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더 길게 올리려고 했는데 자를 만한 부분이 없어서 짧게 올린다.
프로방스와의 관계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장난감으로 연습했다던 것이 거짓말은 아니었는지 그녀와 관계를 가지는 내내 레드나 라플란드와 다른 능숙한 움직임에 굉장한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도 실전은 처음이기 때문인지 얼마가지 않아 만족을 느낀 프로방스가 박사를 구속에서 풀어줬음에도 일어나지 못하고 누워서 쉬고 있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았지만 프로방스의 알 수 없는 기운에 정기가 쏙 빠진 느낌이었다.
아무리 연습을 했다지만 어떻게 그렇게 잘 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을 정도였다. 그 마음을 눈치챘는지 지쳐서 쉬고 있는 박사를 향해 먼저 입을 열었다. 라플란드처럼 성인용 동영상을 보면서 그것을 그대로 장난감을 이용하여 따라하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충격적이다. 그 덕인지 정신적인 피로도 한 꺼번에 몰려와 순식간에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무슨 생각으로 잠에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후회할만한 선택이었다는 건 확실했다.
"프로방스, 이게 뭐야?"
잠에서 깨어나 보니 주변은 딱히 달라지지 않았으나, 분명히 알몸으로 자고 있었을 터였는데 하번신에 뭔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 살펴보니 팬티형식의 무언가를 착용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툭 튀어나온 부분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다. 옆에 있던 프로방스가 있었기에 무의식적으로 물었지만, 이미 그 자물쇠를 발견했을 시점부터 급속도로 강한 불안을 느껴 온 몸에서 식은땀이 흘렸다.
"정조대야."
이런 미친. 더 강한 욕설이 튀어나올 뻔한 걸 참았다. 그런 걸 아무런 거리감 없이 이야기하는 프로방스도 프로방스지만 자신에게 걸린 정조대를 이리저리 만지며, 혹시, 장난으로 이러는 게 아닐까? 하고 만지면 쉽게 풀릴 거라는 실날 같은 희망을 품고 마구 만졌다. 잡아당겨도 보고 쳐보기도 했지만 그 정조대는 열쇠 없으면 열리지 않는 진짜였고 머릿속은 새하얘졌다. 너무 나도 슬픈 상황이다.
"풀어줘."
진심을 다해 말했다. 사는데 지장은 없지만 이걸 착용하고 있다는 것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도 못하고 다른 대원과도 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다. 후자는 어차피 발정기 기간에서만 유효한 것이니 상관은 크게 없어도,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업무 스트레스를 풀만한 요소가 마땅히 없는 박사 입장에서는 치명적이었다. 참는다면 참아보겠지만 한 사람의 인내심 문제로 끝날 것이 아니다.
"안 돼."
"그럼, 이유라도 설명해줘. 왜 갑자기 이런 걸 나한테 건 거야?"
"그냥, 내 취향이라서?"
취향 참 독특하네. 정말로 욕설이 입 밖으로 나오기 직전이었다. 아무리 소심한 박사라도 감정은 있고 화도 못 내는 것은 아니었다. 박사는 자신에게 걸린 정조대 해체를 계속 요구하지만 프로방스는 콧방귀를 끼며 음흉한 미소를 보이며 그에게 절망을 선사했다.
"그걸 빼고 싶으면 그걸 착용한 상태로 일주일 뒤에 내 방에 찾아와."
일주일 동안 정조대를 착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달갑지 못한 소식에 프로방스에게 항의를 했지만 프로방스는 여전히 음흉한 미소로 박사를 대했다.
"싫으면 영원히 착용해도 상관없고. 아, 그리고 그거 강제로 자물쇠를 따려고 하면 전기 충격이 갈 거니까 조심하고."
"넌 악마냐!?"
단순히 성행위를 못하게 막는 것 넘어서 까딱하면 아예 성불구자로 만들 위험천만한 소리에 참다 못해 언성을 높였지만 프로방스는 듣는 둥 마는 둥 푹신한 꼬리를 살랑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또 뭔가 떠올랐는지 손가락을 튕겼다. 딱 하는 소리가 듣기 좋지만, 그 이후 프로방스가 내뱉은 발언은 온몸을 소름 돋게 만들었다.
"원래는 한 달 동안 하려고 했고, 전기 충격이 아니라 거기를 자르게 만들까 했었는데, 이건 선을 넘었다 싶어서. 우리 그냥 한 달로 할까?"
"...일주일 뒤에 찾아갈 게."
다시 보니 선녀 같다. 이런 사건 덕분에 프로방스에게 배신감을 느꼈지만, 그녀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당장에라도 정조대를 벗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들었지만 이내 일주일만 참으면 된다는 작은 희망으로 정조대를 착용하게 된 것을 받아들였지만, 정조대라는 불편함은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찾아왔다. 정조대를 착용하고 있으니 속옷과 바지를 착용하는 게 불편했고 부피가 커서 헐렁한 바지를 입지 않는 이상 부각되어 보였다. 로도스 내부의 대원들이 이것을 본다면 '그 현상'이라고 생각할 확률이 높았기에 어쩔 수 없이 펑퍼짐한 바지를 찾아 입고 돌아다녔다. 안 그래도 덩치가 큰데 더 큰 바지를 입고 있으니 보기 굉장히 안 좋다.
화장실에 갈 때는 소변을 보기 위한 작은 화장실을 내비두고 큰 화장실을 찾아가 소변을 보았다. 남자가 같은 남자의 물건을 보는 것도 이상하겠지만 정조대의 크기를 생각하면 단숨에 눈에 들어올 정도다. 이런 걸 달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대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겠나? 게다가 볼일을 보고 난 후의 끄트머리의 찝찝함은 덤이었다.
더욱 문제된 것은 발기했을 때였다. 평소보다 커지고 단단해질 때는 불편한 것을 넘어서 아픈데, 일어날 때마다 생리현상으로 모닝 발기를 한다고 치자. 그런데 정조대 때문에 그게 걸리면, 안 그래도 힘든 기상시간인데 더러운 기분과 고통까지 찾아오는 끝내주게 훌륭한 기상 시간을 가져야 한다. 누구라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이 때 뿐만이 아니다. 섹스라는 관계를 통해서 그 쾌락이란 것을 맛보았을 때의 기억이 본능으로 나타났을 때는 더욱 괴로웠다. 박사를 보며 꼬리를 흔들며 미소 짓는 레드나, 박사를 보자 얼굴을 붉히며 묘한 미소를 짓고 시선을 돌리던 라플란드를 볼 때, 본능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끼며 동시에 찾아오는 고통은 미칠 것 같았다.
더 가관인 것은 프로방스 때문이었다. 레드나 라플란드처럼 관계를 가지기는 했지만, 정조대를 강제적으로 채워졌다는 것 때문인지 그 둘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정조대를 채운 범인이란 게 문제였다. 프로방스도 로도스의 대원이니 만큼 캐어를 해줘야 하는 것 불가피한데, 그 때마다 박사의 자식을 세우게 만들려고 열심히라는 것이다. 라플란드랑 비슷한 사이즈의 봉긋한 가슴을 밀착시킨다던지, 누가 보고 있지 않으면 옷을 풀어 속옷도 입지 않은 가슴을 보여 준다던지, 음흉한 미소로 이상한 손짓이나 혀를 날름거린다던지, 그런 거에 반응해 딱딱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도 글러먹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도 고통을 제외하면 2일 동안은 참을 만 했다. 그 이후부터 성욕에 대한 욕구가 느껴지기 시작하는 게 문제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성욕은 거의 똑같다고 하는데, 경험이 많이 없는 박사가 섹스의 맛을 알게 되고, 그것을 억제한다는 것은 고문이나 다름없다. 항상 하루 일과 끝나면 성인용 동영상을 틀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다. 섹스를 해본 이후, 피곤해서 그런 것도 최근 줄었지만, 이젠 그마저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 젠장."
육두문자가 연속으로 튀어나오는 것을 겨우 참는다. 이 때가 3일 째였다. 이제 남은 4일을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가 관건인데, 하필이면 해결해야 하는 대상인 텍사스와 마주쳤다. 그녀도 해결해줘야 하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잔뜩 긴장을 했는데, 다행히도 사무적인 이야기만 나눈 다음 헤어졌다. 그녀 표정에 뭔가 아쉬운 듯한 표정을 발견했지만 텍사스에게 들지지 않게 사과만 할 뿐이었다.
3일 밖에 안 됐는데 본능을 해결하고 싶다는 욕구를 억제 해야했고, 텍사스를 그냥 보내야 했다는 것 분이 쌓였다. 욕구가 쌓이면 쌓일수록 분도 덩달아 쌓이고, 스트레스도 덤으로 쌓여갔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