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ST-1]



'살아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살아라.

어떻게 해서든 살아라.



???: 어이, 늙은이, 일어나.



축축하고, 따뜻하고, 부드럽게 땅이 흔들리고 있다.

조용하게, 가볍게, 천천히 의식이 가라앉고 있다.



연로한 사냥꾼: 크윽......


???: 아직 여기서 쓰러져선 안 된다.

???: 놈이 달아날 거야.





머리 위로는 뜨거운 달빛이 쏟아지고 있고, 아래에 있는 흙바닥은 금방이라도 끓어오를 듯 했다.

그 열기는 거의 끊어질 뻔한 의식을 극한으로 몰아넣어, 그는 느껴지는 고통에 두 눈을 뜬다.



???: 그래, 바로 그거야. 어서 일어나.


연로한 사냥꾼: 난......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거지?


???: 5분이다.


연로한 사냥꾼: 5분이라, 시간을 너무 낭비했군.


???: 헌터의 생사는 1분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지.

???: 하지만 운이 좋게도 너에겐 시간이 남았다.

???: 호수로 가서 네 창을 주워라.



헌터의 창, 헌터가 살아남기 위해 의지하는 것. 그것은 지금 호수에 반쯤 잠겨 있다.

그는 자신이 왜 창을 내던졌는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것과 같았다.


그는 창을 다시 세웠다, 창끝에 묻어있는 선혈은 여전히 생생했다.




???: 아무래도 세수라도 한 번 하는 게 좋겠군, 벌써 3일을 꼬박 쫓았다.



연로한 사냥꾼: 고작 3일이야, 아직 그렇게까지 나이먹진 않았어.

연로한 사냥꾼: 그 짐승은 어디로 갔지?


???: 녀석은 부상 당했다. 숲 속으로 멀리 달아나진 못 했을 거야. 지금은 아마 자신의 상처를 핥아주고 있겠지.


연로한 사냥꾼: 숲......






그는 시선을 숲으로 돌린다. 그는 마치 하나의 육체를 보는 듯 했다.

나무줄기는 위로 뻗어져 있는 척추, 벌려져 있는 나뭇가지들은 갈비뼈, 그리고 그 사이사이로 살점들이 촘촘하게 걸려져 있었다.

어두운 하늘은 지방이었으며, 선명한 색의 피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았다.



???: 두려워하고 있군.



연로한 사냥꾼: 헛소리.



???: 넌 지금 의심을 하고 있어.

???: 자신이 나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숲이 이를 갈며 자신을 덮쳐오고 있는 건지.

???: 금방이라도 도망칠 것 같은 모습이군.



연로한 사냥꾼: 헛소리하지 마.



???: 날 속일 생각하지 마라. 난 네놈의 모든 걸 꿰뚫어보고 있다.

???: 하지만 잘 들어라, 난 네 두려움을 부정하지 않는다.

???: 이 숲은 괴물이다. 이 숲을 두려워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어.



연로한 사냥꾼: 숲이......괴물......


???: 숲은 악몽 그 자체다. 시뻘건 피가 흥건한 입을 쩌억 벌려 생명을 집어 삼키고, 그 생명을 잘근잘근 씹어버리지. 그게 바로 숲의 진정한 모습이다.


연로한 사냥꾼: 그래, 네 말대로야.


???: 하지만 그것을 상대로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

???: 질문 하나 하지, 내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고 있나?


연로한 사냥꾼: 기억한다, 아마 난 평생 그 모습을 잊지 못하겠지.


???: 지금 분노를 느끼고 있나?


연로한 사냥꾼: 그래, 화가 나서 온몸이 벌벌 떨리고 손톱이 손바닥 살을 파고들 정도다.


???: 좋아, 넌 분노할 필요가 있다. 내가 필요한 건 너의 그 분노야.

???: 넌 두렵고, 혼란스럽고, 무척이나 고통스러울 거다. 하지만 분노라면 그 모든 걸 상쇄할 수 있지.

???: 그 무엇도 네 분노 앞에선 장애물이 될 수 없다, 숲도 마찬가지지.


연로한 사냥꾼: 그래, 내 분노로 숲의 송곳니를 뽑고, 녀석의 발톱도 베어버리겠어.

연로한 사냥꾼: 숲이 내게 한 만큼, 난 그대로 숲에게 되갚아 주겠어.


???: 아주 좋아, 저쪽에 핏자국이 있으니 한번 살펴 보자고.



___


연로한 사냥꾼: 쳇......

연로한 사냥꾼: 아직 따뜻하다, 흘린 피 양이 꽤 많은 걸 보니 상처가 다시 벌어진 모양이군.


연로한 사냥꾼: 핏자국은 여기서 끊겼다.


???: 나무에 생긴 발톱 자국 보이나? 자세히 봐라.


연로한 사냥꾼: 말 안 해도 안다.

연로한 사냥꾼: 꽤나 깊게 파였군, 분명 여러 차례 발톱으로 긁어서 나무 껍질이 잔뜩 벗겨진 거겠지.

연로한 사냥꾼: 자국의 가장자리와 바로 밑 땅바닥에 피가 묻어있는 털도 보이는군.


???: 놈이 갈수록 영리해지고 있다.


연로한 사냥꾼: 놈도 분명 우리가 핏자국을 보고 추격해 올 걸 예상하고 있었겠지. 그래서 톱밥으로 지혈도 하고, 나무에 남겼던 자국을 더 깊게 파서 흔적을 지우려 한 거야.


???: 하지만 놈도 결국은 짐승 새끼에 불과하지, 완전하게 흔적을 지울 수는 없을 거다.


연로한 사냥꾼: 창구꽃의 열매는 지나가는 짐승의 털에 붙어서, 역마살이 든 것 마냥 사방을 돌아다니지.

연로한 사냥꾼: 그 집떠난 녀석들이 길을 어디로 가르켜 주는지 한번 보자고, 하......


연로한 사냥꾼: 역시, 동굴 속으로 들어갔군.


-@-


연로한 사냥꾼: 뭐지? 이 소리는......처음 듣는 소리다.


???: 오호라, 아무래도 새로운 벗이 생긴 모양이군.


연로한 사냥꾼: 날 흥분시키는 소리다, 놈일 지도 모르겠어.


???: 침착해라, 헌터는 언제나 눈앞을 봐야 한다.



___



연로한 사냥꾼: 네놈이 거기에 있는 건 다 안다.


연로한 사냥꾼: 그 정도로 피를 흘리고 있었으니 분명 고통스럽겠지. 어째 핥아도 소용이 없었나보군.

연로한 사냥꾼: 사냥감이 된 기분은 어떠나?

연로한 사냥꾼: 네놈에게 찢겨 나갔던 그 생명들을 기억하나? 이제 그들의 기분을 조금 알겠나?

연로한 사냥꾼: 지금 너와 나는 다를 바가 없다. 우리 모두 뱃가죽이 등에 붙었고, 지칠 대로 지친 상태지. 지금 이 순간이 우리 서로에게 마지막 순간이라는 소리다.

연로한 사냥꾼: 이제 네놈이 도망갈 곳은 없다. 남은 건 전투다.


연로한 사냥꾼: 하, 그렇군. 약간의 자극이 필요한가.


연로한 사냥꾼: (손으로 예리한 창끝을 움켜쥔다. 팔을 따라 피가 흘러내린다.)

연로한 사냥꾼: 어떠냐? 네놈이 좋아하는 피의 냄새다. 이 달콤한 생명의 냄새. 금방이라도 달려와서 씹어먹고 싶은 기분 아닌가?

연로한 사냥꾼: 네가 날 죽인다면 마음껏 내 육체를 맛봐도 좋다.

연로한 사냥꾼: 하지만 네놈이 정말 날 이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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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한 사냥꾼: 큭! 아직 이런 힘이 남아있었나!

연로한 사냥꾼: 개자식이, 그 냄새나는 입......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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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도 무력하게 쓰러지다니.

???: 정말 가여운 모습이네.

???: 입으로는 놈을 죽인다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치고 있는 놈한테 이리도 무력하다니.

???: 이제 놈의 밑에 깔려서 마치 누더기처럼 갈기갈기 찢어지겠지, 정말 네 녀석과 어울리는 모습이다.

???: 그렇게 오랫동안 전투를 했음에도 충분한 단련이 되지 않았던 건가, 요시오카?



연로한 사냥꾼: 아니......아직 안 끝났다.



???: 놈과 함께 죽을 생각인가.

???: 나도 참 어리석군, 네가 그걸 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니.



연로한 사냥꾼: 할 수 있어......



???: 아니, 불가능하다. 넌 지금 여기서 쓰러진다.


연로한 사냥꾼: 난......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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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지금 당장 창을 들어라! 놈의 몸에 창을 찔러 넣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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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번!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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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그거야.

???: 넌 목숨을 걸 정도로 분노해야 한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해야 해.



연로한 사냥꾼: 난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분노해야만 해. 널 위해서.



???: 날 위해서 분노해라!

???: 놈을 죽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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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바로 그거다.

???: 어서 일어나.

???: 이제 놈이 널 두려워하게 만들어라.



연로한 사냥꾼: 닥쳐라!

연로한 사냥꾼: 네놈이 숲의 송곳니든 발톱이든 그건 아무래도 좋다.

연로한 사냥꾼: 아쉽게 날 죽이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있나?

연로한 사냥꾼: 내가 순순히 죽어줄 거라고 생각했나?


연로한 사냥꾼: 와라! 난 여기 있다!


연로한 사냥꾼: 날 죽여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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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의 창끝이 짐승의 목을 꿰뚫었고, 생명을 잃은 육체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천둥 번개가 갑작스레 치면서 하늘 아래 거대한 그림자가 비췄고, 번쩍이는 불꽃이 먹구름을 갈랐다.

그는 온몸을 떨었고, 손톱이 그의 살갗을 깊게 파고들었다.



연로한 사냥꾼: 놈이다. 놈이 틀림 없어.

연로한 사냥꾼: 처음 보는 괴물......과연, 놈이 널 그곳에 남겨둔 건가......

연로한 사냥꾼: 넌 다른 야수들에게 쉽게 쓰러지는 녀석이 아니었으니 분명......

연로한 사냥꾼: 난......


연로한 사냥꾼: 널 위해서 놈의 심장을 꿰뚫고, 널 위해 묵념하겠다......



그는 두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