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해.”


 감정을 죽인 것 같은 중년의 낮은 목소리는 말을 이어 나갔다.


“어짜피 카즈데일에서의 일은 다른 자들이 보기에도 갑작스런 재앙이 덮친 사고로만 여길거다. 은폐라고 말할 필요도 없이 너희들만 함구하면 된다. 책임은 묻지 않겠다.”


 두 명에게 일절 시선을 주지 않던 그의 동공은 모니터와 보고서에 박혀있었다. 중년의 말은 대답을 허용치 않는 일방적인 의사표현이었으며 또 다른 쐐기를 박았다.


“시엔이 데려온 아이는 연구를 진행한다.”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은 더 이상 듣고만 있을 수 없었기에 격앙된 얼굴로 앉아 있는 중년에게 말을 내뱉었다.


“그걸 봤으면서도 그런 판단을 내리는 것은 살리기 위함입니까? 이용하기 위함입니까?”

“살려서 이용하기 위함이다.”

“무슨 미친..”


 켈시마저 조용히 듣고만 있을 수 없어 욕지거리가 입 밖으로 나왔지만 중년이 말을 끊었다.


“그럼 카즈데일에서 저지른 행동을 직접 공표하고 알아서 해결해라. 너희 셋이 저지른 일을 우리 전체로 엮지 말고.”


 너희들만 죽으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중년은 조용해진 상태에서 어이없어하는 두 명에게 시선을 맞추고 다시 입을 뗐다.


“이곳에 왔을 때, 내가 말하고 너희들이 말했던 것을 잊지마라.”


 모두에게 각인된 기억을 그는 다시 말로 읊었다.


“생명을 살리는 대가는 생명이며, 재앙을 축복으로 만드는 것 역시 생명이다.”


 중년의 감정을 죽였던 목소리에 소름돋는 생기가 생겨났다.


“그리고 저것은 전에 없던 새로운 가능성이다.”


 그가 응시하고 있던 모니터의 정지화면 속에는 엉망진창이 된 방에서 한 카우투스 소녀가 머리를 감싸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두운 하늘을 메우고 있는 먹구름은 다가올 여명의 빛을 완벽히 감추며 시끄러운 천둥을 내뿜었다.

스산한 바람과 곤충 소리만이 반복해서 울리는 그 어두운 공간에, 조그마한 드론이 하늘을 가로질러 날아가며 정적을 일깨웠다. 지정된 장소에 가까워지자 드론이 밝은 라이트로 비춘 지면은 참담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드론의 렌즈 너머에서 모니터로 그 광경을 지켜본 시엔과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 그리고 켈시의 얼굴은 드론이 움직이며 새로운 화면을 송출할 때마다 창백해져갔다.


 비로 적셔진 포장되지 않은 도로에 피칠갑을 한 시체는 한 몸 전부 성히 붙어 있는 것들을 찾기가 더 힘들었으며, 온 몸에 크고 작은 오리지늄들이 박혀있었다. 박살난 목자재는 짐마차의 모형을 유지하지 못한 것들이 대부분이고 전부다 꺼멓게 그을린 상태였다. 가장 보기가 힘들었던 것은 화염이 집어 삼킨 생명의 잔재였다. 간신히 정신을 부여잡은 켈시는 굳은 표정으로 옆에 있던 남성에게 말했다.


“생명 징후는?”

“..없어.”

“드론 회수해.”


 세 명은 수술 끝나도 휴식을 취할 겨를 없이 이 참상이 왜 발생했는지 알아내기 위해 손과 발을 계속 움직이고, 뇌를 회전시켰다.


 30분 전, 소녀의 수술을 마치고 오리지늄 방호복을 벗으며 문을 열자 시엔이 박차고 들어와 아이의 상태를 물어봤다. 제 삼자가 보기에는 누군가를 걱정하기 전에 본인을 걱정해야할 정도로 시엔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쉰 목소리와 퉁퉁 부은 눈 밑에 생긴 다크서클이 상태를 뒷받침했다.


“아이는..괜찮아?”

“언제 의식을 회복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양호해. 말이 안 되지만.”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이 대답하고 그 옆에서 가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던 켈시는 생각에 잠겼다.

소녀의 몸에 박힌 침식을 진행중인 오리지늄 덩어리를 봤을 때 아이가 호흡을 할 수 없어야 정상임을 깨달았다. 간신히 폐에 닿진 않았지만, 침식으로 인한 영향은 곧 폐의 기능을 마비시켜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해야 했다. 그러나 아이의 호흡은 멀쩡했고, 가팔랐던 호흡의 원인은 출혈로 인한 혈액 공급의 문제였다. 옆에서 같이 수술을 진행했던 검은 후드를 뒤집어 쓴 남성이 했던 말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수혈말고는 지금 우리가 손 쓸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켈시는 화제를 아이의 상태에서 참상의 원인으로 전환했다.


“우리가 폭풍을 발생시킬 좌표는 애초에 카즈데일 주변과는 전혀 가깝지 않았어. 다시 한 번 아츠를 제거한 드론을 동일한 좌표에 입력시키고 날려 보냈지만, 카즈데일 쪽이 아닌 정상적인 좌표로 갔어.”


 첫 마디를 들었을 때 시엔은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지만, 이번에는 패닉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들으며 침착함을 지켜냈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한 켈시는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드론의 좌표 로그가 변경된 흔적이 있었어.”

“뭐?”

“누군가가 좌표를 카즈데일 쪽으로 바꿔놨었다고.”


 기계적 결함을 생각하고 있던 검은 후드의 남성은 당혹감에 되물었고, 시엔은 충격에 빠져 눈이 휘둥그레진 채로 입이 닫히지 않았다.

덥지도 않은 공간에서 땀이 남성의 이마부터 볼을 타고 흘러내리며 그는 켈시에게 이 참상을 발생시킨 자가 누구인지 재차 물었다.


“...누가?”

“몰라. 확인해보려고 폐쇄 회로 영상을 돌려 봤지만 19시 2분부터 20분 동안 C 연구소 내부 폐쇄 회로 영상이 전부 먹통이었어.


 켈시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모니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폐쇄 회로 영상을 띄우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난 긴급 수술 때문에 시엔과 진행하려는 최종 점검을 같이 진행하지 못 했고, 넌 원래 지정된 좌표에서 특이사항이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그곳으로 갔지.

“너 지금..


 켈시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한 남성은 그녀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껴서 그녀에게 분노를 표출하려 했지만, 켈시는 아랑곳 하지 않으며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시엔은 19시에 연구소를 닫고 19시 3분에 연구소를 나온 모습이 확인됐어. 좌표가 카즈데일 쪽으로 변경된 시간은 19시 12분이야.

“넌 우리가 그런 짓을 저지를 만한 쓰레기로 보였냐?

“감정보다 이성을 먼저 움직여.

“..우...으..


 두 명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는 분위기는 조용히 오열하는 시엔의 모습이 보이자 사그라들었다.

고개를 푹 숙인채 바닥에 눈물을 떨구고 있던 그녀는 자신이 말한 의문에 답을 바랬으며 켈시는 그녀에게 다가가 조용히 대답해주었다. 검은 후드의 남성은 오열하는 시엔을 바라보며 입을 굳게 닫고 있었다.


“내가..죽인 게 아니지..?

“응.

“내가 전부.. 죽인 줄 알았어..

“네가 한 게 아니야.


 손에 쥔 암청색 스카프를 억세게 잡은 채로 죄의식에 억제되어 조용했던 시엔의 오열은 켈시의 대답으로 그녀의 목소리를 놓아주어 마음껏 울음소리를 내지르게 했다.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우는 그녀에게 켈시는 똑같이 무릎을 꿇고 조용히 사과했다.


“의심해서 미안해.


 켈시의 사과와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어두운 의식을 헤치고 눈을 뜬 카우투스 소녀는 그것이 꿈이 아님을 자각했다.

검은 연기가 인도했던 곳에서, 살아있는 자는 오직 자신뿐이라는 것을.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둠 속에서, 하반신이 존재하지 않고 암갈색 파편이 온 몸에 박혀있던 자가 엄마였다는 것을.

자각한 소녀는 몸을 떨며,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소녀의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붉은색으로 침식되어감에 따라 불규칙한 검은색 물체들이 생겨나 떨리기 시작했다.

소녀는 생각을 멈추고 싶어도 계속 생각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다시 비명을 내지르자 검은색 물체들이 온갖 곳으로 튕겨나가고 귀를 찌르는 굉음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