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테오는 성실하다.
오늘도 잡힌 일정보다 일찍 나와 업무를 준비한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늘 그랬듯이 웃으며 인사했으나, 사무 담당자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메테오 씨, 일정 바뀌었다고 메시지 보냈는뎨요...."

“네? 언제?......”

메테오가 놀라 눈만 꿈벅거리다 주머니에서 단말기를 꺼냈다.
이리저리 만져보았으나 화면은 여전히 새까맣다.

“어? 어어... 왜 이러지?”

1분이 지나서야 끝내 화면을 켠 메테오는 잠금 화면이라는 두 번째 난관에 봉착했다.

“...... 뭐더라?”

또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려는 메테오를 막은 건 눈앞의 사무 담당자였다.

“...이리 주세요.”

“아......”

메테오는 능숙하게 패턴을 그려 잠금을 풀어내는 사무 담당자를 보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았으나, 그는 조금 지친 표정으로 그녀의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거 초기 패턴이잖아요. 로도스 아일랜드의 첫 글자를 따서 'r'이요.”

“아... 그랬었죠.”

뒤늦게 머릿속에서 어렴풋이 초기 비밀번호에 대해 기억난 메테오는 머리를 긁적였다.
슬쩍 쳐다본 사무 담당자는 사무직 특유의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호선을 그린 입과는 달리 눈은 여전히 지쳐 보였다.

“저번에 재앙이 일어났던 마을 지원 사업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요. ”

“그건 다행이네요.”

사무 담당자는 메테오의 손에 힘없이 잡힌 단말기를 보며 영혼 없이 말했다.

“쓰기 어렵죠?”

“네? 아... 조금 어렵네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하하.”

“생각해보니 메테오 씨처럼 기계치인 사람도 있을 텐데 이에 대한 어떤 피드백이 없던 것 같네요.”

기계치.
그 단어 하나에 메테오는 괜히 뜨끔해져 고개를 조금 숙였다.

“제가 한 번 자리를 마련해볼게요. 앞으로도 계속 써야 하는데 익숙해지셔야죠.”

적자생존.
짐승은 살아남기 위해 환경에 잘 적응하도록 변화한다.

“네, 고마워요.”

사무실을 빠져나온 메테오는 한숨을 푹 쉬며 손 안의 단말기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이틀 후, 로도스 아일랜드에 기계치를 위한 스마트 기기 스터디가 개설되었다.
기기를 잘 다루는 청년층이 멘토, 잘 다루지 못하는 장년층이 멘티가 되어 1:1로 과외를 받는 형식이었다.

“안녕하세요? 메테오 아주머니.”

메테오의 멘토는 오퍼레이터들의 사이에서 평이 아주 좋은 스즈란이라고 하는 불포 소녀였다.
예의 바른 인사에 그녀의 아홉 개의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렸다.

“스즈란 양, 잘 부탁해.”

메테오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자 스즈란이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단말기를 쓰는 건 전혀 어렵지 않아. 아직도 쓰지 못하는 건 마음의 문제가 크다고. 애들한테 부탁하면 되겠지. 누가 해주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 이게 자신의 발전을 좀먹는 거야.”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오리엔테이션이 시작되었으나.

“뭐든 받아들일 준비를 하라고! 나를 봐! 너희들보다 나이가 많아도 잘 다루잖아! 자, 받아들일 준비되었나? 그럼 그전에 앞서... 간단하게 혈액 샘플을...”

“오퍼레이터 와파린은 지금 즉시 나를 따라오도록. 수업은 끝났으니 모두들 가도 좋다.”

와파린의 폭주로 조기종료되었다.

“언제가 좋을까?”

“편하신 시간에 불러주세요.”

어린 나이에 감염되었음에도 밝은 스즈란을 보며, 자신이 구출한 아이, 지아나를 떠올린 메테오가 미소 지었다.

“나는 시간이 많아서 스즈란 양에게 맞추고 싶네.”

“그럼 오후 3시는 어때요?”

“좋아.”

메테오는 교재로 준 단말기 사용 설명서를 정독하고 만져보았으나, 어째서인지 켜지지 않는 단말기에 한숨을 쉬고는 책상에 도로 올려놓았다.




“아! 배터리가 없네요.”

“배터리?”

“네! 보세요. 텅 비어있잖아요.”

스즈란이 전원 버튼을 누르자 화면에 배터리가 없으니 충전해달라는 그림이 나타났다.
설명서를 읽고도 해맨 자신과 달리 교재 하나 보지 않고 손쉽게 턱턱 해내는 스즈란을 보며 메테오는 할 말을 잃었다.

“조금만 충전하면 다시 켜지니까 그동안 궁금한 거 있을까요?”

“전원 버튼이 자꾸 헷갈리는데 어디 있는지 아니?”

“네?? 오른쪽에 있는 버튼이 전원인데요... 하나밖에 없는 거요.”

“아아.”

메테오가 깨달음을 얻을 때, 스즈란은 문화 충격을 얻었다.
황급히 사용 설명서를 펼친 스즈란은 제일 앞 페이지에 있는 단말기 구조를 메테오에게 보여주었다.

“여기에도 나와있어요. 왼쪽이 볼륨 버튼, 오른쪽이 전원 버튼이요.”

“그게... 이런 건 보면 머리가 어지러워서......”

“네??”

화들짝 놀라는 스즈란에 머쓱해진 메테오는 펜으로 전원 버튼에 별표를 해놓고 싱긋 웃어 보였다.

“별... 아, 중요하죠...”

누구에게나 상냥해 빛이라 불리는 소녀는 메테오의 앞에서는 총기를 잃은 듯 보였다.
그러나 빠르게 회복되었는지 고개를 도리도리 저은 후, 주먹을 불끈 쥐었다.

“괜찮아요! 처음엔 다 그렇죠. 앞으로 알아가면 되는 거예요!”

“으응... 그렇지.”

“오늘은 메시지를 읽는 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끝나고 제가 두어 차례 메시지를 보내면 읽으셔야 해요.”

반드시 다짐을 받겠다는 굳은 표정에 메테오의 고개는 절로 끄덕여졌다.
그날부터 스즈란의 스파르타 교육이 시작되었다.




“메테오 아주머니, 답이 30초 늦었어요.”

“으응...”




“메테오 아주머니, 다른 사람한테 답장했잖아요.”

“으응...”




“메테오 아주머니.”

“으응...”




“...아주머니.”

“...”




그들의 수업을 본 오퍼레이터들은 메테오를 졸졸 따라다니며 가르치는 스즈란의 열정적인 모습에 한 번, 단말기에 점차 능숙해지는 메테오에 두 번 놀랐다.
스즈란식 스파르타 교육은 많은 오퍼레이터에게 귀감이 되었다.
느와르 코르네가 이를 본받아 레인저의 단말기 교육을 하려 했으나, 바둑을 두는 것 외에는 레인저의 비늘조차 보이지 않는 탓에 실패했다는 풍문도 있었다.




한 달 후,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실.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

익숙한 목소리에 사무 담당자는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메테오 씨, 일정 바뀌었는데...”

“아, 알아요.”

그 말에 사무 담당자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고개를 돌리자 다크써클이 턱까지 내려온 초췌한 몰골의 메테오가 눈에 들어왔다.

“메, 메테오 씨? 어디 아프신가요?? 의, 의료부를...!”

“아니, 멀쩡해요.”

“일정이 바뀐 걸 알면 쉬지 그랬어요.”

사무 담당자의 말에 메테오는 흐리멍덩한 얼굴로 손때가 많이 타 너덜너덜해진 단말기 사용 설명서를 건넸다.

“...이건?”

“아... 제가 공부한 교재인데 다른 사람들한테도 필요할 것 같아서요.”

“아...... 그렇네요.”

“고맙다고 인사도 하고 싶었고요. 덕분에 이거 잘 쓰거든요.”

단말기를 보이며 일어선 메테오는 짧은 진동음에 화들짝 놀라더니 빠른 속도로 답장을 보냈다.
사무 담당자는 그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다 어딘가 겁에 질린듯한 메테오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 메테오 씨. 무슨 일 있나요?”

“네? 아뇨! 피곤해서 그런가 봐요.”

“아, 그럼 들어가서 푹 쉬세요.”

“네.”

사무실을 나온 메테오는 또다시 울리는 진동음에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는 손으로 답장을 보내었다.

‘늦었네요. 메테오 아주머니.’

메테오는 공포감에 휩싸여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 계속 서 있으세요. 메테오 아.주.머.니?”

“!?”

스즈란은 햇살처럼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메테오의 손을 잡아끌었다.

“스즈란 양, 이제 쓸 수 있어서 수업 그만해도 되는데...”

“무슨 소리예요? 이번에 단말기 업데이트하면서 새 기능이 추가되었는데 로도스 오퍼레이터는 무조건 알아야 한대요.”

절망의 그림자가 메테오를 덮쳤고, 힘없는 발걸음만이 텅 빈 복도를 채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