: 너희는 뭘 하려고 날 찾아온 거야?


니엔: 그냥 링 언니 면회 차 온 건 안되나?


시: ......너, 잠들었어?


링: 응?


시: 내가 물어보잖아, 잠들었던 거야?

시: 너는 왜——


링: ......취하면 자잖아.

링: 왜?


시: ......


니엔: ......


시: 너 그건 어떻게 한 거야?


링: 나한테 갑자기 어떻게 했냐 물어본들...... 아, 알겠다.

링: ...... 너 잠이 안 오는구나, 불쌍한 동생.

링: 악몽을 꾸는 게 무서워서?


시: ......그것도 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링: .....음.....우리 여러 해 동안 못 만났잖아.

링: 이런 일로 고민하고 있었구나, 너의 그림은? 네 그림은 꿈을 담을 수 없어?

링: 아니......그래, 그림, 마침내 그림이 모두 가짜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한 거야?



시: 너......

시: ......! 야, 내 그림 함부로 건드리지 마!


니엔: 산 아래의 일반인들도 네가 그 세계에 끌고 들어갔었지.


링: 뭐야......졸산고수(보잘 것 없는 산, 말라버린 물), 마음이 사그라드는 것 같아.

링: 재미없어.


묵량: 끄아......?


링: 그래도 이 작고 귀여운 낙서들은 여전히 재미있네.

링: 얘들 뭐 먹여줘야 하니?


니엔: 언니는 우리가 뭘 하러 온 건지 알아야 해.


링: ......니엔.

링: 네 생각엔, 우리는 결국 어디로 가고 있는 거니?


시: ......


니엔: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난 따로 생각해둔 거 없다고.

니엔: ......그래도, 아직 잘 모르겠어.


링: 모르는구나......음......모른다.

링: 최선의 답은 아니지.


-------(다시 정자로 돌아온다)-----------


링: 시, 아까 그 그림은 다 죽은 것들이었으니 제자리걸음 할 뻔 했구나, 그런 건 이제 그만두렴.


시: ......언니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야.


링: 너희 모두에게 한 글자씩 이름을 지어준 그녀가 너희에게 어떤 기대를 가졌는지 잊지 말렴.


시: ......오래 전 일일 뿐이야.


주오레: 당신들 방금......


링: 아무 것도 아니야, 덧없는 인생 그저 잠시 빌렸을 뿐, 세상을 이리저리 떠돌 뿐이야.

링: 태부가 나에게 전해줄 게 있을텐데, 그렇지.


주오레: ......이건 그냥 일이 아닙니다. 당신들은 그 손편지를 보았으니, 한 번은 순순히 시 수이타이에 가야 합니다.

(손편지라고 번역하긴 했는데 윗사람이 친히 아랫사람에게 내리는 지령서, 같은 의미도 가지고 있더라)


링: 그를 찾으려고, 그걸 찾아 봐...... 구린 바둑바구니를.


주오레: ......좋습니다.

주오레: 받으세요.


링: 오? 편지 한 통?

링: 네가 말하는 그 태부의 손편지 말인데...... 아니다.

링: 이 필적은...... 그 사람......

링: 태부는 진지한 신중한 사람이야, 그는 절대 초서(한자 쓰는 법인 듯)로 이런 명령서를 작성할 리가 없어...... 그가 너한테 뭔가 말 해준 건 없니?


주오레: 저는 그저 편지를 전하는 일만 맡았습니다.


링: 황실에서 온 편지라...... 오랜만이네.

링: ......하하.


니엔: 우리에게 썼다고? 인간이 언제부터 이렇게 담력을 가지고 있었을까? 난 젠롱(真龙, 진룡)과 그 주변 몇 명만 담력이 충분한 줄 알았는데.


링: 그럼 내용을 볼까.


니엔: 음?


일은 세 가지이다.


(번개가 치며 하늘이 어두워진다.)

니엔: ......!


링: ......일은 세 가지라.


니엔: 그렇구나, 확실히 '세 가지 밖에 없다'고 할 수 있지.


시: 글로 적은게 예언이 된다......? 그 태부노인이 과장해서 썼을 리는 없잖아!


니엔: 이 글씨는 보아하니 사람 이름인 것 같은데, 그녀는 이미...... 혹시 다른 사람이 모사한 건가? 그런데 왜 태부의 '손편지'지?


링: ......그 구린 바둑바구니. 보아하니 요 몇 년 동안 그는 꽤 많은 걸 '배운' 것 같네.

링: 원래는 그가 독단적으로 행동한다면, 당연히 대염의 화를 불러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이 손편지도 그의 한 수 였을까? 

    태부는 왜 구태여 그에게 편지를 보냈을까.


시: 야......!


링: 아니면...... 태부가 백돌을 잡은건가?


시: 야! 중얼거리지 마!





세 사람은 말이 없다.

오랜 시간 존재했던 그녀들도 잠시 말을 잃었다.

바람은 옛적부터 불어왔는데, 이 때는 이미 이 순간이 아니었다.


시: ......그, 그건......

시: 부, 불가능해......그가 이런 일까지 할 수 있을 리가......


니엔: 나한테 묻지 마......

니엔: 그냥...... 그냥 그림자일 뿐인데...... 그렇게 노려봐지는 건 싫구만.


링: .......


니엔: 시야, 너 겁나냐?


시: ......넌 아이디어가 많잖아? 방법을 생각해 봐.


니엔: 어이, 링 언니.

니엔: 우리는 함께 해야 해—— 어, 뭐 하는거야?


링: 갑자기 생각났는데, 지난번에 술에 꼴기 전에 여기 술 두 주전자를 넣어뒀는데...... 있다 있다.

링: ......호송주? 음...... 냄새는 나쁘지 않네.


시: 넌 오히려 좀 긴장해, 뭐 방법 없어!?


링: 방법? 무슨 방법?


시: 저거에 대처하는 방법——


링: ——자신을 다루는 방법을, 내가 알려줘야 해?


시: 나는......


니엔: ......너 이번에도, 그냥 보고만 있을 작정이야?


링: 그럴 리가.

링: ......우리가 다시 만났잖아.

링: 그럼 이번엔, 내가 널 꿈 꾼 걸까, 아니면 네가 날 꿈 꾼 걸까?


"세의 형상" ......


링은 꼬리로 제사용 미주를 반 쯤 말아 그 장본인인 양 술잔에 술을 들이부은 뒤

하늘을 향해 치켜들었다.


링: 술 마셔?



리? 아니.

리? 나머지 분들도, 한 명씩 자리에 앉으시지.


리: ......! 무슨 일이지?

리: 여긴 어디야?


크루스:  이 느낌은 시 양의 그림 속 같은데.


주오레: 그래서......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두운 밤이 장막처럼 펼쳐진다.

한 사람의 그림자가 방 안에 단정히 앉아있다.

그의 뒤에는 반 폭의 서화가 걸려있다.

《천원지방》


리? 몇 분은 일이 없으시면......

리? 내 손과 한 판씩 이야기를 해주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