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니
안돼.
체르니
삼연음 이쪽......아니, 곡 전체가 전부 이 모양이야.
체르니
예전에는 네가 뽐내려 하는 줄 알았는데, 몇번 연습해보니, 너는 뽐내려 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어려운 곳에서 지나치게 화려하게 연주하고, 그다지 어려운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대충 넘기는구나.
체르니
원래라면 이 곡은 이미 익숙해졌을텐데, 쉬운 부분을 그렇게 대충 넘겨서 뭐하자는 거지?
에벤홀츠
쉬운 부분을 대충 넘겨서 뭐하자는 거냐니......단조로운 반복훈련을 대충 넘긴다, 이 대답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체르니
화났나?
에벤홀츠
뽐내고 대충 넘긴다니, 전부 변명 아닌가요?
에벤홀츠
내가 보기엔, 나는 그저 계속 반복해서 같은 곡을 연구하는 것뿐인데.
체르니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하지만 네가 지금 참가하는 것은 내 음악회, 내가 안된다고 하면 안되는 거야.
체르니
내가 말한 게 뭔지 철저히 이해할 때까지 계속 연습해라.
에벤홀츠
알았어요, 마침 나도 내가 도대체 무슨 허무맹랑한 것에서 도망치고 있는지 알고 싶었어요.
체르니
열입곱번째 소절부터 시작하지, 하나, 둘, 셋, 넷, 준비......
————————————————————
체르니
......
에벤홀츠
왜 그러죠?
체르니
......네가 방금 처음 불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지?
에벤홀츠
어떤 느낌이냐니? 아무런 느낌도 없었는데요.
체르니
틀렸어.
체르니
넌 나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에벤홀츠
......이것도 일부러 내게 말할 필요가 있었던 건가요?
체르니
솔직하게 말하지, 이번이 오늘 연주한 것 중에서 가장 좋았다.
에벤홀츠
무슨 농담을 하는 거죠.
체르니
내가 너랑 농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나?
에벤홀츠
......
체르니
네 머릿속엔 온통 나와 대립할 생각 뿐이지, 안그래?
체르니
사실은 이게 맞는 거다. 내가 이 곡을 지을 때 마음속에서 생각했던 것이, 바로 나와 자주 대립했던 사람이었다.
에벤홀츠
......
체르니
한마디도 안하다니, 아직도 화가 안 풀린건가?
체르니
아니면 내게 불만이 너무 많아서, 벌써 나를 상대해주기 싫어진건가?
에벤홀츠
아니요, 내 생각에는......
체르니
생각에는?
에벤홀츠
(깊게 숨을 들어마신다)
에벤홀츠
——생각에는 당신이 내게 무슨 불만이 있는 줄 알았어요.
체르니
......확실히 나는 네게 불만이 있다.
에벤홀츠
확실히 불만이 있다니......내가 귀족이기 때문인가요?
체르니
그건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그리 중요하지 않아.
체르니
확실히 나는 귀족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하지만 그게 귀족들의 음악을 칭찬하는 것에 영향이 가지는 않아.
체르니
마치 나를 불결한 사람으로 보는 귀족들이, 집에서 내 곡을 연주하는 것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과 같지.
체르니
설령 사치스럽고 안일하게 지내, 세상의 아픔을 모르는 행운아라고 할지라도, 그가 음악에 충분한 경의와 목표가 있다면, 생명을 표현할 수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
체르니
하지만 네 연주는, 어떤 때는 기교를 뽐내다가, 어떤 때는 대충 얼버무리고, 전체적으로 봤을 때 마치......
체르니
한쪽으로는 건성으로 연주하고, 다른 쪽으로는 사소한 부분을 꾸며주고, 다른 사람에게 자기가 안되는 게 아니고, 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라고 증명하려 하는 것 같아.
체르니
정말 진지하게 말하자면, 이건 음악에 대한 모독이다, 나는 절대로 네 이런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어.
체르니
그나마 다행인 건, 고의가 아니었다는 걸 나를 상대로 증명했다는 거다.
체르니
최소한, 이런 태도에서 벗어날 능력이 있다.
체르니
내가 지금 더 의심스러운 게, 너는 기교가 뛰어나지만, 학생에게 책임을 하나도 지지 않는 음악선생이 있었던 것 같군.
에벤홀츠
......맞아요, 내 음악선생님은 그런 사람이었어요.
에벤홀츠
그 사람 덕분에,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할 수 있어요, 하지만 난 뼛속까지 그를 증오해요.
체르니
만약 정말로 그렇다면, 그 자의 음악 실력은 보통이 아닌 것 같군.
에벤홀츠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이 얘기는 더이상 하고 싶지 않군요.
체르니
그래.
체르니
다시 돌아와서, 내가 필요한 것은 오늘의 그 느낌을 기억하라는 것이다.
체르니
다음에도 계속 화를 내면서 곡을 연주하라는 게 아니라, 이번 연주의 그 절주와 감정의 표현, 그 단락들의 연결점 처리, 그것들은 잘 기억해뒀으면 좋겠군.
에벤홀츠
네.
체르니
좋아, 긴 시간동안 연습했으니, 너도 많이 지쳤겠지.
체르니
나는 저녁에 음악 홀에 가서 점검를 하고, 스폰서들과 만나야 하니,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어.
체르니
오늘은 여기까지 하지, 내가 우르술라에게 너와 크라이드의 마실 것을 부탁하지.
체르니
우르술라——
(크라이드가 나타난다)
체르니
우르술라, 거기 있나?
체르니
크라이드? 우르술라는?
크라이드
우르술라 아주머니는 로도스 아일랜드 사무실에 가서 약을 가지고 온다고 했어요, 떠난지 30분쯤 됬어요.
체르니
30분? 그 사무실은 그렇게 멀지 않은데.
체르니
내가 로도스 사무실로 가보마, 너희는 먼저 집으로 돌아가라.
크라이드
저도 마침 로도스 사무실에서 할아버지를 뵈야 하니, 같이 가요.
크라이드
에벤홀츠도 우리랑 같이 갈래?
에벤홀츠
어쨌든 나도 별다른 일 없으니까.
히비스커스
에벤홀츠, 크라이드, 체르니씨도 있네요!
히비스커스
마침 잘 왔어요, 지금 밥하고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같이 먹을래요?
체르니
히비스커스, 우르술라는?
히비스커스
우르술라 아주머니도 주방일을 돕고 있어요——
우르술라
선생, 왔구만유.
체르니
약 가지러 온 게 아니었나, 어떻게 요리를 하고 있는거지?
우르술라
처음에는 약을 가지러 왔는데, 마침 히비스커스가 밥을 할 때구, 안단테도 나가서 말이유.
우르술라
저 상태로 방치할 수도 없으니, 조금 도와주려 했지. 겸사겸사 선생의 밥도 해결하고 말이유.
히비스커스
에벤홀츠랑 크라이드도 왔으니, 밥을 조금 더 하죠.
크라이드
할아버지것도 있어요.
히비스커스
네 할아버지는 계속 주무시고 계셔, 아마도 우리와 같이 밥을 먹지 못할 것 같아.
크라이드
계속 주무시고 계시다니......병세가 악화된 건가요?
히비스커스
걱정하지 마, 현재로선 그저 흔한 약물 불량반응일 뿐이야, 조금 있으면 괜찮아질 거야.
크라이드
알았어요......
우르술라
히비스커스, 요건 사과랑 비슷하게 생겼는디, 이게 뭐유?
히비스커스
그건 일종의 건강에 도움이 되는 덩이줄기에요, 아직 간을 안했어요, 제가 요리할게요......
에벤홀츠
스폰서들과 음악 홀을 검사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체르니
나도 가서 배를 좀 채워야 하지 않겠나.
크라이드
체르니씨의 스폰서는, 분명 당신의 음악을 이해해주는 사람이겠네요.
에벤홀츠
......
체르니
내 음악을 이해해주는 사람......허, 정확히 반대되는군.
크라이드
에?
체르니
처음에는 진심으로 그 스폰서를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으로 봤다, 하지만 금세 알아차렸지, 나와 그녀는 같은 길을 가지 않아.
에벤홀츠
내 기억이 맞다면, 《아침과 저녁》과 관계가 밀접한 그 분이야말로 당신의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그 분은 곡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떠났어요.
체르니
그래, 맞다.
체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보면, 처음에 너에게 가졌던 불만은, 이 곡의 유래와 관계가 있을 수 있겠구나.
체르니
그렇기에 《아침과 저녁》을 네가 그 모양으로 연주했을 때, 다소 불쾌함을 느꼈다.
체르니
하지만 지금은 이미 중요한 걸 깨달았으니, 마침내 내 마음 속의 짐을 덜 수 있게 되었구나.
에벤홀츠
이것도 모두 당신의 몇시간에 걸친 고강도의 지도 덕분이죠, 아니었으면——으으.
체르니
말 속에 가시가 있는 건 네 습관인건가?
에벤홀츠
......그렇다고 할 수 있죠.
체르니
괜찮다, 딱히 신경쓰진 않아.
체르니
내 생각에, 음악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함이다.
체르니
말 속에 가시가 있는 게 아니라, 뼛속에 사무치는 원한이 있다 할지라도, 알맞은 기법을 사용해 표현한다면, 똑같이 의미가 있다.
————————————————————
히비스커스
마지막 음식도 다 준비됬어요!
히비스커스
만약 우르술라 아주머니가 안계셨다면, 이 음식들을 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 거예요.
크라이드
이렇게 같이 밥을 먹으니, 마치 한 가족 같아요.
에벤홀츠
(작은 목소리로) 가족......
히비스커스
가족하니까 본함에 있는 라바가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하네.
크라이드
라바?
히비스커스
라바는 내 동생이에요, 같은 감염자고. 사람을 자주 걱정하게 하지만, 아주 착한 아이에요.
크라이드
히비스커스씨는 동생 얘기를 하니까, 눈빛도 반짝거리네요.
히비스커스
어, 그래? 하하.
히비스커스
라바 이 애는 다른 사람이 그녀에게 잘해 주면 마음 속으로는 이해하지만, 입으로는 말을 못하고 항상 사고만 쳐요.
히비스커스
그 애도 감염자지만, 나와는 다르게 자신의 오리지늄 아츠를 연구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해서, 음식 부분에서 주의를 좀 해야해요.
히비스커스
그리고 그녀는 훈련을 위해서 끼니와 잠도 소홀히 해서, 항상 가서 얘기해줘야 해요——
히비스커스
아! 미안해요, 라바 얘기가 나오니, 말이 너무 많아졌네요.
히비스커스
밥이 다 식겠어요, 먼저 드세요! 저는 크라이드네 할아버지의 약을 바꿔 주고, 그 다음에 같이 먹을게요.
에벤홀츠
정말 자신의 동생을 좋아하는 것 같네.
크라이드
일단은 자매잖아.
우르술라
자주 생각나는 건디, 선생이 만약 형제자매가 있다면, 지금보다 더 사이좋게 지낼 수 있지 않을까......
체르니
우르술라!
우르술라
하하.
크라이드
히비스커스씨, 약은 다 바꿨나요?
히비스커스
곧 끝나가——
히비스커스
왔어요! 기다려 줘서 고마워요!
히비스커스
——그럼, 우리 식사를 시작합시다!
포장마차 사장
여기, 양배추 절임튀김 하나!
크라이드
감사합니다.
에벤홀츠
드디어 정상적인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됬어......
에벤홀츠
잠깐, 너 설마 그 건강식을 포장까지 한거야?!
크라이드
맛은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일단은 음식이니까, 낭비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에벤홀츠
그건 내일 너 혼자 먹어!
우르술라
선생, 국 하나 더 하실래유?
체르니
괜찮다......많이 먹었어.
체르니
네가 주방에 있을 때, 그녀가 하고 있는 음식들에서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건가?
우르술라
일단은 남이 음식을 맡아서 하고 있으니, 가서 맛보기도 곤란하지유.
우르술라
그리고, 히비스커스의 조리법은 확실히 건강에 도움이 많이 되구만유, 제 눈으로도 봤슈.
우르술라
히비스커스가 쓴 방법으로, 조리법을 조금 고쳐야 될지......
(체르니가 떠난다)
우르술라
에고, 선생, 그냥 농담 좀 해본 거유, 가지 말아유——
안단테
나 왔어!
히비스커스
어땠어, 밥은 먹었어? 혹시——
안단테
——고마워! 난 밖에서 먹었어!
히비스커스
으, 네가 먹을 양은 남겨놨는데.
히비스커스
요즘은 내가 나가기 힘들어서, 네게 부탁할 수밖에 없네, 미안.
안단테
괜찮아, 나도 아벤드로트의 일원이니, 만약 이 현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내게도 좋은 일이야.
히비스커스
다음은 데이터 분석이야......
체르니
음악 홀의 준비가 내 예상을 뛰어넘는군.
경박한 귀족
과찬이십니다.
경박한 귀족
당신의 송별음악회이니, 조금 화려하게 꾸미는 것은 필요한 일입니다.
체르니
내가 말한 것은 음악기재다.
경박한 귀족
네, 네, 거트루드 여사님은 음악기재 방면에서도 굉장히 많은 자본을 쏟으셨습니다, 당신과 연주자분들의 무대와 기재에 대한 요구는 거의 만족했습니다.
경박한 귀족
이렇게 되면, 모든 곳을 점검하신 것 같군요......
체르니
내 기억에는 휴게실은 가보지 않은 것 같은데?
경박한 귀족
하하, 내 정신 좀 봐.
경박한 귀족
부디.
경박한 귀족
이상하네, 문이 열리지 않아.
체르니
사람이 안에 있을 수도 있지 않나?
거트루드
맞습니다, 안에 사람이 있어요.
경박한 귀족
거트루드 여사님?
거트루드
이번 음악회에 중요성을 생각해서, 제가 직접 음악홀의 장식들을 점검하고 있었어요.
경박한 귀족
여사님이 직접 이런 사소한 일을 처리하러 오시다니, 저희의 실책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거트루드
괜찮아요.
거트루드
만약 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면 체르니도 온 것 같은데.
체르니
맞다. 안에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거트루드
휴게실 안의 장식을 점검하고 있었어요.
거트루드
제가 보기에, 휴게실은 당신과 연주자들의 기본적인 요구는 만족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어요.
체르니
(한숨소리)
거트루드
거울에는 얼룩이 있고, 서랍 손잡이는 녹슬어서 얼룩덜룩해졌고, 카펫에는 구멍이 몇개 나있고, 이것도 문제의 한부분일 뿐이에요......
체르니
이미 말했을 텐데, 이 음악회는 그렇게 크게 신경쓸 필요 없다고 말이야, 쓸 수만 있다면 됬다.
거트루드
그건 안돼요. 저는 당신의 스폰서, 당신과 당신 수하들의 행동은, 제 명예와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체르니
내가 몇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그들은 이 음악회에 자원한 연주가들이지, 내 수하가 아니다!
거트루드
당신이 초대한 사람들의 눈에는, 모두 같은 사람들이에요.
체르니
......네 마음대로 해라.
거트루드
제가 당신을 대신해 문을 열어드리죠, 당신이 직접 이곳의 설비를 둘러보세요.
체르니
됐다, 너 혼자서 해.
거트루드
정말로 들어와서 볼 필요 없나요?
체르니
하나도 관심 없으니, 괜한 허세 부리지 마라.
체르니
너도 내 면상따위 보고 싶지 않겠지, 안그래? 서로 좋게좋게 가자고.
경박한 귀족
(작은 목소리로) 체르니 씨, 당신의 말투가......
체르니
나와 그녀는 평소에도 이렇게 얘기한다.
거트루드
그럼 마음대로 하시죠 , 저는 계속 이곳에서 필요한 점검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거트루드
전 그저 이런 잡무가 음악회 당일에 당신의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할 뿐입니다, 방해가 아니라요.
오역, 의역 있음 지적 환영
+마지막의 거트루드와 체르니의 대화에서 체르니랑 귀족은 문 밖에서, 거트루드는 문 안쪽 휴게실에서 문을 끼고 대화중임.
체르니 멋있어
역시 히비스커스의 건강식이야
음식솜씨 좋아졌다매!
히비는 건강식을 전장 테러용으로 써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