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가는 소리)

에벤홀츠

방금 혼수상태에서 들은 소리가...



에벤홀츠

네가 검을 갈고 있었군.



엄숙한 청년

당신을 건져오는 길에 더러운 게 튀어서 말이죠.



에벤홀츠

충분히 날카로운 게 좋을거야.



에벤홀츠

내 목은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단단할 테니까.



엄숙한 청년

단단한지 아닌지는 말로 증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에벤홀츠

허......여긴 고탑의 안인가?



엄숙한 청년

제가 있는 한 당신은 뛰어내릴 수 없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계속 들볶다간 진짜로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에벤홀츠

날 구하려는 것처럼 말하지 마.



엄숙한 청년

이건 제 의사와 상관없는 책임일 뿐입니다.



엄숙한 청년

당신처럼 말이죠, 백작, 당신에게도 당신의 책임이 있습니다. 라이타니엔으로 돌아오기로 한 이상 어린아이처럼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에벤홀츠

네 고용주는 네게 우르티카 백작이 이미 죽었다는 걸 말해주는걸 깜빡했나 보군.



엄숙한 청년

우르티카 백작은 아직 있습니다.



엄숙한 청년

당신은 여전히 우르티카 가문의 유일한 후손이죠.



에벤홀츠

난 한번도...



엄숙한 청년

문제는 결코 도피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엄숙한 청년

아무도 자신의 출신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 점에서는 모든 사람이 다 똑같죠.



에벤홀츠

이건 일종의 자기 도피인가, 잔당 선생? 그 사악한 늙은이의 추종자가 되어 그의 망나니 노릇을 하는 것도 모두...네가 고르지 못한 일이라고?



엄숙한 청년

아니요. 저는 단지 현재의 자유가 어디에서 왔는지 항상 자신에게 일깨워 주고 있을 뿐입니다.



에벤홀츠

뭐?



엄숙한 청년

당신이 말하는 사악한 늙은이, 위치킹, 그는 우르티카라는 이름으로 우리 가문의 운명을 바꾸었기 때문이죠.



엄숙한 청년

그리고 제가 오늘 한 모든 것은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천만 명의 가까운 사람들이 얻기 어려운 자유를 얻기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에벤홀츠

고맙긴 한데...위치킹?!



엄숙한 청년

저는 한 사실을 진술하고 있을 뿐입니다.



에벤홀츠

... "사실“



에벤홀츠

마왕으로 인해 흘린 피, 잔당에 의해 유린당하고 짓밟힌 무고한 그 많은 사람들은 다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에벤홀츠

이런 사실들이 네게 좀 이롭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겪은 고통을 무시해도 되는 건가?!



엄숙한 청년

위치킹은 죽었습니다. 역사학자, 정치인, 한가한 사람들만이 그의 시비와 공과를 평가하는 데 열중하고 있죠.



엄숙한 청년

저는 전사입니다. 전사는 현재의 이 경기와 다음 전투에만 관심을 기울이죠.



엄숙한 청년

만약 그가 정말 무엇을 남겼다면, 이 유산의 영향이 좋든 나쁘든, 그 자신이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엄숙한 청년

이것이야말로 그 유산을 받아들일 자가 마땅히 고려해야 할 일이죠.



에벤홀츠

이렇게 쳐다보지 마!



엄숙한 청년

상처가 또 벌어지려 하는군요.



에벤홀츠

놈의 잔당의 관심 따위 구역질밖에 나지 않는다고!



엄숙한 청년

백작 각하--



에벤홀츠

입 닥쳐!



엄숙한 청년

에벤홀츠.



엄숙한 청년

위치킹과 관련된 모든 사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에벤홀츠

......



???

그런 얘긴 그만해, 레싱.



레싱

...돌아오셨습니까.


심술궃은 노인

수술 준비는 다 됐나?



에벤홀츠

수술...?



심술궃은 노인

잘 들어, 우르티카네 어린 양, 네 머릿속에 있는 그 물건이 큰 쓸모가 있을지도 몰라.



심술궃은 노인

자, 보여주거라--



에벤홀츠

으윽!



심술궃은 노인

너희 라이타니엔인들은 영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면서, 선율 자체는 조심스럽게 보존하고 있잖아.



심술궃은 노인

쯧쯧, 가끔은 그 사람들이 헤르쿤프톤이 한 잠꼬대를 다 녹음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는데...



심술궃은 노인

그가 가정교사를 저주할 때의 그 비유들이 그립구만.



에벤홀츠

당신은...너는 그를 이렇게 묘사하는 건가? 그 노인과 무슨 관계가 있는 거지?



심술궃은 노인

그 노인? 너는 네 집안 어른을 이렇게 부르나? 너희 라이타니엔 사람들은 예의범절을 가장 좋아하지 않던가? 녀석, 내가 보기에 넌 그와 그닥 닮지도 않은 것 같은데, 성질을 보니 좀 닮은 것도 같구만.



에벤홀츠

나는 조금도, 조금도 그를 닮지 않았어.



심술궃은 노인

떠들지 마, 몇 달 된 아기마냥. 큰 소리로 외칠수록 다른 사람이 너의 말을 더 잘 듣는 것도 아니라고.



심술궃은 노인

정말 외치려면 차라리 쓸모 있는 소리를 지르는 것이 낫겠지. 입으로 낼 수 있는 특수한 음률 아츠가 몇 개 있는데, 내가 가르쳐 드릴까?



에벤홀츠

위치킹의 수하가, 어떻게 내 선생이 될 자격이 있다는 거지?!



(아츠 소리)



심술궃은 노인

마법구? 레싱, 전에 걸렸던 게 이거였어?



레싱

제 실수입니다.



심술궃은 노인

너한테 몇 번이나 말했니, 무기만 가지고 노는 건 소용없다고, 아츠에 대한 감지 능력을 좀 키우랬지! 바보 양이, 앞으로 누가 키웠냐고 물으면 입이나 썩 닫고 있거라!



레싱

저는 입을 연 적이 없습니다.



에벤홀츠

......



심술궃은 노인

너에 대해선 그저 그렇구만. 시술 단원에 의존하지 않고 이렇게만 할 수 있다면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지.



심술궃은 노인

하지만 네가 에너지를 동원하는 방식은 멍청하기 짝이 없군. 아직 폭발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누가 너한테 이렇게 감염 부위를 이용하는 법을 가르쳤지? 저 고탑의 덜렁이들?



에벤홀츠

이게 다 위치킹의...



심술궃은 노인

멍청한 패거리들, 헤르쿤프톤의 광기를 탐내지만, 능력은 없는 놈들이군.



(아츠 소리)



에벤홀츠

으-윽!



심술궃은 노인

많이 좋아졌네. 어린 양, 움직이지 않는 편이 모두에게 더 안전하다고.



심술궃은 노인

레싱, 방어술 체크 좀 하지.



레싱

게르하르트 선생님이 오고 계십니다. 저는 당신이 그가 도착한 후에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레싱

여황의 목소리와 금률법위의 주의를 끌기 전에 속전속결이 필요합니다.



심술궃은 노인

그래. 게르하르트는 도움이 안 되겠지만 뭘 좀 더 배우게 하는 것도 좋겠지.



욱하는 노인

'태고의 뿔'...



욱하는 노인

하, 우리가 만나본 지도 얼마나 되었는지?




페데리코

칼 슈미트 거리.



미샤

거기를 왜 다시 가요? 초라한 예술가들이 무더기로 늘어선 오래된 거리일 뿐인데, 벌써 여러 번 조사한 적이 있다고요.



페데리코

로리스 볼딩에게 사고가 나기 전에 신고 전화가 왔었습니다.



페데리코

신고자 이름은 루카스, 칼 슈미트 가에 사는 연상의 남작입니다. 전화 메시지로 볼 때, 그는 최근 여러 차례 길거리 소동을 견디기 어려워 헌병대를 찾았습니다.



미샤

이런 늙은 귀족들은 대부분 그렇죠. 사소한 일에 부딪히기만 하면 큰소리로 외치는 거에요. 탑에서 계속 살 자격도 없으면서, 맨날 땅 사람들을 종 부리듯이 호들갑을 떨고 있는 거죠.



미샤

그러니 이 정보를 너무 중요하게 생각하진 마세요.



페데리코

로리스 볼딩의 행동은 그곳에 조사할 만한 단서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미샤

당신 이게...제 말 들었나요? 볼딩이 그곳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해서 그가 그곳을 조사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었을 거에요.



미샤

볼딩을 헌병대장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는 자작이였습니다. 여전히 가계가 없는 외지인이죠.



미샤

설사 20여년전의 공훈이 몸에 배여있다 하더라도, 그는 츠빌링스튀르메와 같은 고탑이 즐비한 곳에 있으면 대귀족들의 시종과 별 반 다르지 않게 되죠.



미샤

그가 그 남작에게 대처한 것은 가치 있는 단서 때문이 아니라, 그가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페데리코

상술한 정보와 임무 목표의 연관성은 미약합니다.



미샤

가지 말고 다른곳으로 가자고요! 적어도 이렇게 막무가내 있진 마고—잠깐만, 멈춰요!



페데리코

응?



미샤

저 가게로 들어가세요.



페데리코

'슐트 부인 정품 중절모'? 저는 후광 때문에 보통 모자를 쓰지 않습니다.



미샤

일단 들어가서 얘기하죠.


미샤

......



???

안녕하세요, 실례합니다.



미샤

안녕하십니까, 여사님.




비비안나

음...당신의 기품과 옷차림을 보니, 당신은 현지인이시군요?



미샤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비비안나

그럼 칼 슈미트 거리로 어떻게 가는지 아시나요?



미샤

음...



비비안나

죄송해요, 여기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잘 몰라서... 당신처럼 귀족 출신의 젊은이들은 고탑을 자주 떠나지 않겠죠? 그냥 근처 주민한테 물어볼게요.



미샤

귀찮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여사님, 저는 길을 압니다. 보세요, 앞의 이 길을 따라 네 번째 조각상에 가서 왼쪽으로 돌기만 하면 그 골목이 멀리 보일 겁니다.



비비안나

'멀리서 보인다'고요?



미샤

모르시나요? 칼 슈미트 거리, 일명 "금잔화 골목"이라고 불리죠.



비비안나

금잔화...



미샤

칼 슈미트, 그 거장 음악가가, 그곳에 살았었습니다.



미샤

그는 일찍이 햇빛 아래의 금잔화를 영감으로 여러 곡의 명곡을 썼는데, 그 후 그 골목은 예술 애호가들의 마음속의 성지가 되었다죠.



비비안나

그렇군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인데, 이전에 읽은 적이 없었네요.



미샤

단지 일화일 뿐, 츠빌링스튀르메에는 도처에 널려 있어 뭔가 믿을만하다곤 할 수 없죠.



비비안나

음, 이런 말씀 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비안나

참, 성인 중절모를 쓸 나이는 아니시겠죠.



미샤

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비비안나

사람을 기다리신다니. 그런가요?



비비안나

만약 저희의 목적지가 일치한다면, 혹시 동행을 제안해도 될까요?



미샤

...당신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여사님.



미샤

하지만 여황의 목소리께 길을 알려드린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비비안나

알겠습니다.



비비안나

츠빌링스튀르메를 뒤덮은 선율은 시종일관 지금처럼, 흐르는 물과 구름처럼......고요하고 길군요.


(비비안나가 떠남)


미샤

...나오세요.



페데리코

당신의 행동을 설명하십시오.



미샤

방금 지나간 여자는 여황의 목소리였습니다.



미샤

그녀는 보기엔 좋은 사람이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같은 길이 아니니까요.





코라

비비안나, 예정보다 좀 늦게 왔네요.



비비안나

죄송합니다, 뢰벤스타인 여사님. 길에서 한 분을 만났는데...어떤 특별한 젊은이들을요.



비비안나

그 만남은 저로 하여금 우리 외에 또 누군가가 암암리에 이 사건들을 조사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게 하더군요.



코라

조금 슬퍼하시는 것 같군요.



비비안나

네. 그 밀정은 거의 어린아이였거든요.



비비안나

그리고...



코라

왜 그래요? 발걸음을 멈췄는데.



비비안나

듣고 있어요.



비비안나

여황의 음악... 계속되고 있네요.



비비안나

츠빌링스튀르메 전체가 여전히 아름다운 음악에 흠뻑 젖어 있어요.



비비안나

하지만...서로 다른 의지로 연주되는 선율들이, 과연 영원히 조화를 이룰 수 있을까요?



페데리코

미샤 볼프강, 당신이 여황의 목소리를 두려워하는 것은, 당신의 의뢰인이 여황과 적을 지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까?



미샤

길거리에서 버젓이 물어볼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페데리코

우리는 곧 골목으로 들어갈 겁니다.



미샤

좋아요, 제가 로리스 볼딩을 죽인 사람이랑 한패냐고요? 결코 가능성은 없는 것 같군요.



미샤

보시다시피 저는 루포죠. 제가 태어난 지역은 시라쿠사와 인접해 있었어요.



미샤

위치킹 통치 초기에 시라쿠사는 라이타니엔에서 막 벗어났었는데, 과연 위치킹의 수완으로 그와 그의 추종자들이 우리 종족을 어떻게 대했는지 알아맞혀 보시죠.



페데리코

제가 묻는 것은 당신의 선택이지 당신 가족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미샤

어떤 차이가 있죠?



페데리코

저는 당신의 결정이 스스로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가정합니다.



미샤

제 의지요? 저는 가족의 사명을 가지고 태어났죠. 이 단어는 여태껏 저와 관계가 없었어요.



미샤

방금 여황의 목소리가 된 그 여자도 마찬가지죠. 그녀는 라이타니엔에서 카시미어로, 또 카시미어에서 라이타니엔으로, 이것이 설마 그녀 자신의 선택일까요?



페데리코

상당히 복잡합니다. 적과 파트너를 구별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미샤

허......산크타 씨, 왜 라테라노를 낙원이라고 부르는 줄 아시나요?



페데리코

멈추십시오.



미샤

왜 그래요? 바로 앞이 칼 슈미트 거리인데. 여황의 목소리도 지나갔고, 볼딩이 찾은 단서도 없을 텐데요.



페데리코

이 골목은 이전과 많이 다릅니다.



페데리코

너무 조용합니다.


비비안나

이것들은 모두 히만 부인이 남긴 그림들인가요?



귀족 시종

네, 여사님.



비비안나

기본적으로 다...《 마왕의 죽음 》 의 초고군요.



귀족 시종

저는 감히 그것들을 건드리지 못하고 알아볼 수도 없어서 그대로 둘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비안나

그녀의 몇 년 전의 그림은요?



귀족 시종

몇 년 전에는...거의 없습니다. 부인은 항상 그녀의 열정이 23년 전의 가을과 함께 끝났다고 말씀하셨죠. 그녀의 초기 작품이라도 보고 싶으신가요?



비비안나

네, 좀 보여 주세요.



비비안나

히만 부인의 구작은 붓체가 섬세하고 색채가 밝고 생동감이 있었군요.





코라

프리다 히만은 화필로 가장 진실한 감정을 기록하기를 갈망했죠. 그녀는 기억력이 좋았고, 능숙한 아츠로 그녀가 원하는 모든 순간을 잘 포착해 그려넣었어요.



코라

그때 제가 위치킹의 고탑에서 프리다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아직 젊었었죠.



코라

그녀의 성격은 매우 활발하고 미노스인 특유의 호탕함이 있어 일반적인 라이타니엔 귀족 여사처럼 규칙에 얽매인 사람이 아니었죠.



코라

그녀의 친근감 때문인지, 어떤 출신이든 그녀의 곁에 모이는 것을 좋아했고요.



코라

햇빛이 찬란한 오후에, 프리다와 친구들이 이 골목에서 시 감상회를 열고...참, 거기엔 당신의 부모님도 참석하셨었죠.



비비안나

아버지와 어머니? 그들도 여기 있었나요?



코라

그들이 말해주신 적이 없던가요? 당신의 부모님은 이 도시에서 만났죠.



코라

당시 당신의 아버지는 아직 선제후의 후계자가 아니었어요. 그는 쉬톤에서 엔와드로 데려와 일을 처리하는 동안 늘 금잔화 골목에서 각종 젊은이들의 집회에 빠지지 않았죠.



코라

어느 날, 히만 부인이 주최한 시 감평회에서 한 평민 출신의 젊은 아가씨가 용기를 내어 자신이 쓴 작은 시 한 수를 읽었어요.



비비안나

그게... 어머니?



비비안나

그녀는 제게 이런 경험이 있다고 말씀하셨던 적이 없었는데.



비비안나

제 기억 속에서 그녀는 늘 눈썹을 찌푸리고 자물쇠를 채운 사람이었죠.



코라

루신다 드로스테는 부드럽고 수줍음이 많은 좋은 아가씨로 부드러운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그녀를 바라볼 때는 마치...여름날 산들바람이 부는 호숫가에 있는 것 같았죠.



코라

이 골목에서 베르너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 폐하의 부름까지 놓칠 뻔했답니다.



코라

브랜트가 그를 보호해주지 않았더라면, 호헨베르크 가문의 군대가 엔와드에 도착했을 때 그는 이미 고탑 앞 조각상의 일부가 되었을지도 몰라요.



비비안나

그래도...마왕의 시대에?



코라

상상하기 힘들죠?



코라

하지만 그 시대가, 어떤 면에서는 확실히 당신 앞의 그림에서 묘사한 것처럼......휘황찬란했었죠.



비비안나

찬란한...금잔화.



비비안나

이 그림은 아주 익숙하네요. 저도 다른 곳에서 본 것 같아요.



비비안나

어디였냐면...



"비비안나.“


"죄송합니다만, 이 그림을 가져가야 합니다."


"엄마는 이미 여기 없어. 방안의 물건들을 전부 옮겨야 한단다“


"다음 날에는 아무도 너를 돌볼 수 없어. 나는 정말 안심할 수가 없는데.“


"곧 누군가가 너를 데리러 와서 이곳을 떠날 거야.“


"착한 아이, 울지 마렴. 밖에 나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많이 알게 될 거야. 엄마와 아빠가 없어도, 누군가는 너를 사랑할 거란다.“


"너는 금잔화를 직접 볼 수 있을 거야.“



"나 대신 바라봐줘, 그것들이 정말 그림처럼 찬란하게 피었는지.“



비비안나

...태양이 꽃을 쫓고 있어요.



비비안나

쉬톤 령에서의 날들은 거의 개지 않았고, 고탑은 춥고 습했죠. 아버지는 여러 번 시도해 보았지만 어떤 술사를 불러도 방 화분에서 그들을 키울 방법이 없었어요.



비비안나

하지만 츠빌링스튀르메, 이 골목에는 여기저기 널려 있군요.



비비안나

아주...따뜻해요.



코라

비비안나, 어딜 가는 건가요?



(창문이 깨지는 소리)



코라

...적이 있어?



코라

이런, 비비안나!





흐릿하게 다가오는 첼로의 선율.


마치 앞의 먼 곳에 있는 것 같고, 또 귓가에 가까운 것도 같았다.


그것은 시간을 가로지르고, 다른 청중의 추억을 가로질러 같은 공간을 연결한다.



코라

돌아가셔야 합니다.



엔스터의 부상은 급격이 악화됐다.



쌍둥이는 최고의 치료사를 찾아왔지만,여전히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없었다.




코라

이건 당신이 새로운 쉬톤의 선제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걸 의미해요.



생각지도 못했어. 이 도시에 처음 왔을 때는 시인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코라

루신다는 어떡하죠?



난 당연히 그녀가 나와 함께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지만, 강요하진 않을 거야. 그녀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니까, 히만 부인 곁에 계속 있으면 정말 훌륭한 화가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코라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도 당신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더더욱 그녀를 속일 수 없어.



나는 더 이상 아무런 근심걱정이 없는 호헨베르크 가문의 막내아들이 아니야.



나의 앞으로의 인생은 쉬톤에, 호헨베르크 가문에 속할 테고. 내 개인적인 문제는 중요치 않게 되겠지.

영지의 백작들이 이미 나와 결혼할 사람을 미리 준비했을 거야. 이제 그들은 죽기 살기로 싸우겠지.



설령 그녀가 나와 동행하기를 원한다 하더라도, 그녀의 말을 승낙할 순 없어. 항쟁이 실패하면 그녀는 시녀로서 평생 고탑에 갇히게 될 테니까.



코라

폐하... 위치킹이 죽었습니다. 라이타니엔를 내려다보던 유일한 고탑이 쓰러졌어요. 저는 우리가 운명에 휘둘렸던 날들도 이제 안녕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우리는 이제 운명의 이름이 '위치킹'이 아니라는 건 알게 되었군.



코라

다시 한 번 시도해 볼까요? 그녀를 데리고 가든지, 아니면 그녀를 위해 남든지 결정하실 수 있습니다.



코라

마왕과 싸웠던 그날 밤에, 선하고 용기있던 사람들이 모두 좋은 결말을 맺었으면 좋겠습니다.



첼로의 소리가 갈수록 또렷해졌다.

조각상들의 연주와는 달리, 이 음악은 살아 있었다.


그것은 가장 친절한 손길처럼 그녀를 끌고 앞으로 달려나가, 비바람을 피해 계단을 뛰어내렸다.



가까워, 거의 다 왔어.이 계단을 내려오기만 하면 바깥의 햇살을 안을 수 있어--




금률법위

차가 도착했습니다.



루신다가 오지 않았다.

찾아야 해.




금률법위

모두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금률법위

위치킹은 죽었습니다. 저희와 쌍둥이 사이의 약속대로 당신 휘하의 사람들은 영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금률법위

당신은 정오 전에 시내를 떠나야 합니다. 다른 선제후의 군대는 모두 당신의 반응을 보고 있습니다.



금률법위

쉬톤의 안위는...아뇨, 라이타니엔 안위는 모두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각하.



브랜트, 언제부터 나한테 이렇게 멀어졌지?



너는 항상 헬멧을 쓰고 있어서 나는 네 눈을 똑똑히 볼 수 없었지. 때때로 나는 심지어 말하는 사람이 너인지 아니면 다른 금률법위인지 구분할 수도 없었어.




금률법위

모든 사람이 저든 다른 금률법위든 별 상관이 없으니까요.



금률법위

라이타니엔은 더이상의 내란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쉬톤은 대중을 복종시킬 수 있는 선제후가 필요합니다.



날 보호하러 온 게 아니지?



그날 밤에도 엔스터와 아버지를 보호하지 않았던 것처럼.




금률법위

... 베르너, 기억나십니까? 제가 선택되어 금률법위로서의 특수 훈련을 받기 전에 당신과 엔스터를 찾아서 남고 싶다고 한 것 말입니다.



너는 우리와 함께 자랐고 일찍 호헨베르크 가문에 충성을 맹세했지. 너는 자신의 맹세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어.



금률법위

하지만 당신은 제게 말해주셨죠--



금률법위

"너가 지켜야 할 것은 한 사람의 목숨보다 훨씬 중요하고, 호헨베르크 가문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금률법위

저는 한시도 감히 잊을 수 없었습니다.


......

알겠다.


브랜트, 우리는 정말 운명에 대항할 수 없는 걸까?





아니, 가지 마세요.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적어도 이렇게 쉽게...



젊은 선제후의 후계자는 이미 몸을 돌려 떠났지만, 비비안나는 따라가려 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선을 다해 고개를 돌렸다.




가을의 골목은 언제나 금빛으로 찬란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틀림없이 골목 깊은 곳에 있을 것이었다. 다만 아직 서둘러 오지 못했을 뿐이다.

그녀는 뛰어다니며 찾고 있었다.


햇빛 아래 금잔화가 활짝 피었다. 마치 그녀의 부모가 기대했던 것처럼.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를 잡고 싶었고, 그 아버지의 추억 속의 모습을 잡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녀는 무언가를 만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녀의 아버지의 비극적인 인생을 만회하고... 그녀 자신의 인생 또한.



해마다 주위의 금빛 꽃들이 이 도시의 희로애락을 가득 채웠고, 찬란함은 여전했다.

그러나 어떤 희망은 23년 전에 영원히 남아 있었다.




비비안나

왜...



비비안나

왜 잡히지 않지?



비비안나

운명은 정말...정말 거역할 수 없다고?



코라

비비안나! 주위를 조심해요--!



비비안나는 어렴풋이 고개를 들었다.


첼로의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


주위를 감싸고 있는 멜로디는 마치 제자리에 굳은 것 같았고, 또 눈 깜짝할 사이에 용솟음치는 에너지로 바뀌었다.


짙은 구름 같은 마법이 햇빛을 찢고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비비안나

......



비비안나

으윽-!



코라

겁내지 말아요. 저는 여기 있어요.



비비안나

첼로 소리...



코라

정신적인 오리지늄 아츠입니다.



코라

이 첼로의 소리는 우리들의 각자의 베르너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고 있어요.



비비안나

어머니...아버지...



코라

비비안나, 이리 와요. 귀를 막아줄게요.



비비안나

그들은 모두...없어요.



비비안나

아무것도 바꿀 수 없어...



코라

듣지 말아요. 당신이 상상 속에서 뭘 봤든 그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니니까.



코라

위치킹의 잔당은 바로 이 골목에 숨어 있어요. 그들은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던 것 같군요.



코라

윽...사람이 너무 많아요.



코라

제 아츠로는 처리할 수 없어요. 어서 떠날 방법을 찾아야 해요--


공중에서 다른 소리가 울렸다.



언뜻 그것은 멜로디 같았지만 읊을 수 없었고, 종소리처럼 끊어낼 수도 없었다.



그것은 일종의 선고로, 바로 마음속에서 진동했다.



보라색의 아츠의 광휘는 마치 가장 찬란한 석양처럼 그 어떤 구름도 무시하고 거리를 가득 비추었다.




코라

이 선율은...금률법위?



코라

브랜트, 당신인가요? 도착했어요?



금률법위

... 베르너의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금률법위

......



금률법위

너희, 잔당들은.



금률법위

쓰레기 더미에서 주워온 이 더러운 오물들로--



금률법위

-- 츠빌링스튀르메에 손을 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