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이 불편한 진동에 울리는 감각을 참는 켈시는 미간에 주름이 생기는 걸 감추지 못 하며 검은 후드의 남성과 시엔에게 몇 시간 전 겪었던 사고의 영상을 띄우고 운을 뗐다.


“아이 주변에 생긴 검은 것은 뭔지 감도 안 잡혀.”


 화면에서는 엎드린 채로 몸을 떠는 아이의 주변에 검은 물질들이 떠 있었고, 켈시가 정지시킨 화면을 다시 재생시키자 그 검은 물질들이 날아가더니 소녀와 세 명 사이의 있는 벽에 가로 막혔다. 이윽고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모습과 동시에 허공에 떠 있던 검은 물질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 방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장면이 재생되었다. 켈시는 이마에 손을 얹은 채로, 찡그린 표정으로 채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겪은 정체 모를 두통과 환각 역시.”


 계속 재생되고 있는 영상에서 이번엔 방에 있었던 모두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소녀와 검은 후드의 남성, 그리고 켈시가 동시에 정신을 잃고 쓰러졌지만, 시엔만은 그 자리에서 유일하게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다. 남성은 자신이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음에도, 입에서 튀어나올 말을 생각하자 스스로에게 어이 없어 했다. 과학에 몸을 담비고 있는 자가 비과학적인, 증명할 수 없는 현상을 입 밖으로 뱉었다.


“정신감응?”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던 남성의 말에 두 명의 여성은 그 비과학적인 현상을 긍정할 수 없기에 침묵으로 대신 대답했다.

허나 세 명이 두통 속에서 본 환각은 전부 다 동일했으며, 시엔은 이 광경이 소녀의 기억이라는 걸 뒷받침할 증거를 자신의 경험을 통해 말했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우리가 생존자를 찾기 위해 보냈던 드론의 영상 속, 환각에서 보았던 광경과 일치하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기에 속으로 긍정할 수 밖에 없었다.


 방을 엉망으로 만든 카우투스 소녀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돌려보며 유심히 관찰하던 시엔은 무언가를 발견했는지 얼굴을 모니터 앞으로 가져가며 영상을 계속 돌려 보다가 자신이 깨달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두 명에게 질문을 던졌다.


“아이 가슴 중앙에 오리지늄이 파고 들어 침식했었지?”

 남성이 그 말에 대답하고, 켈시는 고개만 끄덕였다.

“응.”

 의문에 대한 사실이 확인되자 시엔은 영상 속에서 발견한 것을 두 명에게 보여주었다.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재생시켰을 때, 찰나의 순간에 아이의 수술복 가슴 부근에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보였으며 그 현상이 어떤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먼저 알아챈 켈시는 몸이 서서히 굳어갔지만 귀와 꼬리의 털은 뻣뻣히 선 채로 부들부들 떨어댔다. 입이 굳은 켈시를 대신해서 시엔이 말을 이어 나갔다.

“아츠가 발동될 때, 그 모습과 엄청 유사해.”

“아이가 지녔던 아츠는 없다는 걸 확인했잖아?

 남성의 말은 이 방 안에 있는 세 명에게 모두 확인된 사실이었지만, 그 사실이 오히려 상황을 더욱 혼란하게 만들었다.

켈시는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한 이 가능한 사실과 불가능한 사실을 정리하기 위해서 한 가지 이론을 입 밖으로 꺼냈다.

“...육체 자체가 아츠가 된다면?

 유래도 없었고, 그런 발견은 여태까지 없었다. 그 황당한 이론에 시엔과 검은 후드를 쓴 남성은 말문이 막혔지만, 시엔은 반문했다.

“선민들이 지능을 갖기 전부터 존재해왔던 오리지늄이, 수백, 수 천명을 넘는 사람들의 몸에 박혔어도 저런 현상은 단 한 번도 없었잖아.”

 켈시는 우리가 망각하고 있던 또 하나의 사실을 말했다.

“그 누구의 몸에도 순수한 오리지늄이 박혔던 적은 없었어.”

 세 명은 불순물이 없는 순수한 오리지늄을 얻기 위해서 실험을 진행했었던 사실이 떠올랐다.

켈시는 계속해서 사실을 입 밖으로 끄집어냈다.

“하물며 침식으로 이미 죽었어야 할 아이의 몸이 살아있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질 않아.”

 그 자리에 있던 세 명은 모든 것의 열쇠가 소녀에게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이가 깨어나면..”

 켈시의 말은 닫혔있는 문이 열리며 모습을 드러낸 중년에 의해 막혔다. 그는 곧장 켈시와 검은 후드의 남성을 불렀다.

“켈시, 박사. 따라와.”

 명령조의 어투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그 중년의 감정 없는 표정은, 불린 두 명의 마음에 불안을 일으켰다. 다시 한 번 명령조로 시엔을 부르며 다른 지시를 내렸다.

“시엔, 아이에 대한 자료 보내놔.”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도 않으며 서늘한 목소리로 쐐기를 박으며 다시 문을 나섰다.

“전부, 숨기는 것 없이.”

 압도된 분위기 속에서 켈시와 박사는 시엔에게 시선을 주고선 중년의 뒤를 따라 나갔다.


 중년의 방에 들어간 직후, 그의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은폐해’라는 단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