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관에서 기어나와 기억도 아는 것도 없는데
나랑 서로 아는 사이라는 애들이 도와달란다.
처음엔 그게 사람 돕는 일이라 함께 했는데
남는건 책임감. 죄책감. 무력감
만나자 마자 죽은 사람도 있었다.
내가 친구인양 살갑게 다가왔지만 나는 아직도 그와 추억하나 기억해 내지 못했다.
이 사람들은 내 지시대로 했을 뿐인데
총.칼.화살 냉병기는 기본이요 승승장구한다 싶으면 쎄보이는 놈이 와서 얼음지옥. 불지옥을 체험시켜주니 아 여기가 저승이구나 내 죗값을 저들이 치르는구나 생각이 든다.
제약회사라는 말에 속은 내가 등신이지 뭐가 박산가. 제약회사면 약 개발해서 거래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힘 좀 쓰는 광석병자만 보이면 치료해 줄테니
싸워달라 등 떠미는데 이게 제약회산가
난 정신병자가 될 거 같다.
켈시는 똑똑한 척 다아는 척 하면서. 시원하게 알려주는 거 하나 없다.
아미야도 솔직히 알게된 지 얼마 안된 아이일뿐이다.
착한거 힘든거 알지만 그렇다고 내게 소중한 사람은 아니다.
내게 소중한 건 안식이다.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지 모르겠다.
농사관련 자료나 챙겨서 떠나고 싶다.
이따금 이런저런 생각에 괴로워 켈시한테 하소연도 해보고.
역정도 내보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좀 전에도 이럴거면 나 좀 제발 퇴사하게 해달라고 한바탕 했는데도 별 반응을 안 한다.
듣긴 듣는데 무거운 입은 움직일 생각을 안 한다.
내가 힘만 있었다면 고문을 했을 것이다
내가 악한이었다면 아미야를 인질로 입을 열게 했을 것이다.
그렇게 또 로도스에서 때려치고 싶은 하루가 지나간다.
오늘 박사님이 켈시선생님께 로도스를 그만두고 싶다고 하셨다는걸 전해들었다.
담담하게 말씀하시는 켈시선생님도 어딘가 지쳐보였다.
나까지 안 좋은 표정을 지으면 걱정을 끼칠거 같아
애써 웃으며 제가 박사님을 만나보겠다고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말씀드렸다.
깊은 밤. 박사가 자고 있는 방. 작은 카우투스가 문을 열고 조용히 들어온다.
그녀는 큰 귀로 박사의 일정하게 숨소리를 확인한다.
박사가 잠에 든 걸 확인한 후 손을 들어 박사의 머리에 얹자
검붉은 선들이 작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아츠는 사그러 들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
아미야는 한층 들뜬 맘으로
빨리 내일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박사님이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오실거라 믿으며
자신과 함께 감염자를 위해 힘쓰겠다 말씀하시던 박사님으로
"지치고 힘들어도 포기하시지 마세요. 박사님.
제가 도와드릴게요. 그러니 쉬시면 안 돼요 후후"
깊은 밤. 로도스의 복도에 작은 카우투스의 웃음소리가 작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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