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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크림슨 솔리테어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작전이 끝나 있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가 참가한 스물여섯 택틱을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활약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내 자신에게 물어 보았다. 너는 이 로도스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내 잠재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편성창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편성된 오퍼들은 참 잘들도 생겼다. 물딜은 물딜대로 마딜은 마딜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려 비치는 로비화면 빛에 오퍼들은 UI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라이브 2D 스킨들은 하늘하늘 합성옥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들이 제대로 있었다면 얻을 딜 고점들을 헤아려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이 따뜻하다.



나는 또 텅 빈 모듈칸을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네모 표식 하나만이 똑 비에 젖은 준등기처럼 흐늑흐늑 허우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효과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데이터칩과 메모리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최악의 경우 속으로 말려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모듈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해묘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배포스킨과 Y모듈.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해묘가 배포스킨을 줘놓고 똥모듈을 나에게 먹여 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는 없다. 해묘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분신짓을 밀치기를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둘은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나 해묘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할 필요도 없다. 댄스론은 댄스론대로 음해는 음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고성으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유기해야 하나? 그럼 무엇을 하나?



이때 뚜우 하고 사이렌이 울었다. 사람들은 모두 제 작전창을 펴고 쾌부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가드와 스나이퍼와 디펜더와 보조와 힐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야말로 현란을 극한 작전판이다.



나는 불현듯 배치칸 왼쪽이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분신이 배치됐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분신.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이 말소된 택틱들이 개념글 넘어가듯 번뜩였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일어나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분신아 다시 돋아라.


노래하자. 노래하자. 한 번만 더 노래하자꾸나.


한 번만 더 노래해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