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상처를 입어서 온기를 잃고 점점 죽어가는, 그러면서도 죽어가는 자신의 걱정보다는 자신의 죽음 때문에 혹여나 탈룰라가 끔찍한 복수심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이 더 앞서서 잘 움직이지 않는 입을 억지로 열며, 바람이 빠지듯 나오는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와 함께 나지막이 하고 싶은 말을 천천히 내뱉는 알리나.


거센 바람 앞에 놓인 작은 촛불처럼 위태롭게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알리나의 너무나 작고 가녀려 보이는 몸을,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에게 매달리듯 붙잡은 탈룰라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이럴 수는 없다고,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아달라고 울부짖으며 자신의 아츠로 알리나를 치료하려고 해보지만


탈룰라가 죽어가는 알리나를 발견했을 때에는 이미 치료받을 시기를 한참이나 넘어선 절망적인 상태였고, 당시 탈룰라의 아츠로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오히려 그럼에도 아직 제 할 말을 하고있는 것이 기적이나 다름없는 알리나의 목숨을 조금이나마 더 연명시키는 정도에 불과할 뿐, 그것조차도 머지않아 끝에 다다를게 분명했지.


생각이 뒤죽박죽으로 어지럽혀져서 알리나의 말도 제대로 들리지 않고 정상적인 사고가 되지는 않았지만, 덜덜 떨리는 손으로 본능적으로 지혈을 해보려고 해도, 알리나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에 있는 새하얀 도화지같은 순백의 쌓인 눈까지도 온통 붉게 물들일정도로 흘린 대량의 피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울컥울컥 피가 쏟아져 나오는 상처를 붙잡고 지혈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고


자신이 발견했을 때에도 정상으로는 결코 볼 수 없던 안색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더욱, 이따금 무리의 아이들을 모아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자신에게 실없는 농담을 하며 보여주던, 냉혹한 우르수스에 꼭 필요할 따스한 미소를 짓던 알리나의 모습이라고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창백해져가서 당장에라도 숨을 멎을 것만같은 아슬아슬한 상태.


그런 알리나를 들쳐매고 서둘러서 본거지로 돌아가려 해보지만, 이미 그곳과는 너무나 멀리 떨어진 장소였고 알리나의 상태는 최악이나 다름 없었지.


아무리 탈룰라의 아츠로 최대한 죽음을 늦춘다고 한들, 절대로 자비롭지 않은 우르수스의 혹독한 날씨 속에서 죽음을 코 앞에 둔 알리나가 본거지로 돌아갈 때까지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건, 인정하기 싫어서 그 사실에 애써 고개를 돌리려는 탈룰라도, 자신의 미래를 이미 짐작한 알리나 본인조차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사실.


그렇기에 탈룰라는 더더욱 스스로를 질책할 수밖에 없었던 거야,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담는 것은 불가능 했고, 그 물을 엎지른 사람이 다름 아닌 자신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으니깐.


홀로 다른 마을에 가서 식재료를 바꿔온다고 떠나던 알리나를 끝까지 붙잡지 않은 안일함, 우르수스 감시병들에게 움직임을 따라잡힌 미숙함, 주위 상황에 대한 파악이 느렸던 부족한 통찰력, 고작해야 품속에 안겨있는 작은 여인 한 명조차도 살리지 못하는 무능력함, 그런 주제에 감당하기도 힘든 사상을 위해 움직이던 어리숙함.


자신의 안일함이, 미숙함이, 부족한 통찰력이, 무능력함이, 어리숙함이 결국 알리나를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탈룰라는 이 질문에 섣뜻 답을 내놓지 못했어, 어쩌면 그 답을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저 도망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 질문에 도망칠 수는 있었도, 이제는 도망치지 못할 선택의 순간이 다가온거야.


복수심에 빠지지 말라며 자신을 이렇게 만든 이들이 누군지도 알려주지 않고, 죄를 미워할지언정 사람을 미워하지는 말라고 탈룰라를 타이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을 따르던 아이들을, 말로만 전해듣던 얼굴도 모르는 탈룰라의 동생을 보고싶다며, 죽고싶지 않다고 말하는 알리나를 놓아줘야 할지, 아니면 '어긋난'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붙잡아야 할지를.


본래의 탈룰라처럼 본인의 아츠가 치료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것이라 후자의 선택지 자체가 아예 없었더라면 모를까, 이미 정신적으로 한계까지 몰릴대로 몰린 탈룰라에게 알리나를 '붙잡는' 선택지가 생긴 것 자체가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지.


그렇게 '어긋난' 방법을 통해서라도 알리나를 붙잡기를 선택한 탈룰라는, 본인이 원하던 것처럼 알리나를 잃지는 않을거야.


비록 그 '알리나'라는 것이 두근거리던 심장도 멈추었고, 그녀의 자의식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핏기가 빠져서 변색된 창백한 피부색에, 탈룰라의 아츠에 온기를 의존하며 억지로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는, 그저 죽지 않았을 뿐인 인형에 불과한 상태겠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알리나를 제 곁에서 잃고싶지 않았던 탈룰라는 한층 더 성장했어, 그걸 과연 성장이라고 부르는게 맞을 지는 의문이지만.


자신에게 엄격했던 성격이 더더욱 심해져 심각한 강박증 수준에 도달해서, 원래도 남들보다 적었던 수면시간을 반으로 줄이고, 그만큼 남는 시간에는 보는 사람들 모두가 한결같이 걱정스러워 할정도로 스스로를 극한까지 몰아붙이며 움직이고


자신의 울타리 안에 있는 이들에게는 전보다 더 너그럽게 대하며 집착에 가까울정도로 필사적으로 지키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 이전에는 먼저 자신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던 탈룰라가, 이제는 굳이 손을 더럽히진 않지만 딱 그정도 수준에 불과한 철저한 무관심으로 대하는거지.


리더의 이러한 변화에 대해선 많은 이들이 여러 의견을 내놓기는 하지만, 단 한가지 변화에 대해서는 모두가 똑같았어.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리더의 곁에는 시체와 다름없는 수준의 모습을 한 여인이 눈을 감고 따라다니고 있으며, 리더는 그 여인을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하게 대하며, 종종 다정한 연인에게 말하듯 한껏 풀어진 어투로 이야기를 하지만, 결코 상대방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영원히.


그 모습을 보는 이들은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고개를 돌리고는 씁쓸하게 말했어.


"우르수스의 추위가, 또다시 비극을 낳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