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머무른 생각들이 꽃피는 날이 올 것이다.




9:30 P.M. 훈련장


[도베르만] 오늘도 버블과의 대련을 도와줘서 고맙다.

[도베르만] 그녀를 힘으로 여유롭게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찾기 힘들지.

[도베르만] 밤 늦게까지 훈련하느라 수고 많았다.

[에스텔] (도베르만 교관, 훈련할 때는 아주 엄격하지만 사적으로는 참 좋은 사람이야.)

[에스텔] (그녀는 항상 늦게까지 깨어있어.)

[에스텔] 난 오늘 다른 일이 없으니까...... 괜찮아.

[에스텔] (그런데, 버블이라는 아이는 정말 대단해. 아직 나이도 그렇게 어린데.)

[도베르만] 아, 누군가가 너를 닮았으면 좋았을텐데.

[도베르만] 너도 배고플텐데, 조금 늦었지만 식당에 가서 뭘 좀 먹는 게 어떤가? 내 장부에 달아두면 된다.

[에스텔] 고마워.




9:34 P.M. 식당


[토미미] 음식을 데우는 방법이......

[토미미] 이 기계인가?

(기계 소리)

[토미미] 작동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열기는 안 느껴지네.

[토미미] 이렇게 하면 되나?

[토미미] 위쪽에 불 표시가 돼있어. 이 기계를 불로 데워야 하는 걸까?

[토미미] 일단 음식을 기계에 넣고, 다음으로 기계 밖에 불을 붙이면...... 이게 맞겠지?

[에스텔] 위험해——!

(에스텔이 토미미를 밀쳐냄)

(폭발음)

[에스텔] 괜찮아?

[토미미] 왜 갑자기 터진 거지?

[에스텔] 이건 그렇게 쓰는 게 아니야.

[에스텔] 다행이네, 다친 곳은 없어보여......

[에스텔] (낯선 동료야!)

[에스텔] (어...... 어떡하지...... 무의식적으로......)

[토미미] 왜, 왜 그러세요?

[에스텔] (아다크리스잖아. 새로운 아다크리스 동료인 건가?)

[에스텔] ......

(에스텔 퇴장)

[토미미] 혹시, 음식을 데우는 방법을 여쭤봐도——

(에스텔 재등장)

[에스텔] 이 기계를......

[에스텔] 자...... 5분 동안 기다리고, 이 버튼을 누르면 돼.

(에스텔 퇴장 후 재등장)

[에스텔] 그 고장난 기계는 건드리지 말고.

[에스텔] 수리 신청을 하면, 누가 와서 고쳐줄 거야......

(에스텔 퇴장)




[에스텔] (내가 또 이상한 짓을 한 것 같아.)

[에스텔] (박사와 레나 씨도 내가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길 원하는데......)

[에스텔] (그동안은 나보다 먼저 입사한 사람들한테 부담감이 느껴진다는 걸 핑계삼았어.)

[에스텔] (이번에는 새로 온 동료들인 것 같은데......)

[에스텔] (으...... 나는...... 어쩔 수 없는 걸까.)

[도베르만] 에스텔, 벌써 다 먹었나?

[에스텔] 아......

[에스텔] (저녁 먹는 걸 잊은 것 같아.)

[에스텔] 응...... 먹었어.

[에스텔] (그 사람은 아마 아직 식당에 있을 거야. 나는 이따가 다시 가야지......)




9:22 A.M. 요양정원


[퍼퓨머] 긴장이 좀 풀리니?

[에스텔] 응.

[에스텔] (레나 씨, 코드네임은 퍼퓨머.)

[에스텔] (매일 이 시간에 나는 요양 정원에서 아로마테라피를 받아.)

[에스텔] (이제는 거의 내가 하루를 시작하는 방식이 됐어.)

[에스텔] (그녀의 몸은 정말 향기롭고 사람도 아주 온화해. 옛날에 나한테 이런 누나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퍼퓨머] 이런 향기만 너한테 가장 효과적이고 긴장을 풀어줄 거야.

[에스텔] 이건...... 집이 느껴지는 것 같아.

[퍼퓨머] 정말로?

[에스텔] 정말로.

[퍼퓨머] 그런데 이건 꽃 향기가 아니라 비타민 용액 냄새인데......

[퍼퓨머] 혹시 네 과거에 대해서 말하고 싶으면 내가 들어줄게, 박사도 그럴 거야.

[에스텔] ......

[퍼퓨머] 강요하는 게 아니야.

[에스텔] 고마워.

[에스텔] (나는 왜 내가 이 냄새에 긴장이 풀리는지 알고 있어...... 이 냄새는 내가 어렸을 때 실험실에서 맡았던 거랑 똑같아.)

[에스텔] (그 때는 나한테 뿔이 없었지.)

[에스텔] (나는 작은 집에서 살았어. 타원형의 방 안에는 그런 작은 집들이 많았지. 작은 집마다 아다크리스 아이가 한 명씩 살았어.)

[에스텔] (그들은 나를 “실패작”이라고 불렀어. 그 후 실험실에서 쫓아냈고.)

[에스텔] (맞아, 대니 칩, 날 내던진 건 그 사람이었어. 분명 전에는 아침마다 유리 너머로 “좋은 아침, 우리 공주님”이라고 해줬는데......)

[에스텔] (내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버린 걸까?)

[에스텔] (그 후로 나는 로도스 아일랜드에 합류할 때까지 황야에서 살았어.)

[퍼퓨머]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요양 정원에서는 향과 함께 긴장을 풀고 있어.

[에스텔] 응.

[퍼퓨머] 요즘은 사람들하고 잘 대화하니?

[에스텔] 아닌 것..... 같아......

[퍼퓨머] 무리할 필요는 없어, 하지만 만약 교류할 생각이 있다면, 편하게 느껴지는 사람을 찾아서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을 거야.

[퍼퓨머] 내가 할 수 있는 건, 네가 잠시 쉴 수 있게 해주는 거지. 그런 상황에서 정말 벗어나고 싶다면 역시 의지할 곳은 너 자신이니까.

[에스텔] 알겠어! 고마워, 레나 씨.





2:15 P.M. 의료부 밖 복도


[브리즈] 또 새로운 동료가 생겼다고 들었어.

[브리즈] 로도스 아일랜드에 사람들이 점점 늘어서 여기도 점점 번화해지네.

[어스스피릿] 식당 줄도 길어졌어.

[어스스피릿] 그러고보니, 예전에 사람이 적었을 때는 새로운 동료들을 신경써 주기도 쉬웠지. 지금은 이름도 기억 못 하겠어.

[브리즈] 새로운 동료를 보살피는 건 너 같은 선배의 책임이잖아! 에이야퍄들라를 봐, 전에 하루종일 네 뒤를 따라다니면서 “선배님 선배님”하고 불렀잖아, 내 생각에는 너한테 새로운 동료를 돌보는 재능이 있는 것 같아.


[파울비스트] (즐거운 지저귐)

[브리즈] 어, 무슨 일이야! 복도에서 파울비스트가 날고 있잖아!

[어스스피릿] 그건 에스텔의 클레어 경이야, 긴장하지 마.

[에스텔] 미안해! 놀래켜 버렸어.

[에스텔] (어스스피릿 씨의 머리에도 뿔이 있어, 카프리니에게는 이상한 게 아니지.)

[에스텔] (그녀의 뿔은 나만큼 크지는 않아도, 나보다 훨씬 높아보여.)

[에스텔] (만약 그녀가 박사의 사무실에서 깜짝 놀란다면, 뿔이 천장에 꽂힐까?)

[에스텔] (만약 친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 하면 뿔의 불편함을 줄일 수 있는지 물어봐야지.)

[브리즈] 에스텔 양은 애완동물을 기르는 거야?

[에스텔] (브리즈 씨는 변함없이 우아하게 행동해...... 정말 그 예절들을 가르쳐달라 하고 싶어......)

[에스텔] 맞아.

[에스텔] (하지만 클레어 경은 내 애완동물이 아니라, 나의 동반자야.)

[에스텔] (실험실에서 내던져진 후, 클레어 경은 가장 먼저 나를 발견하고 내 집을 열어줬어.)

[에스텔] (클레어 경은 나보다 많은 것을 알지만, 항상 말수가 적고 험한 말도 조금 많이 해.)

[브리즈] 참, 다음 주에 외근 지원 활동이 몇 번 있을 예정인데, 또 에스텔 양에게 신세를 지겠네.

[에스텔] (브리즈 씨는 전장 의료 활동에 능숙해서 나는 그녀와 자주 외근을 해. 내 부자연스러움을 느꼈는지...... 그녀는 나한테 예의를 갖추고 조심스러워.)

[에스텔] (브리즈 씨에겐 고맙지만, 그래도, 조금 거리감이 느껴지는 것 같아...... 게다가 업무 외에 사적으로는 잘 안 만나기도 하고......)

[에스텔] (박사는 내가...... 주도적으로 그녀와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래......)

[에스텔] 나...... 환자를 잘 데려갈 수 있도록 노력할게...... 

[에스텔] (이번에도 말을 꺼내지 못했어.)

(클레어 경 날아감)

[에스텔] 클레어 경, 돌아와, 날아가지 마!

(에스텔 따라감)




[에스텔] 네가 이러면...... 남한테 폐를 끼칠 거야...... 그리고 우리는 동료들한테 미움받겠지...... 

[에스텔] 그런데, 방금 그녀들이 말하던...... 새 동료들을 챙겨주는 거......

[에스텔] 어제 본 그 아다크리스,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닐까?

[에스텔] 또 그렇게 무모하게 설비를 사용하면 다칠거야.

[에스텔] 그런데...... 내 상태가 이래서는...... 아무 것도 못 해주는 걸까?

[클레어 경] (의미심장한 지저귐)

[에스텔] 클레어 경, 너무 놀리지 마.

[클레어 경] (부드러운 지저귐)

[에스텔] 나는 순순히 치료에 협조하고 있고, 요양 정원도 매일 가고 있어. 그래도, 동족을 마주하는 건 아직 좀 무서워.

[에스텔] 한 눈에 보여...... 나하고 그들의 차이가...... 상대방도 한 눈에 알아보지 않을까...... 내 머리의 뿔이 아주 이상하다는 걸?

[클레어 경] (짧은 지저귐)

[에스텔] 가비알?

[에스텔] 그래......

[에스텔] 가비알 씨도 아다크리스였지. 일 때문에 자주 만나지만, 그래도 말을 걸지를 못하겠어서......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어.

[에스텔] 같은 아다크리스인데 가비알씨는 대단한 의사야. 그리고,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것 같아. 

[부상당한 오퍼레이터] 잠깐! 잠깐! 가비알!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가비알] 기다리긴 뭘 기다려,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끝이라니까?

[부상당한 오퍼레이터] 눈을 감았다 뜨다니 무슨...... 아!

[에스텔] 오늘은 가비알 씨가 당직인 건가?

[에스텔] 부상자를 데려오고 나서, 가비알 씨가 당직일 때면 이런 소리가 들렸지.

[에스텔] 도대체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는 걸까......

[클레어 경] (궁금해하는 지저귐)

(클레어 경 날아감)

[에스텔] 잠깐, 또 어디 가는 거야——




(에스텔이 이동 중에 토미미와 마주침)

[에스텔] (어제 폭발에 다칠뻔한 그 아이야!)

[토미미] 음? 당신은......

[에스텔] (들켰다......)

(에스텔 물러섬)

[토미미] 기다려요!

(토미미 따라감)

[토미미] 히, 힘 세다......

(넘어지는 소리)

[에스텔] 어, 큰일이야!

[에스텔] 다치진 않았어...... 미안해...... 내가 또......

[토미미] 아, 전 괜찮아요!

[토미미] 힘이 정말 세네요!

[에스텔] 아...... 응......

[에스텔] 미안......

[토미미] 괜찮아요!

[토미미] 어제 일은 고마웠어요. 당신 아니었으면 음식을 어떻게 데우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에스텔] 난 그냥 지나가다 본 거야......

[에스텔] ......

[에스텔] 나는 다른 할 일이 있어서, 나는——

[가비알] 아, 손 아프다. 네가 부상자들 좀 봐줘, 나는 나가서 주먹이나 좀 휘두르면서 손 풀게!

(토미미, 에스텔 퇴장)

[가비알] 휴! 신선한 공기!

[가비알] 응? 방금 왠지 사람 그림자가 지나간 것 같았는데?

[가비알] 피곤해서 잘못 봤나?




[토미미] 휴, 들킬 뻔했어요. 근처에 빈 진료실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토미미] 이번엔 제가 구해줬네요, 헤헤, 이걸로 비긴 거예요.

[에스텔] 어?

[토미미] 가비알한테 들킨다면 좋지 않을 거예요.

[에스텔] 무, 무슨 뜻이야?

[토미미] 가비알이 하는 일 훔쳐보려 온 거죠?

[에스텔] (새 동료가 오해한 것 같아......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안 좋은 인상을 주지 않을까......)

[에스텔] 그게 아니라——

[토미미] 저도 일하는 거 훔쳐보러 왔거든요!

[토미미] 가비알과 아는 사이세요?

[에스텔] 어......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겠지?

[에스텔] (내 일은 그녀와 자주 교류해야 해. 하지만 우리는 아직 말을 많이 못 해봤어.)

[토미미] 당신도 가비알이 훌륭하다 생각하죠?

[에스텔] (로도스 아일랜드 같은 곳에서 의사 일을 하는 건, 나처럼 치료를 받으면서 잡일을 하는 사람과는 수준이 전혀 다르지.)

[에스텔] (이렇게 생각하면, 자신의 도피 상태를 납득시키려고 여러 가지 이유를 찾는 게 정상인 것 같아.)

[에스텔] 응, 그래, 대단하다고 생각해.

[토미미] 그러면 우리는 친구예요.

[에스텔] 친구...... 나랑 친구가 되어줄 거야?

[토미미] 우리는 이미 서로 친해요! 공감대도 형성됐고요—— 가비알의 대단함!

[에스텔] 그런 것...... 같아......

[토미미] 그러니까 우리는 친구죠.

[에스텔] 그렇구나.

[에스텔] (갑자기 새로 온 동료와 친구가 됐어......)

[에스텔] (박사랑 레나 씨한테 빨리 보고해야지.)

[에스텔] (내가 주도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박사와 레나 씨는 분명 나를 위해 기뻐하고 칭찬해줄 거야.)

[토미미] 저는 토미미예요, 이름이 뭔가요?

[에스텔] 나는...... 에스텔이야.

[에스텔] (침착하자, 일단은 정상적인 대화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거야.)

[에스텔] (힘내자.)

[토미미] 그건 코드네임인가요?

[에스텔] 이건 내 이름이야.

[토미미] 아다크리스 같지 않은 이름이네요.

[에스텔] 응......

[토미미] 어쩐지, 아주 익숙한 이름 같아요.

[토미미] 잿더미 공주 설화인가요?

[에스텔] 알고 있어?

[토미미] 이남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에스텔] 잿더미 공주 에스텔은, 어릴 때 성을 악당한테 점령당해서 쫓겨났어. 하지만 그녀는 주저앉지 않고 검술을 연마하며 성장해갔지.

[에스텔] 때가 되자 그녀는 충성스러운 클레어 경의 도움으로 드레스를 입고 성의 무도회에 섞여 들었어.

[에스텔] 무도회가 최고조일 때, 그녀는 미리 준비한 갑옷을 입고, 클레어 경이 던져준 대검을 넘겨받아 복수를 이뤘지.

[에스텔] 그녀는 목표를 달성한 뒤 잿더미로 변했다는 소문이 있어.

[에스텔] ......

[에스텔] (조심하지 않고 내가 할 말만 많이 해버렸어......)

[에스텔] (반감을 사지는 않을까...... 나는 정말 의사소통을 잘 못 하나봐, 입을 잘 열지 않는 게 좋을 거야......)

[토미미] 정말 대단해요.

[토미미] 아주 정확한 요약이에요!

[토미미] 정말 그녀를 숭배하는 걸 알겠어요.

[에스텔] 응...... 나는 그 공주처럼 되고 싶어.

[에스텔] (새 동료는......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 것 같아......)

[에스텔] (아쉽지만 나는 그런 투구는 쓸 수 없겠지.)

[에스텔] (로도스 아일랜드의 장인들은 모두 뛰어나다고 하던데...... 내가 아는 사람은 없어. 평소 전투에서 나는 무기가 필요 없으니까, 지금까지 그들을 찾아가본 적이 없어.)

[에스텔] (나중에, 공주같은 갑옷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도록, 힘을 내보자.)

[토미미] 그러려면 검술 연습이 필요하겠네요.

[에스텔] 맞아......

[에스텔] (무기로 싸우는 법도 배워야겠지.)

[에스텔] (대검을 쓰는 동료한테 배우려면...... 스카디...... 그녀는 다가가기 어려워 보이는데......)

[토미미] 그런데, 왜 계속 절 보면 도망가려 하세요?

[에스텔] 아무 것도 아니야......

[에스텔] ......

[에스텔] 왜냐하면...... 나는 내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서......

[토미미] 외모요?

[토미미] 한 바퀴 돌아서 보여주세요.

[토미미] 우리 미적 감각으로 봤을 때, 너무 굵지도 너무 가늘지도 않아요...... 둘 다 좋은 상태는 아니죠.

[토미미] 그런데......

[토미미] 이 정도면 정상적인 상태 아닌가요?

[에스텔] ......정말로?

[에스텔] 네가 보기에는, 내가 이래도 정상이야?

[에스텔] 우리 집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이상하다고 놀렸는데......

[토미미] 그 사람들은 모르겠죠. 가끔은 그런 특징이 아름다운 거예요.

[토미미] 보세요, 예를 들어 가비알은——

[에스텔] (어? 가비알한테 옛날엔 뿔이 있었나?)

[토미미] 부족 사람들이 가비알을 좋아하는 건, 외모 때문만이 아니라, 그보다는 많은 사람을 쓰러트릴 수 있는 그녀의 대단함 때문이에요.

[에스텔] 오——오!

[에스텔] 대단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걸까?

[토미미] 꼭 그런 건 아니죠.

[토미미] 저도 그 문제를 생각해 봤어요, 제 생각에 모두가 가비알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은 가비알이 가비알이기 때문일 거예요.

[에스텔] 잘 모르겠어.

[토미미] 그러니까, 자기 자신이 된다면 좋아할 사람은 자연히 좋아하게 되는 거죠. 남한테 잘 보이기 위해 불편한 방향을 향할 필요는 없는 거예요.

[에스텔] 저, 정말이야!

[에스텔] (내 뿔들이 아다크리스의 눈에는 원래 그렇게 보이는 건가?)

[토미미] 제가 《자신감까지 단 한 걸음》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책에서 타인의 미적 감각은 항상 변하고,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라고 그랬어요.

[토미미] 시간이 있을 때 저를 찾아오시면 책을 빌려드릴게요.

[에스텔] 고마워.

[에스텔] 그래도 가끔은 방해가 되기도 해. 예를 들면 박사 사무실에 들어갈 때 가끔씩 문을 뚫고 들어가버려. 잿더미 공주처럼 칼을 휘두르려 해도 휘두를 수 있는 범위에 영향을 주겠지.

[토미미] 음...... 조금 방해가 될 수도 있겠네요.

[토미미] 그래도, 몸의 균형같은 기본적 기능은 물론이고, 그걸 무기로도 쓸 수 있잖아요. 자유롭게 검을 휘두루진 못 해도 그걸 활용해서 공격에 맞설 수도 있고요.

[토미미] 그러니까 다른 관점에서 보면, 꼬리도 실용적일 수 있어요.

[에스텔] 네가 한 말 이해했어!

[에스텔] (꼬리를 말한 거였어...... 내가 뜻을 잘못 이해했나봐...... 나도 내 꼬리는 아주 마음에 들어......)

[에스텔] (머리의 뿔은 아주 무겁지만, 꼬리가 있어서 균형을 쉽게 잡을 수 있어.)

[에스텔] (훌륭한 꼬리야.)

[에스텔] (그런데 왜 내 머리의 뿔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거지...... 정말 모두가 그렇게 신경쓰는 건 아닌 건가...... 동족인 아다크리스는 원래 이렇게 사이가 좋은 건가봐......)

[토미미] 저한테는 당신도 훌륭한 것 같아요.

[에스텔] 정말?!

[토미미] 네, 그러니까 우리는 친구가 됐고요.

[토미미] 가비알만큼 훌륭하지는 않아도, 0.7 가비알만큼은 훌륭해요.

[에스텔] 고, 고마워!

[에스텔] (“훌륭하다”는 정도의 단위가 가비알인 건가?)

[에스텔] (0.7 가비알만큼 훌륭하다는 건, 꽤 좋은 칭찬이겠지.)

[에스텔] 그 박사는...... 몇 가비알 정도야?

[토미미]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토미미] 아마 나중에 로도스 아일랜드의 모두들과 함께 점수를 매겨볼 수 있겠네요.

[에스텔] 가비알을 단위로......?

[토미미] 네.

[에스텔] 응.

[토미미] 그러면 약속이에요!

[토미미] 아, 가비알이 돌아간 것 같아요.

[토미미] 우리 계속 훔쳐보러 가요.

[에스텔] 미안...... 나는 일하러 돌아가야 돼......

[에스텔] (일을 잘 안 한다면, 언젠가 로도스 아일랜드가 나를 원하지 않게 될지도 몰라......)

[토미미] 조금 궁금한데, 에스텔은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제 기억으로는 전투 소대원이었나요?

[에스텔] 어?

[에스텔] (갑작스러운 주제네.)

[에스텔] (친구 사이의 대화는 이런 거구나.)

[에스텔] 나는 전투 소대원은 맞는데, 실제로는 구조 지원에 더 가까운 일이야.

[에스텔] 예를 들면 물건을 나르거나, 환자를 옮기거나, 부상자를 대피시켜.

[에스텔] 만약 전장에서 다친 사람이 생기면 부상자를 데리고 포위를 뚫기도 해. 이런 과정에서 전투가 벌어지기도 하고.

[에스텔] 가끔은 의사를 호위하기도 해.

[토미미] 대단하네요......

[에스텔] 딱히 대단한 건 아니야......

[토미미] 상상해봐요, 전장에서 누가 다치고 포위당해서 어찌할지 모를 때, 당신이 나타나서 돌파한다면 어떤 광경이겠어요. 

[토미미] 그 사람들의 눈에는 분명 빛나보일걸요, 그건 0.9 가비알만큼 훌륭해요.

[에스텔] 정말!

[에스텔] (이런 일을 하면 동경받기도 하는구나.)

[토미미] 만약 다친 사람을 가비알한테 치료받게 보내준다면 더 훌륭하지 않을까요.

[에스텔] 0.9 가비알에 1 가비알을 더해서 8 가비알이 되는 거야......

[토미미] 맞아요. 분명 더 빠르게 나을 수 있을 거예요.

[에스텔] 그래. 앞으로 부상자는 최대한 가비알 쪽으로 보낼게.

[에스텔] 그런데...... 음...... 나...... 진짜 가야겠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토미미] 대화 즐거웠어요.

[에스텔] 나도 그랬어.

[에스텔] (앞으로도 0.9 가비알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





7:23 P.M. 엔지니어링부

[에스텔] (친구를 사귀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이구나.)

[그레이팜] 음? 에스텔 너 아직도 바빠?

[에스텔] 응......

[에스텔] 브리즈가 다음 주에 외근이 있을 거라고 해서, 물자를 차에 조금 옮겨두고 싶거든.

[그레이팜] 그렇게 해도 잔업 수당은 안 나올텐데.

[에스텔] 괜찮아.

[에스텔] (그레이팜, 로도스 아일랜드의 지상 탈것의 운전자야. 브리즈와 외근할 때는 항상 그의 차를 타.)

[에스텔] (차 지붕이 개조돼서 차 안의 공간의 조금 더 넓어, 더 많은 물자를 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내 뿔도 들어갈 수 있어.)

[에스텔] (익숙한 사람과 이야기하는 건 별로 무섭지 않은 것 같아.)

[그레이팜] 너처럼 어릴 때는 일이 없으면 더 쉬어둬야지.

[그레이팜] 안 그러면 나이들어서 몸 상한다.

[그레이팜] 나 좀 봐, 지금 목뼈랑 허리가 아파 죽겠어.

[그레이팜] 장거리 운전 몇 번 더 하다가는 조각이 나버릴 것 같아.

[에스텔] 많이 힘들어?

[그레이팜] 그럼.

[에스텔] ......

[에스텔] 내가 도와줄 방법을 알 것 같아.

[에스텔] (가비알이 지금 퇴근했을지 모르겠어.)

[그레이팜] 정말 효과가 있다면, 참 고맙지.

(들어올리는 소리)

[그레이팜] 잠깐——




8:20 P.M. 의료부 밖 복도

[토미미] 에스텔, 또 왔네요.

[에스텔] 방금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동료를 데려왔어.

[토미미] 와, 그러면 가비알이 퇴근하려면 좀 남았겠네요.

[토미미] 저는 기다렸다가 가비알이랑 밥 먹으러 갈 거예요.

[에스텔] 나도 그레이팜 씨가 치료받는 걸 기다릴 거야.

[그레이팜] 잠깐, 목이 좀 아플 뿐이야!

[가비알] 이왕 온 김에 안마 좀 받는 게 어때?

[그레이팜] 멈춰...... 목 안 아파, 다 나았어!

[그레이팜] 아아아아——

[토미미] 효과가 좋나보네요.

[에스텔] 그런가?

[토미미] 강력한 치료는 항상 효과적이죠.

[에스텔] 그렇긴 해.

[토미미] 왜 웃나요?

[에스텔] 아, 별거 아니야.

[에스텔] (친구가 생겨서 너무 기뻐. 동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너무 기뻐.)

[에스텔] (비록 아직 말을 꺼내지는 못 하더라도.)

[에스텔] (로도스 아일랜드에서 지내면 아무도 내 뿔을 비웃지 않을 거고, 내 육중한 모습 때문에 학대하는 사람도 없을 거야......)

[에스텔] (내가 비록 그렇게 뛰어나진 않더라도, 매일매일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토미미] 아, 끝났나봐요.

[가비알] 여, 토미미.

[토미미] 가비알, 저한테 오늘 새 친구가 생겼어요!

[토미미] 봐요!

[토미미] 어라? 어디갔지?

[가비알] 어디?

[가비알] 너무 힘들게 훈련해서 환각이라도 본 거 아니야?





[에스텔] (위험했다......)

[에스텔] (또 도망쳐 버렸어.)

[에스텔] (으...... 아직 충분히 발전하지 못 했나봐......)

아다크리스 소녀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들어 몸을, 두 뿔을 포함해서 진료실 벽에 기댄다.

분명 비타민 용액의 냄새가 없음에도, 그녀는 지금 진심으로 안정감을 느낀다.

창문 밖의 짙은 밤하늘과 흩어진 별들은 그녀가 지난 십년 넘게 보아온 것과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황야를 걷고 있지만, 자신에게는 로도스 아일랜드라는 기댈 곳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