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불길이 무섭니? 하지만 너의 불도 나랑 똑같아 로우그흐신니,
이 불은 영원히 꺼지지 않아, 불꽃의 불빛을 막거나, 불 그 자체를 멈추려고 하는 것, 그 모든게 헛수고에 불과해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것을 두려워 할 필요는 없어.
어째서 두려워 보이면 안 되는 건데?
내 안에 불이 타오르는 것은 아주 옛날부터 알고 있었다.
만지면 아픔이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픔은 내가 느끼기 전에 나타나버리고 말았다.
부모님이 말씀하시기를 그 불은 삼키고, 숨기며,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해야한다고 하셨다.
하지만 나는 언니가 항상 몰래 자기가 싫어하는 것들은 태워버리고 새로운 물건들을 탐내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도 그런 것을 할 수 있을까?
로우그흐신니
아빠, 서점에 같아 가줘요
어느 날 아침, 나는 언니인 척 하고 언니의 어조로 부모님에게 말을 건네었다.
언니가 부탁할 때마다 부모님은 언제나 불에 탈 듯이 너무도 사랑스러워하며 어떤 부탁이든 들어주셨다.
나는 언니와 같은 얼굴, 목소리, 옷을 입고 있었다.
언니가 할 수 있는 것을 내가 할 수 없을 리가 없다.
아버지
내일 가자. 로우그흐신니, 아빠랑 엄마는 오늘 너무 피곤해
로우그흐신니
아빠… 내가 누군지 알 수 있었어?
아버지
당연하지, 딸을 구분 못하는 부모가 세상에 어디있니?
그 다음 날, 눈이 내리는 밤에 나는 알았다.
부모님이 알아챈 이유는 나의 소망이 너무도 소박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언니였다면, 겨우 새로운 책 따위를 부탁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언니의 뒤를 최대한 빨리 달려 따라갔다.
단관의 종이 울렸지만, 가족은 더 이상 집에 있을 수 없었다.
로우그흐신니
언니, 어디로 가는 거야?
에블라나
어디로 가고 싶어?
로우그흐신니
나는… 모르겠어…
에블리나
집이 없으니까, 어느 집이든 문을 두드려보자
이 축제의 눈 내리는 밤에 우리가 집이 없는 어린 고아라고 말하는 거야
아무리 무관심한 사람이라도 두 아이에게 눈물을 흘리며 동정해주겠지
가 보렴 로우그흐신니, 언니가 뒤에서 보고 있을게
차가운 보랏빛 불에 비춰진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첫 문을 두들겼다
이 불은 우리의 원수를 불태운 불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뒤돌아보면 나조차도 불태울 것만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로우그흐신니
하지만… 선생님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거야?
타라족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어서 선생님은 오랫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으셨잖아.
언니는 나를 선생님의 서재에 앉혔다.
그녀는 나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바라볼 뿐이었다.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나에게 무척이나 실망했다는 것을
로우그흐신니
그는 우리에게 무고한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빅토리아의 시대를 선동해 타라를 되살리도록 가르쳤고
그는 자신의 정적들을 살해했어. 마치 빅토리아인처럼
그러니까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옳은 일이라는 거지…?
내 여동생은 항상 옳은 일을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그녀는 나에게 무기를 주었지만 나는 창을 잡을 때마다 떨린다
매번 지금처럼
로우그흐신니
내 말이… 맞아? …언니?
에블라나
아니 로우그흐신니
죽음이 그를 이상의 꿈으로 이끌 뿐이야
에블라나
그는 음모와 권모술수로 우리에게 물과 양식을 준 대신 우리의 자유와 존엄을 빼앗았어
그의 방법은 능숙하지만 야망은 너무나 편협해서 우스울 지경이야
그가 원하는 것은 부서지기 쉬운 낙원을 장악하고 우리를 왕관 쓴 꼭두각시로 만드는 거지
내가 잡고 싶은 것은 그딴 것보다 더욱 고귀한 거야
나의 사랑스러운 여동생, 너는 뭘 원하니?
너의 혈통과 몸가짐이 너를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니가 정말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위해서 어떤 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걸까?
오늘은 눈이 내리는 밤이야, 어떤 소원이든 받아들여줄게
로우그흐신니
…………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벽난로의 작은 모닥불처럼 작은 꿈을 꿔왔다
나는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에블라나
괜찮아, 나의 여동생 너의 욕망을 모르겠다면 우선 나의 그림자가 되어있으렴
이제부터 너랑 나는 리더가 되는거야
불꽃이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림자가 되었다
셀몬
날 따라서 온 거냐? 대체 언제부터?
리드
더블린의 사자 부대에서 니 오빠를 봤다는 빈의 말을 듣고…
혼자 있을 것 같았으니까
셀몬
너랑 상관없잖아
리드
나는 계속 아츠로 조작되는 죽은 자들을 찾고 있었어, 나는 그들이 진심으로 평안해지기를 원해
나는 그들은 재울 수 있어. 방금 본 것처럼
셀몬
……
행진하던 군인들의 발걸음은 사라지고 광야는 적막해졌다
그들 중 누구도 말이 없었다.
셀몬은 무릎을 꿇고 바이저의 먼지를 털어 병사의 얼굴에 얹어주었다
셀몬
그 참견쟁이 빈 자식…… 내가 더블린을 처음 본 날도 얘기했어?
그때 우리는 도시에 있었어, 오빠랑 나는 기분이 좋은 날 웨이터가 필요한 술집에 줄을 섰는데 빅토리아 놈들이 우리를 향해서 새총을 쏴서 유리창 깼지. 기분이 더러웠어
하! 사실 나는 그 귀족들이 빅토리아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를 농지에서 쫓아낸 귀족은 확실히 빅토리아인이라는 것만 알아
그러다가 어느 날 골목에서 다친 사람이 타라에 연락할 편지를 보내달라는 부탁을 해왔지
우리는 그 여자의 정체를 짐작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여자를 숨겨주고 편지를 보냈고
나는 그 여자한테 이 도시에서 최악의 빅토리아인은 법령을 만드는 놈들이라고 말했어
그 놈들은 티비에서 타라 알코올 중독자에 대한 주류세 인상, 오리지늄 제품에 대한 세금 인상, 실직한 타라인들을 모아서 정착시키는 법안을 떠들어댔다고
그리고 로우 스트리트에 주둔하는 군인은 타라인들을 잡아가고 몇 명은 죽이는 장면도 보았는데 그 놈은 반드시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혹시 목표물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놈들을 먼저 죽였으면 한다고 그렇게 말했어
하지만 그 여자는 나한테 다른 말을 했어. 더블린의 목표는 빅토리안들에게 복수하는 것이 아니라고
오빠는 그 여자에게 어떤 귀족이 가장 큰 집을 가지고 있고, 어떤 귀족이 가장 호화로운 파티를 열며, 어떤 귀족이 군대를 무장시키고 군량비를 가지고 있는지 말했어
하지만 그 여자는 이번에도 그것은 더욱 틀리다며 더블린을 타라를 구하기 위해서 빅토리안들에게 강도질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며
일부 사람들을 죽이고 그들의 자리를 차지해봤자 타라의 상황을 개선할 수는 없다며 우리를 그들처럼 만들 뿐이라고
빅토리아인의 에티켓을 배우고 빅토리아인의 억양을 배우는 것처럼 그런 사람들은 빅토리아인처럼 될 뿐이라고 하더구만
리드
그럼 더블린의 그 여자는 뭘 원했어?
셀몬
몰라… 하지만 오빠는 그 날로 뭔가 깨달은 듯이 더블린에 합류하기로 했고
오빠가 남긴 메세지에 따라서 찾아 온 것뿐이야
이동도시에서 움직여서 근처의 마을에서 그들을 봤을 때 나는 더블린이 어떻게 목격자들을 처리하는지 생각났어
그 날 나는 너무 무서웠었어. 도망치고 싶을 정도로
나는 사실… 모든 빅토리아인을 싫어하는게 아니야… 일부러 짓밟아버릴 생각은 없었어
리드
그래도 그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을거야
나는 그런 말은 하고 싶지 않지만 더블린은 그저 군대랑 다를 바가 없어 군대가 향하는 곳은 전쟁 외에 없어
셀몬
알고 있어 그딴 거
냉정하게 생각하면 오빠는 그렇게 틀리지 않았어
틀린 건 나였던 거야
왜 오빠는 죽어서도 꿈에 불타오를 수 있는데도 나는 불가능한 건지, 도망칠 수 밖에 없었는지
오빠는 어째서 죽음조차 받아들이고 나아갈 수 있는데도 나는 오빠처럼 될 수 없었던 건지
리드
……
어째서 언니는 잿더미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는데 나는 그저 그림자에 숨어 울 수밖에 없었던 걸까?
너는 어쩌고 싶은 거니 로우그흐신니?
리드
“너를 위해, 나는 한평생 동안 아는 모든 사랑과 꿈을 써내었다. 하지만 불타는 광란과 환희의 소용돌이 속에 사랑과 꿈을 받아주는 곳은 어디도 없었구나”
셀몬
뭐? 야 너… 설마 이런 분위기에서 시같은 걸 읽은 건 아니지?
야… 설마 진짜로? 내 앞에서 시를? 너 그렇게 자기가 교양있다고 자랑하고 싶었던 거냐?
리드
미안해 나는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사람을 위로하는 말은 얼마든지 알지만, 그건 그저 말일 뿐 내 마음의 전부를 표현할 수 없어
셀몬
아 그래…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해
…
얼굴을 양손으로 가린 셀몬의 슬픔은 침묵하는 더블린 병사들처럼 짙은 녹색의 윤곽에 가려져 있었다
“나는 꿈을 꾸었다”라며 그들은 속삭였다
셀몬
몇 년 전, 우리가 빅토리아인의 저택에서 일하던 때였어
어느 날 오빠가 일을 땡땡이 치고 몰래 나가서 같이 놀자고 했었거든
…우린 농경지 끝에서 한참을 걸어서 아래 황무지를 내려다봤어
땅은 끝없이 펼쳐져 있었고 야생화로 가득했지, 오빠는 그걸 보고 타라라고 말했어
오빠는 멍청하고 오만한 말을 잔뜩하며 노래를 바람에 맞춰서 큰 소리를 불렀는댔고
오빠는 빅토리아인들이 우리의 언어를 뺏았기 떄문에 우리의 말을 전부 표현할 수가 없어서 발라드에 우리의 사랑과 슬픔을 숨길 수밖에 없었다고 했었는데
그때는 정말 자랑스러웠어… 동화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어 하…
저기 사실 니가 보여준 불… 정말 예뻤어. 그때 본 꽃들처럼
리드
그건 진짜 꽃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 있어서 죽음이란 눈 깜짝할 순간에 불과하다”
리드
붙잡는 것조차도 할 수 없어…
셀몬
괜찮아 신경 쓰지마
오빠가 죽을 거라는 건 나도 알고는 있었어
더블린을 찾아 떠났을 때부터 각오하고 있었으니까, 신경… 쓰지 않아
오빠가 영웅이 될 수 있을 거라고도 진심으로 믿은 것도 아니었고
그것보다 리드 너의 진심을 듣고 싶어… 너의 진심이 담긴 말을
오빠가 죽어가며 쫓은 꿈은… 더블린이 약속한 미래는 정말로 가짜였던 걸까?
리드
……
어둡고 어두운 밤에 밝은 불꽃이 창의 끝에 나타났다
불꽃의 불빛에 비추어져 리드의 눈동자에 비친 것은 마침내 셀몬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었다
또르륵
드디어 에블라나 분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