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셔츠


바이비크는 바느질 한 땀 한 땀에 깃든 의미를 잘 알고 있다.

맨 처음 디자인하며 실선을 그은 것부터 몇 번이고 가게 주인과 상의한 후 전문 제작한 옷감까지 모두 자신에게 주고 싶은 선물인 것이다.

그 옷감의 미래는 바이비크의 손을 통해 점점 구체화되고 있으며, 아마 멋진 작품으로 거듭날 것이다.


로도스 아일랜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웠는데, 의료 구조 대상으로 들어온 자신조차도 원하는 때에 옷을 만들거나, 심지어는 재봉실에서 작은 수업을 열어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들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처음 재봉실에 수업을 받으러 온 아이들은 재봉실에 있는 모든 것을 신기해했다. 아이들은 밀치락달치락하며 테이블 위의 도구에 손을 댔는데, 그중 한 남자아이가 부주의하게 재봉용 칼에 부딪히는 바람에 칼날이 옷감에 흠집을 내게 되었다.

갑자기 발생한 사태에 당황한 아이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들보다 더욱 당황한 장난꾸러기를 앞으로 밀쳤다.

“네가 바이비크 선생님 옷을 망가뜨렸잖아!”

“바이비크 선생님! 얘가 그랬대요!”

테이블 위의 손상된 옷감을 살펴보던 바이비크가 미처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남자아이는 상기된 얼굴을 한 채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아이들을 진정시킨 바이비크는 남자아이가 간 곳을 물어보았고, 아이의 방을 찾아간 바이비크가 문을 두드리자 얼굴에 눈물 자국이 가득한 아이가 문을 열어주었다. 아이는 고개를 떨구고는 손에 든 저금통을 내밀었다.

“제 용돈을 모두 저금통에 넣었어요! 제가 조심하지 못해 바이비크 선생님의 옷을 망가뜨렸어요, 정말 죄송해요!”

다른 모든 선생님이 그러한 것처럼 바이비크가 반쯤 무릎을 꿇고는 남자아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부드럽게 위로해 주자, 품 안의 울보도 점차 울음을 그쳤다


살다 보면 예상 밖의 일이 종종 발생하기 마련이다. 마치 바이비크가 디자인을 하며 다음에 그릴 선이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원래의 것을 철저히 망가뜨릴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그 저금통을 받았지만 열지는 않았다. 그녀는 옷의 디자인을 바꿀 준비를 했는데, 성장한 아이에게 어울리는 셔츠로 바꿀 생각이었다.

평범한 재봉사는 무심하게 실수를 수정하겠지만, 훌륭한 재봉사는 실수를 남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놀라움으로 탈바꿈 시킨다.

다음 수업을 받으러 아이들이 재봉실로 찾아왔을 때, 지난번에 실수를 한 그 남자아이는 머리를 숙인 채 가장 뒤에 서 있었다.

바이비크는 미소를 띠고는 아이를 테이블 앞으로 데려와 새로운 셔츠를 꺼내 보였다. “네 저금통은 잘 받았어. 널 위해 만든 옷이야, 다른 아이들에게 보여주렴.”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감동에 빠진 이 행운아를 앞으로 밀쳤다.

남자아이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바이비크는 아이가 그 선물을 소중히 여기고, 훗날 그 옷을 입고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바늘과 실로 멋진 미래를 지어서 다른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 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희망과 기대를 입혀주는 것.

그것이 바로 재봉사의 바람이다.




기마경찰 세트


기마경찰 배지를 달았을 때부터 그라니는 줄곧 이런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드디어 오늘 지갑을 찾아준다거나 열쇠를 깜빡한 주민을 도와 자물쇠를 따주는 일이 아닌 제대로 된 임무를 받은 것이다. 바로 기마경찰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범인 호송이라는 임무 말이다.

“아아, 그렇다고 자물쇠 따기가 기마경찰이 해야 할 일이 아니라는 건 아니지만……”

드디어 그녀는 줄곧 꿈꿔왔던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무장 병력의 기습을 받았다, 인원이 부족하다, 제3팀 지원 바람!”

“2팀 상황은 어떤가? 둘로 나뉘어 긴급 지원을 가라! 본부에서 사람이 올 때까지 버텨!”

“그라니 쪽 팀은…… 역시 이런 임무에 불러서는 안 됐는데……"

호송 차량이 갑작스러운 공격을 받아 급정차를 했다. 미리 이를 예상하고 대비했지만, 상대의 인원이 기마경찰들의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그라니는 호송 차량 뒤에서 방어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고, 호송 중인 범인은 아직 차량 안에서 팀원들에 의해 제압당해 있었다. 매뉴얼에 따라 차량 안에 있는 팀원은 차 문을 열지 않을 테니 범인 쪽 상황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면 남은 것은 이제 최선을 다해 교전을 피하며 지원이 오는 것만 기다리는 일뿐이다.

하지만 방금 상사가 한 말이 그라니의 신경을 긁어놓았다. 그런 말은 이미 수도 없이 듣긴 했지만, 그래도 오늘은 그녀가 처음으로 정식 임무를 맡은 날이다. 그라니는 이번 임무로 그녀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었다.

……원래는 아니었지만.


“넌 여기서 호송 차량을 지키면서 우리가 적을 처리할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라니는 자신의 두 선배가 맞은편에 사격을 하며 하나둘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순간 더 많은 적이 엄폐물 뒤에서 갑자기 뛰쳐나와 “고작 둘뿐이다!”라고 외치며 달려들었다. 선배와 팀원이 갑자기 쓰러졌고, 둘의 상처를 막는 손을 떼자 그라니의 눈에 피로 물든 손바닥이 보였다.

멈춰있는 차량은 좋은 엄폐물이었기에 그라니는 차량에 몸을 숨기며 수차례 돌격했다. 팀원들은 그녀가 적의 진형을 붕괴시키는 모습을 보기 전까지 희망을 품지 않았으나, 그들은 이 작은 소녀 손에 한 명 한 명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 심지어 적은 일시적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

호송 임무는 이후 도착한 지원팀이 넘겨받았고, 그라니는 부상당한 선배와 팀원들을 인근 병원으로 호송해 치료를 받게 했다.

그녀는 이미 그녀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그녀가 자기 자신을 부정한 적까진 없었지만, 그렇다 해도 타인의 인정을 받는 건 역시 기쁜 일이다.

그라니는 어깨에 있는 경찰 배지를 쓱쓱 문질렀다. 배지에는 아까 전투 때 묻은 먼지가 있었지만 이제 다시 반짝이고 있었다.




예비용 랜스 세트


이보나 크루코브스카에게 있어 가장 안타까운 일 중 하나는 카시미어를 떠나며 아끼던 술잔을 그녀의 방에 두고 가져오지 못한 것이다.

금으로 만들어진 그 술잔은 그녀의 성년 기념 선물이었다. 당시 크루코브스카 가문에서 그녀보다 용맹한 아이는 없었고, 자연스레 그녀는 가문의 가장 큰 기대를 받는 기사가 되었다.

이보나는 오랫동안 숙영지에 머무는 생활에 익숙했다. 현대적인 오락 수단 없이도 엄격한 생활 패턴과 훈련을 지켰는데, 그 모든 것은 하나의 목표인 출정 기사, 가장 용감한 출정 기사가 되기 위함이었다.

크루코브스카 가문 사람들에게 있어 출정 기사가 되어 공을 세우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가문은 변방에 오랫동안 자리 잡으며 번영했고, 소란스러운 카시미어 도시를 등진 채, 우르수스의 매서운 겨울에 맞서왔다. 그 영웅담을 듣고 자란 이보나는 이 위험하고 혼란스러운 전장에 순수한 공포와 동경을 품었다.

가문의 롱 나이트가 이보나에게 그 술잔을 준 날부터, 이보나는 다른 생각은 일절 품지 않았다. 그녀는 순수하고 열정적이었으며,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한 훈련에 매번 참가해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을 끌어올렸다. 그녀는 그 숭고한 이상 뒤에 어떤 더러운 거래와 잡설이 있는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그녀는 너무 빨리 달렸다. 위기가 도처에 도사린 환경 속에서는 언제라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 일초의 순간이라도 방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이보나는 그 사실을 잊었을 뿐이다. 딱 그 한 번만.

그녀는 거칠게 벌판에 내동댕이쳐졌다. 한 사람의 몸부림과 한 사람의 부상, 그리고 한 사람의 절망. 오리지늄 결정을 닮은 야생의 맹수가 그녀 곁에서 죽기 직전의 울부짖는 소리로 그녀의 고막을 때렸다. 폭발로 인해 사방으로 흩어지는 날카로운 오리지늄 결정이 움직일 수 없는 그녀의 몸을 찔렀다.

오직 정신력으로 구조 인원이 도착할 때까지 버텼고, 이보나는 다행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 후 그녀는 과거 자신의 생활과 영원히 결별해야 했다.

그 술잔은 수집장 속에 놓여 유리문에 가로막혀있다. 매번 집에 돌아올 때면 이보나는 술잔을 닦곤 하였다.

이후 이보나는 가족에게 돌아가 부모님을 뵙고, 자기 방에서 추억의 일부분을 가져오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무거운 나무 문에 다시는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