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아카이브
리오페르티 대로 129호
레아 이베리아
존경하는 클라우디스에게 :
마침내 문제의 답에 조금 다가간 것 같습니다.
자초지종은 아마 편지 세 통을 더 써도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을 겁니다. 최대한 간결히 요약하자면, 정말 어렵게 몸짓을 주고받은 뒤 현지 부족과의 오해를 풀었습니다. 황무지에 사는 원주민들은 ‘사르곤인’이라는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았고, 그들의 눈에 현지의 아미르가 작성한 문서는 쓸데없는 종이일 뿐이며, 저희가 독단적으로 ‘신명’을 만나도록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해가 풀리자 현대 문명을 완전히 벗어난 주민들은 의외로 교류하기 쉬웠습니다. 그들은 제가 ‘신명’을 대표하는 ‘선지자’와 만나는 것을 허락했으며, 제가 본 모든 불가사의한 광경을 그가 설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막에서 그 ‘산호초’를 봤을 때 저희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멈춰서 가지고 있던 증류 장비를 검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말하기 조금 난감하지만 저희는 자신이 드넓은 모래벌판에서 탈수로 죽을 것이라 생각했고, 눈앞에 나타난 것이 고향의 환각인줄 알았습니다 (내륙에 해저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을 신기루 현상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본 것은 환상이 아니었습니다.
주변의 덥고 건조한 사막 환경과 달리 그곳은 공기의 습도가 높고 온도도 적당했습니다. 그곳의 지형은 거의 완전히 생물질로 구성돼 있었습니다. 회백색 화석층 사이에서는 각양각색의 작은 촉수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으며, 이 생물은 분류가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 촉수는 동물의 특징 외에도 식물과 진균의 특성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공기 중의 부유 생물을 붙잡을 뿐만 아니라 환경의 유기 잔해도 분해했죠. 그것들이 구성하는 구조는 높낮이가 불규칙하고 겹겹이 쌓여서 마치 100배로 확대된 산호초처럼 보였습니다.
사르곤 사막에서 지하수에 의해 만들어진 오아시스는 여러 번 보았지만, 아마 그곳은 평범한 오아시스가 아닐 것입니다. 저희는 바닥의 젖어 있는 모래 퇴적물을 병에 담았고, 그것을 사막의 햇볕에 8시간동안 노출시켰습니다. 그러나 수분은 전혀 손실되지 않았고, 온도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의 생물에 대해 같은 실험을 진행해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사막에 던져진 뒤 활력징후는 빠르게 사라졌지만 체내의 수분과 온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물은 통상적인 상전이를 하지 않고 열은 통상적으로 전달되지 않는데, 이것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입니다. 일부 물질은 독립적으로 완전히 다른 물리 규칙을 따르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놀라움에 기뻐해야 할지 두려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순찰대가 보고했던 시본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에너지 무기의 피해에 피해에 완전히 적응했고, 탈것의 에너지원을 흡수할 수도 있었죠......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이런 능력을 진화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물질이 열역학 법칙을 위반하게 만들 방법이 이 세상에 정말 존재한다면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곧 모두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증상을 보였습니다. 밤에는 아무도 잠들지 못했으며, 모두 텐트에 모여서 서로의 가쁜 숨소리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죠. 사막에 들어가기 전 사르곤의 상인들에서 길들여진 백비스트를 사서 길을 안내시켰는데, 백비스트는 이곳에 온 뒤로는 방향 감각을 완전히 잃고 먹지도 마시지도 않으며 캠프 주변만을 맴돌았습니다. 공기의 성분에서 자기장의 분포까지 이곳의 거의 모든 환경 요소는 외부와 미묘한 차이가 있습니다. 이곳과 사막의 경계에는 뚜렷한 지질 단층이 있는데, 마치 땅 전체가 잘려나가 사막 한가운데 박힌 것처럼 양쪽은 다른 세계였습니다. 이곳의 생물들은 사막의 환경에 적응할 수 없고, 외부의 생물도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죠. 이것은 마치 시본이 바다에서 개조한 그 둥지와 같았습니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으며, 그 안에서 다른 생물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곳의 생물들은 자신의 환경을 떠날 수 없는 반면, 시본은 둥지를 기점으로 끊임없이 바깥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저희는 감히 깊이 들어가려 할 수 없었고, 이곳에서 탐지기의 마지막 남은 전력을 사용하기로했습니다. 탐지기가 깊이 들어갈수록 전송되는 영상의 품질도 점점 나빠졌습니다. 흐릿한 영상 속에서 저희가 본 동물의 윤곽은 처음 보는 것이었는데...... 형태는 해양생물과 유사한 점이 있었지만 육지 동물처럼 다리를 끌며 움직였습니다. 적어도 천 마리의 이런 생물들이 ‘산호초’의 깊은 곳을 향해 비틀거리며 움직였고, 그들은 길을 서두르는 것에 전념하느라 뒤따라오는 탐지기에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곳의 생태는 능동적으로 외부의 존재를 배척려는 것 같지는 않지만, 점점 더 이상해지는 환경이 외부인의 발길을 가로막습니다. 탐지기에는 신호 장애와 전력 손실 문제가 자주 발생했으며, 작동을 멈추기 전에는 괴상한 광경을 전해왔습니다. 겹겹이 뒤얽힌 생물질이 밀림을 형성했고, 구멍 사이에서 탁한 기류가 솟구쳐 나왔으며, 세밀한 아크 방전이 동식물 사이에서 흘렀습니다. 검출기의 환경 모니터링 장치는 일정 기간 동안 계속 작동했으며, 주변의 습도와 입자 밀도는 놀라울 정도로 높아서 공기보다는 용액에 더 가까웠습니다.
탐지기는 시간 내로 돌아오지 못했으며, 곧 완전히 작동을 멈췄습니다. 저희는 결국 이 이상한 땅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으며, 철수하는 날 밤 저희의 백비스트도 숨을 거뒀습니다.
저희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으며, 이 ‘산호초’의 완전한 모습은 지면 아래에 숨어 있을지도 모릅니다. 특수한 환경, 고유한 생물, 그리고 기존의 물리 법칙을 따르지 않는 현상까지, 이런 단편적인 정보들을 합리적인 가정으로 통합하는 것은 저에게는 어렵습니다. 제가 낼 수 있는 결론은 그것이 결코 이 사막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사막의 어떤 생명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어디서 왔는지, 어째서 자리를 옮겼는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그리고 어떻게 오랜 시간 동안 외부 환경과의 단절을 유지했는지, 저는 조금도 단서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는 멀리 가기 전에 현지의 원주민들에게 가로막혔고, 무단으로 ‘신명’을 만난 악인으로서 붙잡혔습니다. 지상에 오르고 몇 년이 지났음에도 저는 종교와 같은 문화 현상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때 뜻밖에도 이 원주민들의 소박한 신앙에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들은 이 ‘산호초’를 지역이나 환경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 봅니다. 보시다시피 이 편지에서 저는 자신이 본 것을 설명하기 위해 생명체에 적합한 언어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이것은 제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이해 방식이며, 그렇지 않으면 이 불가사의한 현상은 그저 흩어진 모래와 같을 것입니다.
혼자만의 힘으로 환경을 개조하거나 완전하며 일관성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는 생명체의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개체는 바로 바다의 ‘퍼스트본’이죠. 제가 이곳에서 본 불가사의한 현상들이 시본과 관련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것일까요? 제가 본 것이 ‘퍼스트본’과 비슷한 생명체였을 수도 있을까요?
지금의 결론은 우연에 기반한 과잉 해석일 뿐일 가능성이 높으며, 저에게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합니다. 그 ‘선지자’가 정말로 어떤 의지를 대표하는지에 관계 없이, 제가 질문의 답을 찾는 것에 그자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진심으로 믿고 싶습니다.
빠른 시일 내로 다시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저를 믿어주시길 바라며
브레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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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오간의 편지는 여기까지로, 원주민이 믿는 ‘선지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그자가 어떤 정보를 내놓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테라에는 ‘선지자’, ‘신의 사자’, ‘제사장’ 등으로 불리며 ‘특수한 존재’로 여겨지는 개인이 적지 않다. 문명이 생겨나기 전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황무지를 떠돌며 열악한 환경, 빈번한 재해, 그리고 사나운 야수와 싸웠다. 따라서 자연 환경에 기반해서 생겨난 소박한 종교 신앙은 대지에서 상당히 흔하며, 오리지늄 신앙은 그 중에서 가장 흔한 형태다. 원시 사회의 종교적 권위자는 주로 부족에서 오리지늄을 잘 이해하고 아츠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많은 문명 국가의 권력자들 또한 오리지늄 제품과 오리지늄 아츠를 열광적으로 추구했다. 지금까지도 오리지늄 신앙은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으며, 오리지늄이나 심지어 재앙을 숭배하는 광신도도 아직 존재한다. 오리지늄 외에도 식물, 동물, 자연 현상, 환경 지형 등이 사람들의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쉐라그의 설산 신앙은 일종의 자연 현상과 환경 지형에 대한 신앙일 수도 있다.
소박한 종교 신앙이 규명된 사례는 수없이 많지만, 편지에 나오는 ‘선지자’가 미신의 산물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대 과학은 결국 브레오간이 묘사한 다양한 현상들에게 속수무책이다.
브레오간이 설명한 현상을 재현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며, 많은 숙련된 캐스터들이 일시적으로 물체를 일정한 온도로 유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오리지늄 아츠를 방출하는 것 자체가 에너지의 전환과 흐름을 의미하며, 부분적으로 열 전달을 잠시 정지시키려면 더 넓은 범위의 에너지 흐름을 이용해야 한다. 오리지늄 아츠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열 전달을 정지시킬 수 없는듯하다. 그리고 누군가 숨어서 8시간 동안 사막의 병에 아츠를 계속 시전했다고 믿는 것보다는, 병 속의 물질 자체에 특수성이 있다고 믿고 싶다.
로열 사이언스 아카데미가 수집한 동물 샘플에서 유사한 특수 물질의 존재를 확인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샘플은 형태가 다양하지만 예외 없이 알려진 모든 동물들과 크게 다르다. 샘플들에는 오리지늄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어느 순간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특성을 드러냈다. 한 샘플 제작자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일련번호 OFAS-021의 동물 시체, 카즈델 주변 지역에서 발견, 침식액에 넣은 뒤 한 달 동안 전혀 변화가 없었으며, 어떤 부식의 흔적도 존재하지 않았다...... 제 32일 오전 통상 관찰에서 용기 안에 약간의 뼛조각만이 남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시체가 밤 사이에 전부 부식된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마치...... 시간이 균일하게 흐르지 않는 것 같다.’
브레오간은 알려진 자연법칙을 따르지 않는 이런 물질이 환경을 개조하고 생명을 낳을 수 있는 위대한 존재를 구성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이 존재가 사실이라면 그것을 부르는 단어는 논쟁이 많은 사르곤의 단어 ‘베헤모스’뿐일 것이다. 베헤모스 연구에 뛰어든 학자들은 적지 않지만, 연구 자료가 극도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들의 이론은 대부분 공중누각으로 여겨질 뿐이다. 누군가는 베헤모스 연구자가 또 다른 형태의 ‘선지자’일 뿐이라 농담하기도 한다. 최근 일부 학자들은 베헤모스가 일부 소박한 종교 신앙의 실제 대상이라고 주장해왔지만, 누구도 믿을만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쉐라간드’도 ‘사미의 의지’도 베헤모스라고 확증할 수는 없으며, 우리는 결국 베헤모스가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켈시의 주석) 염국 사세대의 비밀 유지 작업은 상당히 뛰어났다고 할 수 있다. 베헤모스가 관련된 문제는 염국의 역사 전체에 영향을 줬으며, 테라의 상황은 아직 염국인들이 베헤모스에 대한 지식을 외부 세계와 공유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 베헤모스에 대해 염국의 학사는 비교적 객관적인 인지를 가지고 있다. 사세대의 문헌은 매우 방대하며, 그 안에는 여러 베헤모스의 자세한 기록과 베헤모스를 상대하는 다양한 전략들이 있다. 그러나 이 수많은 문서 중에 베헤모스의 존재의 본질에 닿을 수 있는 기록은 존재하지 않는다. 베헤모스에 대한 테라인의 인식은 아직 표면에 머물러 있다. 인지의 부족은 베헤모스의 쇠퇴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이 위대한 존재들은 한때 초현실적인 힘으로 행성 전체의 운명을 써내렸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너무 믿음이 가는 바람에 마녀사냥을 당했습니다 - dc App
뭔가 염국 기습숭배하는거같아 베히모스 쪽은 팔수록 기분이 이상함
쉐라가 생각보다 쉽게 정체를 밝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사세대나 다른 베히모스 연구집단도 딱히 아는게 없어서 그냥 말한거네
베히모스 종류도많고 지상에도 퍼스트본 같은애들이있다는건가..
얘네도 뭐 외부에서 흘러들어온 외계인 부류라도 있는건가
베헤모스가 퍼스트본 급이 아니라 퍼스트본이 베헤모스급 것보다 무슨 자식새끼들이 베헤모스에 국가들로 최후방어선 만들어도 뚫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