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홀츠


헉......헉......



에벤홀츠


크라이드, 나 왔어, 첼로 연주는 더 이상 하지 마!



에벤홀츠


지금 뭐하려고 하는 거야, 자살하려는 거야?




크라이드


나는......



크라이드


난 확실히 그런 생각도 해보긴 했어.



에벤홀츠


?!



크라이드


첼로로 원석충을 유인하고, 그 후에......나와 원석충이 같이 불타 먼지가 되는거지.



크라이드


하지만, 네가 왔으니......아마 그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네.



에벤홀츠


크라이드......너......



크라이드


어렸을 때, 내 몸이 어딘가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



크라이드


어떤 감염자들은 나와 같이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병세가 더 깊어졌지.



크라이드


이것 때문에, 나와 할아버지는 그때의 집에서 쫓겨나, 마을들을 전전하며 유랑하는 신세가 됐지.



크라이드


하지만 모든 감염자가 나 때문에 영향을 받는 건 아니고, 긴 시간동안 있지만 않으면 문제 없다고 계속 생각했어.



크라이드


하지만 할아버지의 병세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진 걸 보고, 내 첫번째 환상은 깨져버렸지.



크라이드


그리고, 히비스커스가 내게 알려줬어, 이 "가짜치유" 현상은, 내가 아벤드로트에 온 몇 주 사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크라이드


......이렇게 살아있으면 재앙을 일으킬테니, 차라리 죽는 게 낫잖아.



에벤홀츠


네 탓이 아니야!



크라이드


어떻게 내 탓이 아니라는 거야?



에벤홀츠


......



에벤홀츠


——혹시 링거링 에코즈라고 알아?




***



크라이드


네 말을 들고, 나......생각났어.



크라이드


링거링 에코즈, 실험으로 죽은 사람들, 위치킹 잔당......그리고 너.



크라이드


전부 기억났어.



에벤홀츠


그러니까 근본적으로 네 잘못이 아니야!



에벤홀츠


위치킹이 잘못했고, 그 잔당이 잘못했고, 거트루드가 잘못했고—— 하지만 넌 무고해!



크라이드


......응.



크라이드


네 덕분에 그 일들이 떠올랐어. 이제 알겠어, 이건 무슨 태생부터 있었던 체질이 아니라, 어떤 실험의 나쁜 결과였어.



에벤홀츠


나도 네 첼로소리를 듣고 떠오른 거니, 나야말로 네게 감사해야지.



크라이드


하지만......



에벤홀츠


왜 또 하지만인데?



크라이드


일은 이미 우리의 손에서 벗어났고, 나는 내가 주는 피해를 줄이는 것조차 못하게 됬는걸.



크라이드


게다가, 만약 그 백작 누나가 말한 게 맞다면, 나는 이제 시간이 많지 않으니, 차라리 여기서......



에벤홀츠


아니야!



에벤홀츠


내가 왜 거트루드의 꾐에 넘어갔는지 알아? 그건 바로 링거링 에코즈가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야!



크라이드


하지만 내 링거링 에코즈는 고장나서, 옮긴다고 해도......



에벤홀츠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알아!



에벤홀츠


만약 네가 죽기로 결정했다면, 또 뭐가 두렵겠어?



크라이드


난 네게 상처주기 싫어.



에벤홀츠


만약 내가 정말 다친다면, 네가 날 대신해서 걱정해줘.



에벤홀츠


여기서, 우리 같이 승부를 보는거야.



크라이드


......좋아.



에벤홀츠


평소에도 링거링 에코즈의 선율을 느낄 수 있어?



에벤홀츠


연주하던 아츠를 쓰던, 나는 링거링 에코즈의 존재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어......어느 부분은 이미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또 다른 부분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귀에 거슬리는 선율로 느껴져. 



크라이드


알 것 같아.



크라이드


하지만 내가 느낀 선율은 귀에 거슬린 게 아니라, 부드러웠어——아니다, 너무 조화로워서, 공허하다고 느껴질 지경이라고 해야겠어.



에벤홀츠


우리 둘이 각자 느낀 선율을 결합해, 시험삼아 합주를 해보자.



크라이드


합주......하지만 관객이 없는걸.



에벤홀츠


아니, 이렇게 많은 관객이 있잖아.



크라이드


원석충?



에벤홀츠


그 영감탱이가 속세에 남긴 선율을 그 원석충들에게 들려주자고, 내 생각에는 꽤나 좋고, 인도적인 것 같은데.




플루트와 첼로가 막 소리를 냈을 때,  두 사람 모두 문제를 발견했다.


두 선율간에는 거의 공통점이 없었다.


플루트 소리는 급박했고, 초조했고, 귀에 거슬렸고, 갑자기 빨라졌다 느려지며, 마치 눈앞의 모든 것을 심연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충동으로 가득차 있었다.


첼로 소리는 완만했고, 우울했고, 공허했고, 박자가 변함이 없어, 마치 재앙이 폐허로 만들고 가, 아무 것도 남지 않은 대지와도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성공하지 못할 합주를 계속해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원석충은 파도와 같이 쏟아져 나왔다.


하늘마저 가득 채운 악취 속에서, 인생이 링거링 에코즈에 의해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두 사람은 불합리하고 어긋나버린 합주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악보는 그저 뇌 속에 있을 뿐인 실존하는지도 모르는 선율이었고, 관객은 원석충뿐이었다.


이렇게 생각할수록, 에벤홀츠는 더더욱 자신이 링거링 에코즈의 끝부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게 돼었다.


그가 더 힘차게 연주할수록, 크라이드의 첼로소리는 더 진중하고 공허해져 갔다.



크라이드


에벤홀츠, 나......




에벤홀츠가 고개를 숙여 크라이드를 보니, 크라이드의 머리는 이미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었지만, 손은 아직도 첼로를 연주하고 있었다. 첼로소리는 점점 작아져, 점점 무에 가까워졌다.


하지만 그 때 공교롭게도, 에벤홀츠는 무언가를 붙잡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그는 전신의 힘을 모두 사용해, 마지막으로 우렁찬 소리를 냈다.


크라이드도 발버둥치는 듯, 거듭해서 첼로의 가장 굵은 현을 켰다.


노랫소리가 경보처럼 울려퍼졌다.


방금 전까지 미친듯이 두 사람에게 쏟아져 나오던 원석충들은, 이때 하나같이 포식자를 만난 듯 빠른 속도로 도망갔다.




에벤홀츠


크라이드......아직, 괜찮아......?



에벤홀츠


크라이드, 깨어있어?



크라이드


(무거운 숨소리)



크라이드


......깨어있어.



에벤홀츠


어때, 아직도 링거링 에코즈의 선율이 들려?



크라이드


......솔직히 말해서, 더 선명하게 들려.



에벤홀츠


미안, 내가 너무 무모했어.



크라이드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우리가 방금의 합주로 원석충들을 쫓아냈잖아——



크라이드


잠깐......



에벤홀츠


크라이드, 무슨 일이야?



크라이드


네가 사준 새 옷이——



크라이드


괜찮아, 더러워진 데는 없네.



에벤홀츠


냄새는, 고약하지?



크라이드


......확실히.



에벤홀츠


괜찮아, 나야말로 지금 엄청난 악취가 날테니까.



에벤홀츠


이렇게 말하고 보니,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어.



에벤홀츠


그 때, 우티카 고탑과 멀지 않은 곳의 건물에 화재가 났는데, 고탑의 시종은 불을 끄러 가지 않고, 전부 나한테 달려와서 필사적으로 감시했어.



크라이드


네가 달아날까봐 무서워서?



에벤홀츠


내가 달아날까봐, 내가 숨을까봐, 내가 불길에 몸을 던질까봐......



크라이드


네가 죽는것도 무서워하는거야?



에벤홀츠


고탑의 거의 모든 창문에는 아츠로 강화된 철창과 자물쇠가 있어, 전부 내가 뛰어내릴까봐 있는거야.



에벤홀츠


난 그래도 꽤 중요한 꼭두각시여서, 만약 마음대로 죽어버린다면, 그들은 모두 큰 책임을 지게 될거야.



에벤홀츠


어쨌든, 결국 불은 고탑까지 옮겨붙지 않았고, 그저 온몸에 연기냄새가 배었을 뿐이야.



에벤홀츠


난 그 연기가 스며든 외투를 입고 보름을 지냈어. 날씨가 따뜻해져서야 그 옷을 벗을 수 있었지.



크라이드


......나도 옛날 일이 생각났어.



크라이드


할아버지와 같이 처음 살던 곳에서 쫓겨나고 나서, 우린 비교적 부유한 마을 사이에서 돌아다녔어.



크라이드


우리의 감염자 신분만 잘 숨긴다면, 대다수의 마을이 우호적인 편이었지.



에벤홀츠


소설에서 읽었는데, 농번기가 되면, 우호적인 마을사람들은 저녁에 일용직들에게 소시지와 맥주를 줘서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해준다고 했어.



크라이드


(고개를 젓는다)



크라이드


우호적인 사람들은 우리에게 준 건 약간의 돈 뿐,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우리를 마을 밖으로 내쫓았어, 우리가 물건을 홈쳐갈까봐.



크라이드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준 건 딱딱해진 검은 빵과, 말을 듣게 핍박할 무기 뿐이었어.



에벤홀츠


......



크라이드


한번은, 내가 한 마을에서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었어.



크라이드


날이 아주 더워서, 온몸이 땀범벅이어서, 주변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옷을 조금 느슨하게 하려 했어.



크라이드


내가 결정을 내리고 옷을 벗으려 할 때, 멀지 않은 곳에서 소란이 일어났어.



크라이드


할아버지가 달려와서 내게 빨리 달리라고 하셨어. 알고보니 어떤 일용직이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아서 소매를 걷어올렸다가 팔뚝의 오리지늄 결정을 드러냈던 거야.



크라이드


마을 사람들은 바로 그를 버려진 땅굴에 가둬놓고, 다른 사람들도 검사하기 시작했지.



크라이드


만약 할아버지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 땅굴에서 죽었을지도 몰라.



에벤홀츠


죽는다니——그들은 감염자를 죽이는거야?



크라이드


죽일 필요도 없고, 그들은 죽일 용기도 없어.



크라이드


그들은 그저 굶어죽길, 결정화하길, 터지길 기다릴 뿐......



에벤홀츠


예전부터 감염자 우대 법안이 있지 않았어?



크라이드


이동도시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되서야 그런 법이 있다는 걸 알았어.



에벤홀츠


......



에벤홀츠


나——



에벤홀츠


그게......정말......



에벤홀츠


정말......미안해.



에벤홀츠


미안.



크라이드


사과할 필요 없어. 너도 그 백작 누나에게 속았을 뿐이잖아......



에벤홀츠


아니, 내 말은, 만약 그때, 내가 조금 더 용감했더라면——내가, 내가 그때 나섰더라면, 아마도 너는——



에벤홀츠


미안......



크라이드


......정말로 내게 미안해할 필요 없어.



크라이드


네가 방금 말한 것도, 링거링 에코즈를 만든 사람이 잘못했고, 링거링 에코즈를 이용하려 드는 사람이 잘못했지만, 네 잘못은 없어.



크라이드


나는 내 의지로 너를 지킨거야......



크라이드


......마치 네가 지금 네 의지로 나를 지켜준 것처럼.



에벤홀츠


......



에벤홀츠


네 말이 맞아.



에벤홀츠


고마워, 크라이드.



에벤홀츠


가자, 히비스커스를 찾아가서, 체르니 씨를 찾아가서......방법이 있을거야, 반드시 있을거야.



에벤홀츠


그리고, 네 몸속에 있는 링거링 에코즈가 사라진 후에, 그 때 다시 감사인사를 해.



에벤홀츠


이제 가자——




에벤홀츠


크라이드?!





히비스커스


크라이드의 상황은 일단 안정적이야, 쓰러진 이유는 중독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히비스커스


이미 많은 중독된 환자들을 구했는데, 그들의 신체에 나타나는 중요한 지표가 지금의 크라이드와 비슷해.



히비스커스


하지만 크라이드의 미래에 관해서는......그 백작의 말이 거짓이 아닐거야. 크라이드의 전체적인 상태가 위험한 정도에 도달했어.



에벤홀츠


그래서 우릴 도와줄거지, 그렇지?



히비스커스


나는.......정말로 너희를 믿고 싶어.



히비스커스


하지만 증거가 필요해.



히비스커스


정황증거라도 좋아, 나는 객관적인 사실이, 링거링 에코즈가 거짓말이 아니라, 다가오는 음모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증명할 것이——




히비스커스


어르신?



할아버지


거짓말, 억측?



할아버지


너 자신이 꺼낸 말이 100퍼센트 맞는 말이라고 확신할 수 있나?



할아버지


네가 크라이드에게 한 말들......알고는 있는거냐, 크라이드는 네가 한 말들 때문에, 원석충과 동귀어진할 뻔했단 걸!



히비스커스


에벤홀츠, 크라이드는 정말로......?



에벤홀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할아버지


만약 에벤홀츠가 크라이드를 찾아내지 못했다면, 이미 그렇게 됬을거다!



할아버지


똑똑히 알아둬라, 링거링 에코즈는 실제로 존재한다, 내가 보증할 수 있어!



히비스커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거죠?!



할아버지


네게 지금 설명할 시간은 없다, 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지.



히비스커스


하지만 전 반드시......



할아버지


......너같이 고집스러운 사람은 내 세대에서도 몇번 보지 못했어.



할아버지


음악 홀의 휴게실에 가봐, 그곳에 가면 전부 이해할 수 있을거다.



에벤홀츠


맞다, 음악 홀!



에벤홀츠


합주할 때의 아츠를 합치기 위해서, 거트루드가 아벤드로트 홀에 손을 써놨다고 말한 적이 있어!



히비스커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가서——



할아버지


체르니도 있다, 가서 그도 불러오거라, 아니면 너희 둘로는 설득할 수 없을거다.



할아버지


난 이제 가야해.



히비스커스


어르신, 당신은......




에벤홀츠와 히비스커스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그들은 무언가를 의심하고 싶었지만, 그들은 이미 시간이 없었다.





의역 오역 있음 지적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