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

...


세인트 카르멘

...이, 이럴수가.


세인트 카르멘

그게 사실이라면 애초부터 어비셜 헌터즈가 찾던 것이 이렇게 가까이 있었다는 말인가….


켈시

이 가능성은 최악의 상황을 상징합니다.


켈시

이베리아의 눈은 언제나 재난의 여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말할 수 없는 침울한 눈동자일 뿐이죠.


세인트 카르멘

...무슨 의미인가?


켈시

에기르의 패주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켈시

또한...이 정도 거리의 도시까지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이라면, "우인호"는 애당초 둥지 위에서 맴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죠.


켈시

...헌터즈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세인트 카르멘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네. 하지만 우리에겐 배 한 척, 두 명의 사람밖에 없네.


세인트 카르멘

스툴티페라의 구조는 비현실적인 판단이지.


켈시

당신은 몇몇 어비셜 헌터즈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개의치 않을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있어 곧 기회의 죽음을 의미합니다. 에기르, 그리고 이베리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인트 카르멘

...


켈시

...다리오는 전사했습니다. 남아있는 재판관의 입에서 귀중한 지식을 듣고 싶지 않은지요?


켈시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세인트 카르멘

아니. 붕괴에 직면한 무력한 도시, 그리고 그 속에서 얼마나 많은 에기르인들이 바다에 쓰러졌었나?


세인트 카르멘

우리는 신중하게 대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불똥이 튀게 될 걸세.


켈시

그렇다고 할지라도, 동시에 마지막 기회이기도 합니다.


켈시

에기르가 더 이상 그 어떤 메시지에도 응하지 않고, 적막이 다시금 이베리아 머리 위로 내려올 때, 비로소 진정한 적이 드러날 것입니다.


켈시

그러나 그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켈시

저는 당신의 책임의 무게를 이해합니다. 징벌부대가 이곳을 접수하기 전까지, 당신은 그 어떤 모험을 택하지 않겠죠.


켈시

그러므로 저 혼자 가겠습니다.


세인트 카르멘

...자네와 그 애완동물의 힘을 과소평가 하지는 않네. 하지만 갈 길이 멀어. 정말 자네 혼자서 무사히 도착할 수 있겠나?


켈시

헌터즈에겐 특별한 피가 흐릅니다. 시 테러가 꼭 평범한 배까지 지나치게 경계하는 건 아니죠.


세인트 카르멘

자네가 나의 허락을 받기 위해 지어낸 말이 아니길 바라네.


켈시

저 또한 이런 말을 지어낼 줄 모릅니다. 단지 헌터즈를 저버릴 수 없을 뿐입니다.


조디

...


세인트 카르멘

후...


세인트 카르멘

...헌터즈와 아이린을 반드시 데려오게, 켈시.


켈시

네.


조디

...그, 저...


조디

제가 도와드려도 될까요?





켈시

Mon3tr, 주위를 경계해. 시 테러가 바다 밑의 둥지로 피신한다면 그놈들을 자극하지 마.


켈시

우리에겐 시간이 필요해. 이 배는 이미 방금 전의 항행 중에 손상을 입었다.


Mon3tr

(끄덕이며 화답)




조디

이 배는...


켈시

앞서 헌터즈는 재판부의 첩보원이 남긴 배를 탔었다.


켈시

카르멘의 원래 계획은 그란파로에서 징벌부대와 합류해 전선 지휘부를 구성한 뒤, 중형 수륙함을 타고 이곳으로 향하는 거였지.


켈시

그래서 그란파로 해변에 남겨진 이 외로운 배가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라고 할 수 있다.


조디

제, 제가 도와드릴게요...제가 배를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배를 수리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약간의 공구는 가지고 있거든요.


조디

음, 이 배만으로 정말 바다에 깊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켈시

네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결코 불가능하겠지ㅡㅡ잠깐!


켈시

비켜! 조디!


조디

으악ㅡㅡ!


조디

시, 시 테러ㅡㅡ!?


조디

으아아아ㅡㅡ


켈시

암초의 그늘에 숨어있었나? Mon3tr!


Mon3tr

(신을 내며 울부짖는다)


켈시

조디! 배에서 뛰어내려!


조디

그, 그치만 뭔가 이 배를 밀고 있어요! 배의 닻이 보이지 않아요!


조디

제, 제가 다시 되돌려 볼게요ㅡㅡ


켈시

배에서 뛰어내려! 시 테러가 에워싸고 있다!


켈시

Mon3tr, 그를 다시 데려와.


조디

잠깐ㅡㅡ그러면 이 배를 잃게 될 거예요. 제, 제가 조종해 볼게요, 앗!


조디

당신 뒤에!


켈시

ㅡㅡ


켈시

먼저 조디를 구해.


Mon3tr

(대답의 울음소리)


켈시

소용돌이, 해류의 변화, 유달리 날뛰는 시 테러...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Mon3tr

(손톱을 내밀어 의사를 표시한다)


조디

널 잡고 날아가라는 뜻이야? 하지만 그렇다면 이 배는ㅡㅡ앗!?


Mon3tr

(재촉의 울음소리)


조디

난, 난...


조디는 눈앞의 기회를 잡지 않으면 배와 함께 떠돌며 끝없는 바다로 떠내려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는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베리아 눈으로 돌아와 등대에 몸을 숨기는 것이다.

십수 년 동안 그 작은 마을에 숨어 지낸 것처럼.

다리오가 전사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티아고처럼.

그는 기이한 파도에 넘어지지 않도록 돗대를 꽉 잡았다. 

Mon3tr는 불만스런 기색을 내비치며 재촉했다.

시 테러는 때때로 물 밖으로 뛰쳐나와 물보라를 일으켰고, 속도는 너무나 빨랐다. 이미 이베리아의 눈과는 어느 정도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는 돛대 위에 비뚤비뚤하게 새겨진 글자를 보았다:

"그란파로"




조디

...켈시를 대신해서 내가 갈게.


조디

아니...


조디

여기서 배를 잃고 등대 밑에서 속절없이 기다릴 바에, 차라리 도박을 하겠어!


조디

나 혼자 간다!





시본

동포가 생명의 궁극적인 해답을 건드리기만 한다면, 우린 처음부터 끝까지 별하늘의 법칙 전체를 엮어낼 수 있어.


시본

그분이 우리에게 계시를 내리기 전에 우리는 스스로 방법을 찾아낼 거야.


시본

설령, 이샤믈라가 대답을 거부하더라도. 설령, 군체가 그분의 뜻을 듣지 못하더라도.


시본

우리는 여전히 생존할 거야.


글래디아

상어.


스펙터

물론이죠.


시본

음.


시본

동포의 의지는 이미 전달되었어. 영양분은 충분해. 우리는 서로를 포식할 필요가 없는 거야.


시본

나는 둥지로 돌아가야 마땅해. 너희들은 나와 함께 둥지로 돌아갈 수 있어.


스카디

빨리도 피했군.


스카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지만 이 배는 이미 너덜너덜해졌어.


스펙터

아직도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아마야? 어째서 순순히 나에게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걸까?


시본

군체가 나를 부르고 있어. 그들과 함께 과실을 나누기 위해.


시본

나는 그들에게 대답했지. 끝날 때까지 기다리라고. 나는 다시 너에게 대답했어. 나는 널 다시 찾았고, 너는 또 다시 나를 죽이려 하지.


스펙터

후후...당연히 널 돌려보낼 수는 없지. 널 돌려보내면, 이 부근의 해역에 너 같은 시본이 얼마나 더 많이 생기게 될까?


스펙터

아마야는 정말이지 나에게 어려운 문제를 내려줬네. 그녀도 퀸투스처럼 간단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스펙터

그 춤이 그녀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나 안타까운걸.


시본

...!


스카디

잡담은 여기까지야! 쓰레기!




시본

Ishar-mla. 줄곧 너를 보고 싶었어.


시본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왜 그분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 거지? 그분은 어디에 있지?




스카디

쳇, 바닷물을 휘젓는 것처럼 베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아.


시본

그분이 바로 너인 건가? 네가 바로 그분인 건가?


스카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만약 그놈을 가리키는 거라면, 그는 이미 죽었어.


시본

죽음, 쇠락, 그분은 그런 개념 속에 존재하지 않아. 그분의 목소리는 결코 삶의 종말을 가리키지 않아.


스카디

너희들은 그를 어떻게 부르지? 저 신도들이 부르는 것처럼? 너희들의 신은 이미 시들어 깊은 심연에 떨어져버렸어.


시본

신?


시본

아니야. 우리는 그분을 이렇게 불러ㅡㅡ


Ishar-mla.


나는 여기있다.


우리의 고통은 영원하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은 영원이다.



스카디

...


시본

......Ishar-mla. 나는 다시 한번 그분의 고동을 느꼈어.


시본

동포. 너희들이 그분의 거처로 헤엄쳤고 죽음을 심연에 익사시켰지.


시본

우리는 그분과의 관계를 잃었지만, 그분의 선택은 오직 미래만을 지향할 거야.


시본

동포, 너의 메시지는...아니, 너의 감정이 격동하고 있어.


시본

넌 느꼈어, Ishar-mla. 메마른 육지를 떠나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야.


시본

너에겐 우리의 피가 흐르고, 너에겐 그분의 피가 흘러. 너는 그분이야.


스카디

...아니.


스카디

나는 어비셜 헌터, 스카디다.


시본

상관없어. 네가 그렇다면, 넌 그런 거야. 어비셜 헌터, Ska-di.


시본

Ishar-mla, 우린 그분의 응답을 기다릴 거야. 그분은 긴 시간 동안 우리에게 답을 줄 거야.


시본

그 이전에, 답이 내려오기 이전에ㅡㅡ


시본

ㅡㅡ무리는 영원할 거야.


글래디아가 소리 없이 시본의 뒤에 나타났고, 그녀의 손에 홀로 남겨진 장창이 시본의 몸을 관통했다.

뒤이어 전기톱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펙터

동작이 느려졌네, 약해졌다는 뜻이지. 그럼 마음 편히 먹고 이만 박살나버리렴.


시본

윽ㅡㅡ!


스카디

ㅡㅡ아직 부족해, 너무 얕아! 윽!


화염의 열기가 긴 복도를 따라 전달되었다. 스툴티페라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시본은 허점을 드러낸 스카디를 공격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이런 느낌은 너무나 이상하다. 솔트윈드시티의 그때와 똑같다.

그것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스카디는 생각했다.


스펙터

음, 이 배...한계선에 다다른 것 같네요. 곧 가라앉게 되겠죠.


시본

...


글래디아

도망치지 마! 윽!


스펙터

발밑이야!




시본

....




재판관 아이린

움직이지 마, 괴물.


재판관 아이린

바다로 돌려보내지 않을 거야.


시본

넌 약해, 인간. 자양분이 되어도 동포를 충분히 자양할 수 없어.


시본

지금, 영양분은 충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간이야.


시본

이곳은 너의 영토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지. 너는 우리를 저지해야 할 이유가 없어.


재판관 아이린

너와 너의 군체는 율법의 심판을 받지 않지. 나 또한 이베리아의 이름으로 너를 제거할 수 없을 거야.


시본

율법? 아마야가 말한 대로, 생존의 거추장스러운 규칙일 뿐이야.


시본

동포에 비해 너는 확실히 허약해.


재판관 아이린

ㅡㅡ하지만 널 놓아주지 않을 거야, 바다의 찌꺼기.


재판관 아이린

이건 마지막 한 발이야.


시본

...


재판관 아이린

...확실히 난...너에게 흉터조차 남길 수 없겠지...


시본

...감정. 이상해, 인간. 너는 약해. 너는 감정에 휩쓸려 나의 포식으로부터 도망치려 했었어.


시본

도망, 맞아. 도망. 두려워? 그런데 왜 서있지? 왜 날 공격하는 거지? 왜...내 곁을 떠나지 않는 거지?


시본

너도...너의 무리에게 "공헌"하고 있는 거니?


재판관 아이린

...흥.


재판관 아이린

넌 스스로 나에게 심문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본

...


시본은 더 이상 말이 없다. 눈앞의 생명체는 동포가 아니다.

포식에는 언어라는 도구가 필요 없다.

하지만 그것이 미처 손을 쓰기 전, 천장으로부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재판관 아이린

알폰소!?




캡틴 알폰소

쯧쯧, 저 녀석이 이렇게 변한 뒤로 그것의 피가 어떤 색깔인지 본 적이 없었지.


캡틴 알폰소

이번 사냥은ㅡㅡ쳇. 곧 끝날 게다. 넌 내 일등 항해사를 죽였다. 너는, 그 대가를, 치르는 거다.


시본

너희 둘, 같으면서도 다른 자들이여, 넌 아직도 우리의 동포가 되길 거부하는구나.


시본

너는 수많은 동족을 포식했어. 하지만 군체의 일부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지.


시본

...선택해. 시간이 많지 않아.


시본

포식, 양분의 획득, 무리로의 회귀.


시본

혹은 네 몸의 활동을 멈추고 네 생명의 권리를 포기하고 다른 동포들에게 넘겨주든지.


시본

선택해.


캡틴 알폰소

...아이린.


재판관 아이린

네! 어, 뭐라고요? 제 이름을 불렀어요?


캡틴 알폰소

말해보게, 넌 아직 육지로 돌아갈 방법이 있나?


재판관 아이린

...저는...


재판관 아이린

반드시 돌아가야 해요.


재판관 아이린

저는 시본에게 대항할 수 없지만, 이베리아는 할 수 있어요. 저는 마지막 경고를 짊어졌어요. 당신들이 당한 것, 글래디아가 본 것, 제가 전부 가지고 돌아갈 거예요.


캡틴 알폰소

마치 메신저처럼 들리는군.


재판관 아이린

...상관없어요. 뭐가 되었든 괜찮아요.


재판관 아이린

저는 반드시 돌아가야 해요.


재판관 아이린

으악!?


캡틴 알폰소

내 배가 곧 침몰할 게다.


캡틴 알폰소

60년, 60여 년이다. 너희들이 왔기에 우리는 이런 결말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캡틴 알폰소

...말해주게.


캡틴 알폰소

옛 이베리아는 위대한 알폰소 선장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재판관 아이린

...


재판관 아이린

"석류나무 아래의 알폰소", "영웅 알폰소", "몰락한 알폰소".


재판관 아이린

많은 이들이...스툴티페라호가 침몰하지 않았다고 굳게 믿고 있어요. 하지만 저희는 바다로 나갈 수 없었죠.


재판관 아이린

당신이...정말로 알폰소님이라면,


재판관 아이린

당신은 수많은 이베리아 군인들의 가슴속 우상이었어요.


캡틴 알폰소

흥...석류나무라...억지스럽기는.


선장의 눈에는 순간 격앙된 감정이 스쳤다.

먹구름과 거센 파도가 죄수들의 우리에 갇힌 이후 그의 그런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었다.


캡틴 알폰소

허약해졌군.


캡틴 알폰소

내가 저 녀석을 묶어두겠네.


시본

...


재판관 아이린

포, 폭발!?


캡틴 알폰소

오리지늄 화로는 한참 전에 쓸모없게 되었지만, 아까의 충격 덕분에 엔진에 불이 붙었지.


캡틴 알폰소

불이 타오를 게다. 저놈들을 구워먹을 기회는 흔치 않거든.


시본

...!


열기가 시본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쇠약해졌다. 그것의 동포가 그것을 막고 있다. 그것은 바다에 닿을 수 없다.

그것은 부르짖고 있다. 그 부르짖음에 대답은 없었다.

아니다. 동포가 왔다. 가까이. 동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동포는 말한다ㅡㅡ




스펙터

ㅡㅡ죽으렴.


글래디아는 망설이지 않았다. 스카디와 스펙터는 그것의 몸을 베었다.

그것은 회복하고 벗어나려 했지만 이번에는 알폰소가 몸을 잡아당겼다.

선장의 그 변이된 손으로.

그것은 생명이 흘러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스펙터가 다시 무기를 드는 것을 보았다.


스펙터

안녕, 아마야.


스펙터

이번에는 깨끗이 청산할게.





아마야

...


솔트윈드 주교

...뭐라고? 또 그녀와 얘기하고 싶은 건가? 이 잡종과 이야기할 게 뭐가 있다고...


아마야

당신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퀸투스.


아마야

그녀는 저에게 에기르에서의 생활을 알려주었죠.


솔트윈드 주교

그래서 어쩌자는 거지? 지식을 원한다면 사자가 너에게 더 많은 것을 말해줄 수 있다.


솔트윈드 주교

심해의 목소리를 부른다면, 원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


아마야

그러니까 이해하지 못하는 겁니다, 퀸투스.


아마야

제가 해부하고, 목격하고, 쓰다듬고, 파괴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도시가 아닙니다. 육지의 것이든, 수중의 것이든, 마찬가지죠.


아마야

저는 그들의 생활을 듣고 싶습니다. 그들은 얼마나 아름다운 생활을 영위했는지, 또 어떻게 사회를 구성하고 집을 지켜나갔는지.


아마야

그들이 어떻게 자기들끼리 서로 죽이고, 어떻게 파멸을 맞이하며, 우리처럼 되었는지를요.


솔트윈드 주교

우리?


아마야

에기르를 모독하는 자는 당신 같은 에기르인이고, 이베리아를 모독하는 자는 저 같은 이베리아인이죠.


아마야

하하...실험의 결론이 무엇인지 저는 이미 깨달았어요. 더 많은 대조가 필요합니다. 그녀는 미쳐버릴 것이고, 또한 우리를 미워하겠죠.


아마야

그녀는 우리를 미워할 것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들을 미워하죠. 자신을 파멸시킨 전사, 자신의 독선에 빠진 나라, 자신 스스로 그물에 뛰어드는 행위.


아마야

하지만......당신은 가끔 우리가 더더욱 그들처럼, 더욱 인간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아직 시본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아마야

우리는 영원히 싸울 것입니다.




재판관 아이린

ㅡㅡ해냈어!!


재판관 아이린

어, 알폰소 선장님, 괜찮으세요!?


캡틴 알폰소

...내 배에 비하면, 그리 나쁜 편은 아니지.


스펙터

...정말로 죽은 거니? 아마야? 그렇게 쉽게 죽을 리 없잖아.


시본

(몸을 들썩인다)


글래디아

시간을 주지 마세요.


시본

(몸을 흔들며) 로렌...


스펙터

그래. 여기있어.


스펙터

이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된 것 같네, 아마야.


스펙터

유감스럽지만, 나는...과학실험에 대해서 줄곧 흥미는 없었어.


시본

(근육이 찢어지며 몸을 떤다)


스펙터

죽어, 변화밖에 모르는 열등 생물.


스펙터

전부 잊어 버려.


시본

ㅡㅡ




스펙터

...이제 깨끗하네.


스카디

...아니...


스카디

시본...더 많은 시본이 이 근처에 있어.


스펙터

그리고 이 배는 곧 침몰하겠죠.


스펙터

제 의식이 몽롱한 순간에도 여러분이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겠어요. 하지만 이번에도 벽에 부딛칠 모양이네요.


스펙터

황새치, 원하는 것은 얻었나요?


글래디아

...울피안이 가져갔습니다.


글래디아

이 함선의 기술 원형을 보존하지 못한 것은 우리의 실책입니다. 그러나...


글래디아

결코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은 아니죠.


캡틴 알폰소

...


글래디아

선장.


캡틴 알폰소

...흥.


캡틴 알폰소

됐네, 가르시아가 오늘이 항해의 마지막 날이라고 했었지.


캡틴 알폰소

....오랜 시간, 우리가 발버둥쳤던 삶의 의지도 사라지고 있네.


캡틴 알폰소

처음에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초조함과 시기심, 불안과 두려움이었네. 그런데 나중엔...


캡틴 알폰소

우리의 감정이 우리로부터 멀어지고 있었네. 유독 바다에 대한 갈망이 늘 신경을 곤두세우게 만들었고, 이들은 하나 둘씩 "우인호" 선원으로서의 영광을 잊어버리게 되었지.


캡틴 알폰소

나는 그들이 하나둘 바다로 뛰어드는 것을 보았고, 그 전에 나에게 참수당했었지. 인정하마...이런 건 한계가 있었네.


캡틴 알폰소

길었던 생의 갈구도 이제는 끝이군.


글래디아

바닷물이 배 안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해흔이 이곳을 빠른 속도로 침식하고 있죠.


캡틴 알폰소

...재판관, 이곳의 과학기술, 이 오리지늄 화로의 기술이 지금의 이베리아에게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나?


재판관 아이린

스툴티페라의 모든 것은 이베리아의 보물이에요...대적막 이후 섬사람의 과학기술은 상당부분 회복되지 못했었죠.


재판관 아이린

함대와 도시를 잃었기 때문만이 아니에요. 저희가 에기르인들을 심판했기 때문에 많은 인재를 잃게 되었어요.


재판관 아이린

이건...반드시 필요해요. 저는 아직도 연약한 회유 전략이 심해교단에 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재판관 아이린

만약 오늘 저희가 스툴티페라..."우인호"를 잃게 된다면, 제 생각엔…. 중대한 손실이지만 이미 정해진 일인 것 같아요.


캡틴 알폰소

...


캡틴 알폰소

흥, 헛소리 하기는...국교회가 지금 이 모양이라니...


캡틴 알폰소

에기르인.


캡틴 알폰소

이베리아인을 지켜라. 그녀는 헤엄쳐서 돌아갈 수 없다.


스펙터

...약속하죠.


스카디

폭발이 심해졌어ㅡㅡ이곳이 기울어지고 있어!


글래디아

여기서 나갑시다. 스카디, 머리 위 칸막이를 베세요!




스펙터

어서! 아이린!


재판관 아이린

아, 알고있어! 그런데 알폰소는?!


스카디

해류를 타면 멀리 갈 수 있을까? 아니면 제자리에서 맴돌게 될까? 여기는 그놈들의 둥지 위 아니야?


글래디아

어찌됐든 헤엄쳐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재판관 아이린

뭐, 뭐라고?!





캡틴 알폰소

...가라. 내 배에서 기어 들어왔을 때도 처음에 이렇게 말했었지.


캡틴 알폰소

가라. 난 여기에 머무르겠다. 여기는 나의 이베리아고 나는 결코 내 배를 배신하지 않을 게다.


캡틴 알폰소

...


알폰소는 천천히 왕좌에 앉았다. 그는 눈을 감았다.

갑판을 가로질러 밝은 이베리아의 햇빛이 비스듬히 비추며 남긴 온기.

와인의 향기. 고향의 선율.

축축한 빈 방. 새싹이 돋은 배양접시.

파도.

한때의 바다. 가르시아의 손에서 전해지는 온기. 브레오간의 쓸쓸한 표정. 카르멘의 웃음. 전우들의 하늘을 찌를듯한 포효.

그는 눈을 뜨고 거대한 불길이 이 모든 것을 파괴하기 전에 알폰소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바닷 바람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석류꽃 마을 안에서 한 아기의 첫 울음소리와 뒤엉켜 있었다.

알폰소,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부른다.

그는 녹슨 칼을 들고 자신의 목에 걸었다. 그는 기도했다. 그는 웃었다.


캡틴 알폰소

하...우습군! 기억해, 아이린! 육지로 가서 알폰소의 업적을 노래하는 것을!


캡틴 알폰소

알폰소가 죽인 마지막 괴물은, 바로 그 자신이다!




배가 폭발했다.

불빛이 100년 가까이 고요한 이 바다를 비추고 있다.

시대의 소멸.

전설의 소실.

먼 곳에 햇빛이 비친다.

스툴티페라는 이베리아, 나아가 모든 문명이 이루지 못한 숙원을 안고 이곳에 가라앉았다.

재앙에 굴복했다.





세인트 카르멘

...!


켈시

무슨 일이죠?


세인트 카르멘

무슨 소리가...들린 것 같은데.


세인트 카르멘

아닐세, 늙어서 착각한 모양이네.


켈시

각하...


켈시

...눈물을 흘리고 있나요?


물?

그래...

스툴티페라호는 침몰했다.

바다에 있는 건가? 바다...바다는 위험하다.

위험하다, 그래.

이베리아로 돌아가야 한다!




재판관 아이린

흡ㅡㅡ! 어푸ㅡㅡ!


스펙터

호흡하지 마렴. 넌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없잖니. 대부분의 에기르인도 그럴 수 없어.


내가 대답하고 싶은 것은? 물론 물 속에서도 말을 할 수는 없다.

본능을 억누르려고 애썼지만 나는 그녀의 옷을 붙잡고 쩔쩔매는 아이 같았다.

그러나 나는 보았다.

그녀의 동공은 빛나고 있다.




해저에서 빛이 나고 있다.

스펙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가 내 팔을 감싸 안고 살짝 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혹시 아까의 싸움 때문이었을까. 아마도? 아니면 그곳의 빛과 관련이 있을까?


스펙터

내가 너를 데리고 올라갈게, 버티고 있어.


재판관 아아린

ㅡㅡ어푸!


시야가 흐리다.

원래 해저는 이런 식이다.

이것이ㅡㅡ

ㅡㅡ이것이 바로 에기르인가?




시본은 멀리서 가라앉은 불빛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배는 바다에 가라앉고, 불은 바다에 가라앉았다. 모든 것이 바다로 가라앉았다.

동포들이 그 부름에 호응하여 왔다. 동포들은 모두 무리로 돌아왔다.

수많은 무리에 둘러싸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어가는 생명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시본

ㅡㅡ


시본

Ishar-mla. 내가 너희들을 데리고 고향으로 돌아가겠다.


시본

?!




일등 항해사

ㅡㅡ알폰소와, 함께, 죽어라.


일등 항해사는 끝까지 시본을 물고 어두운 해저로 돌진했다.

그것의 애인. 그것의 기억. 그것의 정체. 그것의 전력 질주는 점차 느려졌고, 그것의 의식은 바다에 용해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시본을 물고 있었다.




시본

바닷물, 향수를 불러 일으키지. 헤엄쳐, 각성해라.


시본

인정해. 넌 무리의 일원이야.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렸다.


일등 항해사

아니ㅡㅡ아니야...


일등 항해사

나는...가르시아...나는...알폰소의...


시본

그럼 어째서 움직임을 멈춘 걸까? 너의 신호는 나와 비슷해.


시본

너의 상처는 전부 아물었어. 너는 자신의 정체를 받아들이고 있어.


일등 항해사

아니야ㅡㅡ!


시본

어째서지?


일등 항해사의 의식이 흐려지고 있다.

시본을 물고 있기 때문에? 아니면, 자발적으로 시본의 품에 안겨 포옹을 갈구하기 때문에?

그것은...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바닷물이 그것을 더없이 상쾌하게 한다. 시본의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그것은 가르시아, 스툴티페라호의 일등 항해사인가?

아니, 그것은 시본이다. 그것은 무리의ㅡㅡ


시본

꼬르륵ㅡㅡ(거품을 내뿜는 소리) 끄아악ㅡㅡ(거품이 터지는 소리)


일등 항해사

...너...




울피안

...너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맞이했다. 가르시아.


울피안

아마야보다 조금 더 낫군.


시본

...울...동포...


시본

...


일등 항해사

...고...마...워...


울피안은 서로 껴안고 있는 듯한 둘이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추락 중에 수축하고 시들어 마치 꽃 한 송이처럼 변해갔고, 어느 정도 깊어지자 암류에 휩쓸려 흩어졌다.

이 모든 것이 시야로 사라진 뒤에야 그는 고개를 들었다.




울피안

...어떻게 이럴수가?


울피안

...


울피안

글래디아, 반드시 내 충고에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