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라라는 텔레비전 앞의 아카후유를 곁눈질했다.


"왜 갑자기 이거에 관심이 생겨서, 보고 또 보고 있는거야?"


아카후유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한 손으로 견장을 풀어, 키라라에게 던졌다.

그녀는 눈이 좋지 않지만 등에 카메라를 달아놓은 것 처럼 날카롭다.


"이 갑주는..."

"선조께서 물려주신 거야. 귀한 물건도 아니고, 대인께서는 전선에 잘 나가지 않으셔서, 내게 주셨어."

"그게, 디자인이..."

"생긴게 좀 특이하지, 과거의 규칙에 따르면, 한 가문에는 하나의 양식만 가능했다나."


키라라는 그 견장을 만지작거리며, 게임 속 갑주와 비교했다. 그녀는 생각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아카후유를 알아볼 거라고.


"예전에도 너 또래의 여자아이가 비슷한 질문을 한 적이 있어.

'대장, 이 갑옷은 무슨 첨단 재료로 만든거고, 정말 유탄도 막을 수 있나요' 라고 슬쩍 묻더라고.

하, 걔는 그때 나를 무슨 꼰대 노장으로 생각하고 있었나봐."

"그래서, 가능함?"

"되겠냐, 그냥 딱딱한 금속 조각이야. 차라리 잘 훈련하고, 장관의 말을 잘 듣는 편이 나아. 그런 이치 정도는 그녀도 알지.

하지만 이 갑주는 여러번 날 구해줬어. 들어봐, 그 때 그 구덩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나. 그 쇠뇌살이 내 팔을 꿰뚫을 뻔 했지. 그래, 마지막 싸움에서도, 그녀는 내 곁에 서 있다가 죽을 뻔 했지."


키라라는 갑자기 더이상 그일이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무릎 위의 무거운 감각은, 이 견장이 본디 유일무이한 것이며,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영광의 상징이자, 지금도 전쟁의 불길과 희생임을 상기시켜준다.

지금은 인기 게임의 레어템으로, 돈을 내면 플레이어가 구매할 수 있다.


아카후유가 마침 일어섰다. 키라라는 아카후유가 눈치채지 못한 틈을 타, 그녀가 돌아서면, 자신이 새로 사둔 CD를 향해 달려가려 했다.


"이거 말인데, 너 시간 있어?"


아카후유는 오히려 그녀에게 다가왔다.


"내가 방금 클리어 했거든, 노 데미지. 네가 가장 자주 가는 포럼에 영상 업로드 해줘. 아참, 내 이름 적는거 있지마, 그놈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키라라는 그제서야 텔레비전 화면이 바로 그 게임임을 알게됐다. 주인공은 공격력이 가장 낮은 목검을 들고 있으며, 거의 모든 방어구를 입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무릎에 있는 견장을 제외하고는.


"...괜찮아?"

"뭐가? 아, 내 갑주? 어느 날 모든 동국 사람들이 그걸 실제 전쟁에 쓰인게 아닌 그저 게임 아이템으로 인식하게 된다면, 그건 전쟁이 끝났다는 거겠지."


아카후유는 견장을 입고 옷매무새를 살폈다.


"그런 날을, 난 아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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