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여성: 수지, 정말 가기로 마음먹은거니? 


수지: 네, 엄마... 모두에게 폐만 끼치네요... 


지친 여성: 안됀다, 수지. 들어보렴... 새로운 일을 찾고 있단다. 약품 관련된 일이야, 다른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 


수지: 이러지 마세요... 더 이상 폐만 끼칠수는 없어요. 동생들은 아직 학교도 가야하고, 오빠도 건강하잖아요. 


지친 여성: 내가 너를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도시에 홀로 둘 수 있겠니! 


수지: 걱정 마세요. 제가 이미 확인해봤는데, 급여의 일부가 약으로 대체된다고 하네요. 


지친 여성: 미안하다...미안해...수지...미안해... 


수지: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ㅡㅡㅡㅡㅡ 



1097년 11월 18일 9:20 A.M. 


때때로 가족 꿈을 꾼다. 


나는 빅토리아의 북쪽 경계에 있는 작은 도시 보센데일에서 태어났다. 


어린시절, 아버지가 살아 계시던 때에, 종종 가족이 나들이를 가곤 했다. 


셰인산의 능선에서는 광활한 카시미어의 평원이 보였다. 


5년동안 집에 돌아간적 없지만, 어머니는 아직도 내게 편지를 보내신다. 


내가 떠나고 나서 가족의 재정상황은 나아졌다. 가족들의 수입으로는 감염자로 인한 추가 비용을 부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이 살아있고 건강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ㅡㅡㅡㅡㅡ 


수지: 어서오세요! 



퀘르쿠스: 나야! 


수지: 아! 점장님! 


퀘르쿠스: 꼬마 수지~ 


퀘르쿠스: 부비부비 좀 해보자! 


수지: 하하하, 가려워요 점장님! 


퀘르쿠스: 다시 점장님이라 부르네? 우리 사이가 그정돈가? 


수지: 하하하...퀘르쿠스씨... 


퀘르쿠스: 으흠? 


수지: 퀘르쿠스 언니... 


퀘르쿠스: 좋아! 


ㅡㅡㅡㅡㅡ 


퀘르쿠스 언니는 이 작은 가게의 점장님이다. 


지금은 모두가 이 가게를 술집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이 가게는 퀘르쿠스 언니의 화초와 등불공예 가게다. 


많은 사람들이 감염자촌에 이런 가게를 여는 이유를 궁금해한다. 


퀘르쿠스: 글쎄, 왜 그럴까? 


퀘르쿠스: 그냥 내가 좋아하는거라 그래. 


생각해보면, 퀘르쿠스 언니는 칼라돈 시티에 자주 계시지 않는다. 


가게를 연다는 것은 퀘르쿠스 언니에게 그저 즐겁기만 한 일 같고, 그것이 정말로 ‘좋아하는거라’ 가능한 일이다. 그녀는 메신저고, 일년 내내 황무지에서 바쁘게 지낸다. 사람들은 그녀를 ‘고도딘(Gododdin)의 드루이드’ 라 부른다. 


그건 그렇고, 퀘르쿠스 언니의 오리지늄 아츠는 굉장히 독특하고, 상점에 이상한 식물도 자주 키웁니다. 가게에서 파는 술들도 퀘르쿠스 언니가 직접 양조하신다. 


내 지팡이와 부표도 퀘르쿠스 언니가 주었다. 이게 내 오리지늄 아츠를 제어하는데 도움이 될거라고 하셨다. 


ㅡㅡㅡㅡㅡ 


수지: 이번엔 무슨일로 돌아오신건가요?  


퀘르쿠스: 이유가 없으면 돌아오면 안되는건가? 


수지: 하하하... 


퀘르쿠스: 돌아와서 볼일이 좀 있거든, 벌써 잊은건가? 곧 연말이잖아! 


수지: 아 그렇죠... 


ㅡㅡㅡㅡㅡ 


올해는 내게 중요한 한해다. 


몇년동안 이 작은 가게를 사기 위해 저축을 했다. 


칼라돈에서 자립을 하기 위해선 나만의 가게가 필요하다. 


퀘르쿠스 언니는 이 가게를 볼 시간이 없다며 가게를 옮길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ㅡㅡㅡㅡㅡ 


퀘르쿠스: 그래서 정말 그렇게 많은 돈을 저축한거야? 아주 대단해, 수지! 


수지: 그런데 퀘르쿠스 언니... 이거 정말 괜찮으신가요? 가격이 너무 싼것 같은데... 


퀘르쿠스: 몇번째 물어보는거니, 잘 안 믿어지나? 


수지: 아네요...어떻게 그럴수 있겠어요. 퀘르쿠스 언니를 믿어요. 


퀘르쿠스: 다음주에 약속을 잡을게. 집주인과 잡담좀 하면 돼. 믿을수 있는 사람이야. 


수지: 다음주... 


ㅡㅡㅡㅡㅡ 


1097년 11월 18일 9:56 P.M. 


수지: 자, 몽베란트양. 차 드릴게요. 



스카이파이어: 감사합니다. 


 


에텔프레이 줄리엣 몽베란트 양, 몽베란트 양이라 부르는 이 여성은 가게의 단골이다. 


몽베란트양은 감염자 문제에 대해 시 의회에 여러 솔루션을 제공하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전문가중 하나다. 


비터루트 씨처럼 이곳의 손님들도 그녀와 친해졌습니다. 


몽베란트 가문은 이름있는 가문이고, 요새는 몽베란트 가문의 맏이가 감염자촌에서 차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퀘르쿠스: 표정을 보니, 우리 귀족아씨께서 꽤 화가 난것같네? 


 


몽베란트 양은 입꼬리를 씰룩이며 차를 한모금 마셨다. 


 


스카이파이어: 이게 믿어져요? 이게 믿어지냐고요! 


스카이파이어: 여기다가 보름을 쏟아부었어요! 그런데 읽은게 한 페이지라고요! 


스카이파이어: 한페이지! 


스카이파이어: 근시안적인것도 정도가 있지! 발등에 불이 떨어질정도로 급한 문제를! 정말로 이런걸 신경도 쓰지 않는건가요? 


퀘르쿠스: 아직은 따듯한가보지. 그래서 신경도 안쓰는걸테고. 


스카이파이어: 이대로 가면 모조리 타버릴거에요. 


스카이파이어: 고도딘의 리유니온 폭동이 이 머저리들을 깨우지 못한걸까요? 


퀘르쿠스: 고도딘의 리유니온은 2년 전에 제압되었으니, 이 귀족들한테는 문제도 아니지. 


스카이파이어: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요! 문제의 핵심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요! 리유니온은 단순한 조폭이나 깔패가 아닌데... 


감염자 아시: 좀 더워진거 같지 않아? 


노동자 짐: 음...확실히. 


퀘르쿠스: 또 시작이네. 가게는 태워먹지 말자고. 


스카이파이어: 아...잊어주세요. 


수지: 하하하. 몽베란트양, 진정하세요. 


수지: 쉬고 계실때는 화내지 마세요. 


수지: 여기, 이거 드셔보세요. 


스카이파이어: 이건...사탕? 


수지: 네, 퀘르쿠스 언니가 직접 만든 바닐라 민트에요. 화가 날때 하나씩 드셔보세요. 


스카이파이어: 아...감사합니다. 


스카이파이어: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시에스타에서 쉬고 있었는데, 조금 그리워지네요. 


수지: 수고하셨어요, 몽베란트양. 


스카이파이어: 다행히도 여러분은 제 불평을 들어주시네요. 


수지: 로도스 아일랜드에는 그럴 사람이 없나요? 


스카이파이어: 다들 열심히 하는데다가...직장에서 투덜대는거는 좋지 않으니까... 


노동자 짐: 괜찮아, 우린 그런건 신경도 안쓰니까. 잊어버려 몽베란트 양. 


퀘르쿠스: 그럼 그 귀족들이 내린 결론은 뭐지? 


스카이파이어: 회의 중간에 도시전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어요. 


퀘르쿠스: "도시 지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 "감염자 커뮤니티에 갱단이 숨어있다" 같은 건가? 


감염자 비엔: 그리고 그 모든것이 감염자들에 탓이다? 


스카이파이어: 네, 이런 음모론을 누가 맨날 끝도 없이 퍼트리는지 모르겠어요. 


스카이파이어: 결국엔 아무 의미없는 짓거리가 되었네요. 


노동자 짐: 그런데 아직 감염자촌을 지지하는 귀족은 있는건가? 


감염자 비엔: 감염자촌이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고, 몇몇 귀족놈들은 지갑도 꽤나 불렸잖아. 그런놈들은 감염자촌을 긍정적으로 보겠지. 실제로 이익이 있으니까. 


퀘르쿠스: 그리고 감염자촌은 감염자만의 문제인것도 아니지, 여기서 일하는 비감염자도 꽤 많잖아? 


노동자 짐: 그래, 나같은 사람도 있다고. 


스카이파이어: 네...진실도 진실 나름이죠. 오늘 여기서 더 해봤자 바뀌는것도 없으니, 먼저 돌아가볼게요. 


퀘르쿠스: 가는길 조심하고. 


감염자 비엔: 그런데 말이야... 


감염자 비엔: 짐 아저씨는 왜 감염자촌에 와서 일하는거야? 이상하게 들릴진 몰라도, 감염자랑 일하는게 안전한거는 아니잖아. 


노동자 짐: 위험...음... 


노동자 짐: 솔직히, 위험은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가족을 부양하는 문제가 우선이야. 


노동자 짐: 최악의 상황에 내가 광석병에 걸리더라도 아무일도 안하고 있는 상태보다는 나아. 


노동자 짐: 집에 아이가 둘에다가 좋은밥도 못먹으면서 아내는 목도리 장사를 하고 있어. 


노동자 짐: 어머니의 천식때문에 돈은 달마다 나가고 아버지는 뼈가 안좋아서 달리지도 못해. 


노동자 짐: 다른 직업을 구하는게 아니면 방법이 없어. 


감염자 비엔: ...하, 나보다 힘들어 보이네. 


감염자 아시: …… 


감염자 비엔: 아시, 오늘 왜이렇게 조용해? 응? 


감염자 아시: 아...짐 아저씨 애는 몇살이야? 


노동자 짐: 하나는 여덟 살, 다른 하나는 열두 살, 그런데 왜? 


감염자 아시: 아니...아무것도...난 그냥... 


감염자 비엔: 우리끼리 숨길게 뭐가 있다고, 말해봐. 


수지: 아시 오빠, 뭐 문제라도 있는거야? 


감염자 아시: ...문제...으음. 


감염자 아시: 그...아내가 딸을 데리고 만나러 온다고 해서... 


감염자 비엔: 딸? 딸이 있다고!? 


수지: 뭐? 아시 오빠 이미 결혼한거야? 


감염자 아시: 뭐, 뭐! 내가 결혼하는게 이상한거야? 


감염자 비엔: 아니, 그게 아니라. 감염자의 자식이면... 


감염자 아시: 아, 걱정마. 나만 광석병에 걸렸지 아내랑 따른 건강해. 


감염자 비엔: 그럼 좋은 일이네! 왜 그리 표정이 안 좋아? 


노동자 짐: 그래, 광석병에 걸려도 남편을 버리지 않다니. 정말 멋진 여자네! 


감염자 아시: 아니, 내 꼴이 이런데. 어떻게 아내 얼굴을 보냐. 


수지: 아무 문제없어요! 


감염자 비엔: 그래, 왜 그렇게 비관적이야? 


퀘르쿠스: 그래도 이렇게 그래도 가는건 확실히 좋지는 않지. 


퀘르쿠스: 적어도 머리는 깎는게 어떨까? 그렇게 산발인건 좀 별로인거같은데... 


수지: 좋아요! 헤어스타일에 대해 말하자면... 


수지: (가위와 빗을 꺼낸다) 


감염자 아시: 아직도 머리 깎고 다니냐? 


퀘르쿠스: 수지를 과소평가하지 마, 손재주가 꽤 있다고. 


수지: 싹둑 싹둑! 


퀘르쿠스: 멋진걸! 


감염자 아시: 머리를 짧게 자른적이 없어서, 좀 서늘한데... 


노동자 짐: 하! 인물이 살아나네! 


수지: 아시 오빠가 헤어스타일에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훨씬 멋져보일거에요! 


감염자 아시: 인생이 이따구인데 헤어스타일같은걸 신경쓸 겨를이 있어야지. 


수지: 그렇지 않아요! 


수지: 삶이 힘들때는 더 나은 삶을 살 방법을 찾아봐요! 


퀘르쿠스: 맞아. 감염자의 삶이 시궁창이어야 한다는 법은 없어. 


기운 차려. 마누라가 그런 모습 봐서 좋을게 뭐가있겠어? 


감염자 비엔: 너무 걱정하지말고, 내 숙소로 와. 


감염자 비엔: 깨끗한 옷이 몇벌 있어. 나는 별로 안입으니까, 가져가서 좀 차려입어. 


감염자 아시: 이건...나한테 너무 과분한데... 


감염자 비엔: 호의를 거절하면 안돼지! 


감염자 비엔: 이리와! 마시고 죽자! 


ㅡㅡㅡㅡㅡ 


1097년 11월 23일 10:35 A.M. 


오늘이 바로 약속한 그날이다. 


내 눈 앞에 동전들이 잔뜩 쌓여있다. 


6500파운드, 손에 들어올거라고는 상상도 못한 돈이었다. 


어릴적, 어린 동생이 실수로 오리지늄등을 부쉈고 어머니가 동생의 엉덩이를 때렸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화를 내는걸 본적은 처음이었다. 그 램프는 어머니가 밤에 광산을 돌아다니는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화를 내게 만든 값비싼 오리지늄등, 150파운드였다. 당시 어머니의 거의 한달치 수입이었다. 


6500파운드면 오리지늄등을 몇개를 살수 있을까? 


나는 다시 한번 이 냄새나는 ‘짐’을 확인했다. 


간단한 음식과 온갖 고된일로 보낸 몇년. 


6500파운드. 


나의 눈엔 이 얇은 종이들이 다리를 쌓을 벽돌로 보인다. 다리 너머의 꿈을 위한 벽돌. 


수지: 기운 차리자 수지! 


수지: 집주인만 만나면 돼! 집주인만 만나면 돼! 


수지: 내일부터 너는 점장이 되는거야! 꿈이 이루어 진다고! 


수지: 한시간밖에 안남았어! 수지! 


       나는 거울을 보며 뺨을 세게 때렸다. 


수지: 집주인한테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하지? 


수지: “처음뵙겠습니다! 선생님!” 


수지: 하아...너무 뻣뻣한가... 


       꿈을 이룬다는 설렘보다 가게에 발을 들여놓을 사람이 더 두려워졌다. 


       집주인...어떤사람일까? 


       감염자는 아니겠지? 나한테 집을 팔 생각은 있을까? 


       이렇게 싼 가격은 사기가 아닌가? 


       그 사람도 그저 나를 비웃으려고? 


수지: 퀘, 퀘르쿠스 언니도 감염자가 아닌데...공모해서 수작을 부리려는... 


수지: 헉! 내가 무슨생각을 하는거야! 


       나는 스스로를 세게 때렸다. 


       부끄럽고 추잡한 생각을 고통으로 덮고 싶었다. 


수지: 그러지마 수지! 못된 생각이야! 


       나는 거울을 보기 시작했고, 가게에 남은것은 시곗소리 뿐이었다. 


       고통. 


퀘르쿠스: 꼬마 수지! 여깄니? 


수지: 히이익! 


퀘르쿠스: 오리지늄 아츠 조심해! 


무슨 일이야? 괜찮아? 


수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좋은 아침입니다 퀘르쿠스씨. 


퀘르쿠스: (의심스러운 표정) 


퀘르쿠스: 다크서클이 왜 이리 깊어? 


퀘르쿠스: 잠을 잘 못잤니? 


수지: 하하...조금 긴장돼서... 


비터루트: 좋은 아침입니다. 수지 양. 


수지: 아! 비터루트씨? 오시는건 못봤는데... 


수지: 지, 지금이 몇시죠? 


수지: 아, 죄송합니다. 비터루트씨, 오늘은 휴무에요. 다른 찾는게 있으신가요? 


비터루트: 퀘르쿠스, 수지양에서 말 안하셨나요? 


퀘르쿠스: 아, 확실히 말한적은 없지. 


수지: ? 


퀘르쿠스: 비터루트가 이곳 주인이야. 말하는걸 잊었네. 


수지: 에? 


수지: 에??? 


수지: 비터루트씨가 집주인인건가요?? 그럼 이전 점장들도 모두 비터루트씨와 계약한건가요?? 


비터루트: 뭐, 말하자면 길어요... 어쨌든, 이 가게는 로도스 아일랜드의 재산이거든요. 


비터루트: 이미 퀘르쿠스씨에게 자세한 내용은 들었습니다. 수지 양이 이 가게를 사려고 했죠? 


비터루트: 그럼 구체적인 사업 게획을 알려주실수 있을까요? 


수지: 사업? 


수지: 아! 사업! 


수지: …… 


수지: 제...아버지는 미용사였어요. 


수지: 어렸을 때...아버지께서 늘 말씀하기를...사는게 힘들다고 해서 살아가는 태도를 바꾸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수지: 이발하는건 사소한 일처럼 보일수는 있어도,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사람은 삶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어요. 


수지: 그래서 저는... 


수지: 감염자촌에 이발소를 여는것도 나쁘지 않다고...생각해요. 


비터루트: 이발...감염자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비터루트: 좋습니다. 


비터루트: 끝났습니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처리될 겁니다. 


수지: 네? 이게 끝이에요? 


비터루트: 잘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요. 안그래요 수지양? 괜찮아요. 


수지: 제 가게라니...꿈만 같아요... 


수지: 그러고보니 퀘르쿠스씨는 어디로 가시나요? 도시를 떠나시는건가요? 


퀘르쿠스: 그런 식으로 보지 마, 아예 돌아오지 않는건 아니야. 


퀘르쿠스: 여기에 이렇게 친구들이 많은데 자주 보러 와야지. 


비터루트: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비터루트: 수지양, 퀘르쿠스가 당신을 위한 작은 선물을 준비했어요. 


수지: 선물? 와! 


퀘르쿠스: 어서, 꼬마 수지. 오래 기다렸다고. 



퀘르쿠스: 축하해! 


그라니: 축하해! 꼬마 수지! 


수지: 그라니씨! 어떻게 오신거죠? 


감염자 아시: 좋아! 우리 꼬마 불꽃이 점장이 되었구만! 술 좀 더 늘리자고! 


란트: 축하합니다. 수지씨. 


수지: 란트씨! 근무시간 아니에요? 


감염자 아시: 아, 그냥 휴가인데 꼬마 불꽃이 점장이 되는 모습을 놓칠수는 없었거든. 


노동자 짐: 맞아, 몇년동안 거의 매일 들린곳인데, 여기가 더 집같아. 


감염자 비엔: 그 말 아내분이 들었다간 등에 손자국좀 생기겠는데요. 


퀘르쿠스: 그럼 점장 수지, 가게는 너한테 맡길게! 


수지: …… 


수지: 우... 


퀘르쿠스: 야, 왜 그래. 울지 마! 


노동자 짐: 됐어. 울게 냅둬. 


노동자 짐: 이런 힘든 날에 보기 어려운 좋은 일이잖아? 


노동자 짐: 기뻐하자고!! 


감염자 비엔:가게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난 여기 올거야. 


그라니: 하하하...이게 뭐야? 감동의 눈물인가? 


수지: (울음) 퀘르쿠스씨...저... 


퀘르쿠스: 뭐, 좋은날에 울어서 되겠어? 뚝! 


ㅡㅡㅡㅡㅡ 


꿈ㅡ 


감염자와 꿈은 거리가 멀다. 


내 꿈은 나만의 가게를 갖고 살아가는것이다. 


내 가족의 발목을 붙잡지 않으면서. 


드디어 내 꿈이 이루어졌다. 감염자에겐 대단한 사치다. 


나는 운이 좋은걸까? 


ㅡㅡㅡㅡㅡ 



1097년 11월 24일 6:35 A.M. 


그을음... 


화재가 감염자촌의 고요한 아침을 어지럽힌다. 연기와 먼지가 감염자촌 한구석을 덮는다. 


경비대 대원: 다음 방에 있는 사람을 대피시켜! 


경비대 대원: 그만 구경하세요! 재밌는게 아닙니다! 


소방관: 여기랑 저기! 여기는 아직 확인 안 돼있어! 


소방관: 사상자부터 확인해! 여기는 감염자촌이야! 


소방관: 오리지늄 잔여물, 파손된 가전제품 확인해! 


소방관: 활성 오리지늄 분진을 막아! 


경비대 대원: 아침부터 *욕설*이야 진짜...왜 이런데 불을 지르는거야? 


수지: 왜... 


경비대 대원: 사람들을 대피시켜! 거기 필라인! 뭐하는거야! 


그을음... 


타는 냄새가 공기를 가득 메웠다. 


남은 열기에 가죽과 나무가 바스락거리며 타올랐다. 


소방관: 죽으려는것도 아니고 왜 들어가는거야! 


경비대 대원: 저사람 잡아! 


수지: 왜... 


그녀는 자신이 본 것을 믿을 수 없었다. 


꿈이어야 한다. 


악몽이어야 한다. 


눈을 뜨면 악몽에서 깨어날 것이다.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에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것이다. 작은 가게가 있는 새로운 하루. 


그러나 화마에 휩싸인 폐허가 보인다. 


‘그린스파크’의 간판은 부서지고 타버린 흔적뿐이고, 벽과 지붕은 잔해가 되어있다. 


모든것이 잔해 아래 묻혀있다. 


수지: 왜...? 


한때 어린 필라인이 힘들게 지지했던 의지는 더이상 그녀의 작은 몸을 지탱할 수 없었다. 


그녀는 땅에 무릎을 꿇었다. 


ㅡㅡㅡㅡㅡ 


뜨거운 불씨는 그녀의 손과 발을 태우고 부서진 조각은 피부를 파고들었다. 


절망의 폐허 위에서 감염자는 모든것을 잃었다. 


불이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