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수꾼
오직 그만이 대낮처럼 뜨겁다.
기록 1
이베리아 해안의 날씨는 갑자기 변했다. 조르디 폰타나로사는 일요일 오후마다 중요한 일을 한다. 그는 오늘만은 더 이상 빗소리를 참을 수 없었고, 폭포수가 가슴을 치는듯한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이 감정의 정확한 명칭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일을 내려놓고 서류로 가득한 방에서 나가려 했다.
빗물이 바닥에 떨어질 때, 조르디는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축축한 흙, 그리고 조금의 피비린내. 이런 냄새는 날씨와 계절만이 아니라, 어려운 시기를 뜻하기도 한다. 전선에서 소식이 오고, 촉촉한 공기가 콧속을 가득 채울 때마다, 조르디는 이 시대를 분명하게 느낄 것이다.
에기르 붕괴 이후로 그래왔다.
저녁 무렵 등불이 이베리아 최후의 보루를 붉게 물들였다. 조르디는 징벌군 장교들의 논의에 신경쓰지 않도록 최대한 자신을 억제했다, 그 침울한 말투는 엄격한 통제를 받고, 지금도 후방 장교들에게 들려오는 말들은 대부분 무감각하다, 낙심하지도 않고, 투지를 불태우지도 않는다. 조르디는 자신의 걸음 수를 세었다, 그가 한 사람과 부딪힐 때까지.
“죄송합니다.”
상대가 입을 열었을 때 조르디는 깜짝 놀랐다, 그는 상대방이 이렇게 젊을 줄 몰랐다. 상대는 중추에 있음에도 얼굴의 핏자국조차 닦여있지 않았고, 그 청년의 체격은 건장하지만 팔이 하나 없었으며, 키는 조르디와 비슷했다. 그 청년과 눈이 마주치고, 그의 가방에 넣어둔 파손된 랜턴과 검을 보기 전까지, 조르디는 상대가 수많은 전투를 겪은 징벌군일 것이라 생각했다. 조르디는 그제서야 그가 젊은 재판관 견습생, 에기르 출신의 재판관 견습생임을 알아챘다.
조르디는 일찍이 이런 젊은 재판관을 알았다.
“방금 돌아온 거야?”
“그렇습니다, 서기관님.”
청년 재판관의 말투는 의외로 차분했다. 악몽에 시달리는 전장은 이미 뒷전으로 밀려난 듯 했다. 그러나 이미 익숙해진 조르디는 곧 이 젊은이가 벌써 전장의 잔혹함에 적응한 것이 아니라, 일종의 슬픈 적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젊은 재판관에게 길을 비켜줬다. 그는 지금의 재판소에서 재판관은 더 이상 흔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젊은 재판관은 고개를 끄덕이고 조르디를 스쳐 지나갔다. 흔들리며 건물의 그늘을 걷는 뒷모습은 마치 녹을 것 같았다.
조르디는 참지 못하고 돌아섰다. “이름이 뭐야?”
“마티아스입니다.”
“에기르 이름이 아닌 것 같은데......”
“양어머니께서 이베리아 출신이십니다. 에기르의 성씨만이 남아있습니다.” 젊은 재판관은 이런 개인적 일에 시간을 낭비해도 될지 망설이는 듯 하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브레오간.”
“뭐라고?”
“저의 가족, 브레오간입니다. 이 발음 외에는 제 가족에 대하여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심지어 이것이 과연 성씨인지, 어떤 선조의 이름인지, 저도 잘 모릅니다. 저희 집은 이미......”
조르디 폰타나로사는 잠시 멍해져서 말이 없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 뒤, 젊은 재판관이 먼저 침묵을 깼다. “제가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바로 그 성도 카르멘의...... 제자겠죠.”
그 이름은 조르디의 가슴에 통증을 일으켰다, 그는 강한 감정에 토할 것 같았지만 현기증을 억누르며 나지막하게 답했다. “그래.”
뒤이어 조르디는 자학에 가까운 어조로 물었다. “실망했어? 이 특별한 순간에, 나는 너희들과 함께 싸울 수 없어......”
“아니요.” 조르디가 자신의 말을 오해한 것을 알아챈 젊은 재판관은 쓴웃음을 지었다. “카르멘님께서는 우리는 불씨를 보존하는 자이며, 당신들이 불씨라고 하셨습니다.”
조르디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그는 울먹이는 소리를 억누르고 답했다. “고마워. 공교롭게도...... 브레오간이라는 이름은 나와 인연이 있어, 내가 그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지만, 브레오간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지.”
“조선공의 전설은 알고 있습니다, 서기관님.”
“아니.” 조르디는 잠시 멈췄다, 그는 이 순간 많은 옛일을 떠올렸다. “나는 에기르에 가봤어. 집에 다녀왔지.”
젊은 재판관의 눈에는 한 줄기의 빛이 스쳤다. 그러나 곧 다른 일이 핏줄에 대한 젊은이의 그리움을 억눌렀다.
“감사합니다, 다시 만날 수 있기를.”
젊은 재판관은 떠났다.
빗소리는 점점 커지고, 어디선가 밤을 알리는 종소리가 들려온다. 조르디는 그의 어수선한 작업실로 돌아갔다. 그는 테이블 윗면을 한차례 정리해 책상을 몇 주 전의 정돈된 상태로 되돌렸다. 그는 심호흡을 했으나, 더 이상 검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두려움, 슬픔, 그리고 원하지 않은 마음이 순식간에 그를 집어삼켰다. 그는 최대한 울음이 터지지 않고, 눈물이 타자기에 떨어지지 않도록 피할 수 밖에 없었다.
그 후에 “실종 인원”의 한 줄 아래에 떨면서 몇 글자를 썼다.
“카르멘 이 이베리아, 사망 확인.”
기록 2
“1,300km.”
말을 꺼내버린 조르디는 이내 자신의 결례를 까달았지만, 주변 사람들은 벌써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 중에 조르디가 말한 거리의 의미를 가장 먼저 이해한 사람은 앞서가던 대재판관 아이린이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걸음을 멈추고 홀 가운데의 전략판을 보았다.
“그란파로의 그 등대에서 1,300km 떨어져 있어.” 아이린은 잠시 회상에 빠졌다, “우리의 국토가, 인류의 방어선이 1,300km 후퇴했다는 뜻이지.”
조르디는 한숨을 쉬었다. “다른 나라의 지원이 없었다면 이 숫자는 더욱 컸겠죠.”
“반대로 말하면, 테라의 세력은 이베리아의 전선에 집중돼 있고, 우리에게 2차 방어선은 없어. 그 1,300km의 땅은 이미 바다와 같지.”
조르디는 여전히 길에서 홀을 보고 있다, 그는 아직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방어선도 견고하지 않아요. 시본은 이베리아 하나만을 입구로 육지를 침공한 게 아니에요...... 사르곤, 우르수스, 염국. 전쟁의 불길은 이미 대지에 퍼졌어요.”
“그래. 이게 우리 이번 임무의 사명이야. 만약 빅토리아의 자작과 사르곤의 파디쟈가 모두 심해교도의 위장일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함락된 것과 가를 게 없지. 그런데 이번만은 시테러를 인도하는 주교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죽였어, 하지만 시본은 여전히 자발적으로 육지를 정복하고 있고. 무언가 그들을 그렇게 하도록 이끄는 거야.”
조르디는 놀라며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 심해 자작은 죽었잖아요! 라이타니엔 법위의 손에요! 설마 다른 사람이......”
“어쩌면 위매니가 더 큰 위기를 알아챘을지도 몰라.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육지의 생태계를 통합할 수 밖에 없는 거지.”
아이린은 대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제서야 조르디는 이곳에서 십여 년을 일하면서도 한 번도 이 장소에는 발을 들인 적이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우리는 반드시 성공해야 해.” 아이린이 돌아봤다, 원래의 정교하고 여전하던 그녀의 얼굴에는 이제 노련하고 침착한 기색만이 남았다, “나는 대재판관의 자리를 되찾을 거야.”
“확실히. 당신의 명성은 이미 자자해요.”
“그래서, 대재판관으로서 부탁이 하나 있어.”
아이린은 그녀의 랜턴을 들어올렸다. 빛은 순식간에 홀을 가득 채웠고, 그림자가 대문 밖으로 떠날 때 광명이 문의 틈을 비집고 열었다.
한 개의 랜턴. 이 큰 방은 한때 감옥이었다가 그 후에 용광로와 공방이 된 듯하다, 그리고 지금, 모든 잡동사니는 여전히 벽 구석에 먼지가 쌓여 있고, 방의 중앙에는 랜턴이 놓여있다.
“시본 한 마리가 갇혀 있었어. 각각의 재판관은 정식 재판관이 되기 전에 이곳에 와서 바다의 진실을 알게 됐지.” 아이린의 목소리는 매우 차분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어.”
“그래서...... 이곳을...... 단조장으로 개조했나요?”
“그래.”
“저 랜턴은요?”
아이린은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다가가는 듯 했다. 그녀가 그것에 손을 들자, 빛이 순식간에 조르디의 시야를 삼켰다.
불빛보다는, 태양과 같았다.
“카르멘, 다리오, 요한, 카를로스...... 회수할 수 있는 모든 재판관의 램프를 다시 주조했어. 이름은 많이 생각해봤는데 아직 정하지 못했고.” 아이린은 시전을 멈췄다, 그 빛은 순식간에 좁은 유리 속으로 돌아갔다. “아마 네가 정할 수 있을 거야. 재판소에서 너에게 맡기기로 했거든.”
“저요!?”
“랜턴 쓸 줄 몰라?”
“아니요...... 알아요. 카르멘님이 조금 가르쳐 주셨는데...... 그래도 저랑 재판관의 차이는......”
“괜찮아. 너는 불을 밝히기만 하면 돼. 만약 의심이 든다면 그걸 사용할 다음 사람을 찾고.” 아이린은 웃었고, 조르디는 그제서야 그들의 나이는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재판소의 항쟁을 지켜봐. 등대에서 우리의 개선을 지켜봐. 희생된 영웅들을 기억하고, 헛되이 죽은 사람들을 기억해. 랜턴을 잘못 드는 것은 흉기야. 등불은 우리의 희망이야.”
아이린은 잠시 말을 멈췄다, “확실히 기억해. 그것이 전해져 내려가도록.”
“당신은요?” 조르디가 내뱉듯이 말했다.
“우리가 다음으로 죽여야 할 시본은...... 이미 코드네임이 있어. 그 코드네임은......” 아이린은 손을 펴고, 흔들리는 빛 속에서 문 저편으로 걸어갔다.
“글래디아.”
기록 3
조르디가 켈시에게 작별을 고했을 때, 익숙했던 그 여성은 이미 재난 속에서 낯설어졌다. 그녀는 최후의 도시를 창시자였고, 더 이상 작은 함선에서 오퍼레이터들을 가르치던 닥터 켈시가 아니었다. 기억 속의 그 사람들은 켈시의 곁에 있지 않았다, 조르디도 마찬가지로 많은 것들을 잃었기 때문에, 그 도시에서 지낸 짧은 시간동안 로도스 아일랜드에 대해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과거가 재난 이후에 남은 삶의 몇 없는 희망을 건드릴까봐 두려웠다.
“바다는 여전히 위험해, 비록...... 우리가 이미 자신의 위치를 받아들였다 해도.” 켈시는 조르디의 말을 듣고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생태게 전체의 종속으로서, 위매니의 노예로서, 공생 관계의 일원으로서, 우리는 생존할 수 있겠지. 그렇다고 우리가......”
켈시는 말을 멈추었다. 그녀는 문득 작별 인사를 하러 온 사람이 소용돌이의 중심에서 온 것이 생각난 듯 했다.
“알고 있어요.” 조르디가 웃었다. “그래도 저는 바다에 가보고 싶네요.”
“......호위는 필요해?”
“아니요. 무명의 나이든 서기관한테 그럴 가치는 없어요.”
켈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나이든 조르디의 여행에 편리할 짐과 가방을 준비했다. 고향을 보는 것은 확실히 많은 사람을 동원할 만한 일이 아니다. 다만 출발하기 전 마지막으로 도시를 돌아보고, 그것이 더 이상 이동할 필요가 없다고 조르디는 생각했다. 평화롭지만, 영원히 정체된 문명의 형태는 위매니에게 허용되었다.
조르디는 또 자신이 일생동안 진정으로 일선에서 혈투를 벌인 적이 없고, 도시 건설에 정말로 도움이 된 적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가장 보잘 것 없는 일을 하고 있던 것 같았다. 등대가 타오르는 순간, 배와 이베리아인들을 이끄는 것은 등대의 빛이지, 등대의 파수꾼이 아니다.
그는 낭떠러지에 앉아 있다. 선회하고 있는 산호색 생물은 시야가 닿는 수 해리 거리에서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매끄러운 껍데기의 생물은 질서정연하게 파도의 궤적을 따라 소리를 낸다. 바다는 잔잔하고, 상서롭고, 맑다. 인류, 오리지늄, 데몬, 그리고 상식을 훨씬 뛰어넘는 존재까지 극복한 뒤, 시본이 세계를 관측하는 방법은 인류가 이해할 수 있는 감각에 국한되지 않는다.
조르디는 새로운 키틴질의 신이 여전히 바다 위 어딘가에, 햇빛과 구름 사이의 가장 모호한 경계에 묵묵히 머물러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인류가 둥지를 떠나 해안을 향하자, 그 촉수는 몸을 숨기는 공간을 벗어나, 이 특이한 개체의 일거수일투족을 경계한다. 지금, 그것은 테라이며, 먼 하늘을 유람하는 위매니 동포들에게 가장 좋은 표식이다.
뜻밖에도 이 개체는 인류의 초라한 두 눈으로 그것의 의지를 포착한 것 같다.
“안녕, 바다야.” 테라에 머물고 있는 위매니 개체들이 자신의 말을 들을지 걱정하지 않고, 마치 노인이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조르디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조르디야. 조르디 폰타나로사. 너희들의 보잘 것 없는 적이었지.”
자기소개 한 마디로 시작해, 조르디는 그의 인생에 대해 담담히 말하기 시작했다.
그란파로. 에기르. 스툴티페라 나비스. 어비설 헌터스. 귀가. 전쟁. 붕괴. 각성. 신. 진실. 실패. 죽음. 이별. 치욕. 평화.
그의 말소리는 빠르다가도 느리고, 크다가도 작아졌다, 아무도 답하지 않고, 바람만이 기이한 야자수를 스치며, 산호와 같은 산맥의 구멍에서 소리가 났다.
노인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해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바다 전체가 그의 생각에 아무런 징조도 없이 순응했다, 해수는 미생물의 작용으로 빠르게 탁해지고, 조개류는 시테러와 모였다, 그것들의 몸은 뒤틀렸고, 마침내 모여서 작은 배가 되었다.
위매니는 그의 생각을 읽었다. 위매니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조르디는 더 이상 위매니가 왜 그러는지 신경쓰지 않았고, 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 네가 틀렸어. 아쉽게도 네가 졌네.”
파도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베리아 최후의 파수꾼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는다.
햇빛은 여전하고, 바람 소리와 껍데기 생물이 부딪히는 소리는 어느 순간 매우 일관된 파형의 주파수를 형성한다. 위매니의 어떤 개체가, 마찬가지로 위매니 전체도, 모성(母星)의 작은 기생 개체의 마지막 유언에 응답했다.
“안녕히. 조디 폰타나로사.”
“안녕히.”
이거 켈시 보니까 최후의 도시에 있는 인류는 이미 항복을 한 대신 해사가 살려주기로 한 뉘앙스인데
결국 육지에서 태어나 고향을 그리워했고, 끝내 바다로 돌아갔네
글래디아 결국 시본된거임? 미치겠네
진짜 상상했던거보다 더 암울하네
그치만 켈시 배신자잖아? 로도스를 먹이로 주고 도망친거잖아?
다음 에기르 이벤 루멘도 따라가는갑네
머야 아이린 죽는거임?
그래서 다른 헌터즈는 어케됐으려나
뭐야 석상된 글래디아는 뭐였던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