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스 아일랜드 소대가 노예 장수로부터 열 두살의 마른 엘라피아를 구했을 당시,
그녀는 울지도, 소란을 피우지도 않았고, 다른 사람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았다.

올곧은 성격을 지닌 대장은 두통을 느끼며, 아이를 비즈왁스에게 맡기고 도주하는 노예 장수를 추격하러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는 대장처럼 외향적인 사람은 어색할 수 있지만 비즈왁스는 그렇지 않다.
그녀는 아이가 말할 의사가 없을을 알아차리고는, 신록이 움트는 밀림에 정신을 쏟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그녀는 갑자기 상대가 줄곧 자신의 뿔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됐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치자 아이는 황급히 눈을 뗐다. 이러한 과정이 여러 번 반복되자 비즈왁스가 입을 열었다.

"궁금하면 만져봐도 돼."

아이의 눈이 총명해진다.

"정말이야."

아이는 겁에 질린 채 벌떡 일어나 비즈왁스에게 다가가서는,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었는데, 마치 서 있는 겁쟁이 파울 비스트 처럼, 가볍게 맞부딪쳤다.

"예쁘다..."

비즈왁스는 뿔을 가진 많은 대원들로부터 같은 말을 들었다. 처음엔 수줍고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그쪽도 이뻐요" 라고 예의 있게 답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노예 장수로부터 막 구출된 이 어린 엘라피아는 더럽고 메마른데다가 심지어 뿔 한쪽이 잘린 것을 보고는 다른 대답이 떠올랐다.

"내가 뿔을 예쁘게 만들어줄게, 괜찮을까?"

아직 추운 3월의 봄바람이 불고 있고, 어린 엘라피아는 자리에 앉았다.
비즈왁스는 뿔에 얽힌 더러운 솜털들을 제거한 뒤 가져온 케어 키트 속에서 부드러운 천으로 그 위의 더러운 것들을 살짝 닦아내고, 부드러운 브러쉬로 갈라진 곳에 끼어 숨겨진 먼지를 털어냈다.

엘라피아는 고개를 숙인 채 마치 성대한 의식을 치르듯이 눈을 질끈 감았다.

케어가 끝난 뒤 비즈왁스는 연마용 사암과 미세한 마찰을 통해 엘라피아 뿔 모서리에 있는 마른 각질을 제거하고
에센스 오일로 미세하게 코팅했다. 모든 것이 끝난 뒤, 그녀는 키트 안에서 작은 리본을 찾아, 부러진 모서리에 작은 리본을 묶어줬다.

"다 됐다."

비즈왁스가 아이에게 손거울 건네주었다.

아이는 눈을 뜨려 하지 않고 도둑처럼 흘끔흘끔 쳐다보다가, 마침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마른 얼굴에 홍조를 띠며 흥분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비즈왁스는 일어서서 기지개를 키고, 마지막 단계가 남았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가볍게 두드리고, 품에서 작은 금빛 돌을 꺼내 가느다란 끈으로 묶어, 엘라피아의 뿔 중 끊어지지 않은 쪽
모서리에 묶어주는데, 끈을 묶어주며 조용히 읊조렸다.

"신령께서 당신을 축복하시길, 이제부터는 노역과 굶주림으로부터 멀어져, 뜨거운 태양과 폭풍, 그리고 금빛 모래밭처럼 영원히 아름답고 강해지길 바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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