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운다.


사람과 성벽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그림자가 길가의 가게들을 덮자 가게 주인은 양산을 접고 기지개를 킨다.


[피곤한 상인] 나머지는 3할 깎아서 마저 팔고 집 가서 밥이나 먹어야지......


[지루한 상인] 그냥 가자, 네 무기 모형들이 팔리기는 할지 걱정이야, 요즘 관광객들은 그런 거 안 산다고.


[피곤한 상인] 내가 진짜 검을 만들 수 있었다면 분명 군영에서 큰 일을 해냈을 텐데.


[지루한 상인] 그러고 보니 어제 관광객 한 명이 붉은색 검을 차고 다니던데 범상치 않아 보이더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어......



소녀는 멍하니 사방을 바라보았다. 눈앞에는 여태껏 본 적 없는 관경뿐이었다.


바닥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진동은 아마 이동도시 감속의 조짐일 것이다. 그러나 길 위의 행인들은 익숙한 듯이 질서정연하게 평소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저녁 식사의 냄새가 콧속을 파고든다. 소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이틀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지에윤] ......


온 몸의 통증이 배고픔과 함께 엄습해 왔다.


두 다리가 제 말을 듣지 않고 냄새를 따라 식당으로 향했다.







[점원] 무엇을 주문하시겠나요?


[지에윤] 옆 테이블 사람이 먹는 거...... 나도 저걸로 할래.


[점원] 네, 3번 테이블에 고기 냉면 하나요——


저녁 식사 시간이 가깝기에 가게는 거의 가득 차 있었다. 소박한 사람들에게 바쁜 일과 후의 든든한 저녁 식사는 최고의 위안이다.


TV에서는 치열한 전투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가끔씩 식객들은 고개를 들고 낯익은 장면에 주목했다.


[지에윤] (저기 나오는 사람은 왜 그 사람이랑 똑같아 보이는 거지?)


[지에윤] (그 옆에 있는 여협은 사부님이랑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별로 안 닮았는데......)


[지에윤] (“실제 사건을 각색한 이야기”라는 건 또 무슨 소리야......)


[점원] 손님, 음식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지에윤] 아...... 고마워.


[주민 A] 나는 백 미터짜리 두루마리에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서명해야 된다고 했어, 전별 선물이 이 정도는 돼야 의미가 있지!


[주민 B] 너 바보냐, 종사께서는 떠나신다는데 그렇게 큰 물건을 어떻게 가지고 가시게?


[주민 B] 어차피 중요한 건 마음인데, 차라리 이곳 특색의 음식을 더 많이 준비하는 게 어때, 좀 더 실속있게.


[주민 A] 그런데...... 종사께서는 몇 년 동안 옥문을 지키셨더라?


[주민 B] 정확히는 나도 잘 몰라, 우리 부모님 세대가 태어났을 때도 종사께서 이곳을 지키고 계셨다는 것만 알지.


[주민 A] 그러면 벌써 백 세를 넘으신 건가? 퇴임하려 하실만 하네, 분명 몸이 견디기 힘들겠지.


[주민 B] 그런데 최근 그를 봤다는 강호 사람 말로는, 평범한 중년 남자의 모습으로 보였다는데.


[주민 A] 종사께서는 보통 사람이 아니신 건가......?


[주민 B] 듣기로는 세상에는 아츠로 장수하는 기술도 있다고 하던데, 종사께서도 그런 경우인가봐.


[주민 B] 그가 어떤 사람이든 간에, 우리는 그가 옥문을 지킨 영웅이라는 것만 기억하면 돼, 여기 사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좋은 점을 기억할 거야.


[주민 B] 아쉽게도 종사께서 결혼을 하셨다거나 자식이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단 말이지. 좌 장군님의 아들은 그렇게나 자랐는데......


[지에윤] (그 사람을...... 영웅이라고 했어?)


[점원] 아가씨, 다 드신 것 같은데...... 입맛에 맞으셨나요?


[지에윤] 고마워, 잘 먹었어.


[점원] 그러면 밥값을......


[지에윤] 그게......



[와이후] 제가 낼게요.


[지에윤] 고, 고마워......


[와이후] 별거 아니예요...... 신기하게 또 만났네요.


[와이후] 지갑을 잃어버리거나 돈 가져오는 걸 깜빡했나요?


[지에윤] 그래...... 잃어버렸어......


[와이후] 그래요? 정말 운이 없네요.


[와이후] 당신도 여기 온지 얼마 안 된 것 같으니 잘 모르시겠죠. 같이 관청에 신고하러 가 드릴게요.


[지에윤] 호의는 고맙지만 필요 없어!


[지에윤] 밥값은 나중에 갚을게!


[와이후] 잠깐만요.


[지에윤] ?!


[와이후]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검은...... 저번에 찾는다던 그것인가요?


[지에윤] 너도 뺏으려고?!


[와이후] 제가 왜 다른 사람 물건을 빼앗겠어요......


[와이후] 그런데 요즘 아주 특별한 검이 도난당했다 들었는데 혹시......


[지에윤] ......먼저 실례할게.







[와이틴푸이] 누구지......?


[와이틴푸이] 나와라!



[리] 무술을 익힌 사람한테 이런 장난은 안 먹힌다고들 하지.




[양현] 하물며 세상의 무술을 익히는 자들 중 가장 노력하며 강한 사람 아닌가.


[리] 만약 그가 반사적으로 한 방 날리기라도 했으면 나는 그대로 끝장 아니었던가?


[양현] 그렇게 된다면 나도 그를 과실치사로 체포하는 수밖에 없겠지.


[와이틴푸이] ......


[리] 양대인, 방금의 그 내기는 내가 이겼다고 봐야겠지?


[양현] ......확실히.


[리] 방금 양현이랑 내기를 했거든, 네가 우리를 보고 어떤 반응을 할지 말이야.


[리] 양현은 네가 뒤돌아서 나갈 것에 걸었고, 나는 네가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힐 것에 걸었어.


[양현] 사람 보는 일에서 널 이길 수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단 말이지.


[리]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의형제잖아.


[와이틴푸이] ......


[리] 걱정 마, 와이후는 네가 여기 있는 거 모르니까.


[리] 내가 아무리 둘 사이를 잘 알지는 못해도, 부녀의 재회에는 적당한 자리가 필요하다는 건 안다고.


[리] 옆의 십여 년을 못 만났던 지부 대인과는 다르지, 나한테 처음으로 맡긴 일이 나를 큰 곤경에 빠트렸거든.


[양현] 그 일은 확실히 너에게 빚졌다......


[리] 내가 너한테 또 뭐라고 한다면, 그건 사실 누군가 들으라고 하는 말 아니겠어?


[와이틴푸이] ......


[리] 됐다, 다른 사람은 없고 우리 삼형제 뿐인데......


[리] 술과 요리를 준비했으니까 앉아서 얘기 좀 하는 게 어떻겠어?







(통신음)


[용문 관광객?] 아가씨의 정보에 따라 의심스러운 창고의 위치는 모두 너희 단말에 보내뒀어.


[용문 관광객?] 동쪽부터 서쪽까지 차례대로 조사해봐. 시간이 없으니까 신속하게 해야 돼.


[용문 관광객?] 상황을 확인하면 섣불리 행동하지 말고 일단 모두한테 연락해, 모두 같이——


[맹철의] 나를 찾고 있나?


[용문 관광객?] ?!


그의 반응은 매우 빨랐다, 길에서 오랫동안 일해오며, 그는 싸울 때와 도망칠 때를 분명히 구분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몸을 돌렸을 때 한 손이 어깨 위에 가볍게 얹혀 있음을 눈치챘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더 움직일 수 없었다.



[맹철의] 나를 찾으려 하면서 왜 도망가나?


[용문 관광객?] 당신은......


[맹철의] 젊은이는 참 영리하지만 담력이 좀 부족하구먼. 아마 그걸 고치면 앞으로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거야.


노인은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맹철의] 가서 린 특사에게 전하게, 오늘 신시 정각에 성남 5가의 칠방 창고에서 기다릴 것이라고.







[리] ......


[양현] ......


[와이틴푸이] ......


[리] 안 마시게?


[양현] 아직 업무 시간이 끝나지 않았어.


[리] 너도 안 마시고?


[와이틴푸이] 아무래도 몸에 좋지 않으니까.


[리] 술도 안 마시고, 말도 안 하고, 셋이서 노려보고만 있는 게 웬일이야......


[리] 아까 양대인이 묻고싶은 게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양현] 너도 마찬가지잖아.


[리] 우리는 술을 빌리지 않으면 아무 말도 못 하는 사이였던 거야?


[와이틴푸이] 할 말이 있으면 해라.


[양현] 너는 지난 몇 년간......


[와이틴푸이] 사방을 떠돌았다.


[와이틴푸이] 한 장소에서 적수를 더 이상 남지 않을 때까지 찾았고, 그러고 나서 또 다른 장소로 떠났지.


[리] 저번에 양대인을 만났을 때는 뭐가 변했는지 자세히 봐야 알았데, 와이 무치의 변화는 얼굴에 그대로 적혀있는걸.


[와이틴푸이] 무엇이 변했지?


[리] 늙었어.


[와이틴푸이] 쓸데없는 소리는 아니군.


[리] 정말 걱정했단 말이지, 언젠가 갑자기 네가 싸우다 죽었다는 걸 알게 되지는 않을까 하고.


[와이틴푸이] 내가?


[리] 사람 위에 사람 있다고들 하잖아......


[양현] 그래서 결국 옥문에 도착하고는...... 얼마나 지났지?


[와이틴푸이] 3년이다.


[와이틴푸이] 이곳에 나와 무예를 겨루겠다고 답한 사람이 있지.


[와이틴푸이] 짧게는 3에서 5년, 길게는 십여 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양현] 싸움 좋아하기로 천하에 유명한 와이틴푸이가 그렇게 하다니...... 적막함을 견딜 수는 있었나.


[와이틴푸이] 어차피 다른 적수를 찾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몇 년을 기다리든 상관없어.


[리] 그래서 이 의원에서 3년간 직원으로 일했을 테고.


술잔에 술을 따르지만 향기는 약 냄새에 뒤덮인다. 술으로 근심을 달래고, 입에는 쓴맛만 남는다.


[리] “백두옹” “도상목” “우불박” “천리급”......


[리] 옥문 무술계에서 보름을 찾아봤는데, 객잔 맞은편 의원에 있었을 줄이야.


[와이틴푸이] 빚을 졌으니 갚아야지.


[리] 그러면 네가 세상에서 누구한테 가장 빚을 지고 있는지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겠는걸.


[와이틴푸이] ......


[리] 그래, 나는 할 말 다 했는데, 양대인은 더 묻고 싶은 것 있나?


[양현] 옛 친구를 찾아서 어떻게 지내는지 보려는 것이지, “묻는다”고 할 수는 없어.


[리] 와이틴푸이가 옥문에 3년을 머물렀고, 네가 옥문에 온지도 좀 됐지, 하필 이런 때에 찾아온 건......


[양현] 도시의 상황이 진정되지 않았으니, 개인의 정을 신경쓸 때가 아니야.


[리] 양대인은 나라를 위하느라 우리 같은 나이든 백성한테 개인적인 정을 가져서는 안 되는 건가?


[양현] 어찌 그러겠어......


[와이틴푸이] 너희들이 진심으로 옛 이야기를 할 생각이었다면 조금 더 앉아 있었겠지.


[와이틴푸이] 한 마디도 시원치 않다니,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된 건가?


와이틴푸이는 앞에 놓인 술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뒤돌아서 방을 떠났다.


[리] 양대인, 원하는 답은 얻었나?


[양현] 그런 셈이지.


[리] 와이틴푸이의 의동생으로서? 아니면 옥문의 참지로서?


[양현] ......나도 항상 네가 꿰뚫어 보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텐데.


[리] 너는 아마 늘 번거로운 일을 떠맡으려는 습관을 고쳐야 할 거야, 적어도 말할 사람을 하나도 찾지 못해서는 안 되지.


[양현] 한 가지 일은 그가 적당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리] 저번에 잔을 가져올 사람으로 나를 골랐던 것처럼?


[양현] 그렇게 복잡하진 않아......


[리] 그는 여전히 와이틴푸이야.


[양현] 가장 변하기 어려운 사람이지.


[리] 그렇다면 너와 나는 어떨까.


[양현] ......


[리] 계화꽃과 좋은 술으로 뱃놀이를 하고 싶지만, 결국 젊은 시절과는 다를 거야.


[리] 우리가 한곳에 앉아 몇 마디 하고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것만 해도 어렵게 해낸 일이고, 지난날을 되찾으려는 것은 오히려 각주구검이지.






[지에윤] 너도 나를 막으려고?


[와이후] 요 며칠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고, 저도 확실하게 이해하진 못했어요.


[와이후] 만약 당신에게 악의가 없다면, 멈춰서 사정을 분명히 설명하는 게 좋을 거예요.


[지에윤] 나는 시간이 없어......



[산해중 멤버] 물건을 넘겨라.


[지에윤] 포기해!


[와이후] 이 사람들은 당신을 따라온 건가요?


[지에윤] 나는 모르는 사람들이야......


[와이후] 최근 시내 곳곳에서 소란을 일으킨 것이 당신들입니까?


[산해중 멤버] 주제도 모르는 녀석이——


(와이후가 산해중 멤버를 공격함)


[지에윤] (이 사람...... 저번에 나와 무예를 겨룰 때는 전력이 아니었던 건가?)


[와이후] 이 악당들은 왜 이 정도 실력 뿐이면서 그렇게 날뛰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