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 클리프

우디, 네 후광이 계속 번쩍거리는군.






우드로

그래. 잘못 보진 않았어. 너를 진짜로 죽이고 싶거든.



우드로

전쟁은 끝나지 않으니, 통제할 수밖엔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군.



우드로

하지만 넌 틀렸어. 전쟁은 끝날 수 있지. 다만 너는 그것을 끝낼 능력이 없을 뿐이야.



우드로

전쟁은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꿋꿋하게 살아남은 사람들에 의해 이미 사라졌지.



우드로

그리고 전쟁으로 불탔던 곳들은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스스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일반인들이 피 땀 흘려 재건한 곳들이고.



우드로

너는 차라리 전쟁터에서 죽었어야 했어. 지금처럼 전쟁을 부르짖는 미치광이가 되기 전에.



우드로

처음엔 총알 하나만 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정말 참을 수 없겠어.








한바탕의 바람이 노인의 모자를 말아 올린 후에 높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러나 그는 올려다 볼 볼 겨를도 없었고, 줍는 것도 귀찮았다.



그의 눈빛은 맞은편 남자에게 똑바로 쏠렸고, 눈도 깜빡이지 않았으며, 볼부터 목까지 근육이 팽배해졌다.



그의 머리 위에는 헤일로가 미친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맞은편 남자는 한참을 침묵하고 천천히 한숨을 쉬었다. 마치 세차게 부는 바람소리가 노인의 말을 전달하는 것 같았다.









"클립" 클리프

그럼 우디, 쏘고 싶은 사람이 누군지는 잘 알겠군.



"클립" 클리프

친구를 배신한 원수, 아니면 순수한 전쟁광?



우드로

다 아니야,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지.



우드로

그 두 눈으로 무엇이든 쉽게 비교 할수 있고, 무엇이든 쉽게 희생시킬 수 있는 사람.



"클립" 클리프

...그럼 너는, 또 어떤 모습으로 그에게 총알을 쏘려고 하는 거지?



우드로

평범한 사람.



우드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그 시선 속에서, 모든 것을 잃고 분노하는 평범한 사람.



"클립" 클리프

좋아.



우드로

왜 웃는 거지?



"클립" 클리프

붓을 들고 싶었던 손은 방아쇠를 당기고 있고, 경전을 두 손에 쥐던 사람의 손에는 피뿐만이 잔뜩 묻어 있다니.





"클립" 클리프

운명은 얼마나 사람을 비웃는걸 좋아하는지.
















바람은 클리프의 외투를 부풀려 허리춤의 총과 총에 가까워지는 한 손을 드러냈다.









어지러히 쏟아지는 눈송이 속에서, 그는 우드로가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몇 년 전, 라테라노에서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에 밤바람이 우드로의 모자를 감싸고 허공에 떠올라, 오랫동안 땅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어렴풋이 기억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몇 년이 지나, 그 바람 속의 모자가 마침내 떨어졌다.

















(총성음)
















제시카

눈물이... 당신들은 볼 수 있었겠죠.



제시카

...그들은...



리스캄

......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그들? 누구?



제시카는 대답하지 않고 황량하고 쇠퇴한 공장지역을 돌아보았다. 그것은 한차례 폭발을 겪은후 더욱 만신창이가 된 것 같아 보였다.




제시카

선생님, 이전의 모습을 아시나요?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모릅니다.



제시카

제가 아는...



제시카

저는 그 동력탑이 끊임없이 타오르며 이곳의 주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온기를 가져다 주었다는걸 알고 있었어요.



제시카

저는 그 식당이 밤새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죠. 사람들은 책상 옆에 둘러앉아 맥주를 마시면서 마음껏 노래를 불렀어요.



제시카

이곳의 겨울은 길고 춥지만, 이곳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근면함으로 빛을 발하고 있었죠.



제시카

그 화려하고 뜨거운 빛은 이곳의 모든 땅을 깔아 겨울밤의 차가움과 어둠을 몰아냈을 거에요.



제시카

그들의 북적거리는 일상생활이 뜨겁고 붉은 피가 되어 겨울에 얼어붙은 이 땅에 생명과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죠.



제시카

그들은 앞길이 비록 보이지 않더라도,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었어요.



제시카

그들은 삶에 시달려 등이 휘더라도 꿋꿋이 눈보라를 맞으며 살아가던 사람들이었죠.



제시카

그들은...눈물을 흘리더라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었어요.



제시카

하지만 제 눈물로...그들의 슬픔을 대변할 수는 없겠죠.




















총을 들자 소녀는 조준기를 통해 여러 가지 얼굴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이해하지 못했고, 어떤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어떤 사람은 별 생각이 없어 보였고, 어떤 사람은 감동했고, 어떤 사람은 몰래 웃었고, 어떤 사람은 한탄했다.



그러나 그 얼굴들은 모두 중요하지 않았다.



소녀의 눈에는 그 얼굴들이 재빨리 미끄러지고 미끄러져 잠시 동안이라도 그녀의 마음속에 머물지 않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또 다른 몇 개의 얼굴이 있었다.













텐트에서 기도하는 한 소녀가,



눈밭에서 미친 듯이 달리는 한 여성이,



그 어두운 밤에 총을 뽑은 한 노인이,



그 불길 속에서 떠나간 한 남자가.















제시카

...하지만 제 총은, 그들의 슬픔을 위해서 울릴겁니다.









그녀는 손목을 높이 들어 먼 하늘을 가리키며, 연거푸 몇 발의 총을 쏘아 자신의 모든 총알을 다 쏘아버렸다.



탄피는 온 하늘에 흩날리는 눈송이에 뒤섞여 함께 땅에 떨어졌고, 탄피의 잔열은 눈을 녹여 하나하나의 눈구덩이를 만들었다.



오랫동안 공중에서 총성이 울려 퍼졌고, 사방이 다시 고요해지기 전에 소녀의 두 귀는 가느다란 소리를 포착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눈물이 대지를 감싸는 소리였다.





















"클립" 클리프

하...



"클립" 클리프

후......





우드로

네가 졌어...



"클립" 클리프

미안해, 우디. 나는 전쟁을 선택했지. 나는 끝이 없는 전쟁을 선택했어.



"클립" 클리프

그래서... 내 인생은 마치 뒤돌아보지 않는 총알과 같은 거야. 한 번의 막을 수 없는 폭발은 영원한 공격과 수비를 만들어내겠지.



"클립" 클리프

전쟁을 끝낼 순 없지만 우디, 날 끝낼 수는 있어.



"클립" 클리프

마지막까지 분투하는 병사가 쓰러져야 전쟁이 멈출 수 있으니까.



우드로

루퍼트...



"클립" 클리프

정말 오랫동안...못 들어본 이름이군.

"클립" 클리프

고마워, 우디, 그 이름을 다시 불러줘서. 이젠 너 말고는 아무도 더 이상 그 이름을 모를 테니까.



우드로

...잘 가라.









클리프는 두 눈을 감고 그 총알이 자신의 이마를 찢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 순간, 그의 통신기가 울렸다.



호주머니에서 통신기를 꺼내자 그는 한 번 보고 비웃음소리를 낸 후 다시 그것을 집어넣었다.








우드로

누구지?



"클립" 클리프

군부의 사람.



"클립" 클리프

신경 쓰지 마, 우디, 계속하면 돼.



우드로

......볼리바르인가, 빅토리아인가?



"클립" 클리프

상관하지 마, 우디.



우드로

아니면 콜롬비아?



"클립" 클리프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고.



우드로

또 전쟁이 시작되는 거지?



우드로

...이번엔 어디까지 번지게 될까?



"클립" 클리프

이건 단지 약간의 징조일 뿐이지, 반드시 발생하는 일은 아니야.



우드로

그것 좀 줘봐.



"클립" 클리프

우디, 이 위에 많은 것들이 내겐 사소한 일상에 불과하겠지만 너에게는...



"클립" 클리프

또 다른 악몽일 뿐일거야.



우드로

...가져와.



"클립" 클리프

너가 굳이 보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지.



우드로

......



우드로

...이 위의 일은 네가 죽으면 누가 맡게 되는 거지?



"클립" 클리프

누군가는 있겠지.



우드로

...그래서는 안 돼.



우드로

너 같은 사람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고.







그는 통신기를 바닥에 던진 뒤 총구를 틀어 그것을 쏘았다.



우드로

......



우드로

...난 널 죽일 수 없어.



우드로

이 죄는 역시 네가 짊어져야겠지.















우드로는 총기를 바닥에 내려놓고 두 손을 들었다.

그의 등 뒤에서는 총소리에 이끌린 용병들이 끊임없이 달려왔고, 황망한 발자국 소리가 그를 포위했다.



하늘에서 이 밤의 마지막 몇 송이의 눈이 흩날리며 떨어지고 있었다.












제시카

절 데려가요, 여러분, 전 준비됐어요.



소녀는 총기를 허리춤에 꽂고 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프란카

...손등을 돌려.



제시카

...수갑은 제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렇게 차갑진 않네요.



프란카

...내가 오랫동안 데웠으니까.



제시카

감사합니다.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떠나기 전에 몇 마디 정도 가능합니까?



제시카

저도 마침 당신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 저의 말을 이렇게 많이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괜찮습니다...그전에, 다른 녀석도 그렇게 계속 중얼거렸죠.



제시카

......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전 지금 그도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도 그가 한 말을 기억할 수 있겠죠.



제시카

아...당신도 알다시피 지금 그는...



냉정한 블랙스틸 용병

그는 아주 좋은 젊은이였죠. 만나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그만합시다, 제시카.





용병은 소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아침 햇살에 먼지를 일으키고 몸을 돌려 떠났다.



작은 햇빛 아래의 먼지를 응시하던 제시카는 갑자기 밤이 지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젯밤의 큰 눈도 무심결에 조용히 그쳤다.











제시카

그녀는 두 팔을 벌려 나를 껴안았지-



제시카

그녀의 두 팔 사이로 나의 집과 희망이 가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