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은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저는 더위를 잘 타지 않아서 무난하게 지내고 있지만, 선배는 부디 온열질환에 유의하면서 지내셨으면 좋겠어요. 그렇다고 너무 찬 음식만 찾으면 오히려 몸을 해칠 수 있으니, 그 점도 염두해 주세요.

물론 선배를 아끼는 분들이 옆에 있을테니, 이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요.

제가 곁에 없어도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실 거라고, 머나먼 시에스타에서 제가 항상 응원하고 있을게요!




⋯⋯괜찮아요, 저는.

시에스타에서의 일이 어느 정도 끝을 맺긴 했지만, 그래도 제 눈 앞에 쌓인 서류들이 이렇게나 많은걸요!

처리해야 할 일도 많고, 시에스타에서의 샘플 채취와 검증도 해야 하고, 행정 구역의 관계자들과 미팅도 잡혀 있고, 차기 화산학회에서 새로 발표할 주제도 이 곳에서 어느 정도 계획해야 하고요.

저도 로도스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은걸요. 선배 곁에서 느긋하게 대화하며 시간을 보내는 날이 언제쯤 올까요.

탁 트인 오후 2시의 하늘을 블라인드 삼아 사무실에서 함께 커피를 즐기다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달큰한 낮잠에 삐져들어버린 그 정취를⋯⋯ 언제 제가 다시금 느낄 수 있을까요.




선배도 아시겠지만, 제 청력은 날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요. 예전에 사용하던 보청기의 출력으로는 더 이상 원활하게 들을 수가 없어서, 새로운 것을 장만하여 쓰고 있어요.

⋯⋯이 보청기도, 언젠가는 쓸모를 다하겠지만요.

이 곳 시에스타의 저녁 거리를 거닐 때마다 알 수 있어요.

제 주위를 둘러싸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소음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사실을요.

그래서 최근엔 대화할 때, 사람들의 입술을 유심히 봐요. 언젠가 저의 세계에 완전한 침묵이 내려앉더라도, 소통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연습하고 있어요.

기왕이면 선배와 함께 연습하고 싶었지만, 꾹 참을게요. 나중에 돌아가면, 제 성과를 보고 놀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제 욕심일까요⋯⋯.






선배.

사실은 정말 보고 싶어요. 아니, 손 잡고 싶어요.

화상 통화라든지 이메일도 좋지만, 그건 너무 차가워요. 화면이나 나열된 문자만으론, 선배의 온기를 느낄 수가 없잖아요.

연락할 때만큼은 생글생글 웃으며 씩씩하게 말하지만,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선배가 사라지면, 저는 모니터 앞에 한참을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려요.

혹시라도 선배가 다시 연락할까봐.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허구로 만들어진 온기라도 쬘 수 있을까봐.

이 곳 시에스타의 밤은, 아무래도 저에겐 좀 추운 것 같아요.


선배.

보고 싶어요.

손 잡은 채로 얘기하고 싶어요.

돌아가면 웃으면서 꼭 안아주세요.

따뜻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