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설, 대나무 숲.

여윈 그림자가 휘청거리고, 그녀는 겨울 죽순 몇 개를 파먹어 허기를 달래고 얼음 몇 모금을 마셔 갈증을 풀었다.

대나무 숲은 몸을 숨기기 좋은 곳이지만, 이는 그녀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곳에 숨어있는 십여 명의 닌자들은 임무를 받았고, 이는 멸문의 화에서 탈출한 마지막 여자아이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대나무 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들려오고, 대나무 가지가 머리 위에서 바람을 타고 오르내린다.

가지 끝이 가늘게 떨리더니, 소복히 쌓였던 눈 덩어리들이 떨어졌다. 땅에 닿기도 전에 가로로 날아오는 바람에 흩날리고는 눈안개가 되어 공기 중에 흩어졌다.

다른 대나무에는, 깃털을 지닌 짐승들이 이제서야 약간 뻗은 목덜미를 거두며 안심하고 다시 깃털을 부풀려 몸을 덥혔다.


고요하다.


여윈 여자아이가 고개를 든다.


은색의 섬광이 일순 비춰진다.


그녀의 체형에 걸맞지 않은 표창이 손에서 미끄러져 나와 눈발과 바람소리를 일으켰다. 이 무기는 그동안 많은 용도로 사용되어 왔으나, 지금은 칼날이 활짝 펼쳐져 있어, 몸을 숨길만한 대나무 잎들을 갈갈이 부수고 있었다.

떨어진 닌자는 짧은 휘파람 소리를 내며 겹겹이 쌓인 잎사귀 사이로 눈먼지를 일으키며, 일찌감치 쳐놓은 함정으로 여자의 퇴로를 가로막는다.

그녀는 대나무 가지에 뛰어 올랐으나, 위에서 쏟아지는 칼빛에 밀려, 며칠 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해 허약해진 몸상태로 인해 더는 대나무 가지를 잡지 못한 채 가지에서 떨어졌다. 그러나 체념하지 않고 소매 속 화살을 최후의 일발로 쐈다.

소매 화살은 제대로 발사되지 않았지만, 닌자와 그녀는 거의 동시에 바닥에 나가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녀가 고개를 들자 눈앞에는 검은 옷을 입은 용이, 그 닌자의 등 뒤에 박아넣은 자신의 장도를 뽑고 있었다.

"계집아, 넌 원래부터 여기 있었느냐?"

여자아이는 넋을 잃고 무슨 대답을 해야할지 몰라했다.

"나는 후미즈키 란다." 그녀는 아이의 머리를 치며 물었다, "칼은 쓸 줄 아느냐?"

여자아이가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 고개를 끄덕이고는, 땅바닥에서 눈을 한 웅큼 집어 입에 넣어 삼키더니 후미즈키의 허리춤에 있던 다른 단도를 뽑아 들고는 대나무 숲 속의 적을 향해 돌진했다.

하나, 둘, 태양빛이 직사에서 경사로 기울어지듯, 대나무 숲에서 쓰러진 이들은 지원군을 찾는 신호 조차 제대로 보내지 못했다. 마지막 닌자가 남은 힘을 쥐어 짜 암기를
여자아이의 가슴에 밀어넣으려 하자, 후미즈키는 그녀를 눌러 치명타를 피하게 했다.


모든 것이 끝난 후, 꼬마는 대나무 숲에 누워서 몸에 난 상처들을 누르며, 긴 숨을 내쉬었다.

햇빛은 대나무 잎들을 뚫고 얼굴을 비추며, 귀에는 짐승이 날갯짓을 하며 날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탈진해 정신을 잃기 전, 어릴 적부터 들어온 부모님의 가르침이 머리에 떠올랐고, 소녀는 눈앞의 공주를 향해 충성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후미즈키 누님 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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