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겨진 지도(Tattered Map)

 

재앙은 상징적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의미에서도 이베리아를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이 지도의 정확한 표시선과 상세한 주석으로 미루어 보아 측량사는 상당히 심혈을 기울였을 것이다.

재난이 일어난 후, 무릇 이와 같은 수많은 사람들이 용감하게 나서서 털끝만큼의 변화와 상처를 찾아내려는 시도를 한다.

새로운 해안선에는 잃어버린 등대에 다리 역할을 하고 바다의 습격을 막아낼 "그란팔로"라는 새로운 마을이 생길 지점이 강조 표시되어 있으며, 이베리아의 영광은 이제 곧 다시 빛을 발하게 될 것이다. 

최소한, 그 당시 사람들은 이렇게 믿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지도마저도 이미 낡아 그란팔로로 향하는 길은 이미 잡초가 무성하게 자라있다.

만약 이 지도의 설계자가 결말이 이렇다는 것을 안다면, 그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다행히도, 그는 아마도 이미 세상을 떠난 것 같다.




누렇게 변색된 사진(Faded Group Photo)


그것은 과연 어떤 시절이었을까?

열정에는 열정으로 보답받고, 이상(理想)에는 이상으로 교류한다.

섬사람들과 이베리아 사람들이 그란팔로에서 스스럼없이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우다 보니 바다에 대항하는 동안 누구도 서로의 출신을 분별할 겨를이 없었다.

재난이 휩쓴 후, 적개심과 먹구름은 깨끗이 사라졌고, 모든 사람의 눈에는 오직 그 바다만이 보였다.

물론 우정이 더욱 견고해지고 사랑도 슬그머니 싹을 틔우는 데 있어 다른 요인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작은 마을 광장에 '이베리아 눈'의 조각상이 세워지던 그날 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었다.

여기 사진에 찍힌 모든 사람들은 얼굴의 웃음기를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고, 노고를 겪으면 모든 것이 나아지기 시작하면서 언젠가 황금시대가 돌아올 것이라고 여겼다.

아무도 이것이 마지막 황금빛 석양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시테러 연구 샘플(Sea Terror's Study Sample)


"시테러는 아름다운 생물입니다. 이것이 결코 단순히 수사적인 표현에 불과하는 것이 아님을 유의하세요.

저의 몇몇 동료들은 항상 제가 너무 낭만적이라고 비판합니다만, 아마도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에 모든 시테러들은 마치 한 편의 정교한 시처럼 운율과 운각(韻脚)을 품고 있고, 그것의 존재 자체는 감상할 만합니다."


"보세요, 이 각기 다른 형태의 어린 녀석들을, 문학 교수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어떤 한 편의 시가 왜 사람을 감동시키는지 분석할 것이고,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는 이와 동일한 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메신저는 우리를 용인할 것입니다. 우리는 위대한 진화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무엇 때문에 더더욱 빛을 발하는지 분석하는 것입니다."




난잡한 메모장(A Scribbled Notepad)


"'그란팔로가 너희를 필요로 하리니 우리가 여기서 이베리아 영광을 회복하리라.'

그들은 처음에 우리에게 이렇게 이야했습니다.

맞아요, 여기서 주저앉지 않으려 했던 우리의 사람들이 모여 우리만의 작은 마을을 만들었습니다.

이베리아 사람들은 재난에 쓰러지지 않았고, 섬사람 형제들까지 우리에게 합류했습니다.

그들의 기술 재능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났지만, 이상할 것도 없었습니다. 브레오간 씨는 바로 에기르 사람이었거든요."


"저는 브레오간 씨와 함께 일한 적이 없는데, 그의 도면을 보고 난 후 이것은 평생의 한이 되어버렸습니다. 

조선소에는 한 베테랑 기술자가 일찍이 그의 휘하에서 일했었다고 하는데, 듣자 하니 항도의 건설에도 참여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브레오간 씨와 관련된 모든 것에 대해 입을 다물고, 모두가 그를 언급하길 꺼려하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요컨대, 저는 이 도면을 제도용 테이블의 유리 밑에 깔아둬야 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더 이상 이렇게 아름다운 선박을 설계 제작할 능력이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때 우리가 그런 적이 있었음을 상기시키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피 묻은 스케치(Bloody Sketch)


비내리는 어느 밤, 한 대재판관이 비틀거리며 주둔지로 돌아왔다.

그녀는 매우 심하게 다쳤다. 옆구리가 통째로 뚫렸고, 또 차가운 비의 장막 속을 그렇게 오래 걸으면서 지금까지 견디어 낸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불더미 옆으로 부축하여 그녀의 체온을 회복시키려 하였으나 효과가 매우 미미했고, 의사는 그녀의 피가 그야말로 마르기 직전임을 깨달았다.

기민하기로 소문난 이 대재판관은 그의 소대를 데리고 심해 주교 한 명을 사냥하러 갔었다.

이 일은 결코 고위험의 임무가 아니었다. 결국 그녀는 이전까지 훌륭하게 완수해왔지만, 일주일 전에 주둔지와 소대 전체 간의 연락이 두절되었다.

이베리아는 폐허로부터 질서를 재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기에 사고는 드문 일이 아니지만 여전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지금, 그녀는 마침내 돌아왔다.

의사는 그녀의 오른손이 주먹을 쥐면서 마치 무엇인가를 만지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이미 자신의 근육을 통제할 수 없었고, 손톱이 손바닥을 꿰뚫었다.

그녀는 여전히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고통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한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르멘이 마침내 도착하여 이 대재판관이 폐에 마지막 숨을 들이키는 순간, 희미한 소리가 온 주둔지에 울려 퍼졌다.

"등대는 여전히 꿋꿋이 서있고, 동료들은 여전히 지키고 있다."

이 스케치는 바로 그녀가 꼭 쥔 손에서 발견되었다.




꺼진 등불(A Extinguished Lantern)


이베리아의 경전은 등불이 인도하는 곳이 곧 나아가는 방향이고, 등불이 머무는 곳이 곧 지키는 집이며, 등불이 꺼지지 않는 한 희망이 꺼지지 않는다고 가르쳤다.

그런데 등불이 꺼진다면 어떻게 될까?

국교회 시대이든, 재판정 시대이든 간에, 모든 경전학자들은 그 질문을 회피하거나, 마음의 등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식으로 가볍게 일축했었다.

간혹, 혁신의 신념을 가진 사람이 만약 등불이 꺼진다면, 자신의 몸으로 다시 불을 피울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곤 했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었다.

등대에 갇힌 등대지기도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해봤으나, 결론은 이와 같았다 : 어둠 속에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플래그십 엔지니어링 청사진(The Engineering Blueprint of Flagship)


스투티페라 호, "바보배"와 관련된 도면이 왕실과 귀족의 수중에 전달되었을 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세상에서 가장 무딘 권력자조차 깨닫게 된다.

에기르 출신의 엔지니어는 줄곧 바다의 위협에 대해 부추기고 있어 모든 사람들이 그러한 언사에 대해 극도로 질려버렸지만, 인내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고 여겼던 것 같다.

물론, 그 밉상 엔지니어는 과학 연구에 사용하는 배라고 주장했지만, 왕실의 강력한 개입하에 이 배는 여전히 고강도의 장갑과 무시무시한 구경의 주포를 갖추고 있다. 위협에 직면하면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응책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제 위협의 주체가 서서히 애매해지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개념보다 실체를 증오하기 쉽고, 이상보다는 눈에 보이는 이익을 탐낸다.

이 배는 바다와 싸우기 이전에 이베리아의 적들을 상대로 응당 사용되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그 에기르인은 이런 지엽적인 문제에 신경쓰지 않았을 것이다.




빛바랜 사진(A Faded Photo)


지금까지 드물게 남아 있는 자료에서는 배 위의 이 위치를 '돔 엘리베이터'라고 부른다.

이 사진은 비록 이미 퇴색되었지만, 그 당시 '돔 엘리베이터'가 건설되었을 때의 모습을 여전히 볼 수 있다.

이곳은 스투티페라호의 중심인데, 속된 비유로 표현하자면 스투티페라호가 이베리아 왕관에 비견된다면 '돔 엘리베이터'는 바로 왕관에 있는 가장 빛나는 보석이라 할 수 있다.

브레오간은 이곳을 각 층의 갑판을 연결하는 기능적인 구역으로만 생각하도록 설계했지만, 이곳의 진정한 주관자는 그 세대 이베리아에서 가장 위대한 예술가들이었다.

이 돔을 둘러싼 벽에는 가장 웅장하고 아름다운 그림이 그려져 있고, 가장 의미깊은 시구가 녹슬어 새겨져 있으며, 가장 감동적인 조각상이 상감되어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과정은 곧 이베리아 사람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보물들을 두루 방문하는 것이다.

향간에 의하면, '돔 엘리베이터' 프로젝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궁정 화가 세 명 이상이 결투에서 죽었다고 한다.




먼지덮인 성상(Dusty Eikon)


"죄송하지만, 저는 다시 한 번 여러 분의 제의를 부결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의 추종에 저는 대단히 감격했으며 이는 결코 지나친 겸손의 표현이 아닙니다.

이베리아는 큰 재앙을 겪었습니다. 왕실과 귀족들이 이 나라의 운영을 지원하지 못했다는 데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이 순간 이베리아 재건에는 국교회의 힘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교황이라는 왕관을 쓰고싶지 않습니다."


"현재 재난으로부터 얻은 교훈을 정리하는 것은 아직 이르지만, 현재 이베리아 혼란 상황은 의심할 여지없이 군림하는 권력자들이 국민들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들의 지위는 꿈을 탐닉하게 하고, 그들을 향락에 빠져들게 하며, 그들이 응당 포기해야 했던 아주 약간의 이익만을 좇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는 다시는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되며, 다시는 불안에 떨며 교황과 몇 명의 주교들을 내세워 그들이 영구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반드시 최전선에 서서 자신의 몸으로 바다의 침공을 막아내고, 자신의 운명으로 파손된 강토를 진수해야 하며, 우리는 등불을 들어 사람들을 위해 짙은 안개를 걷어내고, 날카로운 칼을 들어 가시덤불을 넘어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악을 징벌하여 죄악을 심판해야 합니다."


"저는 즉시 이베리아 국교회를 재판정으로 개편하여 재석중인 9명에게 성도의 이름을 붙일 것을 건의드립니다. 저를 비롯한 9명은 본래의 이름을 버리고, 이제부터 오직 이 나라만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닐 것이기에, 이 나라의 이름을 자신의 속명으로 삼을 것을 제의합니다.

분에 넘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이 무게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 자신, 카르멘 이베리아 또한 이 책임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부러진 이베리아 레이피어(Broken Iberian Rapier)


검 한 자루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실을 수 있을까?

그것이 주조될 때, 장차 누군가의 가슴에 찔릴 결말이 거의 정해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영광과 의례, 존중에 관한 함의를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칼은 싸움을 위한 것이며 결국에는 피로 물든다는 사실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피를 보는 방식이 다르다. 이 두 사람이 목숨을 걸고 싸울 때,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며 어째서 쫓기는 것인가?

사랑, 충동, 아니면 연민?

어쩌면 그들은 서로의 영혼을 구원하길 바랐거나, 혹은 구원의 방식이 서로를 파멸시키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점액이 묻은 편지(A Slimy Letter)


"이것은 내가 너희들에게 쓴 1,172번째 편지다. 이전의 것들은 모두 서랍 속에 넣어 두었지만, 매우 유감스럽게도 부칠 방법이 없구나.

하지만 어쩌면 이 편지가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르겠다.

현재 나는 자발적으로 격리실에 감금되었으며, 이틀 전에 레나도 바다에 뛰어들었단다. 그녀에게 축복이 있기를(줄이 그어져있다)."


"(많은 부분의 단어가 지워짐), 미안하지만, 나는 자신을 억제할 방법이 없구나. 너희들은 지금 잘 지내고 있니? 

은혜 (줄 그어짐) 나는 너희들에게 빚진 것이 정말 너무 많아. 너희는 아마도 나를 조금 자랑스럽게 여길 수도 있겠지. 나는 거의 견디어 냈다. 나는 30여 년을 견뎠다. 너희는 정말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상상할 수 없다. 행복(먹물 몇 덩어리) 나는 거의 견디어 냈다. 다만 조금 모자랐다. 나는 정말 너희들이 보고 싶다. 이 말들을 내가 이미 몇 번이나 썼을까?

그만두자, 우린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나는 돌아올 거란다, 내가 너희를 껴안고 (광란의 필적) 일찍이 위대한 배 위에서 이베리아를 (줄 그어짐) 수호하기 위해 복무했던 그들의 안부를 전해줄 거야.

얘들아, 내가 너희들에게 선물을 가지고 갈 거란다, 너희들은 무엇을 원하니? 아마도 (식별 불가)"


"나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나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갑판 평면도(Deck Plan)


이베리아의 한 치의 땅조차도 플래그십의 갑판에서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구조물 자재는 곧 봉우리를 상징하며, 선은 강을 따라간다. 수 많은 문법학자와 수사학자들이 함선 설계에 참여해 이 갑판 위의 모든 것에 상응하는 의미를 부여했다.

그래서 갑판을 치우는 선원들은 이곳에 긁힌 자국이나 구덩이가 생기는 것을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그 어떤 얼룩조차도 이베리아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자신의 고향을 상징하는 갑판편에 광택을 내고 왁스를 칠하곤 했는데, 어떤 갑판편이 더 평평하고 매끄러운지 품평하는 것 또한 서로 다른 지역 출신의 선원들이 겨루는 일종의 물밑 대결 방식이 되었다.

하역구역에 있는 비교적 마모되기 쉬운 갑판편을 다른 구역의 갑판편과 맞바꾸려는 선원들의 시도는 이미 엄하게 훈육된 바 있었다.

상징은 이런 식으로, 우리가 상상의 것에 지나치게 많은 감정을 몰입하기 쉽게 만든다.




병 속의 배(Ship in the bottle)


왜 배를 병에 담아 기념품으로 삼아야 하는지 아무도 모르지만, 그것은 확실히 일찍이 이베리아 전체를 풍미했던 적이 있다. 모든 아이들은 병 속의 "바보배"를 생일 선물로 받기를 원했었다.

그들은 병을 들어 햇빛을 통해 공기 중에서 자신의 상상속의 배를 운전하여 깊은 바다로 항해한다.

그러나 재난 후, 이 풍조는 빠르게 물러갔고,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병 속의 배의 위치는 경전이 차지하였다.

비단 삶의 고단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바다와 함대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인 것만 같았고, 그것을 어루만질 때마다 실망과 슬픔, 치욕을 느끼게 만들었다. 결국 함대는 실패했고, 사람들은 과정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쩌면 그란팔로 같은 작은 마을, 이토록 아직 미래에 대해 낙담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만 여전히 이 작은 병 속의 배를 보배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금의 그란팔로에서, 누가 그것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