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같이 (후일담 1-4)
나아간다.
드론은 조용하고 안정적으로 조종되고 있다. 암석 구조가 부서졌고, 마젤란은 뿌리가 온전하게 드러난 식물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 다음으로 드래곤플라이 드론을 회수하고, 모듈을 하나씩 분해했다.
샘플 수집이 완료되고, 마젤란은 소형 녹음기를 꺼냈다.
이것은 연합 과학조사대의......
마젤란은 꾸물거리며 입을 열지 않았다. 인피 빙원의 조사 열풍은 여러 해 동안 계속되었으며, 마젤란이 과학조사대를 따라 사미 빙원에 들어간 횟수도 이미 셀 수 없다. 빙원에 대한 인류의 이해는 기초적인 체계를 이뤘다. 그녀가 다녔던 대학은 그녀를 강의에 초청했는데, 그곳에는 기대와 꿈에 부푼 수많은 눈이 있었다. 그녀는 지난 여러 밤낮동안 자신이 봤고 아는 모든 것을 힘껏 써내렸고, 미래의 탐구자에게 물려줄 지식을 선별했다.
그녀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녹음기를 치우고, 드론의 점검을 시작했다. 극한의 환경에서 장기간 유지보수가 부족했던 드론은 일부 부품이 마모되어 있었는데, 다행히 작동 중에는 고장나거나, 경고등이 깜빡이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마젤란은 조금 느슨해진 점검 케이스를 닫고, 장비를 챙겨 차가운 동굴을 빠져나왔다.
산길은 눈으로 덮여 있었고, 검은 안개가 길을 완전히 가렸다. 마젤란은 동굴 입구에서 걸음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위치 확인을 보조하는 나침반과 기압 측정기를 꺼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나침반을 살펴보았고, 곧 빙설 속에서 힘겹게 발을 들어올렸다.
나아간다.
주변은 조용하다.
그녀는 누구도 곁에 없이 외롭게 걸어간다. 다른 팀원들, 그리고 협조하려 했던 사미 주민들까지도 길에서 쓰러졌다.
그러나 그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해도, 분명 눈앞의 이 과학 조사원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검은색의 녹은 눈이 공중에서 흐르며 앞길을 막아섰지만, 마젤란은 신경쓰지 않고 그쪽으로 걸어갔다.
윈터투스 산맥 사이의 오솔길을 이동하는 것은 일그러진 형상의 그림자 뿐이다. 중력의 혼란에 의해 측정 장비들은 그 형체의 위쪽에 쌓였다. 수집된 생물 샘플은 그 윤곽을 확장하며 포식 행위를 구성한다. 그것의 외형적 변화는 마치 규칙적인 발걸음을 모방하는 것 같으며, 현실 공간에서 그 위치는 일관되지 않게 변화한다.
그림자는 아무런 지각 없이 장애물을 넘었다.
긴 여정에서 가방의 끈은 썩어서 끊어진지 오래지만, 그때가 되어서야 또다른 중력의 난류에 가방이 떨어졌다.
탐험가가 후계자를 위해 쓴 원고는 검은 눈 속에 묻혀 있다.
원고에는 아직 보내지지 않은 진지한 편지가 끼워져 있다.
“저는 근본적인 원인을 피한다는 전제 하에 붕괴체와의 접촉을 피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소개했지만, 이러한 방법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험을 쌓고, 이런 현상들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게 되었으며, 붕괴도 그에 따라 더욱 다양한 현상들을 보여줬죠. 그것들은 결코 완전하게 기록될 수 없어요.
우리는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인지할 준비가 되어 있을지 않을 수도 있어요. 영원히 준비할 수 없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어요. 경고가 있든 없든, 위험이 얼마나 많든, 우리는 결국——”
나아간다.
비록 손에 든 나침반이 대지의 북쪽을 가리키지 못한다고 해도.
원반의 표면은 이미 탁한 검은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마젤란은 그저 그것을 흔들어서 잠시 화려한 색을 반사하게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마젤란은 확실히 북쪽으로 전진하고 있다.
서리가 내린 가파른 암벽과 떠다니는 검은 눈 사이로 빙원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것은 틈새에서 은백색 빛의 일각을 드러내며, 어둠 속에서 반짝이고 있다.
고목에서 태어나다 (후일담 2-4)
전사는 나무 아래로 향해 비호를 빌었다.
그는 뜨거운 차 한 그릇을 놓고, 자신의 공물을 놓았다. 그리고 그는 나무를 향해 산바닥을 내밀고 차분히 기다렸다. 액운이 닥쳐온다면 나무는 사람들에게 예언을 내린다. 하지만 모든 운명을 기꺼이 받아들일 사미 전사에게는, 나무 아래를 떠날 때 자신의 손이 비어 있는지는 신경쓸 가치가 없다.
다만 그의 눈에 비친 것은 나무가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무수한 가지가 뻗어져 나온 얼음 덩어리였다. 그것은 본능적으로 산탈라 나무의 형태로 자라났다.
한때 얼음 덩어리에게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아츠가 있었고, 휘몰아치는 눈보라가 전선을 구축해 공간의 안정을 유지했다. 하지만 지금 그것은 죽은 나무처럼 활력을 다 써버렸고, 천천히 녹는 과정만이 남았다.
여러 해 전, 한 눈의 사제가 자신의 목숨으로 이 아츠를 완성했다. 피와 살은 가시덤불로 맺혔고, 생명은 단단한 얼음으로 짜여졌다. 그녀는 이곳에서 뿌리를 내렸고, ‘죽음을 통해 산 자에게 생명을 주는 것’이 존속의 해답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전사들의 인식 속에서는, 그저 기도할 만한 나무 한 그루가 있을 뿐이다.
전사는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무기가 녹슬고 가죽이 습기에 썩을 때까지 손바닥을 뻗은 자세를 유지했다. 이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것을 확인한 그는 몸을 숙여 자신이 가져온 공물을 손에 들고, 이미 흙에 동화되고 썩은 피와 살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은 전투에 앞서 반드시 필요한 준비이자, 엄숙한 의식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적이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전투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
얼음 덩어리의 안에서, 영롱한 오리지늄이 이 모든 것을 주시하고 있다. 이것은 눈의 사제의 몸이 소화되고 남은 이물질, 그녀의 결정화된 ‘눈’이다.
그것은 보았다. 사미의 고향을 지키고 있다고 자부하는 전사들은 사실 사미의 아이가 아니다. 처음에는 데몬에게 맞서 싸우는 사미 전사들의 생각 속에 혼돈의 씨앗이 뿌려졌고, 그 뒤에는 재이가 닿은 모든 생령의 인지가 다시 쓰여졌다.
그것은 보았다. 시간은 측정자의 변화에 의해 길어졌으며, 낮과 밤은 봉합될 수 없는 검은 균열에 흐릿해졌다.
오리지늄은 대지 전체에 존재하기에, 그것은 땅 전체에 같은 그림자가 덮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존속’이라는 개념을 더 이상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눈의 사제의 탐색과 비원을 잊을 수밖에 없었다. 존재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부여받았고, 그들은 영원에 가까운 정적 속을 떠돌고 있다.
모든 것을 본 오리지늄 눈은 생각하지도, 정보를 보내지도 않았다.
지금의 대지에서 무질서한 인지를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의미도 없다.
오직 생명만이 끊임없이 가능성을 추궁하고, 과거를 추억하며, 미래를 추구하고, 오랜 침묵과 황폐에 맞서 싸울 것이다.
오리지늄은 눈의 사제가 마지막 순간 스스로에게 물은 것을 기록했다. 자신은 모든 힘을 빌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했을까? 자신의 부족 사람들은 어디로 갈 수 있을까?
텅 빈 검은 대지에서, 얼음 덩어리가 쓸쓸하게 눈물 한 방울을 흘렸다.
끝나지 않은 운명 (후일담 3-4)
티폰은 화살집에 넣어둔 천 조각을 만졌다. 사람들은 그 거대한 고리 앞에서 발라크빈이 남긴 옷자락 조각을 가져왔다. 그녀는 여러 해 전 암마가 살아 있을 때 눈덩이를 넣었던 것처럼, 그것을 습관적으로 화살집에 넣어두고 다녔다.
사미의 상황은 어느정도 호전되었고, 그녀도 몇몇 거대 구조물 연구자에게 사미 바깥의 지역에서 ‘새로운 소재로 얼마나 아름다운 금속 나무를 만들었는지 보는 것’에 초대받았다. 티폰은 발라크빈이 그것에 기여했을지 모르지만, 그리움 때문에 그녀는 승낙했다.
수 년 전, 발라크빈은 거대 구조물 작동 실험에서 희생되었다. 그녀의 뜻대로, 혹은 운명의 예고대로, 그녀는 고리를 지나 깊은 어둠 속에 들어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발라크빈이 구조물에 들어서자 곧 고리에서 붕괴체가 나타났고, 대규모의 공간 파열 현상이 동반되었기 때문에, 발라크빈이 문 뒤에서 붕괴체의 습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당시 현장에 없던 티폰에게 알려줬다.
그들은 가능성이 더 높은 가설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의 이론에 따르면, 연구팀이 제거해야 했던 고위험 붕괴체는 구조물을 지나며 상태에 변화가 생긴 발라크빈 본인일 가능성이 높다.
“그 실험의 실패는 모두를 힘들게 했죠.” 도시에 접근하는 차량에서 한 학자가 각 방면의 압박에 의해 수년간 비밀로 부쳐졌던 그 연구의 경험에 대해 티폰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만감이 교차했다. “하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관측 데이터를 가져왔고, 거대 구조물에 대한 핵심 가설을 검증하는 데 도움을 줬습니다. 모두가 그녀를 우리의 안내자이자 예언자로 존경했고, 바로 그래서 우리는 작동 실험에서 그녀가 모두를 대표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어야 한다고 믿었던 이유였어요. 어쩌면 우리는 구조물을 연구해서 얻은 합금으로 어딘가에 그녀를 위한 세워야 하겠죠. 하지만......”
“하지만 그녀는 원하지 않을 겁니다.” 티폰은 침착하게 그 말을 받아들였고, 멀지 않은 이동도시를 주시했다.
“그래, 그녀는 원하지 않을 거야.
결국 지금 우리의 과학 기술은 번영하고 있어. 더욱 중요한 것은, 인류의 오랜 평안은 그녀의 덕분이라는 것이지.”
작동 실험에서 사고가 일어난 뒤, 다시 안정화된 빙원 실험 기지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과 다양한 종족의 현자들이 회의 테이블에 모였다. 그것은 붕괴의 성질 떄문에 널리 퍼지지 못했지만, 조용히 인류의 운명을 바꾼 회의였다.
거대 구조물의 복원 동안 광범위한 붕괴를 일으킨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며, 이 회의에서는 구조물에 대한 연구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처음으로 우세했다. 한 쪽에서는 이 신비한 건축물을 최대한 활용하여 그것에 사용된 각각의 재료를 분석하고, 각각의 흔적이 대표하는 역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주장했다. 다른 쪽에서는 가설이 검증되었고, 관측 결과가 예측과 완전히 일치했다. 사람들은 이 거대한 장치가 어떻게 붕괴된 실체를 현실 공간으로 침투시켰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작동 후의 여러 징후로부터 이곳이 최초의 데몬이 현실 공간을 향한 전쟁을 벌인 ‘문’이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고, 고대 구조물의 인공적인 특성과 부수적인 공간 안정 장치는 이전의 사람들이 데몬과 맞서 싸운 과정의 지혜의 결정체일 수 있다. 이 추측들에는 입증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현제 관련 연구자들에게는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 이상의 입증은 불가능하기 떄문이다.
이 회의에서의 더욱 중요한 공통적 인식은, 그들이 어쩌면 공간 균열을 악화시키지 않으며 이 구조물을 안전하게 철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이것은 한 번의 고생으로 영원한 편안함을 얻는 방법이 될 것이다, 사미인은 이미 테라 전체를 대신해 악마와 천 년을 싸워왔으니, 지금이 전쟁에서 승리할 때일지도 모른다.
그 후 몇 년 동안 과학 조사대가 보고한 사미 지역의 붕괴는 실제로 점차 감소했으며, 이것이 티폰이 잠시 사미에서 떠나는 것에 동의한 이유다. 하지만 오늘에서야 그녀는 과학 조사대가 끝없는 빙원에서 단체로 철수한 사건의 경과와, 빙원 끝의 고리가 오래 전에 해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이 사실에 기뻐하지 않았다. “아르게스의 눈에 비친 운명은 이렇지 않았어. 그녀는, 그리고 나이든 어머니는, 결코 눈을 감고 험난한 운명을 외면하기 위해 희생된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그것을 봤어요. 그래서 우리는 그것에게 도전하는 것을 선택했고, 그것을 부정하는 것을 선택했죠.”
“하지만 운명도 미래야. 문은 눈이기도 하며, 사람들은 그곳에서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아르게스가 말했——”
말이 끝나기도 전에 티폰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의 눈앞에서 남방인의 강철 숲이 은빛으로 빛났지만, 그녀는 자신의 활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무엇도 한 번의 고생으로 영원한 편안함을 얻을 수는 없다. 그녀의 무기는 자신의 사냥감을 인식했다.
“지금, 우리는 이곳에 갇혀 있어.”
마젤란 데몬타락한건가?
배드 엔딩 후일담임? 마젤란 뭔가 이상한데??
뭔가 뭔가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