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다가오자 인파는 길의 양끝으로 떠났고, 눈덮인 길이 드러났다. 그레이너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한 걸음 내딛어 그 위를 밟았다.
“미끄러워, 너무 미끄러워서 넘어지기 쉽겠어.” 이것이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이다.
“넘어지지 않는다면 꽤 재밌겠는데.” 이어서, 두 번째 생각이 떠올랐다.
선글라스를 통해 그레이너티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도움닫기를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긴 길이었고, 거리가 비어 있으니 아무도 그녀를 볼 수 없을 것이다.
“......하나, 둘, 셋!” 몇 걸음 물러선 뒤, 그녀는 찬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점점 더 빨리 달렸고, 갑자기 멈춰서 관성이 자신을 앞으로 밀어내게 했다.
멈춘 뒤, 그녀는 다시 출발해서 긴 거리의 반대편으로 또다시 달려갔다. 1미터, 2미터, 3미터...... 그녀가 달리고 미끄러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매번 시도할 때마다 전보다 더 멀리 미끄러졌다. 그녀의 심장 박동도 달리기의 리듬에 맞춰 빨라졌고, 평범하지 않은 심장 박동은 그녀에게 무중력같은 느낌을 가져와, 마치 몸이 점점 가벼워져서 흘러가는 강 위에 떠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의 강.
“무서워하지 말고 더 빠르게 해봐. 우리가 받아줄게.”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귓가에 휘몰아치는 바람소리에서 그녀는 익숙한 격려의 말을 들었다. 비슷한 장면이 먼지에 덮여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에서 떠올랐고, 그 길의 끝에는 한 부부가 웃는 얼굴로 그녀에게 팔을 벌리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번에 전력질주를 시작했지만, 발밑의 돌멩이에 의해 현실로 돌아오게 됐다.
길가에 쌓인 눈더미에 힘껏 머리를 박은 뒤, 그녀는 서둘러 몸을 일으키는 대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미간이나 뺨을 긁혔는지는 모르겠지만, 눈 주변이 축축하게 젖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회색아, 일으켜줄까?” 한 그림자가 석양을 가리고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녀는 손을 잡았다.
몸을 일으킨 뒤, 그녀는 눈을 툭툭 털고 멀리 떨어진 선글라스와 모자를 집어들었다.
“맥주 사러 나가서 늦게까지 안 오길래, 걱정돼서 상황 좀 보려고 나왔지.”
“콜록 콜록, 나는 괜찮아.”
“거짓말하지 마, 눈가가 빨갆다고.”
“햇빛이 눈부셔서 그래.”
“해는 이미 졌어.”
“......일으켜줘서 고마워.” 그녀는 모자와 선글라스를 다시 착용해서 붉어진 눈가와 뺨을 가렸다.
“별말씀을.
“아, 사실 지금 그렇게 단단히 무장할 필요는 없어.”
“왜?”
“길가에 있는 가게 유리가 좀 특이해서, 밖에서는 안쪽을 볼 수 없는데, 안에서는 밖이 잘 보이거든.”
“그러면 방금 내가......”
“그래...... 그 가게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 중에는 네 팬도 있었어.”
돈없는 감염자기사였는데 출세했구나ㅠ
공개 수치플ㅋㅋㅋㅋㄱ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