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께서 문 밖으로 나가는 소리를 들은 어린 글래디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스탠드를 키고 베개 밑에 감춰둔 작은 거울을 꺼냈다. 정상적인 일과에 따르면 그녀는 시계의 숫자가 모두 0이 될 때까지 깨어있으면 안 되지만, 오늘 밤 그녀는 자신을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다른 에기르인들의 눈에 그녀는 글래디아, 과학원 요원의 딸이며, 각종 청소년 경기의 전관왕이자, 가정은 화목하고, 어린 나이에 성공을 이뤘다. 그러나 글래디아는 거울에서 탄소 기반의 감정이 없는 로봇을 본다. 그녀가 기억하는 한 그녀의 생모는 에기르 업무와 과학원 결정에 심취했으며, 집은 그저 과학원 밖의 주거지일 뿐이었다. 그녀는 생모가 그녀의 성과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고, 자신을 정답으로 내몰으며 어린 자신에게 성인의 기준을 요구했다. 그러나 그녀는 생모에게서 인정도 비판도, 아무런 평가도 받지 못했다. 그녀는 항상 에기르를 위해 시간을 썼으며, 딸을 위해 1분 1초도 남길 겨를이 없었다.

이 출산은 의외였을 것이며, 이 가정은 존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글래디아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면 그녀는 “집”이라고 부를만한 장소와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에기르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

그녀는 찾아낼 것이고 행동할 것이라 결심했다.

그녀는 생모가 민사 법정에서 어떤 변론을 할 것인지 직접 귀담아 들어야 한다.

글래디아는 거울을 접고, 불을 끄고, 잠이 들었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미친 듯이 계획했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 했다.

......

글래디아는 집정관 관저의 거대한 거울 앞에서 거울 속의 보잘 것 없는 자신을 주시한다. 몇 시간 후면 그녀는 관저를 떠나고 수술대에 올라, 어비설 헌터 개조 수술을 시작한다. 수술이 끝나면 기술 집정관이 아닌 군사 지휘관의 직책을 수행하며, 전장에 나가 양 손에 피를 묻힌 괴물이 될 것이다. 이 일은 그녀의 인생 궤도에 대한 구상과 준비를 완전히 깨버리며, 심지어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도 있다. 글래디아는 죽음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거울에 비친 화려한 홀은 그녀에게 다른 것을 일깨운다, 그녀에게는 아직 많은 후회가 남아있다. 어떤 욕망, 어떤 책임, 그리고 어떤 약속은, 어비설 헌터가 되면 더 이상 완성할 수 없게 된다. 만약 수술이 늦춰질 수 있다면, 만약 에기르가 그녀에게 계획의 전모를 충분히 일찍 밝힐 수 있었다면...... 그녀는 처음으로 모든 것이 그녀의 생각처럼 확실하게 통제되지는 않는 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잃을 것이고, 결코 되찾지 못할 것이다.

글래디아는 다시 홀을 둘러보며 자신의 서재로 돌아갔다.

몇 시간 후 그녀는 어비설 헌터 실험 기지로 출발하기 전에, 집정관 관저의 지능형 집사에게 두 개의 문서를 맡겼다.

하나는 어비설 헌터가 된 후의 성명서다.

하나는 유서다.

......

글래디아는 에기르의 것이 아닌 땅으로 쫓겨난 뒤, 정말로 모든 것을 잃었다. 남겨진 것은 피가 묻은 창, 아직 괜찮은 옷, 그리고 끝없는 건조함과 뜨거움 뿐이었다. 지금 그녀는 담수가 고인 웅덩이 앞에서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며 옷의 더러움과 핏자국을 씻어낸다.

흙과 모래는 물으로 씻어지지만, 옷에 굳은 핏덩어리는 아무리 해도 깨끗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녀는 끝없이 매만지고, 이 고형물이 투명한 유체에 닿아 피와 같은 색으로 변해 손가락 사이로 흘러 땅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그것은 자신의 피일까? 시본의 피일까? 동료들의 피일까? 그녀는 분간할 수 없었다. 갑자기 그래디아는 뭔가를 눈치채고 웅덩이에 다가가 자신의 목덜미를 자세히 확인한다.

작은 비늘 조각이다.

이 때 글래디아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생모가 생각났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결코 목에 비늘이 남는 것 대신, 차라리 그녀의 무관심을 다시 받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이미 일어난 일이다.

글래디아는 일어나서 담수에 젖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 속에 약간의 분노와 불만이 있음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정서들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현재 상황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않는다.

그녀는 분명 모든 것을 잃었지만, 자신에게 아직 기본적인 체면과 존엄을 지킬 기회가 있음을 알았다, 그것은 고개를 들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뜻이다.

희망은 필요하지 않다, 그녀는 그저 가능성과 결과에 몰두할 뿐이다.

그녀는 어쩌면 에기르로 돌아갈 것이다.

흩어진 어비설 헌터들을 되찾을 기회도 있다.

확률이 0이 아닌 이상, 그래도 시도는 해봐야 한다.

그러니, 행동을 시작한다.

글래디아는 창의 핏자국을 씻어내고 “웅덩이” 곁에서 사라진다.

몇 초 뒤, 충격파가 연못을 흔들고, 그녀의 흔적을 철저히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