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하다>


최후의 기사가 이샤믈라에게 쓰러졌고 고요가 찾아왔다
시본들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육지를 향해 행진한다

미즈키는 촉수로 시본들을 해치우며 박사를 보호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해신이 이미 깨어났고 거센 파도가 치고 있다
박사를 이대로 두면 생존을 보장할 수 없을 것이다

박사를 살리기 위해서 미즈키는 박사를 업고 육지를 향해 헤엄쳤다


약간의 시본들에게는 대처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본격적으로 무리를 지어 나타나서 미즈키를 막자 그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다

집단 속의 개인이 집단의 의지에 반항할 수는 없어
이샤믈라의 목소리가 미즈키의 머리속에 울렸다
그것은 미즈키가 이 인간을 남기고 가기를 바란다


'절대로 안 돼'
'박사는 반드시 육지로 돌아가야만 해'

미즈키는 인류의 생존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박사의 생존을 원했고 박사가 인류의 멸망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즈키는 끝내 해신과 동료들을 거부하고 박사를 육지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겨우 시본 무리를 뚫고 나온 미즈키는 박사를 해변에 내려놓고 웃으며 말했다

"내가 시본들의 행렬을 잠시 막을테니까 박사는 먼저 돌아가서 동료들에게 소식을 알리도록 해
나도 시본이니까 내 말은 들어줄거야."


고맙게도, 박사는 미즈키의 그 말을 믿어주었다
그리고 떠났다.

그래서 미즈키는 마침내 로도스 아일랜드와 인류 그리고 박사를 위한 시간을 벌 수 있게 되었다


미즈키가 한숨을 내쉬며 시본을 향한 반응을 조절하자 그것들은 어째서 동포가 무리를 적대하는지 이해하지 못해 잠시 혼란에 빠졌다

잠시간의 혼란 끝에 시본 무리들은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한 개체를 우선적으로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시본들은 깊은 바다로 헤엄쳐가는 미즈키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그 적대적인 반응은 아주 오랜 시간동안 여러 무리에 영향을 끼쳤다
마치 흰 종이 위의 핏방울처럼 진한 자국을 남겼다


하지만 결국은 사라져버렸다





<잎이 뿌리로 돌아가다>


미즈키의 의식은 바다속에 녹았고 더는 인간의 형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몸이 흐물흐물해지고 해파리같은 형체의 시본이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생명을 유지하고 있지만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이다.


시본들이 피비린내에 이끌려 미즈키의 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그들은 동포의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
동포의 피와 살이라는 음식을 나누어먹고 그를 다시 무리 속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것이다.


미즈키는 물 속으로 점점 가라앉는다.
.......


너무 오랜 시간 기다린 탓일까 아니면 이샤믈라가 그들을 부른것일까?
시본의 무리는 더는 이 한 개체의 생사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듯 바다 저편으로 떠나버렸다.


미즈키는 혼자 남아 계속 떨어져간다.
........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한 그의 장기는 결국 움직임을 멈추었다
죽음이 조용히 찾아온다

몸이 수압에 눌려 움츠러들고 팔다리는 덩어리처럼 하나로 뭉쳐진다
계속 축소되고 되돌아간다
이윽고 작은 세포 덩어리가 되어 해류에 떠내려갈때까지
........



흘러가던 세포는 시든 나뭇가지에 떨어졌다
이것은 이미 죽은 시본의 선조다.
의식은 이미 죽었고 거대한 몸뚱아리만 남아있다

새로운 가지가 생겨도 곧 시들어버리고 썩은잎만 나는 이것은 이미 죽어있는 것과 다름 없지만 수많은 해사의 자양분이 되었다.
지금도 수많은 자손들이 먹이를 먹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지느러미를 흔들며 미즈키였던 세포를 삼키려한다.
그러나 그 입이 닿기 전에 앙상한 가지가 세포를 감싼다.
여기에는 먹이가 많이 있다. 굳이 하나의 먹이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이로써 미즈키의 여행은 끝났다.
.......


몇 년 후 시든 가지에 푸른색 잎이 하나 돋았다.






최후의 기사 존나 쓸모없는 새끼 좀 죽여버리고 싶내
얼마나 죽이고 싶냐면 시민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