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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³는 말했다

나는 나 자신의 기록이자, 다른 누군가의 기록이기도 해

가령, 우리 부모님이 나눈 사랑의 기록.

그게 곧 나지.

그거 알아 옌? 알린도인의 생식은 아주 낮은 확률에서만…


비³는 한참을 떠들었다

그녀가 재잘대는 동안, 옌은 오라클에 그녀의 말을 기록했다

물론 그녀의 이야기들은 별볼일 없었다

다 알고 있거나, 잡담 수준의 이야기.


애초에 알린도에 와서 정보다운 정보는 거의 얻지 못했다

연구거점에서 찾은 기록도 마찬가지였다


알린도인을 사랑한 무뚝뚝한 지구인의 이야기.

역시나 별볼일 없는 이야기다

아스트라몰프따윌 사랑해서 어쩌자는 것인지


알린도인의 운명은 라일라에 묶여 있다

그들의 몸은 알린도를 벗어날 수 없다

그들의 시간은 라일라의 리턴과 함께 무로 돌아간다

다만 알린도인이 할 수 있는 건

그들의 기록을 남겨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뿐.


그들의 사랑은, 그리고 그들과의 사랑은

수신인이 없는 편지나 다름없다


알린도인과의 사랑이야기.

알린도인을 알린도 바깥으로 데려가고 싶었던 지구인의 이야기.

그 결말을 찾아낸 것은 돈틀리스호에 이르러서였다

하지만 옌은 보기 전부터 그 결말을 알고 있었다


돈틀리스호의 옵스큐라에서 그 결말부를 찾아낸 뒤에

옌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 부분은 보고 싶지 않았다

너무 뻔한 결말이었으니까


알린도인은 궤도에서 라일라의 응어리가 되어 사라지고

지구인의 사랑도 그저 기록이 되어 이곳에 쓸쓸히 남겨졌다


비³도 이 결말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당연하지

그녀도 알린도인이니까


하지만 비³는 이야기의 끝에 실망하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뒤에도 무언가 이야기가 더 있다는 듯이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이렇게 물었다

옌, 그 지구인은 이 이야기를 영원히 기억하겠지?


옌은 대답했다

영원히. 같은 건 없어

이런 사랑 같은 건 안하는 게 나아

그가 죽으면 그 알린도인도, 이 이야기도 잊혀지겠지

…하지만 그 사람의 입장에선 영원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응! 그렇네

비³는 웃었다

티없는 미소.

그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다시 길을 앞장섰다

옌은 잠시 멈춰서서 그녀의 뒷모습을 건너다 보았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칼을 타고 흔들거리는 샤다라의 영원한 밤바람을 느꼈다


스톰이 온다

곧 리턴이 시작되겠지

모든 것은 그저 기억이 될 것이다


옌은 오라클을 작동시켰다.



비³는 옌의 발소리가 멎은 것을 알아차렸다

또 그 이상한 기계에 우리의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것이겠지


비³는 아무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옌, 너는 이런 사랑 같은 건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야 너는 나를 기록해 줄 거잖아?

우리의 여행은 짧았고, 아마 우린 다시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네가 영원히 나를 기억해 준다면

가끔가다 떠올린 기억 속에서 나를 만나러 와준다면,


난 그걸로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