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이런 농경지를 볼 수 있을까?


벼는 미친 듯이 자라고, 마치 가축의 가을 털처럼 꼿꼿이 서 있다. 바람이 불고 태양이 내리쬐면 뜨거운 파도가 생겨난다.






여인이 밭 한가운데 서 있고, 헝클어진 가지와 잎이 그녀의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그녀는 바다를 건너듯이 줄기를 헤치며 드넓은 황금빛의 깊은 곳으로 향했다.


[어린 목소리] 어디로 가는 거야?


[온화한 여성] 작물을 찾으러.


[어린 목소리] 여기 곳곳에 작물이 있잖아?


[온화한 여성] 더욱 먼 곳에서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을 찾아야 해.


[어린 목소리] 왜 다른 곳에서 농사를 지으려고 해? 여기에 이렇게 많은데 부족한 거야?


[온화한 여성] 이 작물으로는 모두를 먹일 수 없거든.


[어린 목소리] ......


[어린 목소리] 이곳에서 얼마나 오래 찾았어?


바스락 바스락.


땅굴에서 탈피비스트 한 마리가 머리를 내밀었다. 어두운 구덩이는 먼 곳까지 연결되어 있을 것이고, 작은 생물도 떠도는 손님일 것이다. 


이 끝없는 들판을 보고 그 넓이에 깊은 충격을 받은 듯이, 그것은 슬픈 한숨을 내쉬고 다시 어두운 땅 속으로 돌아갔다.


......


[어린 목소리]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날지 어떻게 알 수 있어? 날씨의 변화는 어떻게 예측해?


[온화한 여성] 많이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


[어린 목소리] 많이 보면 알 수 있다니...... 아주 먼 훗날의 일까지?


[온화한 여성] 콩을 심으면 콩이 나고, 팥을 심으면 팥이 나지.


[어린 목소리] 작물은 씨앗에서 변하는데, ‘우리’는 무엇에서 변한 걸까?


[어린 목소리] 우리는 어디서 온 거야? 죽으면 또 어디로 가?


[온화한 여성] 우리는 땅에서 자라났고, 죽으면 다시 땅으로 돌아가.


[온화한 여성] 사람도 작물도 마찬가지야. 천지만물은 모두 순환하고 있지.


[어린 목소리] 나한테 가르쳐준 그 노래처럼?






봄비가 봄을 깨워서 계곡과 하늘을 푸르게 하고, 여름의 이삭이 가득하며 더위가 이어진다.


가을에는 이슬과 서리가 내리고, 겨울에는 눈이 내리며 크고작은 추위가 온다. (24절기의 한자들로 구성된 중국 시)


......


(기계가 작동하는 소리)


[???] 어이......


[???] 어이......!


[???] 정신 차려.


[온화한 여성] ......



[니엔] 언니?


[슈] 응...... 그래.


[니엔] 상태는 어때? 밖에서 보기에는 이 ‘커다란 녀석’이 아직 말을 잘 안 듣는 것 같던데.


[슈] 응.


[슈] 그리고 내 여동생들보다 더 말썽을 부리는 것 같아.


[니엔] 일단 좀 쉬자. 여긴 시가 평소에 하는 낙서가 아니야. 오래 있으면 어지러워질까봐 걱정이라고.


[니엔] 조심해...... 급한 마음으로는 뜨거운 두부를 먹을 수 없거든.


[슈] 확실히 조금 피곤하긴 해......


[슈] ......니엔, 나 좀 잡아줄 수 있을까?






(규칙적인 박동 소리)


[시] 계속 안 나오면 혼자 돌아가려 했어.


[니엔] 그래? 어디보자, 방금 겁먹어서 얼굴이 창백해진 게 누구더라?


[시] ......입 다물어.


[니엔] 우리는 지금 ‘베헤모스’의 심장 박동 수술을 하는 중이라고, 어디 그렇게 쉽겠어?


[시] ......에휴.


[시] 그 계획을 들었을 때 나는 분명 네가 미쳤다고 생각했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니엔] 그냥 이동도시 전체를 이용해서 베헤모스 하나를 모방하는 거야. 나의 형상과 너의 의식, 육체와 정신이 모두 있는데 안 될 게 뭐 있어?


[슈] 니엔은 갈수록 영리하고 솜씨가 좋아지네.


[시] 적당히 해. 만약 천사부 늙은이와 슈 언니가 없었다면 뭔가를 할 수 있었겠어?


[니엔] 사세대를 도와서 그 많은 잡일들을 했는데, 쌓인 정을 쓸 곳이 좀 있어야지.


[시] 그래서, 상황은 어떤데?


[니엔] 아주 좋아.


[니엔] 하지만 이걸 본존을 대체할 용기로 써서, 그 늙은이가 살해당한 후에도 여전히 우리같이 헛되고 불쌍한 사람이 의지할 곳이 있으려면, 좀 더 힘을 써야겠어.


[슈] 아무래도 번거로운 아이네.


[시] 뭐가 좋다는 거야. 아직 아무것도 못 이룬 거잖아.


[니엔] 너도 이걸 만드는 데 힘썼다고 말하고 싶은 거잖아. 언니한테 칭찬을 못 받아서 질투하는 거지?


[시] ......유치하기는.


[슈] 시의 그림 실력도 발전했어. 오랫동안 못 만났는데, 열심히 공부하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나봐.


[시] ......크흠.


[시] 나는 아직 상상이 안 돼. 가짜 몸으로 ‘가짜와 진짜를 어지럽히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그건 결국 ‘어지럽힐’ 뿐이잖아.


[시] 그건 우리가 나눈 작은 부분일 뿐이야...... 세 사람의 힘이 합쳐진 결과물이고, 아직 완전하지 않아.


[시] 이 오성 십이루가 어떻게 우리 같은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수 있겠어......


[슈] 그래, 그럴지도 몰라.


[슈] 하지만 그림 속에서 나는 확실히 느꼈어......


[슈] ‘생명’.


[슈] 짐승은 지상 만물과 함께한다, ‘우리’도 원래 이 땅에서 자라난 생명이야.


[슈] ......정말로 통할지도 몰라.





[니엔] 에이! 다른 얘기 좀 하자.


[니엔] 너희는 그 조정 사람들이 얼마나 성가신지 모를 거야! 오성 십이루를 잠깐 빌려줘서 우리한테 ‘집’을 마련해 주겠다고 했는데, 사실은 노천사(老天师)를 데려오고 다른 문제까지 해결해야 되잖아.


[니엔] 역시 염국인은 장사꾼인가. 우리 ‘집’을 교두보로 만들어서 한 가지 일로 두가지 이득을 얻다니.


[니엔] ......염국이 기술적인 측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을 줄은 몰랐어. 끝이 나든 안 나든, 그들이 정말 ‘쉐이’를 두려워할 필요가 있을까?




[시] 이 ‘집’을 다 짓는다 해도 그들의 눈 밑에서 지켜봐진다면 정말 불편할 거야.


[시] 그리고 이 일은 얼마나 위험한데? 나 자신도 확신할 수 없다고.


[시] 방금 너희들이 그림 속에 있는 동안 셋째 언니의 그때가 생각났어......


[니엔] ......




[슈] 우리 먹물 머리도 언니를 걱정하는 거야?


[시] 먹물 머리?!


[슈] 예전에 벼루를 엎어서 머리에 뒤집어 썼을 때 링이 너한테——


[시] 기억 안 나. 그런 일 없었어.


[슈] 그래 그래.


[니엔] 아, 생각났어. 그 다음 너는 연못 옆에 쭈그려 앉아서 얼굴을 씻었지......


[시] 기억 안 난다니까.


[니엔] 맑은 연못의 맑은 물을 떠서 얼굴을 씻으면 탁한 물이 돼. 또 다시 맑은 물을 뜰 수 있을까?


[시] ......


[슈] ......시에가 그렇게 물었지. 그녀는 온화해 보였지만 사실 누구보다 영리했어.


[슈] 에휴.


[슈] 만약 니엔의 계획이 정말 성공할 수 있다면 그건 정말 최고의 결과일 거야.


[니엔] 물론이지. 누가 이 일을 성공시키고 싶지 않겠어?


[시] 바둑꾼 녀석.


[시] 그 녀석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누가 알겠어. 큰 언니의 일 이후로 먹 조각을 보면 그 녀석의 ‘분신’은 아닌가 싶다고.


[시] 우리가 이 용기를 만드느라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데, 그 녀석은 마음대로 자신을 나눌 수 있다니......


[슈] 그럴 게 뭐 있어.


[슈] 그는 세상의 모든 것을 미워하지만, 스스로를 가장 미워해. 하지만 그는 총명하지. 그렇게 총명한데 설마 염국과 목숨을 걸고 싸워서라도 시에를 보고 싶어할까?


[시] 누가 알겠어...... 이렇게 오랫동안 그녀석을 상대하려 하는 건 너 뿐라고.


[니엔] 그렇지. 총명한 사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니엔] 걔는 어때? 한동안 소식을 못 들었는데, 언니한테 제일 많이 붙어 있더니 싸우기라도 한 거야?


[슈] ......


[니엔] 그 바둑꾼 녀석을 빼면 사세대가 가장 신경쓰는 게 걔일걸.


[시] (작은 목소리) 나는 그 바둑꾼 녀석보다 자수 놓는 녀석 상대하는 게 더 싫어......


[슈] ......그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어.


[니엔] 그래? 그러면 됐어.


[니엔] 그 사람이 어떻든 우리 가족 셋이 여기 모일 수 있는 건 그 늙은이들이 모두 여기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지.


[니엔] ‘두 번까지’라고 했던가, 우리가 매일 가족 회식을 한다면 용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슈] 그래. 시간이 늦었네. 나는 먼저 갈게.


[슈] 요즘 수고가 많았어. 시간이 있을 때 찾아오면 내가 요리를 잘 만들어서 대접할게.


(슈 퇴장)


[니엔] 음, 꼬맹이의 솜씨를 맛볼 수는 없지만 언니의 솜씨도——


[니엔] 왜 그렇게 봐. 어, 내가 방금 말실수를 한 거야?


[시] 너 그 둘이 정말 사이 좋다는 거 알잖아.


[니엔] 나는 그게 아주 옛날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시] 눈치없기는.


[니엔] 가족 관계는 이렇게 무거운 건가......


[시] 몇 백 년에 한 번 만나는 가족인데 무거워도 정상이지.


[니엔] 큰오빠나 링 언니가 잔소리하는 것보다 방금 그런 모습을 보는 게 더 무섭다는 거 알고 있어......?


[시] 그 점에 대해서는 별로 동의 안해.


[니엔] 답답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뭔가 말하고 싶지만 마음을 먹을 수 없는 모습......


[니엔] 언니답지 않아, 이건 마치......


[시] ......


[니엔] ......


[시] 아마...... 너무 오랫동안 여기 혼자 있었을 뿐일 거야.







[농업 천사 견습생] ......이건 제가 심은 과일 나무 중에서 가장 크고 둥근 복숭아들입니다.


[농업 천사 견습생] 신농께서 지켜주시킬...... 제때에 졸업할 수 있을지는 이 시기의 벼에 달려 있습니다......


[농업 천사 견습생] 벌써 3년째, 매번 가장 중요한 고비에 사고가 일어나고 있어요......


[농업 천사 견습생] 재작년의 과제는 해충 방제였는데, 수확에 가까워져서 큰 가뭄이 일어나 작물이 모두 실험용 밭에서 죽었습니다......


[농업 천사 견습생] 작년의 과제는 가뭄 방지였는데, 수확하기 전에 또 폭우가 쏟아졌죠......


[토목 천사 견습생] 신농께서 지켜주시길......


[토목 천사 견습생] 섹터가 오늘 주요 도시 구역과 합쳐집니다. 부디 실수가 없기를......


[토목 천사 견습생] 학생은 자신의 배움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천사부에 돌아가면 반드시 공부를 깊이 계속하겠습니다......


[토목 천사 견습생] 지금은 모든 공정이 순조롭게 끝나고, 제가 일찍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농업 천사 견습생] 어이, 여기는 신농을 모시는 곳이라고. 너희 공사장 사람들이 웬 소란이야.


[농업 천사 견습생] 우리가 곡식을 재배하는 건 ‘노력의 결과를 하늘에 맡기는’ 일인데, 너희가 공사하는 것도 운에 맡기는 거야?


[토목 천사 견습생] 네가 뭘 아는데. 복잡한 학문과 가장 깊은 수준의 연구에는 사람의 힘이 닿지 못한다고.


[토목 천사 견습생] 노력하고 하늘에 맡기는 건 모든 일이 똑같아. 신농은 이 땅의 첫 주인이라 할 수 있고, 그녀의 영험이 우리 후계자들을 지켜주길 바랄 뿐이지......


[농업 천사 견습생] 에휴, 맞는 말이네. 어쨌든 자신이 뭘 해도 소용이 없는 상황이 됐으니까.


[농업 천사 견습생] 그래도 진심을 담아서 신농의 영험을 받기를 바라는 거야......


[화난 목소리] 시끄러워 죽겠네!


(무언가 던지는 소리)


[농업 천사 견습생] 으앗!


[토목 천사 견습생] 아야!


[농업 천사 견습생] 복숭아 씨앗......? 어디서 떨어진 거지?


[토목 천사 견습생] 들보 위인가? 누구야!


[화난 목소리] 제대로 잘 수가 없잖아, 쉬는 사람 안 보여! 여기서 뭘 그렇게 떠들어대?!


[화난 목소리] 좋은 꿈을 방해하는 건 극악무도한 죄야! 여기가 어디인데? 신농사가 조상한테 고개 숙여서 부탁하는 곳이야?


[화난 목소리] 전부 꺼져버려!


[토목 천사 견습생] 하, 내가 간다...... 어느 집 아이가 이렇게 버릇이——


(씨앗 던지는 소리)


[토목 천사 견습생] 아!


[토목 천사 견습생] 아니...... 왜 또 던져?! 아프잖아!


[농업 천사 견습생] 아! ......빨리 가자! 말해두자면 대인은 소인의 잘못을 기억하지 않아. 다시는——


(씨앗 던지는 소리)


[농업 천사 견습생] 아! 밤길에 마주치지 말라고......!


(견습 천사들 퇴장)



[성격이 나쁜 아이] 에휴......


아이는 탁자의 열매 두 개를 들어서 잠시 들여다보고, 더 큰 것을 골라서 소매로 닦고 먹었다.


[성격이 나쁜 아이] 도시에 크고 작은 일들이 있을 때마다 네 탁자는 풍족해졌지. 여기 오면 절대 굶을 일은 없어.


[성격이 나쁜 아이] 어이, 신농 선생. 내가 과일 두 개 먹어도 상관 없지?


[성격이 나쁜 아이] 에휴, 여전히 들보에서 자는 건 시원하네......


[성격이 나쁜 아이] 내 부채는 또 그 아이가 가져갔나?


[성격이 나쁜 아이] 귀찮은 녀석, 나를 ‘큰 목소리’라고 불렀지. 다음에는 걔 피리를 훔칠 방법을 찾아야겠어......


[성격이 나쁜 아이] 배우러 가라, 배우러 가라, 천사부에서 가르치는 건 이런 변변치 못한 학생들 뿐인데, 배우러 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성격이 나쁜 아이] 에휴, 무단 결석은 진짜 골치 아프다니까......!







[나이든 농부] 이장님...... 이 드론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요?


[차분한 여성] 에너지원을 교체할 때 절차를 잊어버렸는지 선이 몇 개 연결되지 않았군요.


[나이든 농부] 잘 모르겠네요. 아마 어느 집 아이가 몰래 ‘파울비스트 싸움’ 놀이를 했나봐요...... 다음에 걸리면 저한테 피해를 안 주도록 지켜봐야죠.


[차분한 여성] 그게 떨어지면서 당신에게 부딪쳤나요?


[나이든 농부] 뿔에 부딪혔어요, 하마터면 머리에 부딪칠 뻔했다고요.


[나이든 농부] 평소에는 모두와 같이 농사일을 하시던데, 오리지늄 회로에 대해서도 알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차분한 여성] 천사가 수업할 때 모두에게 사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나요? 이건 정말 정밀한 물건이니까 사용할 때 주의해야 돼요.


[차분한 여성] 이 작은 물건은 드론도 아니에요. 천사는 이걸 천주(天桩)라고 부르죠.


[나이든 농부] 처음 이게 밭으로 날아가는 걸 봤을 때, 하늘과 땅을 뒤덮는 메뚜기 재해인 줄 알고 깜짝 놀랐다고요.


[나이든 농부] 이 작은 물건을 밭에 하나씩 심으면 이 땅의 상황과 농작물의 성장을 전부 알 수 있다죠?


[차분한 여성] 우리는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있고, 천사들은 우리를 어떻게 도울지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은 이런 새로운 발명품 덕분에 농사를 짓는 것이 과거보다 훨씬 편리해졌죠.


[차분한 여성] 이번 절기의 수확은......


[나이든 농부] 올해는 날씨가 좋지 않아서 논들의 생산량이 별로예요. 이번 절기의 이 시험용 벼는 천사들이 ‘천종(千钟)’이라는 별칭으로 부르는데, 어림잡아서 1묘당 2천 근 정도밖에 안 되죠.


[나이든 농부] 먹기에는 충분하겠지만, 천사들이 예상한 연구 결과까지는 아직 멀었어요.


[차분한 여성] 조급해하지 마세요. 1년에 농작물 두 종류를 수확할 수 있으니, 지나간 것은 놓아주고 대담하게 생각하도록 하죠.


먼 곳에서 거대한 기계가 논 전체를 천천히 들어올렸고, 그 큰 소리에 파울비스트 무리가 깜짝 놀랐다.


논의 농부들은 이런 광경에 익숙한 듯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고는 다시 농사일에 집중했다.


[나이든 농부] 대황성 개조 공사가 시작되면서 외부의 높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고, 당신도 정말 바빠졌죠.


[나이든 농부] 며칠 동안 모습을 못 봤는데, 오늘은 어떻게 논에 올 시간이 있었나요?


[차분한 여성] 곧 여름 수확이 시작돼요. 각 구역들의 상황을 직접 보고 알아야 사람을 배치할 수 있죠.


[차분한 여성] 그리고 이번 제사도 소홀히 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해야 됩니다.


[나이든 농부] 당신은 대황성의 관리자죠. 당신이 부임한 이후로 여러 해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신경써 주셨는지, 정말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나이든 농부] 당신 관직이 그러니까...... 대황성 동지(同知)라고 했나요? 아이고, 어려운 이름이니까 그래도 이장님이라 부를게요.


[이장] 관직이 어떻건, 농사는 다함께 짓는 거죠.


[나이든 농부] 저는 태어날 때부터 여기 살았고, 밖에 나가 본 적도 없어요. 바깥의 어느 이동 도시에서는 농작물을 고층 빌딩에 심는다면서요?


[나이든 농부] 당신은 바깥에서 오셨는데, 바깥의 도시는 어떤 모습인가요?


[이장] 옛날 일이라서 저도 기억이 안 나네요.


[이장] 다만 몇몇 작은 농촌 사람들이 대황성에서 재배한 씨앗을 전달자에게 받고는, 그 해의 수확이 조금은 더 많을지도 모른다며 웃던 것이 기억나는군요. 


[이장] ......재앙을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죠.


[나이든 농부] 땅에 심은 씨앗은 연구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머리 위의 하늘은 이해할 수 없으니까요.


[나이든 농부] 재앙이 논밭에 직격하지 않더라도 수원이 오리지늄에 오염될 수도 있고, 흙 속에 미세한 오리지늄 결정이 가득할 수도 있어요......


[나이든 농부] 에휴. 오리지늄이 많은 환경에서 개간할 수 있는 설비도 싸지 않고요.


[이장]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있는 거죠.


[이장] 자, 다 고쳤습니다.





때로는 마르고 때로는 범람하는 계곡을 제방이 둘러쌌다.


지표면에서 100미터 떨어져 있는 수로 사이로 농경지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다.


그리고 아직 ‘성장’ 중인 이 이동도시는......


이곳에서 일하는 새로운 시대의 대황성 사람들에게, 그들이 직접 개척한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나이든 농부] 정말 놀라운 공사예요.


[이장] 땅이 모두 옮겨질 때까지 반년만 참아주세요.


[나이든 농부] 사람들은 괜찮은데 키우는 가축들이 많이 놀랐어요. 요 몇 달 동안 먹이를 잘 안 먹어서 살이 많이 빠진 것 같아요.


[나이든 농부] 땅이 매일 떠오르는 걸 보면 아무래도 좀 당황스럽겠죠.


[이장] 논을 이동 섹터로 옮기면 장점이 많이 있습니다.


[이장] 전기와 물을 사용하는 것이 더 쉬워질 뿐만 아니라, 큰 재앙이 닥쳐올 때 천사들이 목숨을 걸 필요도 없이 논밭을 통째로 움직이면 되죠.


[나이든 농부] 이 평범한 밭에서 조상 대대로 농사를 지어왔는데, 관가에서는 어쩌다가 이쪽의 논밭을 개축할 생각을 한 거죠?


[이장] 식량이 더 잘 재배될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먹일 수 있고, 그러면 도시를 건설할 힘이 생기거든요.


[나이든 농부] 마치 요술 같네요. 멀리 떠났다 온 사람이 고향을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어요.


[나이든 농부] 만약 우리가 밭을 모두 옮겼다는 걸 신농이 알게 된다면, 그분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이장] 땅의 모양이 변할 뿐, 집이 떠나는 것은 아니죠.


[이장] 만약 신농이 정말로 눈앞의 이 광경을 본다면, 아마 웃느라 입을 다물지 못할 거예요.






[이장] 처음에 그녀는 추운 황무지에서 몇 묘의 논밭을 더 얻기 위해 이곳에 왔습니다.


[이장] 그 후에는 논밭이 많아졌고,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어요. 그녀는 식량을 오리지늄에 오염된 땅에, 심지어는 오리지늄에 심고 싶어했죠.


[나이든 농부] 어떻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신농은 똑똑한 걸까요, 아니면 어리석은 걸까요?


[이장] 똑똑하지도, 어리석지도 않아요. 그저 바보일 뿐이죠.






(피리 소리)


[개구쟁이 소녀] 큰—— 물—— 소——


[개구쟁이 소녀] 바——보——물——소——


[개구쟁이 소녀] 나랑 같이 ‘보들보들이’ 찾으러 안 갈 거야?




[소박한 소년] 안 가.


[개구쟁이 소녀] 정말 양심이 없네! 보들보들이는 너를 가장 좋아한다고, 다른 사람이 주는 간식은 잘 먹지도 않아!


[소박한 소년] 내가 화단에 키운 반풍하를 다 먹어버린 일 말하는 거야?


[개구쟁이 소녀] ......누가 울타리 치지 말래?


[소박한 소년] 그건 다른 사람이 필요할 때 따기 편하라고 그런 거지. 네가 가축한테 먹일 줄 누가 알았겠어?


[소박한 소년] 꽃 몇 송이뿐이라서 다행이야. 저번에 가축이 선생님의 시험용 밭을 먹었을 때 선생님이 뭐라고 했는지 기억하지?


[개구쟁이 소녀] (얼굴을 찡그린다)


[소박한 소년] 그리고, 가축의 몸에는 위치추적기가 있잖아. 이 근처라고 나와 있으면 직접 다시 잘 찾아보면 되는 거 아니야?


[개구쟁이 소녀] 응...... 그건 그래.


[개구쟁이 소녀] 그러면 같이 과일 따러 가자. 아직 덜 익어서 맛이 시고 쓸 때 빨리 따야돼. 나한테 중요한 용도가 있거든!


[소박한 소년] 안 가.


[소박한 소년] 오늘은 논밭에서 샘플을 채취해야 돼. 여름 수확 전 마지막 데이터 기록은 아주 중요해서 지체할 수는 없다고.


[개구쟁이 소녀] 진짜 재미없어......


[개구쟁이 소녀] 그런데 정말 요즘 다들 이상한 것 같아. 밥도 잘 안 먹고 잠도 잘 못 자잖아.


[소박한 소년] 걔네랑 얘기해서 잘 먹으라고 설득하면 된다고 하지 않았어?


[개구쟁이 소녀] 얘기해봤는데, 요즘 대황성에 어떤 무서운 물건이 섞여 들어왔대!


[소박한 소년] 새로 생긴 이동 섹터 말하는 거야?


[개구쟁이 소녀] 너 바보야? 가축은 나랑 대화할 뿐이고 사람처럼 똑똑한 것도 아닌데, 그게 뭔지 어떻게 알겠어?


[소박한 소년] 내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아도, 지금 논에서는 일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만은 알고 있지. 


[개구쟁이 소녀] 몰래 게으름 피우고 새로 온 애한테 맡기면 안 돼? 어차피 말뚝을 하나씩 뽑아서 숫자를 적는 일인데, 누가 하든 똑같잖아?


[소박한 소년] 걔가 뭘 안다고...... 처음 왔을 때 밀이랑 수수를 구분 못 해서 그 녀석이 한 일을 내가 다시 해야 됐잖아. 선생님은 왜 나한테 가르치라 그러신 건지 모르겠어......


[개구쟁이 소녀] 그래도 달리기가 빠르잖아. 어쩌면 나 대신 보들보들이를 찾아줄 수도——


[개구쟁이 소녀] 그렇지,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소녀가 달려감)


[소박한 소년] 뭐......? 걔는...... 밭을 갈라고 선생님이 보낸 거라 그럴 수는......


[소박한 소년] 크흠...... 아니면 내가 같이 갈 테니까 잠깐만——


(소년이 따라감)


[개구쟁이 소녀] 어이—— 신입——! 헛수고 하지 말고 내가 가축 찾는 거 도와줘!





여름의 햇빛이 뜨겁고 매미가 간간이 운다. 논에서는 소년이 서툴게 벼를 수확하고 있었고, 얼굴에서는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팔 근육은 튼튼하지만 어떻게 힘을 써야 하는지 모르고, 낫은 가느다란 벼에게 속수무책이라 한 움큼을 베는데 한참이 걸렸다.


원래 입고 있던 관복은 주변 말뚝에 걸려 있는데, 벼를 쪼아먹으려던 파울비스트는 처음 보는 옷에 흥미를 느끼고 휘날리는 옷 끈에 부리를 내밀었다.


[좌락] 후우......


[좌락] 왜 벌써 정오지......?


[좌락]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