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오리지늄은 그저 광석병을 낳는, 존재 자체가 해악에 지나지 않았다.
그 재앙의 파편이 멀지 않은 과거로부터 '아츠'라는 축복으로 바뀔 때까지는.
아츠, 오리지늄을 가공해 내재된 에너지로 물질의 고유 성질을 바꾸는 것, 또는 그런 물건.
아츠와는 접점이 없는 자들은 이것을 마법이라고도 부르며, 그 이유는 간단하다.
1에서 2로 변화시키는 것과 0에서 1을 만드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츠는 후자에 속했으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가능을 가능케하는 힘으로 현대 테라 문명에 유래 없는 발전을 일궈냈으며, 이는 현재에도 진행중이다.
발전하는 아츠는 오리지늄 공학으로, 오리지늄 공학은 곧 이동도시 같은 재앙으로부터 안전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을 구축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닌 힘이 불미스러운 목적들로 사용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먼 과거에서부터 선조들이 갈등으로 빚은 오랜 분쟁을 끝내기 위해, 권력을 쟁탈하거나 지키기 위해, 살인을 사고로 덮기 위해.
아츠는 비밀스럽게 온갖 추악하고 더러운 목적으로도 사용됐고, 나 역시 똑같아 그런 짓을 행한 자들에게 손가락질을 할 자격이 없었다.
난 그것을 축복이라 부르지 않았다.
나는 그 추악하고 더러운 짓 중에서도 가장 끝부분에 서있었기에 그것을 절대 축복이라 부르지 않았다.
생명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아이의 가슴에 또 다른 오리지늄을 박았다.
그 소녀의 생명과 지식을 저울질하며, 광기어린 호기심의 결과를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그 아이의 몸에 죽음을 박아 넣었다.
그리고 그 명분의 결과는 소녀를 전쟁으로 내몰고 나 자신에게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만들었다.
비명과 굉음이 동시에 울리자 그 진원지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세 명이 동시에 몸을 돌렸다.
침상에서 떨어진 카우투스 소녀는 머리를 감싸쥔 채 계속해서 비명을 내질렀고, 소녀의 주변 허공에서는 불규칙하게 형태를 계속 변형하는 손가락만한 검은 물질들이 공명하듯 떨어댔다. 시엔만이 떨리는 몸을 이끌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켈시는 그녀 앞에 손을 뻗어 제지하며 말했다.
“멈춰. 적어도 저게 무엇인지 알고 난 후 행동하자.”
제지와 동시에 소녀 주변에서 허공에 떠도는 검은 물질들을 보며 사고를 회전시켜도 의문만이 그녀의 머리를 잠식해갔다. 단 한 가지 가능성만이 떠올랐지만 곧바로 부정했다.
‘아츠? 아냐.’
드론을 보내 소녀가 겪은 참상 속에서 그들이 유목생활을 해왔기에 아츠를 사용한다는 것은 짐작할 순 있었지만, 그 위험한 물건을 이런 아이가 지닐만한 이유는 전혀 없었으며, 애초에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눈에 띄었을 것이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쉽게 정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한 검은 후드의 남성이 켈시와 시엔에게 뒤로 물러나라고 말하고 두 명이 그 말을 행동하려는 찰나에 소녀의 비명과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이 다시 덮쳐왔다.
이번에 울린 그 굉음은 청각만이 아닌, 시각으로도 덮쳐왔고 그 궤적이 한 여성을 덮치려하자 켈시는 이름을, 남성은 행동하라는 의미의 단어를 외쳤다.
“시엔!”
“엎드려!”
그러나 날아온 그것의 속도를 따라잡기에 외침은 너무 느렸다.
서있던 육체가 지면에 처박는 소리와 모습이 켈시와 남성의 눈에 들어오자, 찰나의 순간에 켈시의 등에서 뼈를 깎는 소리와 동시에 옷이 찢기는 소리가 겹치며 괴상한 형태가 튀어 나왔다. 검고도 짙은 녹색의 색깔에 암석의 가시가 돋은 뱀 같은 형상이었으며, 그것의 몸뚱아리 양쪽에 길게 뻗은 것은 흡사 낫과 같은 모형이 존재했다.
켈시는 자기 몸에서 튀어나온 그것에게 냉정을 잃은 채 다급히 소리쳤다.
“막아!”
단순한 지시에 그 괴상한 것은 켈시가 생각한 것처럼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암석의 뱀 같은 형체에서 작은 육각형의 형태로 넓게 펴지며 소녀와 세 명 사이에 두꺼운 벽으로 변했다. 날아오는 검은 물체가 벽에 막히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바닥에 쓰러진 시엔은 신음을 흘리며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오히려 그 모습을 본 두 명은 살아있다는 사실에 먼저 안도감을 표했으며 곧바로 상처를 확인한 남성은 날아온 것이 관통됐다는 것을 확인하고 당장의 출혈을 막기 위해 서랍을 닥치는 대로 뒤져서 붕대를 찾아 시엔의 오른팔에 생긴 관통상에 감았다. 붕대를 메는 고통에 시엔이 다시 신음을 흘렸다.
벽 너머에서 전보다 심해진 굉음과 비명이 다시 들려오고 동시에 시엔이 신음이 아닌 비명을 내질렀다. 다만, 관통된 상처 때문이 아닌 갑작스레 밀려오는 두통으로 인한 비명이었다.
“..아!!!”
옆에 있던 켈시와 남성도 시엔과 똑같은 두통에 신음을 호소했지만, 당최 이유를 알 수 없는 고통에 공포감만이 심어졌다. 정확히는 본 적도 없는 기억들이 자신의 뇌를 파먹는 감각이 세 명을 공포감으로 빠트렸다.
“!?”
“으..!”
그 자리에 있던 시엔만이, 뇌를 파먹는 그 기억 속 공간이 자신이 소녀를 만난 공간과 똑같음을, 그것이 그 소녀의 기억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아챘다.
만월마저 감춘 먹구름이 가득한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비와 바람이 휘몰아치는 대지에서, 낮은 시야 속에서 멀면서도 가깝게 보이는 연기를 쫒는 광경을.
그 광경이 오리지늄이 박힌 상반신만 있는 시체로 바뀌자 형용할 수 없는 고통이 세 명의 머리를 파먹어갔다. 본 적도 없는 광경이 세 명의 머리속에 불로 달군 낙인처럼 각인되려는 순간,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한 남성과 켈시는 의식을 잃어버렸으며, 켈시로부터 나온 괴상한 형체도 갑작스레 형체를 잃어가더니 그녀의 등 속으로 뼛소리를 내며 흡수되어 사라져갔다.
의식을 잃지 않은 시엔은 사라진 두통이 정신을 환기시키자 이번엔 다친 오른팔의 고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익숙치 않은 왼팔을 움직여 옆에 쓰러진 자신의 동료들의 상태를 확인하려 했지만, 방금 떠올랐던 소녀의 기억과 자신이 앗아갔다고 생각했던 시체들이 생각나 손이 멈춰졌다. 그래도 뻗었던 손에 다시 힘을 주어 동료들의 복부에 손을 얹어 호흡을 확인했다. 정상적인 호흡과 동공반사를 확인하자 한 팔로 끙끙 거리며 남성과 켈시를 수술실 밖으로 옮겨놨다.
“...”
시엔은 홀로 수술실에 다시 들어가 카우투스 소녀를 멀리서 조용히 응시했다. 바닥에 쓰러진 아이와 의식이 있을 때 마주한 적이 없다는 것이 먼저 떠올랐다.
온갖 수술 도구가 널부러져있는 방의 바닥은 깨진 유리파편으로 가득했다. 아이와 거리를 좁혀갈수록 파편을 밟아 깨지는 소리만이 귓가에 울렸다.
소녀의 주변에서 있던, 시엔의 팔을 관통한 검은 물체는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것이 수술실 곳곳에 박혀 구멍을 낸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아이의 기억이 뇌를 파먹어갔을 때, 상실의 고통은 비유했던 것처럼 말로는 형용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팔을 이지경으로 만들어 낸 고통은 전혀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그 상실의 고통이 더 이상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실험이 실패했었더라면, 애초에 이 실험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불가능한 후회가 그녀에게 죄의식을 심어주었다.
소녀와 자신이 만난 참상의 공간에서, 목숨을 잃은, 에메랄드 빛 눈을 지닌 여성에게 다 하지 못 한 사죄의 말을, 의식을 잃은 채 눈을 감고 있는 아이에게 전하기 위해 다가갔다. 아이 역시 자신의 동료들과 똑같이 생명에 지장은 없었다. 무릎을 꿇고, 한 팔로 아이를 안아 올려서 느낀 무게는 놀랄만큼 가벼웠다. 가벼운 만큼 죄책감이 무겁게 그녀를 덮쳐왔다.
“미안해.”
죄책감은 그녀의 두 눈에서 흘렀다.
“정말 미안해.”
살아있어도, 소녀의 가슴에 박힌 죽음의 표식이 지옥과도 같은 삶을 홀로 살아가게 만든다는 현실 속에서.
“날 용서하지마.”
두 눈에서 죄책감은 끝없이 흘러 내렸다.
빡대가리라 그런지 뭐가뭔지 잘 이해가 안된다 새벽이라 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