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를 하면서 혼자 지내는 시간이 유독 길어졌다.

원체 밖에 나가질 않는 성격이기도 하고, 나간다고 해서 만날 사람도 없으니까, 빌어먹을 자존감이 높아질 틈이 없다.

썩어가는 기분이 싫어 운동을 시작하고 요리를 즐겨 한다. 운동을 하면 매일 보는 거울이 즐겁고, 요리를 하면 외로움을 혀로 달랠 수 있다.

아래서부터 위로 파랗게 올라오는 칵테일, 칼집 사이로 기름진 육즙이 터져나오는 스테이크를 차려놓고서, 달빛을 조미료로 맛나게 식사를 하는데 도통 배가 고팠다.

그만 먹자니 배가 고픈데, 더 먹자니 배가 부른, 참 어처구니 없이 찾아와선 사람 마음을 흔들어댄다.

난 그동안 요리는 자기가 먹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왔다.

애초에 자취 전에는 요리를 많이 하지도 않았고, 자신감이 없어 누군가를 차려주는 일도 적었으니까, 결국 내가 만든 음식은 내가 열심히 먹어치웠다.

...요리를 결국 내 입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고 생각해왔다.

근데, 그게 참 틀린 말이다.

자취방에서 대학교를 오갈 때, 음료수를 몇 개씩 사와 칵테일을 도전했다.

비타500이랑 파워에이드를 순서대로 부으니 너무 예쁜 색이 나와서, 본가서 엄마한테 만들어드린 적이 있다.

이상하게 내가 마시지도 않는데, 차림 받은 것도 아닌데 참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하는 사람은 참 행복하겠다.

매일 같이 이렇게 가득 찬 상태로 살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