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아: 다른 것도 얘기해줘요!


로젤라: 앗, 촛불 조심해!



세실리아: 어! 모양이 망가지면 안 되는데... 안 예뻐지니까...


세실리아: 엄마한테 드릴 거니까....완벽해야 해요...


로젤라: 그래, 나는 충분히 얘기한 것 같아, 그저 지루한 모험, 평범한 삶이었을 뿐이지만, 카즈델의 전설에 대해서는.....


로젤라: 말하기 부끄럽지만, 우리 모두 그곳에 가본 적은 없어.


세실리아: 살카즈에게 카즈델은.... 산크타에게 라테라노 같은 곳이죠! 살카즈의 고향......


세실리아: 모두가 행복하고 솜사탕 카트도 잔뜩 있고, 식당도 많이 있을거 같아요.... 거리에는 행복한 살카즈들이 많이 있고 서로 웃으면서 인사할거에요!


로젤라: .....그렇겠지.


로젤라: 언젠가는.


로젤라: 자, 이제 네 차례야, 너희 부모님은 어떤 분이셔?


세실리아: 사실은 잘 몰라요....


세실리아: 아빠는 자주 못 봐서.... 아빠를 보려면 엄마가 한참 준비하셔서 밤 중에 길을 걷고 숲으로 가서....


세실리아: 숲에서 아빠를 만나면 항상 두꺼운 망토를 두르고 계세요, 아주 먼 곳에서 도착한 것처럼....


세실리아: 그래서 사실 아빠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이 잘안나요, 하지만 뿔은 기억해요, 어둡고, 직선으로 뻗어서 달빛에 비쳐서 빛나고 있었어요.


세실리아: 아빠는 제 손을 잡고 숲을 따라 걸으면서 나무들의 종류와 나이를 가르쳐줬어요.... 밤 중에 도시 밖은 너무 조용해서 동물들의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하나도 무섭지 않았어요.


세실리아: 아빠는 항상 제 손을 꼭 잡아주셨어요, 조금 아프긴 했지만.


세실리아: 항상 저보다 아빠가 더 행복해 보였어요...! 조금...긴장했다고 해야할까?


세실리아: 걷다가 힘들어지면 엄마가 집까지 데려다 주세요, 뒤돌아보면 아빠가 큰 나무 아래에서 우리를 보고 계세요, 한참 걷다가 돌아봐도 거기 서 계셨어요.....


로젤라: 세실리아의 부모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네.


세실리아: 엄마는 정말 대단해요! 엄마는 못하는게 없거든요!


세실리아: 아 맞다, 이거 보세요, 엄마의 수호총인데, 아이젤 오빠가 가져다 줬어요.


세실리아: 아빠는 한 번도 엄마를 이길 수가 없었대요..... 만날때마다, 엄마가 조금씩 봐줬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빠도 대단해요. 응!


로젤라: 하하, 대단하다의 의미가 서로 다른 것 같네.


세실리아: 음? 그럼 엄마 아빠는 대단하면서 대단해요!


세실리아: 근데 엄마는 한번도 아빠를 알게 된 날의 얘기를 안 해줘요, 매번 궁금해서 물어보면, 항상 주제가 다른 곳으로 흘러갔어요.... 왜 엄마는 그 얘기를 안해주는 걸까요?


로젤라: ....내가 어릴 때는 재밌는 일이 더 많았어, 혹시 차 마시는 거 좋아해? 나는 차를 우려내는 게 좋아서, 항상 찻물의 색이 점점 변해가는 걸....


세실리아: .....


세실리아: ....로젤라 언니, 방금 엄마가 주제를 돌리는 방법이랑 완전 똑같았어요...


세실리아: ...사실 저도 아예 모르지는 않아요.


세실리아: 어제 시내를 엄청 오래 돌아다녔는데... 언니말고 다른 살카즈는 한 명도 못봤어요.... 살카즈는, 라테라노에 올 수 없는거죠?


세실리아: 그래서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으면 안되는 거고..... 그게 아니면, 원래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으면 안되는 걸까요?


로젤라: 그렇지 않아, 함께해서는 안되는 건 이 세상에 없어..... 언젠가는 반드시 바뀔거야.... 멀지 않은 미래에...반드시.


로젤라: 사랑에 빠지는 건 죄가 아니니까.


세실리아: ....네.


로젤라: 그래서 우리가 여기에 온거야.


세실리아: 그 때가 되면 저도 라테라노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겠죠?


로젤라: 당연하지.


세실리아: 방에 숨을 필요도 없겠죠? 라테라노의 모든 사탕가게를 한 번씩 들릴 수도 있겠죠?


로젤라: 한 번으로 되겠어? 세실리아는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가야지.


세실리아: 우.... 그날이 빨리 왔으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요!


로젤라: 그래, 네가 빨리 자랐을 때 쯤이면 아마....


로젤라: 아니, 세실리아, 그렇게 조급해 할거 없어. 나도 어렸을 때는, 어른만 된다면 무슨 문제라도 해결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면....


로젤라: 어른이 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야, 세실리아. 너한테는 더더욱 그래, 네가 짊어진.....아니야, 너는 아직 어린 아인데 내가 무슨소리를...


세실리아: 하지만 다들 어른이 되잖아요?


로젤라: .....맞아, 선택의 여지는 없지.


시종일관 웃고 있던 로젤라는 다소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꽃이 만발한 묘지의 예배당을 넘어서 바라보니, 저 멀리 라테라노 한 가운데 있는 성당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녀는 가볍게 콧노래를 흥얼거리 시작했다. 슬픔은, 또 다시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세실리아: 아 이 노래! 어제 로젤라 언니를 만났을 때......


세실리아: 엄마가 이 노래를 가르쳐 주면서 가사가 기억이 안난다고 흥얼거리는 걸로 대신 배웠는데, 저는 이 노래가 너무 좋아요...... 근데 원래 가사는 무슨 내용인가요?


로젤라: 이건 살카즈의 노래야, 가사는 한 영웅의 이야기인데, 그는 엄청난 일을 하기 위해 떠나려해, 사람들은 노래로 그에게 작별을 고하고 떠나보내지. 그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바라며.


로젤라: 노래 속에서, 영웅은 출발해, 먼 곳으로 가는 길을 걸으며, 그의 꿈을 실현하러......


로젤라: 멀지만, 반드시 이뤄야만 하는 꿈을....


(안두인과 아이젤이 들어온다.)


세실리아: 수사님, 아이젤 오빠 !


안두인: 무슨 얘기를 나누고 있었나요?


로젤라: 안녕하세요, 인도자님. 별거 아닌 얘기들이었어요, 살카즈의 과거, 그리고 일상적인 내용들 정도....


세실리아: 재밌었어요.... 누구랑도 이렇게 오래 얘기해 본 적이 없어요.


세실리아: 아이젤 오빠, 이게 오빠가 고른 꽃이에요?


아이젤: 응, 이걸로 양초에 향을 더할 수 있어....


안두인: 향은 떠나는 이들에게 방향을 안내해 준다지요.


세실리아: 고마워요, 아이젤 오빠!


세실리아: 음....오빠, 저 사실 조금 무서워요....


세실리아: 장례식이라는건..... 엄마한테 드리는 작별인사.... 진짜 마지막 작별인사죠?


세실리아: 정말 다시 못 만나는 건가요? 명절에만이라도? 아니면 아빠처럼, 오랜만에 한 번 씩이라도... 안될까요? 머리만 쓰다듬게 해줘도......?


세실리아: 아니면...아니면....


세실리아: 엄마.... 아직 천사와 짐꾼동물 이야기, 다 안 읽어주셨는데....


아이젤: 세실리아.....


안두인: 오늘이 마지막 밤입니다, 세실리아.


로젤라: 세실리아, 오늘 밤은 내가 같이 있을게, 모두 함께 있어줄게, 넌 외롭지 않아.


아이젤: .....살카즈는 산크타 모녀를 위해 밤낮을 지새웠군요.


안두인: 촛불은 약하지만, 그럼에도 길을 밝혀주지요.



모스티마: 르무엔, 너보러 다시 왔어.


피아메타: 교황청에서 디저트도 좀 챙겨왔어.



모스티마: 대성당의 과일타르트.

르무엔: 어서와, 그건 그렇고 꼭대기에 달린 선인장은 먹기 좀 그래보이네.



모스티마: 역시 르무엔, 관찰력이 좋아.


르무엔: 그건 그렇고, 하루에 한 번씩 보러 올 정도로 내가 보고싶어?


모스티마: 원한다면, 매번 올 수도 있어.


르무엔: 어머, 기뻐라, 아첨하는 거야? 피아메타는.... 안 웃고 있네?


르무엔: 무슨 일 있는거야?


피아메타: .....안두인.


르무엔: .......


르무엔: 그 사람을 만났구나.


피아메타: 라테라노에 살카즈가 잠입했고, 내가 그 살카즈를 쫓는 동안... 그 녀석의 오리지늄 아츠에 가로막혔어.


르무엔: 그렇구나,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피아메타: 르무엔, 여기 있어도 괜찮아? 일반 병원인데, 혹시라도....


르무엔: 그 사람은 이미 왔어.


피아메타: 뭐...라고...


모스티마: 아......


병실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

르무엔은 탁자 위의 꽃병을 바라보았다.


피아메타: ........


피아메타: 너는 그걸 마치 주말 소풍 다녀온 것처럼 얘기하고 있네.


피아메타: 르무엔, 너한테 화내고 싶진 않아...


피아메타: 그런데 유독 그때 일 얘기만 꺼내면....너나 모스티마나 매번, 내가 그때 얘기만 꺼내면 매번 같은 표정을 지어....


피아메타: 너희들의 그 표정을 보면.... 그 날 미친건 그 녀석이 아니라 나였던 것 같은 기분까지 들어.


모스티마: ....우리는 그저 감응했었던거야


피아메타: 또 너희 산크타들만 하는 그거 말하는 거야? 그래, 네가 감응했다고 치자, 그럼 왜 너는 그 녀석한테 총을 쏜건데?


모스티마: 그거랑 그건 별개야, 그 사람이 얼마나 강한 감정을 가졌었던간에, 나는 자물쇠와 열쇠를 뺏길 수 없었어.


피아메타: 그 다음은? 그 녀석이 너를 타천시켰어...! 아무런 기분도 안드는거야?


피아메타: 르무엔, 그 녀석의 아츠가 너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리고, 병상에서 일어나는데 까지 5년이 걸리게 만들었어.... 너도 이게 아무 상관없는거야?


르무엔: 피아메타.....


르무엔: 피아메타, 우리를 믿어, 우린 네 편이야.


르무엔: 우리는 그저... 그걸 느꼈을 뿐이니까....


피아메타: .....그 말은 이제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피아메타: 너희들이 봤을 때, 내가 이상하리만큼 화를 내는 것 같아?


르무엔: 그럴리가, 피아메타, 우리도 이해해....


피아메타: 그래, 물론 이해하겠지.


피아메타: 근데 나는 이해가 안 돼.

(피아메타가 나간다.)

모스티마: 앗, 피아메타!

(모스티마가 따라 나선다.)

르무엔: 으으......


모스티마: 피아메타, 피아메타!


모스티마: 여명의 감시자!


피아메타: 따라오지마!


모스티마: 내 말 좀 들어!


피아메타: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야!


피아메타: 잘 들어, 더 이상 못참겠어, 산크타 놈들이 얼마나 서로 공감하고 서로 이해하는 건지! 더 이상 생각하기 싫다고!



피아메타: 헤일로 때문에 뇌가 타버리기라도 한거야? 너랑 르무엔은 그 폐허에서 죽어가고 있었어!


피아메타: 왜 화를 내지 않는거야? 왜 아무런 기분이 안드는 거야? 왜 나만.... 왜 나만 화를 내고 있는거냐고?


피아메타: 나한테 더 이상 그런 가식적인 미소 짓지마, 무슨 말을 해도 상관없다는 그 태도!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거처도 없이 세상을 떠도는 건 뭘 위한거야?


피아메타: 나는 너를 따라서 빅토리아, 라이타니아, 사르곤, 염국까지 갔어......


피아메타: 도대체 뭐 때문에 그렇게 돌아다니는 거야?!


피아메타: 너, 르무엔, 안두인.... 우리 소대는, 우리는 서로를 믿었던 적이 있었어...


피아메타: 그 녀석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뭐 때문에 우리의 신뢰를 배신한거냐고? 너희들은 뭐 때문에 녀석을 이해하려고 하고? 나는 어떻게 그 녀석을 이해해야 하는데?!


피아메타: 내가 그 시절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줄 알아....? 임무가 차질없이 완수됐을 때... 르무엔이 우리에게 술을 사줄 때..... 새로운 디저트 카페에 갈 때.....


피아메타: 심지어 그 녀석이 매번 내 보고서를 고쳐줄 때조차....


피아메타: 그 녀석이 이 모든 걸 박살낼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체 뭐냐고...?!


피아메타: 그랬던 날들을....


피아메타: 그랬던 날들을...대체 왜....


모스티마: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었어.?


피아메타: ........


모스티마: ........


모스티마: 피아ㅡ


피아메타: 라테라노의 아이리스.


모스티마: ........



피아메타: 스테파노구의 성 마솔리네스 공원의 중심부와 저녁 예배당, 그리고 진혼교회에서만 피는 꽃이야.


모스티마: 맞아.


모스티마: 같이 가자.


모스티마: 너는 내 호위잖아? 날 항상 지켜줘야지.


피아메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