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절부절한 블랙스틸 용병

너희들은 늦었어, 그 산크타 노인네는 이미 떠났다고.



리스캄

......어디로 향했습니까?



초조한 블랙스틸 용병

광산 공장.



프란카

당신들의 상처는...?



초조한 블랙스틸 용병

괜찮아, 그 노인네를 겨우 몰아냈다고...하마터면 잡을 뻔했어, 젠장.



안절부절한 블랙스틸 용병

...한 가지 조언, 만약 너희들이 그와 마주쳤다면, 그의 왼쪽 어깨를 중점적으로 공격해.



프란카

무슨--



리스캄

...조언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리옹

...빨리...빨리 해야 돼...



폭약를 벽에 붙이는 리옹의 이마에 점점 더 많은 땀방울이 맺혔고, 지우려고 손을 들어보았지만 살을 태울 듯한 고온은 곧 그의 피부에 더 많은 수분을 스며들게 했다.



리옹

어서...







그의 입술은 말라서 갈라졌고, 침은 이미 수분기를 잃었다.



리옹

어서...













또 한 조각이 벽에 붙었고 또 한 조각, 또 한 조각...



격렬한 불꽃이 끊임없이 그의 눈 밑으로 스며들었는데, 마치 그의 영혼이 둘로 쪼개져 반만 그의 몸을 지탱하고 계속 행동하는 것 같았다.



반쪽은 몸을 떼고 난로 앞에 멈춰 서서 타오르는 불길을 바라보았다.



폭약 하나를 벽에 붙이며, 그는 누군가가 불빛 속에서 누군가가 그를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마일스

나와 함께 가자, 리옹, 황무지를 개척하러 가는거야. 그곳에 우리의 새 집이 있다고.







리옹

마일스...가지 마, 어디 가?













폭약 하나가 벽에 붙자 마일스는 몸을 돌려 화염 속으로 사라졌고, 이윽고 작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베니

데이비스 타운을 떠날 생각이에요. 전 머물고 싶지 않아요. 아빠, 전 이곳을 떠날 거에요.



리옹

베니...



리옹

날 떠나지 마...난 너뿐이라고... 네 형처럼 날 떠나지 마!









폭약 한 조각이 벽에 붙자 화염이 베니를 삼키고, 작은 그림자는 키가 큰 청년으로 뒤틀렸다.















아빠, 좋은 소식이 있어요, 사에서 제가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음식을 조금 제공해줬는데...며칠 후엔 아마 일을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리옹

아니...가지 마, 너는 갈 수 없어.



리옹

전장에서 죽게 될 거야, 칼!









폭약 하나가 벽에 붙자 불꽃이 청년의 그림자를 사방으로 내동댕이쳤다.











리옹

아니...칼, 돌아와!












마지막 폭약이 벽에 붙었다.



불빛 속에서 한 여자가 나타났는데, 그는 이미 그녀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줄곧 잊지 않았다.









리옹

엄마...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

리옹...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

난 가야 해, 미안해...널 키울 능력이 없어서...



리옹

엄마...사과할 필요 없어요. 전 여기서 잘...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

리옹, 미안해, 너만이 여기 남을 수 있어.



리옹

아니에요, 엄마, 저는 이제 여기에 집도 생겼고... 여기 모두가 제 가족인데...



부드러운 여자 목소리

잘있어, 리옹.




리옹

엄마, 남아...



리옹

나와 함께...남아서...




















제시카

리옹 씨, 그쪽은 상황은 어때요?



리옹

폭약은 이미 설치가 끝났고...불을 붙이면 동력로를 빠르게 폭발시킬 수 있을테고, 에너지탑이 폭파되면 아무도 그 통로를 찾을 수 없겠지.



제시카

언제 떠나세요? 근처에 있는 용병들을 모두 유인했고, 지금 저도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 곧 마중 나갈게요.



리옹

제시카...오지 마.



제시카

이미 떠나신 건가요?




리옹

아니, 내말은... 나는 가고 싶지 않아.



제시카

그게 무슨...?



리옹

제시카, 실비아에게 말 좀 전해줘.



제시카

아뇨... 저는 전해드리지 않을 테니 직접 가서 말해주세요.



리옹

그녀는...똑똑하고 아직 젊고 좋은 아이야. 개척지에서 좋은 젊은이를 만났다면 다시 뜨겁게 사랑했으면 좋겠어.



리옹

나는 그녀가 행복하기를 바래. 젠장...내가 왜 그전에 그녀에게 그랬는지, 칼을 알았더라면...



제시카

칼...?



리옹

아니...아무것도 아냐, 그냥 말해줘, 그리고 그녀가 칼을 걱정하고 사랑해줘서 고마웠다고 전해줘.



리옹

하지만 칼은 이미 떠났지...그는 이미 떠났어...



리옹

하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또다른 선택을 할 기회가 있는데...



리옹

그 살아있는 사람들은...죽음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고...



제시카

리옹 씨, 당신도 여러 가지 선택을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살아야 해요. 이곳을 떠나기만 하면 미래에는 당신의 생활이 다시 시작될 거라고요!



제시카

제발 멍청한 짓 하지 마세요! 우드로 씨와 헬레나 여사를 생각해봐요, 그들은 가슴이 찢어질 거라고요!



제시카

그리고 베니! 그가 입학했을 텐데, 당신은 그의 장래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앞길이 창창한 그 아이가...다시 보고 싶지 않아요?



제시카

그리고 마일스 씨...그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리옹

...... 하지만 그녀는, 그녀는 나를 남겨두고 싶어해.



제시카

누가...?



리옹

그녀는 두 팔로 나를 껴안았지-



리옹

그녀의 두 팔 사이로 나의 집과 희망이 가득해-



리옹

내 말 좀 들어봐, 제시카, 난 여기서 나갈 수가 없어. 왜냐하면...그 여자는 비 오는 봄에 날 여기 남겨뒀거든.




리옹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우기 좋은 날이었지, 난 지금...뿌리가 너무 깊게 박혀서 아무도 뽑을 수 없고.



제시카

리옹 씨...



리옹

이따가 큰 소리가 날 테니 귀를 막고 두려워하지도 슬퍼하지도 말고...



리옹

...내가 태어난 날은 내 삶이 시작된 날이 아니라, 내가 여기 온 날이야.



리옹

그렇다면 같은 맥락에서, 내 삶이 끝나는 날은 내가 죽는 날이 아니라 내가 여길 떠나는 날이겠지.



제시카

리옹 씨, 제발...



리옹

걱정 마, 제시카, 난 죽지 않을 거야. 난 여기 영원히 남을 거니까...



리옹

나는 그녀의 품에서 영원히...





제시카

아니-



















(폭발음)





















폭발음이 높은 곳에서 울렸고, 거대한 충격파가 제시카를 땅에 넘어뜨렸다.



그녀는 힘겹게 일어서서 두 다리를 움직여 앞으로 딛으려 했지만, 몸이 더없이 무거워 앞으로 나아가기는 어려웠다.



제시카는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는데, 짙은 연기가 탑의 거대한 갈라진 틈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았다.



지붕과 자갈이 흙에 섞여 마치 무거운 망치처럼 지면을 세게 내리쳐 부근의 건축물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제시카

아니...










멀리서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의 눈앞이 흐려지고, 그녀의 눈가는 차가워졌다.



그녀는 손가락을 뻗어 공중으로 뻗어 몽롱한 가운데 무언가를 잡으려 시도했다.



눈을 깜박거리자 시선은 점점 뚜렷해졌고, 그녀는 눈송이를 보았다.









눈이 왔다.












리스캄

그건...동력로? 어서, 프란카, 더 빨리!



프란카

이 고물이! 좀 더 힘을 내라고!














헬레나

이게...성공한 건가?



헬레나

제시카...그쪽 상황은 어때?



헬레나

리옹...답장해...



헬레나

...신호를 전혀 받질 못하네.



헬레나

젠장...



헬레나는 뒤를 돌아보려고 걸음을 멈췄다.



지면의 폭발은 가뜩이나 취약한 지하층 구조를 무겁게 만들었고, 벽면의 균열은 끊임없이 그녀의 시선 먼 곳까지 뻗어 나갔다.



그 균열들은 이것은 그녀에게 돌이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달렸다.

깊숙한 터널에 머리를 박고선, 알 수 없는 앞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우드로

......정말 늙었군.



우드로

조그마한 폭발도 피하지 못하고...



우드로

그건...동력로의 방향이었지.



우드로

제시카...



(통신음)





제시카

우드로 씨...



우드로

동력로 쪽은 어떤 상황이지? 헬레나는 지하도로 들어갔나?



제시카

......



우드로

무슨 일이야?



제시카

리옹 씨...거기 남겠다고 했는데...떠나고 싶지 않다고...



제시카

저는 그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지 못했어요...



제시카

기다렸는데...그를 기다렸는데...



우드로

......헬레나는 알고 있나?



제시카

저는...연락이 안 돼서...





우드로

울어, 제시카?



제시카

...제가 울고 있나요?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우드로

...다 끝났어, 넌 괜찮을 거야. 내 생각엔...네가 블랙스틸 사람이든, 브린리의 자식이든, 그들은 너를 어떻게 하진 않을 것 같군.




제시카

어딜 가시는 건가요, 우드로 씨? 저도... 따라 갈 수 있을까요?



우드로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서...너를 데리고 가는 건 좀 불편할 것 같군.



제시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우드로

글쎄, 제시카...글쎄...







벽에 기대자 우드로는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눈이 침침했고, 어깨에 화상을 입어 은근히 아픈 상태였다.



그는 주머니에서 총알을 꺼냈지만, 어두컴컴한 달빛 아래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우드로는 손가락 마디로 위의 문자를 흐릿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우드로

(라테라노어) 용서...정말 하나도 틀리지 않았군.



우드로

‘마음속으로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총알로 용서할 수밖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